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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88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6.19 07:00
조회
669
추천
10
글자
11쪽

8-16

DUMMY

“지배인님께서 마스터키로 문을 열어주시면, 조용하게 모시고 갈 거고요. 협조해주지 않으시면, 우리 직원들이 방문을 부수고 들어갈 겁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지배인님 입장이 곤란한 것은 이해하겠습니다만, 저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요.”


박진호의 말이 끝나자, 호텔 지배인은 박진호의 뒤에 서 있는, 양복을 입은 덩치 큰 사내들을 힐끗 쳐다보고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지배인이 옆에서 분위기를 보고 있던, 직원에게 눈짓하자 직원이 책상 밑의 작은 금고에서 마스터키를 꺼내어서는 지배인에게 넘겨주었다.


“가시지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다른 투숙객들이 계시니까, 최대한 조용하게 진행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물론입니다. 저도 어서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지배인님.”


지배인이 앞장서고, 박진호와 박진호를 따라온 한부 건설 보안 요원들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강도수가 머물고 있는 방은 6층에 있었다.

호텔의 복도는 이른 시각이라서인지 오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일행이 복도의 끝쪽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을 때, 중간 방문이 열리면서 커플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나오다가 건장한 사내들이 몰려오자 화들짝 놀라더니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방입니다. 제가 벨을 눌러 보겠습니다.”


“아닙니다. 지배인님 키를 넘겨주세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하지만....”


방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던 지배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마스터키를 박진호에게 건네주었다.

박진호가 빠른 동작으로 키를 열쇠 구멍에 집어넣었다.

부드럽게 키가 돌아가고 방문이 열리자, 박진호는 키를 빼서 지배인에게 건네주고는 고개를 돌려 보안 요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보안 요원들이 우르르 방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꺄아악. 누.....누구세요?”


방안에서 여자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뒤따르려는 지배인을 제지한 박진호가 재빠르게 방안으로 들어서서는 방문을 닫았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어서, 구두를 신은 박진호가 걸어 들어가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입구에는 남자와 여자의 구두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화장실을 지나치자 작은 소파와 테이블이 있고, 바로 옆에 커다란 침대가 있었다.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올린 긴 생머리의 앳된 아가씨가 소리를 지르다가, 사내들의 시선에 놀라서 눈만 커다랗게 뜨고 있었다.

여자의 오른쪽에는 이제야 잠에서 깨는 것인지, 눈을 뜨던 강도수가 낯선 사내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있었다.

박진호가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도련님, 안녕하십니까? 비서실의 박진호 비서입니다. 사장님의 지시로 도련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실례인 줄은 알고 있습니다만, 사장님께서 많이 노하셨습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이미 보안 요원들이 방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옷들 중에서, 남자 옷으로 추정되는 것들을 모아서 다가오고 있었다.

사내들의 분위기에 눌린 것인지, 어젯밤에 마신 술이나 다른 것에 취한 것인지 강도수가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가만히 박진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짧은 한숨을 내쉰, 박진호가 바지와 셔츠를 강도수에게 건네주었다.


“입는 것을 도와드릴까요, 도련님? 어이, 자네. 거기 냉장고에서 물 좀 꺼내줘 봐.”


사내 한 명이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병을 꺼내서 가지고 왔다.

물병을 건네받은 강도수가 마개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오른손에 깁스가 둘려 있어서 불편해 보였다.

박진호가 나서서 물병의 뚜껑을 열어서 건네주었다.


벌컥벌컥.

물병의 물을 절반 정도 마시고도 강도수는 잠이 제대로 깨지 않는 모습이었다.

고개를 가로저은 박진호가 나서서 강도수에게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바지와 셔츠를 어찌어찌 입히는 동안, 여자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눈만 빼꼼히 내밀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 되겠다. 도련님을 업어. 겉옷으로 대충 덮고, 빠르게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하자.”


박진호의 지시로 보안 요원 중 한 명이 등을 대고 자세를 구부리자, 다른 요원들이 강도수를 등에 업혀 주었다.

