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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702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5.16 07:00
조회
711
추천
10
글자
11쪽

8-7

DUMMY

순대 타운을 빠져나온 조영과 국문과 학생들은 심혜성이 앞장서서 안내하는 호프집으로 이동했다.

호프집 사장이 단체 손님을 몰고 들어오는 심혜성에게 아는 체를 하면서 반갑게 맞아주는 것을 보니, 심혜성의 단골집인 듯했다.

고선미가 조영의 옆에 서서 재잘거리고 있었고, 조영의 한쪽 팔에 팔짱을 끼고 걷고 있는 이신애의 표정도 많이 풀려 있었다.

둘만의 데이트를 방해받은 것은 아쉽지만, 국문과 동료 학생들이 조영의 외모를 칭찬하는 것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자, 이쪽으로 앉으시면 됩니다.”


호프집 사장에, 종업원까지 나와서 인원들에게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호프집 벽면 한쪽의 테이블들을 여러 개 길게 이어 붙여서 급조한 단체석은 여러 명이 앉기에 좁지는 않았다.

조영과 이신애가 테이블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고선미가 조영의 오른쪽에 심혜성이 조영의 맞은편에 앉았다.

함께 온 학생들이 자리를 잡느라고 어수선한 가운데, 조영의 앞으로 메뉴판이 쓱 내밀어졌다.

조영이 메뉴판을 밀어주는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고개를 들자, 심혜성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제부님, 오늘 안주는 뭐로 할까요?”


“글쎄요, 어떤 게 좋을까요? 다들 잘 드시는 것으로 주문하시죠.”


“정말요? 형부, 그럼 저희가 먹고 싶은 거로 시킬게요?”


조영의 오른쪽에서 경쾌한 목소리로 물어보는 고선미를 바라보며 조영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래요, 드시고 싶은 거로 시키세요. 사실 어떤 게 맛있는지 나는 모르니까요. 신애야, 신애도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골라 봐.”


조영이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며 이신애가 안주를 선택할 수 있도록 메뉴판을 옮겨 주었다.


“음....저는 오징어와 땅콩으로 먹을게요.”


테이블 이쪽, 저쪽에서 메뉴 선정을 놓고 요란한 소리들이 한참을 이어진 후에 종업원이 양손 가득히 500cc 맥주잔을 들고 왔다.

맥주잔을 한 잔씩 앞에 놓은 학생들이 고개를 내밀어서 조영과 이신애를 바라보았다.


땡땡땡.


“자,자. 다들 잠깐만 집중해 주세요.”


심혜성이 숟가락을 들어서 맥주잔을 두들겨서 소리를 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우리는 참담함과 기쁨이 함께 하는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한국대 국문과에 혜성같이 나타나서 여신의 칭호를 획득한 이신애 학우가 이미 마음에 둔 남자가 있다는 사실에 많은 남학생들이 충격을 받았고, 그 남자 친구의 외모가 영화배우를 뺨친다는 사실을 목격한 여학생들의 참담함 또한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거창하게 시작하는 심혜성의 말에 조영은 ‘이게 뭔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주변의 학생들은 ‘또 시작이구나’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고진이면 감래요.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참담한 소식에 뒤이어서, 그 남자 친구가 우리 국문과 학생들을 위하여 오늘 거하게 한 잔 쏘신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곳 [한국 호프]에 발길을 내디딘 지 몇 년 만에, 그야말로 처음으로 이곳 주방장님의 모든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런 말입니다. 오늘 마음껏 술을 드시고, 그동안 먹고 싶었지만 얇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맛보지 못했던 산해진미를 드셔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여러 학우들을 축하하면서 오늘 이 자리의 계산을 맡아주실, 이신애 학우의 남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여러분 박~~~수!”


심혜성은 마치 밤무대의 진행자 같았다.

심혜성의 신호를 받은 조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들려왔다.


“꺄~~악. 오빠, 너무 잘 생겼어요. 신애 언니 다음으로 저를 후처로 삼아주세요~.”


