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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90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4.17 07:00
조회
834
추천
7
글자
11쪽

7-23

DUMMY

“안녕히 주무셨어요, 선배님?”


이신애의 인사를 받은 선배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이신애를 바라보았다.


“잘 잤어? 어제 술 많이 마시고 취해서 일찍 잠들더니, 일찍 일어났네?”


“아~. 현준 선배시죠? 이번에 복학하셨다는? 지난번에 한 번 인사했었는데요, 90학번 이신애입니다.”


“응, 맞아. 87학번 복학생 1학년인 손현준이야. 우리 어젯밤에도 인사했었는데, 기억 안 나? 하하하.”


“네? 어젯밤에요?”


“응, 어제 저쪽 관리실 앞에서 공중전화로 전화 걸고 나더니 비틀거리길래, 내가 숙소까지 데려다줬었는데 기억 안 나?”


“어머, 그러셨군요. 죄송해요. 제가 어제는 초반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랬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호호호.”


“하하하, 공치사하려는 건 아니야. 어제 통화한 건 기억나? 애인이야? 꽤 오랫동안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것 같던데?”


“아, 아니에요. 함께 자취하고 있는 친구였어요. 아, 이제 생각났어요. 어제 선배가 부축해 주셨던 거요. 제가 생각보다 꽤 무거운 데 힘드셨죠? 호호호.”


“응, 생각보다 무겁더라. 숨겨진 살이 꽤 있나 봐? 하하하.”


“예? 그게 뭐예요, 선배? 숨겨진 살이라니요. 숙녀에게 너무 심한 말씀 아니에요?”


이신애가 짐짓 인상을 쓰면서 항의했지만, 목소리는 웃고 있었다.


“그런데, 선배는 일찍 일어나셨네요? 저희 방은 아직 다들 꿈나라에요. 이래서는 오전 일정대로 움직이기는 힘들겠는데요?”


“나는 군대에서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침에 정해진 시간만 되면 눈이 떠져서 말이야. 그리고 원래 MT에서 둘째 날 일정은 지켜지는 게 없는 거야. 집에 못 가는 경우도 많고?”


“집에 못 간다고요? 왜요?”


“직접 경험해 봐. 여기서 행사 마치고, 학교로 돌아간 다음에 뒤풀이한다고 술자리 하다 보면 단체로 학교 앞 자취방이나 여관방에 몰려서 자고, 월요일 수업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꽤 많을걸?”


“아, 그래요? 선배는 군대 가기 전에 MT 여러 번 다녀보셨나 보군요, 잘 알고 계시네요?”


“하하하, 나도 대학교 MT는 이번이 처음이야. 친구들한테 들은 걸 가지고 경험한 것처럼 떠드는 것뿐이야.”


“에? 그래요? 호호호. 저는 또 선배가 직접 경험한 건 줄 알았잖아요.”


“나는 저쪽 길로 산책하러 갈 건데, 같이 갈래? 방에는 탱크들이 몇 대 있어서 방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는 않네.”


“탱크요? 방안에 탱크가 있어요?”


“하하하, 탱크 소리처럼 요란하게 코를 고는 녀석들이 있다는 농담이었어. 신애는 아직 이런 농담에 익숙하지 않은가 보구나?”


“그....그러게요. 제가 대학교 생활이 처음이라서요....”


“다들 비슷한 거지, 뭐. 그럼 잠시만 기다려줄래?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걸칠 옷을 하나 가지고 와야겠다.”


이신애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학생 방으로 사라졌던 손현준이 금방 다시 돌아왔다.

손현준은 복학생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야전잠바를 들고 나왔다.

둘은 민박집의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서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아, 그거 군대에서 입던 옷이에요?”


“응, 맞아. 정이 들기도 했고, 이것저것 편리한 점이 많아서 애용하고 있지. 이런 옷 처음 봐?”


“오빠가 군대에 가 있어서, 지난번 휴가 때 보기는 했었어요.”


“아, 오빠가 있었구나? 오빠는 어느 부대에서 복무해?”