박진호는 그동안 여자의 옆으로 다가가서, 수첩을 꺼내 들고는 이름과 연락처 등의 간단한 신원을 메모했다.


“가자.”


사내 한 명이 앞장서서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지배인이 복도를 두리번거리면서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오던 박진호가 현관 앞에 굴러다니는 강도수의 신발을 손에 집어 들었다.


“지배인님, 오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조만간에 제가 다시 방문해서 오늘 일에 대한 보상을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배인이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박진호는 방문을 닫고 보안 요원들이 문을 열어놓은 채로 대기하고 있던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엄태형 실장은 박진호 비서가 강도수를 자택의 방에 데려다 놓았다는 소식에 한숨을 돌렸다.

이어서, 잡지사를 방문했던 또 다른 비서에게서도 어젯밤 기사에 대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전화 보고가 들어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엄태형 실장에게 여직원 한 명이 오늘의 사건을 짧게 요약한 보고서를 내밀었다.

내용을 훑어본 엄태형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사장님한테 보고하고 난 다음에 관련 자료 모두 폐기해. 실수 없도록 하고. 아, 도련님을 외국에 보내려고 하실 수도 있으니까 미국 쪽 학교하고 비행기 표 알아본 후에 서면으로 보고해. 시간은 가능한 한 빨리. 알겠어?”


“네”


비서실에 남아 있던 직원들이 다 같이 대답했다.

그들도 숨 가쁘게 벌어졌던 사건의 수습이 원만한 쪽으로 진행되어서 다행이라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강태수 사장이 아침 골프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한 것은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비서실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사장실로 들어선 강태수 사장의 겉옷을 받아든 것은 뒤따라서 들어온 엄태형 실장이었다.

평소에 여직원이 하는 일을 엄태형 실장이 하는 것을 바라본 강태수 사장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왜 안 하던 행동을 하고 그래? 급한 일이야?”


“네, 사장님. 긴급하게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강태수가 소파에 자리를 잡자, 옆자리에 앉은 엄태형 실장이 아침 이른 시각부터 벌어졌던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고했다.

강태수의 인상이 찌그러지면서 담배를 집어 들었다.

엄태형 실장이 재빠르게 라이터를 꺼내어 불을 붙여 주었다.

한 모금의 담배를 빨아들였다가 내뱉은 강태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룹에는? 회장님도 알고 계시나?”


“아직 그룹 비서실에서는 연락이 없었습니다. 회장님께는 아직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시간문제일 겁니다. 조만간 보고가 들어가기 전에 도수 도련님을 미국으로 보내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미국? 학기가 이미 시작했을 텐데, 가능하겠어? 게다가 졸업반이라서.....”


“사장님, 다음 주가 주주 총회입니다. 가뜩이나 지난번에 팔이 부러진 일 때문에 회장님의 심기가 불편하실 때입니다. 이 일이 보고되어서 일이 커지기 전에 멀리 보내시는 게 낫습니다.”


“어디 적당한 데가 있어?”


“뉴욕 쪽에 적당한 곳이 있습니다. 비행기 표도 확보했습니다. 내일 오전이라도 바로 탑승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칠 수 있습니다.”


“내일? 그래도 짐 싸고, 가족들과 식사할 시간은 줘야지. 엄 실장의 빠른 일 처리는 언제나 신뢰가 가는군. 일단 준비만 해놓도록 해. 집에서 얘기해보고 내가 연락하면 바로 출국하는 것으로 하지. 다른 건은?”


“없습니다. 오늘 골프 회동은 어떠셨습니까?”


“응, 내가 그쪽에는 확답을 받았어. 주주 총회에서 우리 손을 들어줄 거야.”


“오늘 사장님께서 만나고 오신 기관에, 정필모 사장의 지분, 기존의 우호 지분 등을 합하면 주주 총회는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설마 반대표를 던지시지는 않겠지?”