“오빠, 오늘부터 팬이에요. 친구분 소개시켜 주세요~.”


여대생들은 집단의 힘에 취했는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남사스러운 대사를 내뿜었다.


“안녕하십니까? 방금 소개받은 이신애의 남자 친구인 김조영입니다. 사실 신애를 알고 지낸 지는 조금 되었는데, 연인이 되자고 고백한 것은 며칠 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이 MT를 갔었던 대성리의 아침 산책로에서 신애에게 제 마음을 고백하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어찌 보면 내가 신애에게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은, 국문과 여러분들이 MT를 갔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 한 잔의 술과 안주를 대접하겠습니다. 마음껏 드시고, 즐기시고 처음 대학 생활을 맞이하는 우리 신애를 주위에서 잘 돌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자, 다 같이 잔을 들고 한잔하시죠.”


조영이 인사말을 마치고 자신의 맥주잔을 들자, 주위의 학생들이 모두 맥주잔을 높이 들었다.


“이신애와 잘생긴 오빠의 사랑을 위하여~.”


“두 분이 결혼하는 그 날을 미리 축하하며, 위하여~.”


여기저기서 외쳐지는 ‘위하여’에 맞춰서 다 함께 잔을 부딪치고는 다들 벌컥벌컥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단숨에 마셔버린 학생들도 몇 있어서, 종업원들이 새로운 맥주를 가져오느라 바빠졌다.

거의 20여 명이 모인 테이블당 두 종류씩 10개나 되는 안주들이 세팅되었고, 빈 맥주잔이 생겨날 때마다 종업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근데, 오빠는 몇 학년이에요? 어느 학교 다니세요?”


고선미가 조영에게 질문을 던지자, 주변의 몇몇 여학생들의 시선이 빠르게 쫓아왔다.

이신애가 눈가에 힘을 주면서, 고선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조영이 왼손으로 이신애의 오른손을 부드럽게 잡아주며 말렸다.


“음, 나는 대학을 다니지 않아요. 부모님이 한국인이지만, 나는 일 때문에 싱가포르에 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요? 우와, 신애 언니도 싱가포르 가봤어요?”


“싱가포르에서 신애 만나러 온 거예요? 아니면 휴가?”


“지난주 토요일 오후까지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토요일 저녁에 갑자기 신애가 미칠 듯이 보고 싶어졌고, 밤 비행기를 뒤져서 아침에 여러분들이 갔던 MT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하하하.”


조영의 담담한 대답에 여학생들의 눈에는 하트가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어머, 너무 로맨틱하다. 소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클라크 게이블 같은 미소야. 아, 신애 언니보다 내가 오빠를 먼저 만났어야 하는 건데....”


“기집애, 네가 먼저 만났었다고 해도 조영 오빠가 너에게 마음을 줬겠니? 신애만큼은 예뻐야 하는 거지.”


“하하하”


“호호호”


여학생들의 수다에 휩싸인 호프집은 정신이 없을 만큼 시끄러웠지만, 젊은 활기가 넘쳐서 좋았다.

여러 명의 학생들이 조영과 이신애의 앞자리에 찾아와서 인사를 나누고, 궁금한 것을 묻고,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해주었다.

조영은 그때마다 감사의 인사를 건넸고, 이신애의 학교생활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조영의 응대는 부드럽고, 미소는 멋있었다.

이신애는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조영을 보면서, 조영과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 너무 행복해. 기분 좋아.’


한참을 즐겁게 웃고 떠들던 중, 조영의 맞은편에 거칠게 맥주잔을 올려놓는 사람이 있었다.

이신애는 옆자리의 학생들과 떠드느라고 조영에게 말을 거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신애를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조영과 눈을 마주친 상대가 입을 열었다.


“싱가포르에서 밤 비행기로 서울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능력이 대단하신가 봅니다?”


