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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72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5.02 07:00
조회
823
추천
7
글자
11쪽

8-3

DUMMY

“정계라.....기회가 되면 해볼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부 건설이 도와주신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요.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목포에 눈길을 두고 있는 것은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노크 소리와 함께 여종업원이 매실차와 과일을 가지고 들어왔기 때문에 잠시 대화가 중단되었다.

여종업원은 후식을 내려놓고 묵례를 하고는 빠르게 문을 닫고 사라졌다.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사장님 댁도 고향이 목포라서 관심이 많으십니다. 지금 목포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의원님도 저희 사장님이 후원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바로 그 얘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가 내뱉은 정필모가 눈을 빛내며 엄태형 실장의 이야기를 중단시켰다.


“강태수 사장님이 윤근식 의원을 후원하고 있다는 것은 여의도에서는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더군요. 그런데, 이번에 윤근식 의원이 당을 옮겼잖습니까? 민주평화당에서는 속이 부글부글하는 모양입니다.”


“당에서야 그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저는 한부 건설이 윤근식 의원에 대한 후원을 끝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정당을 옮기는 정치인이,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배신한 정치인이, 그동안 후원해준 기업이라고 잘 돌봐주겠습니까? 이럴 때 단호하게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 한부 건설의 주주들도 원하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필모는 싱글거리며 말을 건넸지만, 듣고 있는 엄태형 실장의 표정은 딱딱해졌다.


‘이 사람이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인가? 윤 의원을 밀어내고, 우리의 후원을 독차지하고 싶다는 건가? 물론, 우리야 누가 국회의원이 되어도 상관이 없기는 하겠지. 사장님과의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면 말을 갈아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 사장님과 윤 의원의 관계가 문제가 되겠구나.’


“물론 엄 실장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대답을 하기에는 곤란한 사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강태수 사장님이 결정을 내리셔야겠지요. 하지만, 윗분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언을 드리는 것이 아랫사람이 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엄 실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하면서 정치권과 척을 지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 회사가 윤 의원님을 지원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음을 양해해 주십시오. 정 사장님의 뜻은 제가 저희 사장님께 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번 주주 총회에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물론입니다. 한부 건설에서 저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신다면 현재 경영진을 적극 지지할 생각입니다. 다만, 저의 부탁은 윤 의원에 대한 지지의 철회가 전부는 아닙니다.”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을 빨아들인 정필모가 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엄태형 실장이 정필모의 눈을 바라보면서 침을 삼켰다.


‘이게 요구의 다가 아니라고? 도대체 무슨 요구를 하려고?’


“정 사장님께서 다른 요구 사항도 있으신가 봅니다, 시원하게 말씀을 해주십시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뭐든지 도와 드리겠습니다.”


“엄 실장님께서 가장 잘하실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한데, 아마도 강태수 사장님의 허락을 받아야 할 일일 겁니다.”


정필모가 뜸을 들이고 있었고, 엄태형 실장의 마음은 조급해져 가고 있었다.

한 박자 말을 쉰 정필모가 입을 열었고, 엄태형 실장의 눈은 정필모의 입에 집중되어 있었다.


“저는 그동안 한부 건설에서 윤근식 의원에게 건너간 비자금의 내역을 원합니다. 즉, 윤근식 의원을 쓰러뜨릴 칼을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한부 건설에서 아니, 엄 실장님께서 그 자료를 가지고 계시겠지요?”


“무....무슨.....”


엄태형 실장의 눈이 커다래지면서 표정이 멈춰 버렸다.


‘이 인간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건 도가 넘는 얘기잖아. 그걸 건네주면 우리도 위험해 지는데 그런 자료를 달라고 말을 하다니....미친 거 아냐?’


속마음과는 다른 말이 엄태형 실장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정 사장님.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저희 한부 건설이 윤근식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회사 비자금으로 건네준 적도 없을뿐더러,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자료를 건네 달라는 것은 회사의 목줄을 잡겠다는 말씀이시잖습니까? 이건 말도 안 되는 요구이십니다.”


“그러길래, 엄 실장님의 권한 밖이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아, 한부 건설이 비자금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말씀은 그만하십시오. 저도 들은 바가 있습니다. 물론 경영진에서 부인한다면, 차후 구성될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안건을 상정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해볼 수 있겠지요.”


“정 사장님, 알리카와 어느 정도로 연결이 되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회계 자료를 열람하셔도 우리가 하지 않은 일을 찾아낼 수는 없을 겁니다.”


“엄 실장님, 이거 실망입니다. 나는 엄 실장님의 능력을 높게 인정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엄 실장님은 나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알리카에서 이사를 한 명 선임할 겁니다. 그렇지요? 지금 한부 건설 이사회의 인원이 몇 명입니까? 제가 알기로는 6명이던데요, 그렇지요?”


