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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83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7.04 07:00
조회
674
추천
10
글자
11쪽

8-21

DUMMY

아장아장 걸어 다닐 무렵에 한반도를 떠난 조영의 기억 속에 있는 어린 시절은 대부분 산속 깊은 곳의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중국을 가로지르는 기나긴 여정 중에 조영의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또렷하게 기억되는 것은 섬에서 보낸 시절이었다.

지엠 촌장님의 엄한 모습도 떠올랐다.


‘지난번에 섬에 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잠깐 하다가 다시 흐지부지되었구나.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한모와 함께 진지하게 의논해 봐야겠는데....사부들도 잘 지내고 계시겠지? 손으로 세기에도 힘들 만큼의 돈이 나에게 주어지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쪽 세계의 일들을 마무리하고 섬으로 돌아가고 싶긴 하지만, 조급해지면 안 돼. 정신 차리지 않으면 돈이라는 괴물이 나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마르코 사부의 가르침을 기억해야 해.’


상념에 잠겨 있던 조영은 여한모가 어깨를 두드리는 바람에 현실로 돌아왔다.

조영이 고개를 돌리자,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여한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고 계셨어요?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으셨어요. 신애씨 생각해요? 흐흐흐.“


“아니, 코 흘리던 시절의 한모 생각. 크크크.”


“보스, 그런 기억은 깨끗하게 싸~~악 지우셔도 되는 겁니다. 흐흐흐.”


“생각해 보자, 시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옛날의 한모 생각이 자꾸 나니까, 생각 안 하려면 쉴 새 없이 일해야 할 것 같다. 무슨 연락 온 거 있어?”


“흐흐흐. 흐흐흐.”


여한모는 조영의 질문에도 대답은 하지 않고, 특유의 이상한 웃음만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다 침 흐를라. 웃지만 말고 말해 봐. 마이클에게서 연락이 왔어?”


“보스, 아니 형님.”


여한모가 갑자기 조영을 꽉 끌어안았다.

조영이 4cm 정도 키가 더 크기는 했지만, 둘의 체격은 엇비슷했다.

조영을 끌어안은 여한모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지 여한모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조영에게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조영이 여한모를 떼어내지 않고, 손을 들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래, 고생했다. 한모야. 몇 번 말했지만, 네가 내 옆에 있어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고맙다. 한모야, 고마워.”


“저야말로 고맙지요, 진짜 코 질질 흘리던 꼬맹이를 이만큼 키워 주셨잖아요.”


“그래....그래....앞으로도 이렇게 항상 함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마음을 가라앉혀. 무슨 일인데 그래?”


여한모가 뒤로 한걸음 물러나면서 조영의 품에서 벗어나더니, 오른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뭐야, 설마 우는......거야? 무슨 일인데 그래?”


“흑. 아, 이럴 때 주책맞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네요. 형님, 축하드립니다. 마이클이 팔았대요. 옵션을요. 거의 다요. 지금 폭탄이 꽝. 정신이 없다는데, 우리가 기다릴까 봐 전화하는 거라고. 그쪽은 지금 정신이 없대요.”


여한모의 이야기는 두서가 없었다.

조영의 귀에는 [옵션], [마이클], [축하], [전화] 같은 단어들이 뚝뚝 끊기듯이 들어왔다.

조영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조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면서 여한모를 끌어안았다.

오른손을 들어 여한모의 뒤통수를 어루만져 주다가, 어깨를 쓰다듬어 주었다.


“고생했다. 한모야. 수고했어.”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호텔에서 체격 좋은 두 사내가 끌어안고, 서로의 등을 두들기고 있었다.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흩어 놓았다.

잠시 후에 조영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여한모와 떨어진 조영이 의자에 앉으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자, 다시 보고해봐. 마이클의 보고 내용은?”


“네, 보스. 마이클은 닛케이지수 하락에 베팅했던 옵션 상품의 80% 이상을 처분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청산한 금액이 미국 달러로 약 200억 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오늘 중으로 모두 청산하겠다고 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운용하던 옵션들도 청산 중입니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였습니다. 뉴욕과 싱가포르는 지금 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다더군요.”


