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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733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4.04 07:00
조회
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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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7-20

DUMMY

다시 양 과의 학생회 임원들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지만, 교내의 공식 체육대회가 아닌 만큼 경영학과에 적을 두고 있는 학생이 선수로 참가하는 것에 반대할 명분과 말발이 부족한 국문학과의 참패였다.


축구부 선수인 3명의 교체 선수가 투입된 시합의 양상은 전반전과는 180도 달라져 버렸다.

아마추어 수준을 멀찌감치 벗어난 선수 3명이 국문과를 말 그대로 씹어 먹어 버린 후반전이었다.

후반전 종료 호각이 울렸을 때, 스코어보드는 7:4 로 경영학과의 압승이었다.

전반전 2골 차의 여유를 빼앗기고 후반에만 6골을 허용한 국문과의 참패였다.

결과를 바라보는 강도수의 얼굴에는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


‘저 녀석들에게 들어갈 술값이 몇백만 원 되기는 하겠지만, 그 정도쯤이야. 자, 오늘 저녁에는 이신애가 차려주는 밥을 먹어볼까? 크크크.’


축구 경기에서의 역전승으로 경영학과는 기세가 올랐다.

반면에 국문과 응원석은 충격적인 역전패로 침울한 분위기였다.

이어진 남, 여 혼성 릴레이에서의 결과도 예상대로였다.

축구선수들을 주력 멤버로 출전시킨 경영학과의 완승이었다.


“얘들아, 경기에서 진 건 분한지만, 우리 떳떳하게 저녁 준비하자. 비겁한 상대에게 똑같이 비겁해질 수는 없잖아?”


4학년 선배 여학생의 분기 어린 목청에 국문과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이신애도 여느 신입생들과 마찬가지로, 조에 속해서 조원들과 음식을 준비했다.

고향에서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부터 살림을 도맡아왔으며, 서울에 올라와서도 김말숙과 함께 자취 생활한 것만도 2년이 된 이신애였다.

뛰어난 요리 솜씨까지는 아니었지만, 칼이며 도마며 주방 도구들을 사용하는 모습이 대학생들에게는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우와~ 언니는 얼굴도 예쁜데, 주방 일까지 이렇게 능숙하면 나는 어떻게 해요?”


“언니, 설마 이거 맛도 있는 거 아니죠? 그러면 나는 이제 언니랑 안 놀 거에요?”


집에서 온갖 사랑을 받으며 자랐을 신입생 동기 여학생들이 이신애를 둘러싸고, 칭찬이 뒤섞인 애교를 떨어댔다.

지나가던 남학생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이야~ 여기는 주방장이 누구야? 뭐가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나는 거야?”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들임을 티 내듯이, 군에서 입던 야전잠바를 걸쳐 입은 복학생 두어 명이 다가와서 이신애의 조원들이 끓이고 있는 김치찌개에 숟가락을 담가서 맛을 보고는 호들갑을 떨었다.


“이 정도면 최전방 산꼭대기에서 먹던 찌개와는 차원이 다른 데? 이거, 누가 한 거야? 저녁 식사는 무조건 여기가 1등이다. 내가 한 표 찍어줄게.”


“정말 맛있는데? 이거 신애가 한 거야? 이번 신입생 중에서 가장 예쁘다는 이신애가? 이야~ 1등 신붓감이 여기 있었네. 신애야, 나 기억나지? 지난번에 로비에서 커피 사줬었는데, 3학년 오동구야. 오동구~”


“안녕하세요, 동구 선배. 지난번 커피는 정말 맛있었어요. 호호호. 이따가, 저녁 식사 품평회 때 저희 조 찌개에 높은 점수 주셔야 해요, 부탁드려요~”


이신애가 오른쪽 눈을 찡긋해주자, 군에서 제대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복학생 오동구가 갑자기 부동자세를 취하더니 오른손을 눈가로 들어 올려 경례를 했다.


“옛썰~. 예비역 병장 오동구. 저녁 식사 품평회에서 이신애 여신님의 김치찌개에 무조건 1등 투표를 하겠습니다.”


