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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704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7.03 07:00
조회
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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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1쪽

8-20

DUMMY

“이따가 뵙겠습니다, 김 사장님.”


현관 근처에 한부 건설 직원들의 시선이 있었기 때문에 정필모는 조영에게 [보스]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여한모가 차를 한 바퀴 돌아서 조영의 옆자리에 올라타고 문을 닫자 기사가 차를 출발시켰다.


“한모야, 강희수?”


“한부 철강 강태민 사장의 무남독녀 외동딸입니다. 그룹 전략실에서 과장으로 있는데, 그동안은 큰 존재감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강정훈 회장이 손자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2세 후계는 강태민, 3세 후계는 강태수 사장의 두 아들 중 하나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예측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강희수를 보니까 기존 보고를 다시 되짚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응,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저 상태로 성장하면 강력한 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야.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오늘 강태수를 본 소감은 어떠십니까?”


“강태수 말고, 강정훈 회장을 보게 될 날이 기대되는구나.”


조영이 뒷좌석에 깊숙이 몸을 묻으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조만간 그럴 날이 올 겁니다, 보스. 오늘이나 내일이면 일본에 떨어지는 폭탄으로 난리가 날 테니까요. 흐흐흐.”


운전기사는 말없이 차를 몰아, 김포 공항으로 향했다.


* * *


한부 철강 사장실.

강태민 사장이 일인용 소파에 앉아 있고, 이기석 전무와 강희수 과장이 강태민의 옆자리에 마주 보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늘 주주 총회장 분위기는 어땠느냐?”


“주총꾼들 몇이 분위기를 흐리기는 했지만, 무난했습니다. 한부 건설 강태수 사장의 손을 들어주는 우호 지분이 많아서, 경영진 선임과 유임에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새로 이사로 선임된 유만호 이사는 의외였습니다. 기존 국내 건설업계에서 크게 존재감이 있던 인물은 아닙니다. 상세한 내용은 다시 파악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포르투나의 정필모 사장은 강태수 사장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오늘 총회가 끝난 이후에 복도에서 잠시 만났는데, 아주 반갑게 인사들을 나누더군요. 내년을 대비해서 정필모 사장 쪽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기석 전무가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고했다.


“그렇군. 강 과장 느낌은 어땠어?”


“이 전무 보고와 비슷합니다. 어차피 사전에 합의된 대주주들의 의사가 반영된 요식행위에 가까웠으니까요, 다만 정필모 사장과 유만호 신임 이사와의 관계를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필모 사장에게 투자했다는 젊은 남자가 있었습니다. 김조영이라고 이름을 밝혔는데, 명함도 주지 않더군요. 비서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다니는 분위기로만 봐도 범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정필모 사장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정필모 사장보다는 김조영이라는 남자 쪽을 깊이 파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장님. 김조영이라는 사람이 정필모 사장의 배후라고 보기에는 너무 젊습니다. 게다가 과장님이 먼저 명함을 건네주고 식사를 청하는데 거절하는 것을 보면 예의도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과장님이 그룹의 후계자 물망에 올라 있다는 정보를 접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냥 부모에게서 큰 재산을 물려받은 졸부처럼 보였습니다.”


“허허허. 이거 두 사람의 시각이 완전히 천양지차이군. 뭐, 좋아. 어쨌든 사람 한 명 조사하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일단은 뒤를 캐 보도록 해. 그리고, 강 과장은 그룹에 돌아가면 회장님께 오늘 일에 대해서 상세하게 보고 드리도록 해. 특히 태수가 정필모라는 작자에게 휘둘리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해드려. 종이 보고서에 나오지 않는 분위기를 말씀드리는 것을 회장님은 좋아하신다. 명심하도록 해라.”


“명심하겠습니다, 사장님.”


강희수를 바라보는 강태민의 눈빛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아....참. 희수 저 아이가 사내였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으면 오늘날, 태수와 이런 싸움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 아쉽구나. 아쉬워.’


* * *


강도수의 방은 엉망진창이었다.

곳곳에 옷들이 널려 있었고, 커다란 여행용 가방도 굴러다니고 있었다.


“제기랄....”


소파에 앉은 채로, 다리를 길게 뻗어 테이블에 올려놓은 강도수는 담배 연기와 함께 한숨을 내뿜었다.

지난주에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와 호텔 방에 있다가 아침에 쳐들어온 회사 직원들에 의해서 강제로 집으로 끌려온 이후에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집에 들어온 저녁에는 퇴근한 강태수 사장에게 손찌검을 당하기도 했다.

강태수 사장의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것을 확인한, 어머니도 감히 끼어들지 못하고 있는 동안, 강도수는 몇 차례나 뺨을 얻어맞았다.

어쩔 수 없이 강도수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깁스한 오른손 때문에 불편했지만, 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버지의 눈 밖에 난다는 것은, 지금까지 누려오던 풍족한 생활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강도수는 필사적으로 강태수 사장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여를 욕설과 손찌검을 해 댄 강태수 사장이 지쳤는지, 소파에 앉으며 비서를 부르자 수행비서가 서류 뭉치를 하나 가져와서 강도수에게 전해주었다.

지금 바로 강도수의 발밑에 깔려 있는 서류였다.

서류는 한국대학교의 휴학 처리가 완료되었다는 내용과, 뉴욕의 대학 입학서류, 숙소, 비행기 표 등이었다.

