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75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5.29 07:00
조회
695
추천
8
글자
12쪽

8-10

DUMMY

경호원들이 조영을 한쪽으로 잡아끌어서 진정시키는 동안, 한 명은 겉옷을 벗어서 여자의 상체를 덮어 주었다.


우웩.


쓰러져 있던 사내가 토악질을 시작했다.

조명 불빛에 비친 사내는 강도수였다.

그때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려던 여자 한 명이 남자들이 잔뜩 몰려 있는 상황을 보더니, 손으로 입을 막고는 카페로 달려갔다.

잠시 후에 카페의 종업원들이 쫓아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카페 종업원의 다급한 외침을 뒤로 한 채로, 조영이 밖으로 나와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뒤따라온 경호원이 조영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어떻게 처리할까요?”


“한국에서는 이럴 때 어떤 식으로 처리가 됩니까?”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에게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성범죄는 친고죄(親告罪:피해자 등이 직접 고소를 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 한국에서는 2013년 6월 19일 폐지되었음. 작가 주(註)) 라는 조항이 있어서 피해자가 신고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를 본다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한 것은 회사에 문의해야 합니다.”


“범행을 저지르려던 남자가 누군지 알고 있습니까?”


“네, 보스를 모시면서 사전 교육을 받았습니다. 한부 건설 강태수 사장의 아들인 강도수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를 봤을 때,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한부 쪽에서 피해자와 합의를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겠군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통상적으로는 그런 경우들이 많다는 항간의 소문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은 얼마 없습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여기에서 저 자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이미 카페 종업원들이 왔기 때문에 더 이상의 관여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습니다. 일단 경찰을 불러 주시고, 우리는 돌아가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보스.”


경호원이 화장실로 돌아가는 모습을 본, 조영이 꽁초를 내던지고는 카페로 돌아갔다.


“오빠, 속이 안 좋아요? 괜찮아요?”


“응. 별일 아니야. 이제 시간도 늦었는데 그만 집으로 갈까?”


“그래요.”


조영의 표정이 딱딱해진 것을 눈치챈 이신애가 빠르게 짐을 정리했다.

여한모가 선물해준 휴대전화를 소중하게 챙긴 이신애가 조영을 따라서 카페를 나와 차로 함께 걸어갔다.


“화장실 쪽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사람들도 몰려 있고 어수선하네요?”


“별일 아닐 거야. 차에 타자. 곽 과장님이 기다리시겠다.”


조영과 이신애가 차에 오르자, 곽종수 과장이 곧 차를 출발시켰다.

조영이 탄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경광등을 번쩍이며 경찰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신애를 집 앞에 내려주고 작별의 입맞춤을 나눈 조영이 다시 차에 오르며 담배에 불을 붙였을 때, 여한모가 선물해 준 전화에서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보스, 접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어떤 조치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급한 일은 아니니까, 집에서 이야기하자. 나는 지금 신애를 집 앞에 내려주고, 집으로 출발했다. 지금 가면 아마....”


조영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자, 운전하면서 조영의 통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지 곽종수 과장이 대답해 주었다.


“평창동까지 20분 정도 걸립니다, 보스.”


“집까지 20분 정도 걸린단다. 나중에 얘기하자.”


[알겠습니다, 저도 이제 말숙이를 집에 데려다주는 길이니까, 한 40분 정도면 집에 도착할 겁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조영이 버튼을 조작해서 창문을 내렸다.

강한 바람에 담배 연기가 빨려 나갔다.

찬바람을 얼굴에 맞자 열기가 가셔지고 있었다.


‘악연이군, 악연이야. 짐승 같은 새끼. 물려받은 피가 그런 것인가?’


실내 거울을 통해 조영을 흘깃 바라본 곽종수 과장이 차의 속도를 높였다.

평창동 집에 도착한 조영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오빠, 저예요. 신애. 집에 잘 들어가셨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어요.]


“응, 잘 들어왔어. 이제 막 샤워 끝내고 나왔는데 딱 맞춰서 전화했네?”


[그래요. 다행이에요. 오늘 너무 고맙고, 죄송해요.]


“고마운 건 기억하고, 미안한 건 잊어버려. 그리고, 신애 네가 미안할 일은 하나도 없었다. 하하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오빠.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신애도 피곤할 텐데 잘 자라. 또 연락하자.”