나이 많은 복학생의 장난에 주변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국문과가 준비한 저녁 식사로 밥상이 준비되었다.

국문과 여학생들이 준비한 밥상을 받은 경영학과 남학생들은 다들 입이 귀밑까지 올라가 있었다.

게다가 강도수가 내기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양 과 학생들이 모두 먹을 만큼의 고기와 술을 사 가지고 오면서 운동경기로 달궈졌던 양 과 학생들의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졌다.


이신애가 속한 조가 준비한 김치찌개를 비롯해서, 야외에서 해 먹기에 간단한 카레라이스를 포함한 몇 가지 음식이 준비되었고, 고기를 굽기 시작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던 국문과와 경영학과의 학생들은 뒤섞여서 놀기 시작했다.

빠르게 불타올랐던 승부욕만큼 빠르게 가까워지는 것도 젊은이의 특권일 터였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시작한 음주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장작을 쌓아놓고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원래는 시합에서 승리한 경영학과만이 운동장을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그런 약속이 언제 있었냐는 듯 양 과의 학생들은 한데 어울려서 MT를 즐기고 있었다.

이신애도 조원들과 선배들과 함께 먹기 시작한 술이 꽤 많은 양이 되어서 술에 취하고 있었다.


그때 강도수가 다가왔다.


“오랜만이네요. 나 기억하죠? 경영학과 87학번 강도수라고 합니다. 얼굴은 몇 번 보았지만, 이름을 말하는 건 처음이네요. 지난번에는 내가 실수했습니다. 정식으로 인사할 테니까, 나에게도 기회를 다시 주세요. 자, 사과의 의미로 술 한 잔 따르겠습니다.”


강도수가 국문과의 새로운 여신으로 등극한 이신애에게 다가오자 주위의 시선들이 날카로워졌다.

이신애도 그런 시선들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서 있는 강도수는 작년 여름의 강릉과 겨울의 호텔에서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예의 바른 모습이었다.

진심을 다하는 사과인 듯, 정중한 자세로 술병을 들고 있는 강도수에게 모진 말을 내뱉기에는 이신애의 마음이 여렸다.


쑤욱.

이신애가 잔에 남아있던 술을 단숨에 마시고는 빈 잔을 강도수의 앞에 들어 올렸다.

쪼르륵.

강도수가 이신애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저도 한 잔 주세요. 사과하러 왔는데, 저도 한 잔은 받아야죠?”


“국문과 90학번 이신애예요.”


강도수가 내미는 술병을 받아 든 이신애가 강도수의 술잔에 소주를 채워주었다.


“아~ 이름이 신애 씨였군요. 이름도 얼굴만큼 예쁘네요. 자, 앞으로 친해지고 싶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는 의미에서 건배를 제의하죠. 어때요?”


이신애의 주변은 어느새 조용해져 있었다.

주위의 눈치를 보던 이신애가 잔을 들어 올리자, 강도수가 활짝 웃으며 잔을 부딪쳐왔다.

단숨에 술잔을 비운 강도수가 입을 열었다.


“사실은 오늘 신애 씨와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싶어서, 무리한 경기를 하자고 제안한 거였어요. 저, 오늘 신애 씨랑 소주잔을 부딪치기 위해서 꽤 많은 돈을 썼습니다. 하하하. 다음에 또 볼 때는 한번 웃어주세요. 그럼.”


말을 마친 강도수가 이신애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몸을 돌려 경영학과 학생들이 있는 쪽으로 가버렸다.

강도수가 떠난 자리에 고선미가 다가왔다.


“신애 언니, 저 사람 전에 만난 적이 있었던 거예요? 언니를 알고 있는 눈치던데요?”


“그냥. 그냥 우연히 마주쳤었어. 우리 학교 다니는 학생인 거는 오늘 처음 알았네.”


“신애야, 조심해. 저 인간이 경영학과뿐 아니라 상경대에서 킹카로 꼽히는 인간인데, 바람둥이라고 소문이 자자해. 아마, 신애 너의 미모가 벌써 온 학교에 소문이 났다 보다. 저 인간이 MT에 참여한 적이 없었을 텐데, 오늘 나타난 걸 보면 말이야.”