아버지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미국에 가서 조용히 공부하다가 돌아오라고 했다.

강도수는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후 집에 갇혀 있던 지난 5일간 집 밖으로 나간 것은 병원 치료를 위한 외출뿐이었다.

그것도 경호원들이 바짝 붙어있어서, 다른 곳으로 내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유학 갈 짐을 싸겠다고 가방을 펼쳐놓고, 옷들을 챙기다가 불현듯 화가 난 강도수는 천장을 향해 움직이는 담배 연기를 바라보았다.

담배 연기 속에서 비웃는 조영의 모습과, 이신애의 모습이 함께 떠올랐다.


으드득.


조영과 이신애를 생각하자, 자기도 모르게 이빨에 힘을 주게 되는 강도수였다.

강도수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크게 잘못한 일은 없었다.

예쁜 여자를 마주치고, 관심을 표하고, 하룻밤 흥겹게 노는 것은 강도수뿐만 아니라 강도수의 주변에 있는 친구들은 모두 하는 일상이었다.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은 모두 대한민국에서는 어깨에 힘을 주고 사는 집안의 자제들이었다.

돈이든 권력이든 부모가 마음껏 내주는 집안에서 자란 비슷비슷한 놈들이었다.

강도수와 친구들이 관심을 표시해주면, 상대 여자들 대부분은 오히려 좋아했다.

강도수가 사주는 비싼 술과, 화려한 옷을 좋아하는 여자들은 강도수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집에 잡혀 들어오기 전에 마지막 밤을 함께 보냈던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나이트클럽에서 룸에서 술을 먹는다는 게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던, 여자는 호텔 방까지 따라오면서 싫어하기는커녕 강도수를 꼬셔서 여자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이신애는 조금 달랐다.

게다가 이신애에게 접근할 때마다 마주친 조영은 아주 재수 없는 놈이었다.

키 크고, 잘생기고,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면 돈도 많은 것 같았다.

주먹도 강했다.

방에 갇혀 있는 동안 강도수의 머리에 가득한 생각은 조영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예전에 아버지의 회사에서 가끔 일거리를 주던, 깡패 조직을 이용해서 조영을 혼내주려던 계획도 실패로 돌아갔었는데, 지금은 아버지에 의해서 신용카드도 사용할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조영에 대한 미움과 어찌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들 때마다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치솟아 올랐지만, 달래줄 방법이 없어서 담배만 피워대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술을 마시면 깁스하는 기간이 길어질 거라는 의사의 반협박에 차마 술을 마실 수는 없었다.

담배 연기 속에서 지용민의 얼굴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히트맨]이 문득 생각났다.

지용민은 미국에서는 [히트맨]을 고용하는 것이 비용도 비싸지 않고, 아주 깔끔하다고 이야기했었다.

꽁초를 버리고 새 담배에 불을 붙인 강도수의 머릿속에 [미국, 뉴욕, 히트맨, 조영, 이신애]와 같은 단어들이 맴돌면서 혼자만의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소파 주변에는 비어버린 담뱃갑들이 몇 개 굴러다니고 있었다.


* * *


1990년 3월 22일 목요일.

오전 일찍 라스베이거스 매캐런 국제공항에 도착한 조영 일행은 곧바로 시내 호텔로 이동했다.

라스베이거스 공항은 시내까지의 접근성이 좋기로 유명한 곳답게, 수속을 마치고 나서 차에 오르자 20분 정도 만에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 룸으로 안내를 받고, 샤워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다가 점심 식사는 호텔 식당에서 먹었다.

이번에 조영을 따라서 라스베이거스에 온 인원은 꽤 많았다.

정필모와 정필모의 직원들, 황문달과 직원들 몇 명이 동행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인들에게 미국으로의 여행이나 출장은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 일이었고,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괜찮겠다고 하는 여한모의 제안에 조영이 흔쾌히 사인해줌으로써 단체 미국 출장이 이루어졌다.

점심 식사 이후에는 호텔에서 운영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직원들은 라스베이거스 단체 관광을 내보냈다.


조영과 여한모는 호텔의 룸에 머물렀다.

오늘이 드디어 도쿄에 폭탄을 투하하는 날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자마자 뉴욕과 싱가포르에 전화 통화를 통해서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진 것을 확인했지만, 조영도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작전의 시작 명령은 내려졌고, 이제 결과를 기다려야 할 순간이었다.

실제 전투에 임한 마이클이 부담스러울까봐 이쪽에서는 전화도 걸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이곳 시각으로 오후 4시, 일본 도쿄의 시각으로는 아침 9시부터 작전이 시작되었다.

여한모가 수시로 전화를 걸어서 닛케이지수를 확인했다.

도쿄 증시는 개장하자마자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었고, 개장 시간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닛케이지수가 30,000 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조영의 옆에 앉은 여한모도 긴장되는지 연신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조영이 창가로 가서, 창문을 양옆으로 활짝 열어젖혔다.

13℃ 가 조금 넘을 거라는 일기 예보가 있었는데, 한국의 봄 날씨 같은 기온이었다.

차갑지는 않지만, 방안에 가득한 담배 연기보다는 깨끗한 공기가 조영의 얼굴을 간질었다.

주식 시장이 개장한 지 1시간이 지나도록 닛케이지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는 조영의 눈동자에는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풍경이 비치고 있었지만, 조영의 뇌에까지는 전달되지 않았다.


조영의 머릿속에는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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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8-12 21.06.05 707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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