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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85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6.06 07:00
조회
709
추천
7
글자
11쪽

8-13

DUMMY

“네, 보스. 일단 민주평화당 수뇌부와 약속을 잡아서 정보를 흘릴 생각입니다. 한부 건설에서 건네줄 자료에, 지난번에 최덕술에게 받은 자료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료 원본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여의도에서는 증거도 중요하지만, 정황과 폭로의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윤근식이 당적을 옮겼기 때문에 지금 민주평화당에서는 윤근식을 일제 강점기의 매국노에 비유하고 있을 정도로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건네주는 정보는 불길을 폭발시키는 기름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겁니다. 민주평화당에서는 사활을 걸고, 윤근식의 입각을 반대하게 될 겁니다. 아무리 새나라당이 원내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했다고 하더라도, 제1야당이 목숨 걸고 반대하는 인사를 굳이 장관에 임명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윤근식은 장관행 열차 탑승권을 받고도, 열차에 올라타지 못하고 내쫓길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보스.”


“그 일은 정 사장님이 맡아서 잘 진행해 주시리라 믿고 있겠습니다. [주간 서울] 건은 어젯밤에 여 팀장에게 간략하게 보고를 받았습니다. 황 사장님이 그쪽 경영진을 만나서, 인수 쪽으로 논의를 해 보십시오.”


“알겠습니다, 보스.”


“다음 주에는 한부 건설의 주주 총회가 있습니다. 관련된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고, 지난번에 여한모 팀장이 얘기했겠지만,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오픈이 다가왔습니다. 정 사장님께서는 가능한 참석해서, 미국 인사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갖으십시오. 향후 정 사장님의 행보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벌써 모든 일정을 라스베이거스에 맞춰서 조정해 놓았습니다, 보스.”


“중요한 보고가 끝났으면,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정필모와 황문달이 묵례하고는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보스, 오전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데, 저랑 같이 신애 씨가 이사 갈 집을 보러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괜찮은 곳을 찾았어?”


“물론입니다. 흐흐흐”


여한모가 조영을 데리고 집을 보러 간 곳은 강남의 압구정동과, 잠실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두 곳 모두 단지의 규모도 괜찮고, 교통도 편리해 보였다.

주변에 대형 상가들과 마트가 있어서, 생활하기에도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도 계단식 아파트 형태라서 한 층에 두 집이 있는 구조였고, 1층의 엘리베이터 출입구 앞에는 경비초소가 있었다.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까지 오고 가는 길도 외지지 않아서, 밤늦은 시간에 다니기에 나쁘지 않아 보였다.

아파트를 둘러본 조영과 여한모가 1층 현관을 빠져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승용차에 올라타자, 뒤쫓아 온 부동산 중개업자가 허리를 깊이 숙이며 배웅했다.


“나는 두 곳 모두 마음에 든다. 신애랑 말숙 씨가 직접 살펴보도록 하고, 마음에 드는 곳으로 결정해서 계약 진행하면 되겠다.”


“알겠습니다, 보스. 이제 점심 먹으러 가죠?”


“뭐 맛있는 거 있냐?”


“요 근처에 오래된 시장이 있답니다. 이런 날에는 시장에 있는 음식점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흐흐흐.”


일반 서민들의 거래가 이어지는 시장을 방문해서 시장 음식을 먹는 것은 조영도 꽤 좋아하는 일이었다.

조영과 여한모를 태운 승용차가 가까이 있다는 시장으로 향했다.


* * *


한부 그룹 본사에서 진행된 임원 주간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강태수 사장은 사장실로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주주 총회 시즌을 맞이해서, 그룹 전체적으로 준비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임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본사에 들렀을 때 회장실에서 호출이 있었다.


강정훈 회장은 강태수를 강하게 질책했다.

아들 관리를 못 하겠으면 사장 자리도 내놓으라는 엄포까지 들어야 했다.

회장실에 다른 임원들이나 한부 철강의 강태민 사장이 없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정훈 회장의 꾸지람을 받은 강태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강정훈 회장도 그룹의 큰 행사를 앞둔 상황이라서 냉정하게 판단한 덕분인지, 임원 회의에서는 강도수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의실에서 강태수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강태민과 눈이 마주쳤을 때, 비웃음이 명백한 미소를 보여 주는 형을 보면서 강태수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어진 강태수는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큰 거래를 앞두고 마라톤협상을 진행했을 때만큼 지쳐 있었다.

이대로 가면 그룹의 후계자는 고사하고, 한부 건설의 사장 자리도 위태해질 것이 틀림없었다.

강태수가 인터폰을 눌러서 엄태형 실장을 호출했다.

곧이어 엄태형 실장이 시원한 주스를 들고 있는 여비서를 대동한 채로 들어왔다.

강태수가 여비서가 가져온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는 거칠게 탁자에 잔을 내려놓았다.