옆에서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들던 3학년 여학생이 끼어들었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혜성 선배. 이성으로서는 관심 없어요. 그냥 지난번에 안 좋은 일들이 있었는데, 저 사람이 먼저 와서 사과를 하길래 거절하면 무안할까 봐 받아준 것뿐이에요.”


3학년인 심혜성이 말을 이었다.


“저 인간이 찍어서 넘어가지 않은 여자들이 없다는 소문이 자자한 놈이야. 거의 하룻밤 보내고 나면 쫑나는게 대다수이고, 많은 여자들이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저놈에게 끌리는 건 저 인간 부모가 부자라서 그래.”


“저 선배 부모가 그렇게 부자예요? 혜성 언니?”


옆에서 듣고 있던 고선미가 끼어들었다.


“응, 한부 그룹이라고. 거기 회장님 손자야. 여자들 만나면 화장품에 옷에, 귀금속까지 돈으로 물량 공세를 한다더라. 사실 나는 강도수의 대시를 받아보지 못해서 얼마짜리인지는 몰라. 호호호.”


“그렇게 돈을 쓰고 나서, 하룻밤 지내면 헤어지는 거고요?”


“그렇다고들 하더라고. 나도 소문으로만 들은 거라서 자세한 건 몰라. 나이트클럽에도 많이 나타난다는 소문이야. 선미 너도 조심해. 남자는 껍데기만 보고 쫓아가면 안 되는 거야.”


“그렇게 하룻밤 자고 차이고 나서도 쫓아다니는 여자들이 있어요?”


“왜? 선미 네가 관심 있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온갖 선물 보따리로 여자의 마음을 여는 방법은 소설 속에서만 봤지, 현실에서는 처음 들어보는 거라서요.”


“너도 심순애처럼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예뻐 보이는 거니? 호호호.”


“언니는 참....”


고선미와 심혜성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신애가 술잔에 남아있던 술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아~ 신애 언니는 좋겠다.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김중배가 다이아몬드를 싸가지고 쫓아오고. 혜성 언니, 저도 미팅 좀 해주세요. 네?”


이신애를 부러워하던 고선미의 화살이 3학년 선배에게 미팅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고선미의 빠른 방향 전환에 심혜성과 이신애의 웃음보가 터졌다.

운동장의 한 가운데에는 높다랗게 쌓아 올려진 장작들이 기세 좋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신애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보름이 다가왔는지 둥근 달이 눈에 들어왔다.

이신애의 눈길이 서쪽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몇 학생이 가지고 온 통기타 연주에 맞춰서 잔잔한 노래들을 함께 부르던 대학생들의

MT는 누군가가 가져온 커다란 카세트에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장작불에서 흩날리는 불티들이 바람에 날리는 가운데, 나이트클럽에서나 나오는 음악들이 귀청을 찢을 듯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술을 마신 학생들이 하나둘씩 일어나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이신애는 모닥불 곁을 떠나서 어두운 산책로로 사라지는 몇몇 커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 우리도 나가요. 네? 어딜 그렇게 보고 있어요?”


“응? 아. 저기 선배들 중에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길래, 어디 가나 싶어서....”


“아, 저기 언니, 오빠들은 과 내에서 유명한 CC 들이잖아요. 알죠? 캠퍼스 커플(Campus

Couple)?“


“아, 과 내에서 연애하는 커플들이구나.....”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커플들을 바라보는 이신애의 눈에 부러움이 가득했다.

고선미가 이신애의 팔을 잡아당기며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서 몸을 흔들던 남학생들이 이신애와 고선미가 다가오자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오우~~우리의 여신님께서 강림하셨다. 풍악의 볼륨을 높여라~”


“오우~~늑대 무리들이여, 여신의 강림을 노래하여라 오우~~우.”


짓궂은 남학생들의 환호성 속에 경영학과 남학생들도 뒤질세라 다가와서 이신애를 둘러싸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신애도 강도수에 대한 생각은 떨쳐버리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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