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561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03.25 13:21
조회
8,366
추천
46
글자
11쪽

1-1

DUMMY

1988년 9월 17일 토요일.

대한민국 서울 H호텔.


TV에서 흘러나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6.25 전쟁이 발발한 지 38년.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이어서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2번째 하계올림픽이었다.

아나운서는 여러 번 ‘한강의 기적’을 언급하며 본인의 감동을 강조하고 있었다.

TV에서는 올림픽 개막식을 중계방송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호텔 방의 테이블 위에도 대회 마스코트인 ‘호돌이’ 인형이 하나 올려져 있었다.

6.25 전쟁으로 온 국토가 폐허가 되었던 나라에서, 전쟁이 끝난 지 40년도 되지 않아 올림픽을 개최하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불과 100 km도 떨어지지 않은 경계선에서는 북한의 미사일과 대포가 겨누고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개막식장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한복을 차려입은 수백 명의 여성이 운동장 한가운데로 뛰어나와 군무를 추기 시작했다.

한창 진행 중인 춤사위 한가운데로 하늘에서 오색의 낙하산을 탄 일단의 무리가 착륙하기 시작했다.

군인인가?

오색의 낙하산을 한 줄로 연결하듯 내려오는 스카이다이버들은 무수히 많은 훈련을 했을 것이었다.

큰 행사 당일에 성공적으로 퍼포먼스를 완료한 구성원들의 표정에서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따르릉, 따르릉.

침대 옆 테이블에 올려진 흰색 전화기가 벨 소리를 토해내었다.


“Hello~”

[고객님, 황문달입니다. 말씀하셨던 사람의 위치를 찾았습니다. 전라남도 목포에 있습니다. 내려오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오늘 저녁 8시쯤 만나기로 하지요.”

[목포 버스터미널 근처에 ‘유달산 다방’이 있습니다. 오셔서 황문달을 찾으시면 됩니다. 그럼 이따가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조영은 담배를 꺼내 들었다.

TV에서는 여전히 개막식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며 TV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한국은 조영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헐벗은 것까지는 아니지만 궁핍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예상했었나 보다.

한국은, 한국인은 잘살고 있었다.

조영의 한국에 대한 첫인상은 예상에서 벗어났다.

호텔 리셉션에 전화를 걸어 택시를 요청했다.

리셉션에서 전화를 받는 여성은 목적지가 목포라는 이야기에 잠시 당황하는 듯했지만, 곧바로 전화를 주겠다고 대답했다.

조영은 담배를 들고, 창가로 걸어갔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의 높은 층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은 활기차 보였다.

도로에는 자동차가 빼곡했고 사람들은 바쁜 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보셨으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접으며 조영은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전화벨이 울린 것은 담배를 거의 다 피워갈 때였다.

조영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고객님, 리셉션입니다. 말씀하신 택시는 10분 후에 현관에 대기시키겠습니다.]


20대 중반으로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는 음이 조금 높았다.


“Thank you, 곧 내려가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조영은 샤워실로 향하며 옷을 벗어서 소파에 던져 놓았다.

샤워실 거울에 비친 몸은 탄탄했다.

187 cm에 80 kg을 조금 웃도는 조영의 몸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운동선수들처럼 근육이 잘 발달했고, 몸의 곳곳에는 자잘한 상처들이 많았다.

배꼽 왼쪽의 10 cm 정도 되는 곳에는 길게 흉터가 남아있었다.

흉터에 손을 올리며 조영은 거울 속의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

강인해 보이는 턱선에 날카로운 눈매를 바라보며 작게 이야기했다.


“이제 시작이다!”


샤워 후에 말끔한 검은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받쳐 입은 조영이 바퀴 달린 여행용 가방을 2개 끌고 로비에 나타났다.

체크아웃하기 위해 리셉션으로 향했다.


“체크아웃하고 싶습니다만?”

“네, 도와드리겠습니다. 방 열쇠를 주시겠습니까?”


조영이 내미는 열쇠를 받아들며 방긋 웃는 여직원에게 조영이 물었다.


“제가 지금 목포를 가야 합니다. 목포는 처음이라 그러는데, 추천해줄 만한 호텔이 있을까요?”

