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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80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4.25 07:00
조회
854
추천
7
글자
11쪽

8-1

DUMMY

“아니, 사람이 점잖게 이야기를 하면 받아주고 그런 맛이 있어야지. 뭐가 그리 도도합니까? 오늘 아침에 나타난 왕자님을 믿고 그러는 거라면 큰 실수 하는 거야. 조만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테니까, 기대하라고.”


강도수가 발걸음을 옆으로 옮겨 이신애의 앞을 가로막으며 건네는 말을 들은 이신애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이, 강도수. 우리 자꾸 만나네. 다 씻었으면 자리를 비켜 주지? 사람이 많은 공동 생활하는 곳에서는 질서 있게 행동하는 것이 지성인의 기본자세 아니겠냐? 씻으러 가는 숙녀를 가로막는 것은 신사가 할 행동이 아닐 텐데, 그런 것은 배우지 못했나 보지?”


추리닝에 수건과 비누를 들고 다가오던 손현준이 강도수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손현준. 자꾸 내 일에 끼어들지 마라. 그러다가 후회할 일이 생긴다.”


손현준에게 한마디를 내뱉은 강도수가 걸음을 옮기고 이신애는 비어 있는 세면대로 향했다.

강도수가 손현준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손현준이 입을 열었다.


“강도수, 너야말로 후회하게 될 거다. 너는 손대지 말아야 할 것에 손을 댔고, 열지 말아야 할 문을 열어버린 거야. 한부 건설? 흥. 내 마음이 바뀌는 순간, 내년도에는 [폐업 사업자 명단]에서 한부 건설의 이름을 보게 될 거야. 지금까지는 집안의 힘을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며 살아온 나였지만, 어제 오늘 너의 행동 덕분에 22년간 가져왔던 생각을 바꿀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거든. 크크크.”


손현준이 내뱉는 말에 실려 있는 싸한 느낌에 걸음을 멈춘 강도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 손현준이 이신애가 씻고 있는 세면대로 향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신애야, 샴푸 가져온 거 있니? 나 좀 빌려주라. 미처 챙겨오지를 않아서 비누로 감게 생겼다.”


강도수가 고개를 돌려 손현준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흥, 인제 와서 손현준, 네 마음이 바뀐다고 해서, 너의 잘난 집안 어른들이 네게 힘을 줄 것 같아? 집안의 후계 구도에서 버려진 너와 나는 달라. 어떻게 다른지 내가 보여주지. 주어진 힘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을 알아야 하고, 연습이 필요한 거라고. 초보 운전인 네가 베테랑 드라이버인 나를 당해낼 수 있을 것 같아?’


MT에 참여한 학생들이 많다 보니, 씻고 짐 정리하는 데만도 꽤 시간이 흘렀다.

재빠르게 행동한 이신애와 고선미가 남들보다 먼저 짐을 정리하고, 숙소 앞의 벤치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빵빵.

검은색 대형 세단의 운전석 창문을 내린 강도수가 클랙슨을 울려 이신애의 주의를 끈 이후에 이신애에게 소리쳤다.


“이신애씨, 학교로 갈 거면 태워다 줄 테니 타요. 함께 갑시다. 옆에 있는 귀여운 여학생도 국문과인가요? 내가 신애 씨 얼굴을 봐서 함께 모셔다 드리지요, 어때요?”


고선미가 고급 승용차와 이신애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호기심을 보였다.


“우와, 언니. 강도수 선배가 정말 언니한테 관심 있나 본데요? 어때요, 탈 거에요?”


“됐어. 싫어.”


이신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여학생 숙소로 들어가 버렸다.

고선미가 이신애의 뒤를 따르면서도 힐끔힐끔 고개를 돌려 강도수와 승용차를 쳐다보았다.


“쳇. 비싸게 구는 계집이군.”


손에 들고 있던 선글라스를 착용한 강도수가 오디오의 볼륨을 높이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민박집을 빠져나갔다.


* * *


그날 저녁 한강 둔치 주차장.