“까먹었어요. 무슨 특공대인가 그랬는데? 훈련이 많은 부대라는 것만 기억나요.”


“특공대라고? 어이쿠, 신애한테 잘못 대하면 오빠한테 크게 혼나겠구나. 조심해야겠는걸? 오빠도 힘들겠네?”


“아니요, 오빠는 훈련이 생각보다 약하다고 불만이라던데요? 좀 더 훈련을 많이 해서 더 센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목표하는 바가 있다는데, 그게 뭔지 저한테는 말을 안 해줘서 몰라요.”


“하하하, 특이한 오빠구나. 보통은 편안한 군 생활을 꿈꾸는데, 더 힘든 훈련을 원하고 있다니 말이야.“


“그럴지도 몰라요.”


“그래도 그런 오빠가 있어서, 신애가 든든하겠네. 오빠 이야기를 소문내면, 웬만한 남학생들은 신애에게 집적대려다가 도망갈 것 같은데? 하하하.”


“군대에 있는 오빠 말고, 저를 지켜주는 사람은 따로 있어요. 호호호. 군대 오빠보다 더 무섭고, 더 든든한 사람이요.”


“그래? 누구야? 신애 남자 친구?”


걸음을 멈춘 손현준이 이신애를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어맛, 현준 선배 갑자기 정색하시니까, 깜짝 놀랐잖아요. 남자 친구일까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그런 분이 있어요, 호호호.”


“그...그렇구나.”


이신애와 손현준은 오솔길을 한 바퀴 걸으며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손현준은 많은 소설과 영화들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글과 영화를 좋아하는 이신애는 처음 듣는 여러 가지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우와~ 현준 선배는 정말 아는 게 많네요. 대단해요. 다음에 학교 가서도 이런 얘기 좀 많이 해주세요. 너무 재밌어요.”


“그래, 신애가 시간을 내주기만 한다면 이런 이야기는 7박 8일도 해줄 수 있지, 하하하.”


두 사람의 눈앞에 숙소가 나타났다.

이제 일어나는 사람들이 몇 생겼는지, 숙소 앞에 오가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이제,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나 봐요. 아침 메뉴는 뭐로 해야 좋을까요?”


“무조건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 있는 음식이면 대환영을 받지 않을까? 과음한 사람들이 많아서 다들 좋아할 거야. 하하하.”


숙소에 거의 도착해 갈 때,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나는 남자가 있었다.


“이런,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를 하려고 했습니다만, 이신애 씨가 아침부터 숙소 밖에서 들어오다니요. 설마 옆에 있는 이 친구와 밤을 지새우고 들어오는 건 아니겠지요? 나는 개방적인 여자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내가 점찍은 여자가 다른 남자와 밤을 지새우는 걸 허용할 만큼 관대하지는 않습니다.”


“무슨 소리죠, 아침부터? 나와 현준 선배는 아침 산책을 다녀온 것뿐이에요. 당신의 표현은 정말 저급하군요.”


갑작스레 나타난 강도수의 아침 인사를 겸한 이야기에 이신애가 인상을 찌푸렸다.


“강도수, 사과해라. 방금 네 표현은 대단히 저질스럽고 모욕적이었다.””흥, 손현준. 내가 너를 무서워하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날개가 꺾여버린 너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 오히려 나에게 두 눈 똑바로 뜨고 대드는 걸 두려워해야 하지 않나? 나는 곧 창공을 높이 날게 될 거고, 너는 땅바닥에 두 발을 디딘 채로 그런 나를 우러러보게 될 텐데 말이야.“


“네 놈은 나이가 들어도 전혀 변하지 않는구나. 언젠가는 너의 오만함이 네 인생에 비참함을 가져올 날이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흥, 아직도 소설 나부랭이에 나오는 표현들로 자신을 숨기는 건 여전하군. 말뿐인 녀석은 신경 쓰지 않는다. 이신애 씨, 나를 위한 아침 식사는 무엇인가요? 어제저녁의 김치찌개는 맛이 제법 좋았습니다. 내가 호텔로 가지 않고, 이 지저분한 민박집에 머문 것은 오직 당신이 해주는 아침 식사를 먹기 위해서였습니다만?”