똑똑똑.

조영이 전화를 끊고 침대에 휴대전화를 내던질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보스, 주무십니까? 한모입니다.”


“응, 들어와.”


여한모는 방금 들어왔는지 외출복 차림이었다.


“들어왔으면 씻고 쉬지, 뭐 하러 올라왔어?”


“보스가 발정난 짐승 한 마리를 때려잡았다고 하는데, 쉬는 게 대수이겠습니까? 괜....찮으세요?”


“기분이 좀 안 좋긴 하지만, 신경 쓸 만큼은 아니다. 아까는 많이 흥분됐었는데 지금은 가라앉았어.”


“다행입니다, 저도 없는 자리여서 걱정했습니다. 보스가 화나면 제지해 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너 말고도 있었어. 한 과장이었나? 좋은 눈빛과 빠른 상황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더구나.”


“아, 그래요? 한 과장이 보스를 말렸어요? 워우~ 그 양반이 보기보다 강단이 있었네요? 흐흐흐.”


“그래, 한 과장 아니었다면 오늘 송장 하나 치울 뻔했다. 이곳이 법치주의 국가라는 것을 일깨워 준 한 과장 덕분이야.”


“나중에 전용수 본부장에게 이야기해서 보너스라도 지급해야겠군요. 그나저나 강도수 그 새끼는 어떻게 할까요?”


“글쎄다. 지금 씻을 게 아니면 앉아서 이야기하자.”


침대 옆에 있는 작은 탁자를 앞에 두고 조영과 여한모가 마주 앉았다.

여한모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들면서 조영에게 눈짓으로 물었다.

조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한모가 담배를 꺼내어서 조영에게 한 대 건네주고 자신의 입에도 하나를 물었다.

여한모가 라이터로 조영의 담배에 불을 붙여 준 후에, 자신의 담배에도 불을 붙였다.

두 사람이 담배를 피워 대자, 침실에 담배 냄새가 자욱해졌다.


“저녁 무렵에 황문달 사장에게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황 사장의 조카가 잡지사에 근무하던 거 기억하시죠?”


“기억하지. 지난번 최정식 사건 때 도움을 받기도 했잖아?”


“네. 그 잡지사 이름이 [주간 서울]이라고 하는데, 황 사장의 조카와 함께 일하는 기자가 곽민철이라고, 목포에서 함바 사건 폭로할 때 역할이 컸던 기자입니다. 그 사건 때부터 황 사장하고는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었는데, 어제 오후에 연락이 왔답니다. 회사의 재정 상태가 어렵다고 혹시 투자자를 연결해주거나, 인수자를 찾아줄 생각이 있느냐고요?”


“기자를 통해서 황문달 사장에게 연락했다는 건, 우리를 염두에 두고 건네진 제안이겠군?”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최정식 사건 때 우리가 지원해 준 자금을 보면서 우리의 자금력을 추정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쪽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제 생각에는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에 오면서 생각해 봤는데, 비록 삼류 잡지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여론화의 불쏘시개 역할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자금을 투입해서 규모를 확장할 수도 있고요. 앞으로 한부나, 윤광 그룹 등과 싸울 때도 그렇고, 정필모 사장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은 언론의 자유가 많은 나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힘이 제법 강한 나라라는 생각을 그동안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언론을 확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그럴듯하군. 황 사장하고 얘기해서, 저쪽 경영진이 생각하는 바를 확인해 보고 추진해봐. 단, 투자는 말고 하려면 인수로 해.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번거롭기만 하다.”


“알겠습니다, 보스.”


마지막 한 모금을 빨아들인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여한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강도수 사건을 [주간 서울]측에 흘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실명을 쓸 수는 없고, 대충 이니셜로 [재벌 그룹 3세의 일탈]과 같은 정도의 기사를 내보내는 겁니다. 분명히 한부 그룹 강정훈 회장에게도 보고가 될 겁니다. 그러면, 강태수 사장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겠지요. 강태민 한부 철강 사장 쪽에서는 기회를 잡은 이상, 사건을 확대시키려고 할 수도 있고요. 궁지에 몰리게 된 강태수 사장은 정필모 사장의 제안에 대해서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게 될 겁니다. 강도수가 일으킨 사건 덕분에 강태수 사장이 우리의 덫에 발을 디밀게 되는 거지요.”