서울에 올라온 이신애의 연락을 받은 조영은 이신애와 만나서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한강 변으로 드라이브를 나왔다.

이신애와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에 운전기사를 만류하고, 직접 차를 운전해서 나온 조영이었다.

일요일 밤의 한강 변은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용했다.


“오빠, 괜찮아요? 저녁 식사한 게 체한 거 아니에요? 땀이 꽤 많이 나는데요?”


이신애가 핸드백에서 분홍색 손수건을 꺼내서 조영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주었다.


“저녁 식사하고는 상관없어. 서울에서 처음 운전을 했더니, 조금 긴장해서 그런 것뿐이야. 예전에 한모가 서울에서 운전하는 게 왜 힘들다고 했었는지 이해가 되네. 하하하.”


“오빠, 오늘 운전이 처음이에요?”


“응, 싱가포르에서는 몇 번 해보았는데, 서울에서는 처음이지. 게다가 서울은 싱가포르와 운전 방향이 반대라서 더욱 헷갈리네. 어휴, 게다가 끼어드는 차들은 왜 그렇게 많은 건지...”


“호호호, 오빠. 다음부터는 그냥 곽 과장님한테 운전해달라고 하세요. 저는 과장님이 운전하는 차도 딱히 불편하지는 않아요.”


“으응. 곽 과장님한테 부탁을 해서 운전 연습을 좀 더 해야겠어. 그래도 여기까지 무사히 왔으니 다행이다.”


사실 무사히 온 것은 아니었다.

운전석이 반대쪽인 낯선 환경에, 서울 지리를 잘 모르는 조영은 식당 앞에서 운전기사인 곽종수 과장에게서 한강 둔치 공원으로 가는 상세한 설명을 들었지만 몇 번이나 헤매었다.

길을 몰라서라기보다는 차선 변경을 해야 하는 곳을 몇 차례 놓쳤기 때문이었다.

막무가내로 차량을 집어넣고 끼어드는 차들과, 방향 지시등을 켜고 있어도 양보를 해주지 않는 운전자들 덕분에 교차로를 몇 차례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서툰 조영의 운전 솜씨 덕분에 뒤에서 따라오는 수행원들이 타고 있는 차도 고생을 했지만, 조영이 거기까지 배려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서울에 이렇게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너무 좋아요, 오빠.”


이신애가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여서 조영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왔다.

실내에는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조영이 라디오의 채널을 이리저리 조작해서 다른 음악을 찾았다.

어느 순간 재즈풍의 선율이 흘러나오는 채널을 찾은 조영이 채널 돌리기를 멈추었다.

굵은 저음의 목소리를 지닌 아나운서가 사연을 하나 소개한 후에 틀어준 음악은 조영의 귀에도 익숙한 음악이었다.


[Fly me to the moon~]


“음악이 좋네요.”


“프랭크 시내트라 버전이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야. 신애와 함께 있는 순간에 이 노래가 흘러나오니까 기분이 더 좋아지는데? 잘 들어봐.”


조영이 오른손을 내밀자 이신애가 왼손을 포개어 주었고,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은 채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두운 창문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는 감미로웠고, 오디오에서 울리는 음악은 달콤했다.


[Darling kiss me, Fill my heart with song~]


프랭크 시내트라가 읊는 가사에 따르듯이 조영이 고개를 돌려 이신애의 부드러운 입술을 찾았다.

이신애도 피하지 않고 조영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실내는 젊은 남녀의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틀어놓은 히터에서 나오는 열기와, 차창에 부딪히는 빗방울과 두 사람이 뿜어내는 열기로 인해서 창문이 금방 뿌옇게 변해버렸다.

어두운 시간에, 비까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이 한적한 한강 변의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 안에서 두 사람의 달콤한 키스가 길게 이어졌다.

두 사람이 떨어져서 머리를 각자의 의자에 기대었을 때,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는 이미 끝난 후였다.


“오빠, 아까 그 노래 제목이 뭐에요?”