“내가 왜 그쪽 아침 식사를 챙겨줘야 한다고 말하는 거지요? 나는 그럴 생각이 없는데요?”


“그야, 어제의 내기에 저녁 식사와 아침 식사가 포함이었으니까요. 당신들 학과 대표가 말을 전해주지 않던가요? 축구 경기에서 이겨서 저녁을 먹었고, 술자리에서의 내기로 당신들은 나와 경영학과 학생들에게 아침 식사를 대접하기로 약속했습니다만?”


“그... 그건 내가 모르는 이야기에요.”


“강도수, 비켜라. 길 막지 말고.”


“호오~ 잘하면 주먹도 나올 기세인데? 군대 갔다 오더니 자신감이 좀 생겼나? 어디 한 번 아침부터 푸닥거리 한 번 해볼까? 어때, 응?”


강도수와 손현준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며 서로에게 으르렁댔다.

이신애는 손현준의 뒤에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신애의 뒤에서 귀에 익은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신애야, 잘 잤어?”


설마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본 이신애가 눈앞에서 웃고 있는 조영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도 온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오.....오빠. 오빠가 여길 어떻게....?”


“어떻게는? 신애 보고 싶어서 왔지. 어젯밤에 술 많이 마셨을 텐데, 일찍 일어났네?”


“네.....네......많이 마시기는 했는데....”


이신애는 아직까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며칠 전에 통화할 때까지도 조영은 싱가포르에 있었다.

회사 일이 바빠서 당분간은 한국에 들어오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성리 민박집에 나타나다니?

순간 이신애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뭐야? 아직 술이 덜 깬 거야?”


조영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이신애의 눈가를 닦아주고는, 손수건을 이신애의 손에 쥐여 주었다.


“고, 고마워요. 오빠. 이렇게 갑자기 오실 것까지는 없었는데..... 흑.”


갑작스러운 조영의 등장에 감정이 격해진 이신애가 조영의 품에 안겼다.

조영이 이신애의 등을 토닥여 주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강도수와 손현준을 훑어보았다.

조영의 눈길을 받은 강도수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놈의 눈빛이....제기랄, 여기에서 기가 밀려서는 안 돼. 저런 놈에게 내가 찜한 여자를 빼앗길 수는 없단 말이야.’


“흥, 오늘도 정의의 기사처럼 ‘짠’하고 나타나는 건가? 바닷가에서처럼?”


“강도수라고 했었나? 강정훈 회장의 성질이 소문 같지 않은 모양이야? 다리 하나 정도는 부러뜨려서 병원에 입원시킬 줄 알았더니, 두 발로 잘 서있네?”


“뭐...뭐라고? 네가 감히 우리 할아버지를 언급해? 네가 살기가 싫어진 모양이구나?”


조영의 비아냥거림을 들은 강도수가 상처 입은 짐승처럼 으르렁댔지만, 말과는 다르게 그의 몸은 굳어서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었다.

조영의 손길에 마음의 안정을 찾은 이신애가 조영이 건네준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으며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조영이 강도수에게 다가갔다.

강도수의 한 걸음 앞에까지 걸어간 조영이 고개를 내밀어 강도수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이 봐, 꼬맹이. 이곳에는 너의 어리광을 받아줄 사람이 없단다. 집에 가서, 네 아비와 할아버지에게나 재롱을 피우도록 해라. 한부라는 집안은 따뜻할지 모르지만, 집 밖은 정글이야. 언제 어디서 맹수가 나타나서 너의 연약한 목을 물어뜯을지도 모른다고. 강릉과 호텔에서 두 번이나 참아 줬으면 내 기준으로는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한 거다. 더 이상 내 앞에 나타난다면 후회하게 될 일이 생길 거다. 명심해라. 강. 도. 수. 나는 너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두려워하지 않아.”


말을 마친 조영이 뒤돌아 이신애에게 다가왔다.

강도수는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영과 이신애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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