정필모의 질문에 엄태형 실장이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알리카와의 거래를 위해서 한 자리를 넘겨주었습니다. 내가 한부건설의 지분 5%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렸지요? 강태수 사장님의 지금 지분이 얼마입니까? 4.7%? 이번 주주 총회에서 내가 이사 자리를 요구한다면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


엄태형 실장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기업들은 오너가 회사의 주인이었다.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기 이사들도 오너가 임명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사회는 오너의 뜻대로 모든 안건을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만을 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정필모의 말대로 주주 총회를 통해서 압박을 해온다면 정필모가 이사로 선임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알리카에서 선임하기로 한 이사와 정필모가 손을 잡는다면, 회사의 모든 결정은 지연될 수도 있고, 때로는 강태수의 의견이 부결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었다.

물론 이사회에는 강태수가 임명하는 인원이 더 많기 때문에 어찌어찌 진행은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정보가 정필모와 알리카의 이사에게 제공되는 것을 막기는 어려웠다.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군. 이런 것도 미국식 경영 참여 방법인가? 알리카와 정필모가 손을 잡는다면 생각보다 복잡해 질 수도 있겠어. 으음.....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엄 실장님, 생각이 많아지지요? 저는 한부 건설의 대주주 중 한 명으로써, 한부 건설의 가치가 올라가기를 원하는 것은 강태수 사장님과 같습니다. 정치자금에 대한 자료를 건네받는다고 해서 언론에 폭로할 생각은 없어요. 그건 아주 미련한 방법이지요. 저는 그 자료를 활용해서 민주평화당과 거래를 할 생각이고, 민주평화당에서는 새 나라 당의 지도부를 압박할 수 있겠지요. 그런 식으로 윤근식 의원의 정치 생명을 끝내는 것이 제가 원하는 것입니다. 한부 건설은 손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우군을 얻게 되는 일입니다. 제가 알리카의 이사 선임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얻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잭손에는 미국에서 제가 사귄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나를 도와주고 있어요. 잘 생각해 보십시오.”


“정 사장님, 사장님께서는 진심으로 한부 건설과 손을 잡을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윤근식 의원의 자리만 밀어내면 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국회의원이라는 명예입니다. 돈은 미국에서 많이 벌었습니다. 돈을 놓고 강태수 사장님과 싸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돈이 목적이거나, 한부 건설의 경영권을 목적으로 했다면 한부 철강의 강태민 사장과 손을 잡는 것이 나에게는 더 쉬운 방법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보셨습니까?”


정필모의 입에서 한부 철강이 언급되자 엄태형 실장은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엄태형 실장이 상에 놓인 매실차를 들어 단숨에 마셨다.

차가운 매실차가 식도를 통과하자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정 사장님의 뜻을 저희 사장님께 잘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태수 사장님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엄 실장께서 역할을 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하하하.”


정필모는 웃고 있었지만, 엄태형 실장은 함께 웃을 수는 없었다.

정필모와 서둘러 헤어진 엄태형 실장은 회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몇 대의 담배를 피워댔다.

강태수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담배를 피우기가 어려우니, 미리 피워두는 것도 있었다.


‘제기랄, 제기랄. 도대체 요즘 일이 왜 이렇게 꼬이는 거야? 레바논도 그렇고 쿠웨이트도 그렇고, 윤근식이는 왜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당을 옮겨서 정필모에게 틈을 보여주는 거고. 이거 정말 미치겠군.’


엄태형이 인상을 쓰면서 뒷자리에서 계속 담배를 피워댔기 때문에, 눈치를 보던 운전기사는 평소보다 빠르게 차를 몰아 회사 건물의 중앙 현관에 도착했다.

차를 멈춰 세운 운전기사가 뒷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다급하게 문을 열고 내린 엄태형이 바쁘게 정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문의 경비원들이 인사를 건넸지만, 엄태형은 인사를 받아 줄 경황이 없었다.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엄태형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비서실에 도착한 엄태형이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자리를 지키고 있던 비서에게 강태수 사장이 사무실에 있는지를 물었다.


“사장님 자리에 계시나?”


“네, 조금 전에 점심 식사하시고 올라오셨습니다. 그런데, 실장님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안색이 안 좋으신데요?”


“응, 별일 아냐. 그보다 시원한 물 한 잔만 줘 봐.”


옆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여비서 한 명이 유리컵에 냉수를 한 잔 가지고 왔다.


“응, 고마워.”


엄태형은 냉수를 단숨에 마시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똑똑똑.

엄태형이 사장실 문을 노크하고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사장님, 엄 실장입니다. 점심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응, 나는 오래간만에 매운탕을 먹었더니 아주 좋았어. 엄 실장은 정필모 사장하고 이야기가 잘 되었나? 안색이 왜 그래? 하얗게 되었는데? 점심 먹은 게 체했나?”


점심 메뉴가 마음에 들었었는지 강태수의 목소리가 밝았다.


“사장님, 정필모 사장이 원하는 것을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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