조영도 금액을 듣고는 잠시 멈칫했다.

몇 차례 여한모와 함께 예상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는 했었지만, 막상 계좌에 그만한 현금이 들어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조영이 담배 연기를 천천히 빨아들이면서 호흡을 했다.

200억 달러라면 환율을 700원이라고 계산할 때, 한화로 약 14조 원이나 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보스, 오늘 밤에 파티를 하시죠? 오늘 같은 날을 기념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요. 흐흐흐.”


“그래, 하자. 파티. 오늘 밤은 신나게 즐겨보자. 흐흐흐.”


조영의 웃음도 여한모의 웃음과 비슷해져가고 있었지만, 본인은 깨닫지 못했다.


오후 6시.

마이클에게서 연락이 왔다.


[보스, 모든 옵션을 청산했습니다. 우리 계좌에 꽂힌 금액이 300억 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보스.]


[우와~~아]


마이클의 뒤에서는 난리가 났는지, 전화기 너머로 환호성과 비명, 괴성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수고했어요, 마이클. 한 주일 동안 특별 휴가를 주겠습니다. 비상 대기 요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밖으로 나가세요. 지금 당장요. 이건 명령입니다.”


[고맙습니다, 보스. 보스도 이쪽으로 건너오시죠?]


“이곳의 카지노 오픈을 마치고 건너가겠습니다. 일단, 오늘 밤 화끈한 파티를 하시고, 며칠 푹 쉬세요. 그동안 잠도 잘 못 잤잖아요? 체력을 회복하고 나서, 내가 뉴욕으로 건너간 후에 다시 파티를 하자고요. 아셨죠?”


[사랑합니다, 보스. 사랑합니다. 하하하.]


마이클의 사무실에서 또다시 엄청난 고함이 들려왔기 때문에, 조영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바로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여한모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그날 밤, 조영과 여한모는 개장을 앞둔 호텔의 바를 통째로 빌렸다.

손님을 받고 있지는 않았지만, 모든 시설과 서비스 인원은 준비가 된 상태였다.

일부러 리허설도 하는데, 실전을 하는 게 더 낫다는 여한모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정이었다.

한국에서 조영을 따라온 인원들도,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지만, 조영이 크게 한턱 쏜다고 하자 모두들 좋아했다.


광란의 파티가 시작되었다.

커다랗게 울리는 음악 소리에, 창고에 보관해두었던 술 중에서 원하는 것은 모두 가져와서 개봉했다.

값이 싼 술, 값이 비싼 술, 달콤한 술, 독한 술 온갖 종류의 술이 술병을 떠나서 각자의 잔에 넘쳐흘렀다.

술잔을 넘쳐흐르는 술을 닦을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이크를 잡은 사내들이 반주 음악도 없이, 목청을 높여 소리 지르며 노래를 불러댔다.

조영과 여한모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꾸밈없이 날것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술에 취해 넥타이를 집어 던졌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엉덩이를 흔들었다.

1병에 1천 달러가 넘어간다는 비싼 술을 서로의 머리 위에 부어 주며 낄낄거렸다.

정필모와 황문달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들의 식도를 통해서 술이 한 잔, 두잔 들어가자 그들도 겉옷을 벗어 던지고는 조영과 어울려서 몸을 흔들어댔다.

서로에 대한 체면이나,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예의나, 그런 것이 아무것도 없는 원초적인 몸짓들이 호텔의 바를 가득 채웠다.

나이 어린 사내부터 나이 든 사내까지, 각자가 뿜어내는 열기로 호텔의 바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 * *


1990년 3월 23일 금요일.

조영은 지난밤에 어떻게 방에 올라왔는지 기억이 없었다.

침대에 널브러져 있던 조영이 목이 타는 듯한 갈증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물병을 찾았다.