엄태형 실장이 조심스럽게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엄 실장, 안 되겠어. 정필모 사장에게 연락해서 제안을 수락하겠다고 해. 대신에 윤근식이와 관련된 자료는 파급력이 약한 것으로 골라보고, 무슨 말인지 알지? 나중에 일이 잘못되었을 때라도 우리가 빠져나갈 틈새가 있는 것으로 골라서 몇 개 건네줘. 정필모가 아무리 날고뛰어도 우리의 모든 자금을 확인할 수는 없을 거잖아? 그리고, 도수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 몽땅 정지시키고, 예금 계좌도 동결시켜. 이놈의 자식은 집에 들어오면 가둬놓고, 정신을 차리게 해야겠어. 대학까지 다니는 놈이 애비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앞길을 막고 있다니. 몹쓸 놈. 아직 행방은 파악이 안 된 거야?”


“정필모 사장 건은 조심스럽게 진행하겠습니다. 도수 도련님의 행방은 조만간 파악될 겁니다. 학교 친구들을 비롯해서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카드와 예금은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나가서 얼른 정 사장과 연락하고. 진행 상황은 수시로 보고하도록 해. 다른 일보다 우선으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사장님”


자리에서 일어나 묵례를 한 엄태형이 빠른 걸음으로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그날 저녁 6시.

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엄태형 실장은 강남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태형 실장이 물을 마시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서류봉투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종업원의 안내를 받은 정필모가 방으로 들어섰다.


“자주 뵙는군요, 실장님. 제가 늦었나 봅니다. 허허허.”


“아닙니다, 사장님. 차가 밀릴까 봐서 제가 조금 일찍 움직였습니다.”


가벼운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이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그 봉투에 들어있는 것이 전화로 말씀하신 자료인가요?”


“그렇습니다. 저희가 윤근식 의원에게 제공한 정치자금의 내역입니다.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촉박해서, 상세하지는 않은 점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상세한 자료야 천천히 건네받으면 되겠지요. 어차피 우리는 한배를 타게 된 거 아니겠습니까? 오늘 저의 제안을 받아주신 한부 건설의 강태수 사장님과 엄태형 실장님의 결정은 훗날 크나큰 열매로 되돌아오게 될 겁니다.”


“저희도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약속하셨던 주주 총회에서의 의사 표현을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저야, 쿠웨이트 공사 같은 대형 계약을 수주한 능력 있는 경영진의 유임을 지지합니다. 걱정하실 필요가 없어요. 하하하.”


엄태형 실장이 서류봉투를 정필모의 앞으로 밀어주었다.

정필모는 넘겨받은 서류봉투를 대수롭지 않게 옆자리에 두었다.


“내용은.....확인하지 않으십니까?”


“실장님, 제가 몇 차례 말씀드렸잖습니까? 저는 실장님을 좋게 보고 있어요. 이미 거래가 성사되었는데, 여기에서 자료에 장난을 치셨다면 제가 실장님을 잘못 본 거겠지요. 그 정도로 경우가 없으실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장님, 제가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한부 건설과 헤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다음 선택지로 저를 떠올려 주십시오. 저는 엄 실장님을 중하게 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엄 실장님 같은 능력 있는 분들이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갇혀 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에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보실 생각이 생기면, 언제라도 연락을 주세요.”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여러 번 들으니까 제가 조금 불편합니다. 사장님, 양해해 주십시오.”


“안타깝군요. 안타까운 일이에요.”


“다음 주에 있을 주주 총회가 잘 마무리되면 주말에 저희 사장님과 라운딩 한번 나가시는 게 어떠십니까? 사장님 말씀대로 한배를 타기로 했으니,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친목을 다지면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어허~ 이거 어쩌나요. 고마운 제의이긴 한데, 제가 다음 주말에는 미국 출장이 잡혀 있습니다. 골프는 다음에 시간을 조정해봐야겠군요. 허허허.”


“미국이면.....역시 사업차 나가시는 거겠지요?”


“별일은 아닙니다. 지인이 라스베이거스에 대형 카지노를 오픈한다고 해서, 초청을 받았습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신세를 많이 진 분이라서, 얼굴을 안 내밀 수가 없어요. 하하하.”


“라스베이거스에 말입니까? 그곳에 카지노를 세우려면 돈이 많이 들겠군요?”


“글쎄요, 제가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뭐 2천만 달러 이상은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단하군요. 신사업에 그렇게나 큰돈을 투자하실 수 있는 분들을 알고 지내신다니, 정 사장님의 인맥이 궁금합니다.”


“인맥이라고 할 것까지야 있나요. 게다가 카지노는 이제 시작이고, 여기서 맛을 보고 나면 전 세계적으로 확장하실 거라고 하니까, 대단한 분이시기는 하지요. 하하하. 어떻게 시간이 되면, 우리 엄 실장님도 저랑 같이 라스베이거스에 함께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강태수 사장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려볼 수 있습니다만? 하하하.”


“말씀은 고맙고, 저도 가보고 싶기는 합니다만, 회사 일이라는 게 시간을 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엄태형 실장이 예의 바른 모습으로 정필모 사장의 초청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정필모도 더 이상 권유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소소한 대화들을 나누었다.


한부 건설이 정필모의 제안을 수락하고, 윤근식에게 제공했던 정치자금에 대한 자료를 건네줌으로써 정필모는 새나라당을 정치적으로 압박해서 윤근식의 장관 입각을 훼방 놓을 만한 충분한 무기를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양쪽의 계산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 * *


강도수는 압구정동의 카페에 앉아 있었다.

강도수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카페로 들어선 사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강도수를 발견하고는 빠르게 다가왔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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