“네,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음....목포 가족 관광호텔이라고 4성급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 호텔에 비하면 조금 작은 규모이지만, 목포에서는 가장 시설이 좋은 곳입니다. 이곳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겠군요.”

“좋은 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직원과 짧은 대화를 마치자, 옆에 서 있던 벨 보이가 다가와, 조영의 여행용 가방을 이끌고 앞장섰다.


“고객님, 제가 준비된 차량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벨 보이를 뒤따라서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에는 초록색의 차량이 한 대 대기하고 있었다.

벨 보이가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나서 조수석 뒷자리의 문을 열어주었다.

조영은 벨 보이에게 1달러를 팁으로 주고,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는 곧 출발했다.

올림픽 기간에 차량 2부제를 시행한다고 뉴스에 나온 것을 본 기억이 났다.

그 때문인지 도로는 밀리지 않았다.


“기사님, 목포 가족 관광호텔로 가주십시오. 중간에 운전이 힘들면 휴게소에 들려도 됩니다.”


운전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고 조영은 창밖을 잠시 내다보았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서울의 풍경은 무언가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감정을 만드는 듯했다.

택시가 고속도로에 접어들며 풍경은 단순해지기 시작했고, 조영은 눈을 감았다.

택시는 휴게소를 두 번 들리고 장시간을 달려서 목포 가족 관광호텔에 도착했다.

기사는 과묵한 편이었고, 조영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는 단지 말이 통한다는 이유로 많은 대화를 나누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사전에 이야기한 요금에 1만 원을 팁으로 얹어주자, 택시 기사는 허리를 굽히며 고마워했다. 목포 가족 관광호텔 현관에서 벨 보이에게 여행용 가방을 꺼내주면서도 택시 기사는 감사를

표시했다.

1만 원이면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요기는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잠시 조영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체크인하고 받은 방은 호텔의 최상층이었다.

비록 5층 건물이었지만, 창밖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방이었다.

503호.

왠지 정겨워질 것 같은 숫자였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며 전화기를 둔 조영은 0번을 눌러서 프런트를 불렀다.


“국제전화를 부탁합니다. 전화번호는 싱가포르 654-1922입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담배를 두어 모금 피웠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릉. 따르릉.


[Hello~]

“한모, 나다. 별일 없지?”

[보스, 한국은 어떻습니까? 올림픽 관련 뉴스가 이곳에서도 TV에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날씨도 좋고, 잠시 여행 중이다. 준비하는 일에는 차질 없겠지? 특이사항이 있나?”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 중입니다. 보스가 돌아오시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좋아, 나는 지금 목포라는 곳에 와있다. 목포 가족 관광호텔 503호야. 연락할 일이 생기면 이쪽으로 전화해서 메시지를 남겨놓도록 해.”

[알겠습니다, 즐거운 여행을 하고 돌아오시기를 바랍니다.]


조영이 여한모에게 목포 가족 관광호텔의 전화번호를 알려준 후, 자잘한 내용으로 통화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오후 7시 30분이었다.

이제 움직일 시간이었다.

유달산 다방은 터미널 옆, 3층 건물의 지하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던 조영은 모퉁이를 돌다가, 손에 보자기로 싼 꾸러미를 들고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아가씨와 마주쳤다.

진한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피곤함이 눈가에 잔뜩 묻어있는 아가씨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굽 높은 구두를 신고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한쪽으로 비켜섰다.

계단의 폭이 좁아서 한쪽이 비켜서야만 하는 구조였다.


“어머, 잘생긴 오빠, 처음 보는 얼굴이네. 나 배달 갔다가 금방 올 거니까, 가지 말고 기다려요. 나 커피 한 잔만 사줘요~~”


콧소리 들어간 오빠 소리를 내며 반가운 척을 해대는 아가씨를 흘깃 쳐다보고 조영은 발걸음을 내디뎠다.

다방 안은 어두운 조명에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카운터로 향했다.


“황문달 사장님을 뵈러 왔습니다만...”


진한 화장을 한 30대 후반의 여자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더니 말했다.


“김 마담이에요, 따라오세요.”


이 여자 역시 껌을 씹고 있었다.

음...한국 여자들은 껌을 즐겨 씹는가 보다.

낯선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여자의 뒤를 따랐다.