“아, 지난번 MT 장소에서 인사 나눴던 분이군요. 손현준 씨? 목소리가 좋아서 기억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반갑군요.”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킬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만한 능력을 갖고 계십니까?”


이유를 모르는, 손현준의 도발적인 질문에도 조영의 표정은 밝았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지킬 수 있어야 하는 시대죠. 나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머나먼 싱가포르에서 서울에 있는 연인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겁니다. 신애가 우리 국문과의 여신이라는 소문은 들으셨죠? 아마, 한 달 이내에 인문대학 전체 여신으로 등극할 겁니다. 노리는 늑대들이 셀 수 없이 달려들 겁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손현준 씨도 그런 늑대 무리의 일원인가요? 왠지 모르지만, 내게는 손현준 씨에 대한 경계심이 생기지 않는군요. 적으로 만나게 될 것 같지는 않은데요?”


“흥, 그런 판단을 하기에는 섣부르지 않나요? 당장, 대성리에서 마주쳤던 경영학과의 강도수가 신애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나요?”


“나에게 호의를 갖고 경고를 해주러 온 거군요, 맞나요?”


조영이 웃으며 손현준을 바라보았다.


“글쎄요, 신애에 대한 호의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말씀드렸듯이 내가 싱가포르에 있어서, 서울에 없는 시간이 많아요. 신애의 학교생활을 잘 돌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이것 보세요, 아저씨. 지금 나는 신애를 노리고 있는 강도수에 대해서 말하는 거라고요. 그런 식으로 농담으로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강도수라는 녀석에 대해 잘 모르시나 본데요.”


“알죠. 강도수. 한부 건설 강태수 사장의 둘째 아들. 경영학과 87학번. 4학년.”


강도수에 대한 정보를 말하고 있을 때도, 조영의 표정은 웃고 있었다.

주위 학생들은 삼삼오오 웃고 떠드느라 두 사람의 대화에 관심이 없었다.


“최근에는 좀 더 재미난 것도 들었어요. 손현준. 대현 그룹 손영주 왕 회장의 손자. 대현 자동차 손우몽 사장의 둘째 아들. 과거에는 손영주 왕 회장의 총애와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그룹 경영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종종 나타내어 손영주 회장이 아쉬워함. 어때요? 재미난 소식이지 않나요?”


“당....당신 누굽니까? 어....어떻게?”


“나는 손현준 씨가 23살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나보다도 한참 어리다는 것을 알고 있죠. 아저씨나 당신이라는 표현은 좀 거북하군요. 어때요, 나를 형님이라고 부를 생각은 없나요? 나는 당신과 신애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무....무슨?”


“내가 손현준 씨가 우리 신애에게 이성으로서의 관심이 있는 것을 몰랐으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내 생각에는 지금 술자리에 있는 국문과 학생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요?”


“나....나는.....저는 신애를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좋은 동생으로.....”


“바로 그거에요. 손현준 씨가 우리 신애를 예쁜 동생으로 생각하듯이, 나도 손현준 씨를 멋진 남동생으로 생각하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아,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내가 대현이라는 이름 때문에 손현준 씨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대현이 한국에서 이름값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싱가포르에서는 그냥 외국 기업일 뿐입니다. 자, 어때요. 나는 목소리가 멋진 손현준 씨를 동생 삼고 싶은데요? 팁을 주자면, 이런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기회를 잡을 건가요?”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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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8-14 21.06.12 686 7 11쪽
188 8-13 21.06.06 710 7 11쪽
187 8-12 21.06.05 707 8 11쪽
186 8-11 21.05.30 698 6 11쪽
185 8-10 21.05.29 696 8 12쪽
184 8-9 21.05.23 723 7 11쪽
183 8-8 21.05.22 705 6 11쪽
» 8-7 21.05.16 712 10 11쪽
181 8-6 +2 21.05.15 726 10 11쪽
180 8-5 21.05.09 776 9 11쪽
179 8-4 21.05.08 767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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