침대 옆에 물병과 술병이 뒤섞여서 굴러다니고 있었다.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움직여서 물병을 찾아낸 조영이 간신히 마개를 열고는 물 한 병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다량의 물이 들어가자 갈증이 다소 가라앉으면서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방은 난장판이었다.

조영이 입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내던져서 있었다.

바지는 소파 위에, 셔츠는 창가에 있었고, 넥타이는 보이지도 않았다.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킨 조영이 샤워실까지 간신히 몸을 움직여서, 샤워기를 작동시켰다.

차가운 물이 머리부터 쏟아지자, 피부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한참 동안을 찬물을 뒤집어쓰고 있던, 조영이 고개를 좌, 우로 흔들었다.

호텔의 바에서 마이크를 집어 들고, 악을 쓰며 노래를 부르던 기억과 술잔을 머리에 쏟아붓던 기억들이 끊긴 필름처럼 띄엄띄엄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숨을 내쉰 조영이 샤워기의 물을 잠그고, 커다란 타월로 물기를 닦다가 허리춤을 타월로 감싼 다음에 침실로 돌아왔다.

샤워실에서 침대로 돌아오는 길은 난장판이어서 발을 디디기가 어려웠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담뱃갑을 열어 보았지만, 들어있는 것이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조영의 눈에 바닥을 굴러다니는 멀쩡한 담배가 눈에 띄었다.

라이터는 저 멀리 바닥에 있었다.


담배와 라이터를 주워들은 조영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가 내뱉었다.

조영의 눈빛이 점차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침대를 쳐다보았다.

간밤에 잠을 험하게 잤었는지, 침대 시트가 절반은 빠져나와 있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불 속에 잠자고 있는 미녀가 눈을 뜨는 영화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니,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후에는 프랑크 레케제가 리허설을 위해서 방문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이제 일어나서 식사하고, 준비해야 할 시간이었다.

조영이 방문을 열고 나가자, 거실도 난장판인 것은 비슷했다.

굴러다니는 실내화를 찾아 신은 조영이 조심스럽게 걸어서 여한모가 사용하는 침실 앞에 섰다.

방문을 두들기려고 했지만, 여한모의 침실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여한모의 침실 풍경도 조영의 방과 비슷했다.

피식 웃은 조영이 침대로 다가가서 잠들어 있는 여한모를 내려다보았다.

근처에 굴러다니는 물병을 하나 집어 들어서 병마개를 열은 조영이 여한모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한모야, 일어나라. 점심때가 다 되어간다. 이제 일어나서 준비해야지. 오후 일정 있다.”


“끄으응.....”


어렵게 눈을 뜬 여한모에게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건네주자, 힘겹게 몸을 일으킨 여한모가 단숨에 물병 속의 물을 모두 마셔버렸다.


“으으으.....보스 지금 몇 시예요?”


“11시. 일어나서 샤워해라. 정신 차리고 와.”


조영이 발에 가로거치는 것들을 쓱쓱 밀어내면서 길을 만들고는 거실로 돌아 나왔다.

소파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자니, 어제의 일들이 띄엄띄엄 생각났다.


‘어휴....어제는 너무 마셨나 본데? 뉴욕에 가서 마이클과 마실 때는 적당히 조절해야겠어. 후후.’


이제 조영은 세계적인 부자의 대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조세회피 지역에 갈가리 찢어진 계좌들이기 때문에 세상이 조영의 부(富)를 알아줄 수는 없겠지만, 상관없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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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8-15 21.06.13 688 10 11쪽
189 8-14 21.06.12 686 7 11쪽
188 8-13 21.06.06 709 7 11쪽
187 8-12 21.06.05 706 8 11쪽
186 8-11 21.05.30 697 6 11쪽
185 8-10 21.05.29 69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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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8-8 21.05.22 705 6 11쪽
182 8-7 21.05.16 711 10 11쪽
181 8-6 +2 21.05.15 72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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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8-4 21.05.08 767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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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7-23 21.04.17 834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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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7-21 21.04.10 87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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