카운터 옆이 주방인지 작은 커튼이 달린 출입구가 보였다.

주방 안쪽으로 비상 출입구가 있으려나?

실내에 들어설 때마다 비상 출입구를 확인하는 것은 조영의 오랜 습관이었다.

우측에는 60대 할아버지 셋이 커피를 앞에 놓고 TV 중계화면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할아버지들의 뒤로 두 칸 넘어서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느끼하게 생긴 남자가 50대로 보이는 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50대 여자는 뭔가 불안한 듯한 자세이다.

안절부절못하는 게 느껴졌다.

마담은 가장 안쪽에 칸막이가 있는 자리로 조영을 안내했다.

40대 중반? 키는 175 cm 내외. 몸무게 75 kg?

짧게 자른 머리에 둥글둥글한 인상의 배 나온 아저씨가 담배를 물고 있다가, 다가오는 마담과 조영을 보고 눈을 흘깃 올려다보았다.

평화로운 인상에 비해 눈매는 제법 날카로웠다.


“황 사장님 찾아온 손님이에요.”


마담은 한 마디를 건네고 한걸음 비켜섰다.


“서울에서 오신 김 사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황문달입니다.”


사내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면서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김조영입니다.”


황문달이 내미는 손을 마주 잡아 악수하며 가볍게 인사했다.


“사장님, 차는 뭐로 드릴까요?”


옆에 서 있던 마담이 눈웃음을 살짝 흘리며 주문을 재촉했다.


“어, 나는 쌍화차 한 잔 주고, 어디 보자, 김 사장님은 뭐로 하시겠습니까?”


황문달의 주문에 조영은 간단하게 답했다.


“커피로 하죠.”

“쌍화차 하나, 커피 하나, 황 사장님, 나도 한 잔 마셔도 돼요?”


마담이 황문달의 옆자리로 다가와서 엉덩이를 걸치려 했다.


“사업 얘기해야 하니까, 마담은 잠시 자리를 비켜주지. 아, 마담도 쌍화차 한 잔 마셔.”


황문달의 제지에 마담은 엉거주춤 다시 일어서서 카운터로 향했다.


“내려오는데, 한참 걸리셨죠? 하하.”

“푹 잤습니다. 도로가 생각보다 잘 닦여 있더군요.”

“올림픽 한다고 여기저기 많이 깔아 젖혔습니다. 아파트도 많이 짓고요, 김 사장님도 외국에서 돈 좀 버셨으면 서울에 땅이든 아파트든 매입을 하시면 좋은 기회가 될 듯합니다. 제가 주변에 부동산 전문가가 있는데, 이 친구 얘기로는 지금 사면 노난답니다. 하하하.”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안내 22.02.04 179 0 -
공지 토,일 연재로 전환 20.05.24 2,115 0 -
256 11-6 22.01.30 226 7 11쪽
255 11-5 22.01.29 173 4 11쪽
254 11-4 22.01.23 180 7 11쪽
253 11-3 22.01.22 193 6 12쪽
252 11-2 22.01.16 203 7 11쪽
251 11-1 22.01.15 203 5 11쪽
250 10-25 22.01.09 232 7 11쪽
249 10-24 22.01.08 223 7 11쪽
248 10-23 22.01.02 222 6 11쪽
247 10-22 22.01.01 215 7 11쪽
246 10-21 21.12.26 238 6 11쪽
245 10-20 21.12.25 225 6 11쪽
244 10-19 21.12.19 267 7 11쪽
243 10-18 21.12.18 256 7 11쪽
242 10-17 21.12.12 288 8 11쪽
241 10-16 21.12.11 280 5 11쪽
240 10-15 21.12.05 294 6 11쪽
239 10-14 21.12.04 294 6 11쪽
238 10-13 21.11.28 316 7 11쪽
237 10-12 21.11.27 311 6 11쪽
236 10-11 21.11.21 331 7 11쪽
235 10-10 21.11.20 335 6 11쪽
234 10-9 +1 21.11.14 340 8 11쪽
233 10-8 21.11.13 343 6 11쪽
232 10-7 21.11.07 368 5 11쪽
231 10-6 21.11.06 365 5 11쪽
230 10-5 21.10.31 385 7 11쪽
229 10-4 21.10.30 381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