“한모 네 말대로 될 가능성도 있겠군. 정 사장에게도 연락해서, 좀 더 강하게 한부 건설을 압박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에 일을 진행하고 관련 사항은 따로 보고하겠습니다. 아, 방금 재미있는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밤이 늦었지만 잠시 정필모 사장을 깨워야 하겠는데요? 흐흐흐. 그럼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쉬십시오.”


“그래, 너도 내려가서 쉬어라. 아, 그리고 오늘 선물 고마웠다. 신애가 좋아하더구나. 신애도 너에게 고맙다고 꼭 전해달라고 하더라.”


“흐흐흐, 별거 아닙니다. 제가 마카오에 한 번 더 다녀오면, 차를 한 대씩 선물해드릴 생각입니다. 흐흐흐.”


여한모의 과장된 웃음에 조영도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여한모가 방을 떠나고, 담배를 끈 조영이 양치질을 하기 위해 세면대로 향했다.

파란만장했던 화이트데이가 끝나가고 있었다.


* * *


1990년 3월 15일 목요일.

한부 건설 사장 비서실 07:30.

비서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엄태형 비서실장을 향해서 먼저 출근해있던 비서실 직원들이 우렁찬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실장님.”


“좋은 아침~”


직원들의 인사에 답례를 해 준 엄태형 실장이 얇은 코트를 벗어서 옷걸이에 걸고 막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비서실의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한부 건설 비서실입니다. 네? 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실장님, 2번에 전화 와 있습니다. 그룹 비서실의 장 부장님이십니다.”


“장 부장님이? 알았어.”


전화가 오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라서, 전화를 받는 엄태형 실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여보세요, 전화 바꿨습니다. 엄태형입니다.”


[여보세요? 나, 그룹 비서실의 장덕현 부장입니다.]


“네, 이른 시각에 무슨 일이십니까, 부장님?”


한부 건설의 비서실장인 엄태형 실장은 전무급이었지만, 전화를 거는 그룹 비서실의 장덕현 부장은 상무급이었다.

그러나, 그룹의 상무는 계열사 직급보다 한 단계 위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

장덕현 부장이 상무급이었지만, 계열사의 전무급인 엄태형 실장보다 끗발이 센 위치였다.


[엄 실장님, 전화 받는 목소리가 한가한 걸 보니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장덕현 부장의 목소리에는 비아냥거림이 다분히 묻어 있었다.

전화를 받는 엄태형 비서실장의 얼굴 표정이 찡그려졌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8 8-23 21.07.11 650 8 11쪽
197 8-22 21.07.10 642 8 11쪽
196 8-21 21.07.04 674 10 11쪽
195 8-20 21.07.03 691 10 11쪽
194 8-19 21.06.27 686 10 11쪽
193 8-18 21.06.26 679 8 11쪽
192 8-17 21.06.20 691 7 11쪽
191 8-16 21.06.19 669 10 11쪽
190 8-15 21.06.13 688 10 11쪽
189 8-14 21.06.12 686 7 11쪽
188 8-13 21.06.06 709 7 11쪽
187 8-12 21.06.05 706 8 11쪽
186 8-11 21.05.30 697 6 11쪽
» 8-10 21.05.29 696 8 12쪽
184 8-9 21.05.23 723 7 11쪽
183 8-8 21.05.22 705 6 11쪽
182 8-7 21.05.16 711 10 11쪽
181 8-6 +2 21.05.15 725 10 11쪽
180 8-5 21.05.09 775 9 11쪽
179 8-4 21.05.08 766 10 11쪽
178 8-3 21.05.02 824 7 11쪽
177 8-2 21.05.01 821 6 11쪽
176 8-1 21.04.25 854 7 11쪽
175 7-25 21.04.24 818 8 11쪽
174 7-24 21.04.18 817 7 11쪽
173 7-23 21.04.17 834 7 11쪽
172 7-22 21.04.11 872 6 11쪽
171 7-21 21.04.10 870 3 11쪽
170 7-20 21.04.04 899 6 11쪽
169 7-19 21.04.03 926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