“회장님이 그런 선택을 하셔서 얻을 수 있는 게 적습니다. 이번에는 기회를 한 번 더 주시는 것이 그룹 전체적인 차원에서도 좋습니다. 만약 회장님께서 한부 철강의 강태민 사장 쪽 손을 들어주신다고 해도, 이미 확보한 우호 지분으로 방어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된다면 모양새는 나빠질 겁니다. 그룹의 대외적인 이미지도 하락할 겁니다.”


“그래, 냉정한 분이시니까 그런 계산을 다 하고 움직이시겠지. 주주 총회만 넘기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거야.”


“저는 일단 도수 도련님 미국 유학 건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얼른 준비해서 보내 버리자고.”


엄태형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강태수 사장에게 묵례하고는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 * *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조영의 저택.


“보스, 강도수에 관한 보고가 있습니다.”


“응, 어서 들어 와. 뭔데?”


조영이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 여한모가 들어왔다.


“정필모 사장이 한부 건설의 엄태형 비서실장에게 강도수의 마약 투여 건을 흘려주었답니다. 엄 실장이 강태수에게 보고했을 테니, 별도의 조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주간 서울]에는 정필모 사장의 연락을 받은 한부 건설 비서실 직원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사건을 기사화하지 않는 조건으로 상당한 금액의 광고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했다는군요.”


“그 정도에서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 어차피 지금 사건을 키워봤자 한부 그룹 차원에서 막으면 불리하니까.”


“윤근식 의원의 장관 입각에 대해서 민주평화당에서 새나라당의 고위직을 만나서 비리 혐의를 흘렸다고 합니다. 윤근식이는 낙마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근식이가 당황하겠군.”


“민주평화당에서도 제법 강하게 나갔다고 하니까, 수면 아래에서 쌍방 합의를 통해서, 다른 인물로 교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사건을 언론에 터뜨리겠다고 한 협박이 통한 모양입니다.”


“그래. 정치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국민을 위한다고 떠들어대지만, 결국에는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 언론을 입막음하고 싶어 하는 법이니까. [주간 서울] 인수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내 생각에는 정필모 사장 밑에 넣어주면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황문달 사장이 저쪽 편집장하고는 얼추 이야기를 진행해놓았다고 하니까, 정필모 사장에게 연락해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정 사장이 인수한 후에는 회사를 확장하라고 해. 일간지로 전환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좋겠지.”


“돈이야 제법 들어가겠지만, 가능은 할 겁니다. 아, 다음 주에 일본 증시에 투입한 자금이 회수되면 자금에 여유가 생길 겁니다. 이번 기회에 미국 언론사에 투자하고, 정 사장이 인수하는 신문사와 연결해 주면 어떨까요?”


“미국 언론사에 줄을 대주자고?”


“뭐, 방식이야 해당 언론사 전문가들이 결정하면 될 테고. 아무래도 한국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습니까? 미국 언론사가 투자라던가, 제휴라던가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맺은 회사라고 하면 주변에서 무시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만?”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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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8-19 21.06.27 686 10 11쪽
193 8-18 21.06.26 679 8 11쪽
192 8-17 21.06.20 691 7 11쪽
» 8-16 21.06.19 669 10 11쪽
190 8-15 21.06.13 688 10 11쪽
189 8-14 21.06.12 686 7 11쪽
188 8-13 21.06.06 710 7 11쪽
187 8-12 21.06.05 707 8 11쪽
186 8-11 21.05.30 698 6 11쪽
185 8-10 21.05.29 696 8 12쪽
184 8-9 21.05.23 723 7 11쪽
183 8-8 21.05.22 705 6 11쪽
182 8-7 21.05.16 711 10 11쪽
181 8-6 +2 21.05.15 726 10 11쪽
180 8-5 21.05.09 776 9 11쪽
179 8-4 21.05.08 767 10 11쪽
178 8-3 21.05.02 824 7 11쪽
177 8-2 21.05.01 82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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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7-25 21.04.24 818 8 11쪽
174 7-24 21.04.18 817 7 11쪽
173 7-23 21.04.17 834 7 11쪽
172 7-22 21.04.11 872 6 11쪽
171 7-21 21.04.10 871 3 11쪽
170 7-20 21.04.04 89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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