“응, [Fly me to the moon] 이야, 혹은 [In other words] 라고도 해. 1954년에 처음 발표된 곡인데 이후에 여러 가수들이 불렀어. 내가 좋아하는 것은 프랭크 시내트라 버전과, 조니 마티스가 부른 버전이야. 두 가수가 부르는 느낌이 조금 다르기는 한데, 둘 다 좋아. 힘들고 지칠 때 들으면 왠지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을 주거든.”


이신애의 손을 깍지 껴서 굳게 잡은 채로 정면의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바라보면서 조영이 조용하게 설명해 주었다.


“처음 듣는 곡인데, 느낌이 좋아요. 오빠가 좋아하는 노래라서 나에게도 좋게 들리나 봐요.”


“그래? 신애도 가끔 들어보면 좋아하게 될 거야.”


“알았어요, 아. 오빠. 아까 아침에 인사했던 손현준 선배가 경영학과의 강도수 선배와 아는 사이라고 하던데요. 강도수 선배를 조심하라고 저에게 경고 비슷한 걸 해줬어요. 어려서부터 아는 사이였나 본데, 강도수 선배가 집착이 심한 성격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조심할 테지만, 혹시나 오빠도 조심하세요.”


“그래? 손현준이라는 친구가 그렇게 말했단 말이지? 음....신애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불편하지는 않니? 이사할래?”


“이사요? 어디로요?”


“지금 집은 학원 다닐 때, 가까운 곳으로 찾아준 거였는데, 학교 입학했으니까 학교 가까운 곳도 좋고. 아무래도 아파트나 이런 곳이 보안성 측면에서는 좀 더 안전할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지금 사는 집은 동네에 불량배들도 있는 것 같아서 내가 마음이 안 놓여서 그래.”


“그래요? 저는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데, 오빠가 마음이 불편하면 이사할게요. 나는 오빠 마음이 편안한 게 좋아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신애야.”


조영이 다소곳이 말하는 이신애가 귀여운 듯, 고개를 돌려 이신애의 이마에 키스해 주었다.


“피~ 내가 무슨 어린애예요? 이마에다 자꾸 뽀뽀해주고? 그런데, 이사하려면 돈이 많이 들지는 않을까요? 지금 집도 오빠에게 크게 신세 지고 있는 건데......”


“이신애 씨. 지금 이신애 씨는 남자 친구인 김조영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죠? 이신애 씨가 앞으로 살면서 하게 될 걱정 중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남자 친구인 김조영의 돈 걱정이 될 겁니다. 내가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되니까, 전혀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없어. 알겠지?”


“오빠가 정말 그렇게 부자예요?”


“아마, 강도수 집안의 돈을 모두 긁어가지고 와도 나한테는 안 될걸? 하하하. 정확한 재산은 나도 몰라. 지금도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거든.”


“지금요?”


“응, 우리가 재즈를 한 곡 듣는 동안, 신애가 살고 있는 집의 값어치 이상의 재산이 늘어났을 수도 있을걸. 아마? 하하하.”


“에이, 농담도. 어쨌든 집 문제는 오빠가 알아봐 주세요.”


한참을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이신애가 조그맣게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는 걸 본 조영이 짓궂은 미소를 띠었다.


“우리 예쁜 신애 공주님, 졸립구나? 우리 자러 갈까?”


“예? 지금요? 나는 그냥 어제 밤늦게까지 술 마셔서 잠깐 졸린 거예요.”


“누가 뭐라고 했나? 어제 MT 다녀왔으니 당연히 피곤하겠지. 알아, 이해한다고. 그런데 무슨 상상을 했길래, 우리 신애 공주님의 볼이 빨개졌을까?”


“아..아니, 오빠가 자러 가자고 하니까......그냥....”


“신애가 졸린 것 같아서 집에 데려다준다는 의미였는데? 그게 얼굴 빨개질 만한 이야기였나?”


조영이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과장된 목소리로 이신애를 놀려댔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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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8-12 21.06.05 706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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