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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91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5.01 07:00
조회
821
추천
6
글자
11쪽

8-2

DUMMY

그제야 조영이 놀리고 있음을 깨달은 이신애가 작은 주먹을 들어서 조영의 가슴을 때렸다.


“몰라요. 오빠, 나빠요. 흥, 나를 놀리기만 하고.”


“하하하, 재밌는데. 신애가 토라지니까 숨어있던 또 다른 귀여움이 마구 나오네? 하하하.”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달콤한 연인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빗줄기가 점점 더 굵어졌다.


“비가 점점 세차지는데요? 오빠, 운전할 수 있겠어요?”


“뭐, 할 수는 있겠지만 신애가 왠지 불안해할 것 같지? 나도 빗길에 운전하는 건 자신이 없으니까, 집에 갈 때는 곽 과장님을 부르는 게 낫겠다.”


“곽 과장님이 근처에 있어요?”


“응, 아마 근처에 경호원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내가 연락해 볼게.”


“왠지 미안해지네요. 우리가 좋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마냥 기다리고 계시다니까요.”


“그게 그분들이 맡은 일이야. 그분들은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돈을 버는 거고. 신애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분들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어. 돈을 가진 사람이 많이 써주는 것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부분이 있는 거야. 돈이 많다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면 안 되겠지만 말이야. 우리 신애는 생각하는 것도 예쁘구나. 하하하.”


예뻐서 참을 수가 없다는 듯, 이신애의 이마에 다시 한번 키스를 한 조영이 카폰을 들어 경호원에게 연락했다.

이신애가 조영에게 입을 삐죽이며 귀여운 투정을 부렸지만, 가까이에 있었는지 금방 차창을 두드리는 곽종수 과장의 등장에 입을 다물었다.

조영과 이신애가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기고, 곽종수 과장이 운전석에 앉았다.


“신애 집으로 가서 신애를 내려준 후에 평창동으로 돌아가죠, 과장님.”


“네, 알겠습니다. 보스. 비가 오니까, 평소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도 있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일이 아니에요, 과장님. 내가 오늘 운전을 해보니까, 과장님의 운전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던데요, 천천히 가셔도 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보스.”


곽종수 과장이 운전석의 위치를 조정한 후에 와이퍼를 작동시키면서 차를 부드럽게 출발시켰다.


“과장님, 오빠가 얘기하는 게 감사를 표시할 만한 일이에요?”


조영과 운전기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신애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아가씨. 외람된 말씀이지만, 제가 높은 분들 운전기사를 10여 년 정도 했는데 운전사를 사람으로 취급해 주는 분들이 몇 없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보스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은 분이신걸요.”


“과장님, 그렇게 대놓고 아부하신다고 해서 갑자기 보너스가 지급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하하.”


“호호호”


조영과 이신애는 뒷좌석에서 서로 손을 마주 잡은 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고, 곽종수가 운전하는 차는 길을 헤매지도 않고 이신애의 집 앞에 도착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오빠랑 헤어지는 게 아쉽네요. 오빠, 오늘 즐거웠어요. 그리고 반지도 고마워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그래, 나도 신애랑 데이트가 즐거웠다. 피곤할 텐데 얼른 씻고 푹 자.”


이신애가 까치발을 들어서 조영의 입술에 살짝 키스하더니, 부끄러운지 후다닥 뒤를 돌아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산 속에서 이신애가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던 조영이 왼손을 들어 방금 전까지 이신애의 체온이 느껴지던 입술을 어루만졌다.


“연애, 사랑....이런 기분인가 보구나.”


조영이 차에 오르고, 차는 평창동을 향해서 움직였다.


* * *


1990년 3월 12일 월요일.

한부 건설 사장실.

엄태형 비서실장이 강태수 사장의 앞에 서서 보고를 하고 있었다.


“정필모 사장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정필모 1940년 목포 출생. 성장은 주로 부산에서 했으며,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습니다. 이후 중앙정보부에서 일했는데, 주로 미국 지역에서 활동했습니다. 1980년 퇴직 후에 행적이 묘연합니다. 1989년 귀국 후에 포르투나라는 투자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자회사로 포르투나 경비 실업이 있습니다. 추정하기로는 1980년 중앙정보부를 그만둔 이후에 미국에서 사업을 해서 돈을 번 것으로 생각됩니다. 포르투나 경비 실업은 일본의 대형 보안업체인 제이콤과 제휴를 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정치권과의 만남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정계에 진출하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입니다. 고향인 목포의 청소년들에 대한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목포라고? 정필모가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면 목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인가?”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목포의 윤근식 의원이 새 나라 당으로 당적을 옮겼기 때문에, 민주평화당 쪽에서 새로운 인물을 목포에 공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정필모 사장이 민주평화당 쪽에 줄을 댄다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꿈꾸는 자가 왜 갑자기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갖고 지분을 취득한 거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조사해보겠습니다. 다만, 정필모 사장의 과거 인맥이 중앙정보부 쪽에 남아있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도 미국의 정치인들과 교류가 있었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힘을 배후에 두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습니다, 사장님. 정필모 사장이 미국에 숨겨둔 힘이 있다면, 적으로 삼기보다는 회유해서 손을 잡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건 당사자를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나눠봐야 알겠군.”


“주주 총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일단 상대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정필모 사장과 접촉해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오늘이라도 엄 실장이 정 사장과 연락해서 만나봐. 상대가 원하는 바를 듣고 와. 우리 측 대답은 나에게 보고해서 결정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미루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사장님.”


“쿠웨이트 쪽은 어때? 주주 총회 전까지는 어떤 일도 벌어져서는 안 돼. 쿠웨이트 쪽이 흔들리면, 주주 총회에서 공격당할 수도 있단 말이야. 알겠어?”


“쿠웨이트 공사는 이후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제가 꼼꼼하게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알았어, 나가봐.”


엄태형 비서실장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강태수 사장이 담배를 집어 들어 불을 붙였다.


“빌어먹을 주주 총회. 아버지가 빨리 지분 정리를 해줘야 마음이 편해질 텐데, 노인네가 몸에 좋은 걸 너무 많이 드시나......에잉.”


강태수에게 아버지 강정훈 회장은 욕심만 남은 노인네로 여겨졌다.

한시라도 빠르게 실적을 보여줘서, 아버지의 주머니에 남아있는 지분을 가져오고 그룹의 후계자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강태수의 마음은 조급해지고 있었다.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조영의 저택.

조영은 여한모와 함께 아침 식사를 마치고 후식을 먹고 있었다.

오늘 후식은 몇 가지 전병 과자와 수정과였다.


“어제 데이트는 즐거우셨어요, 보스?”


“야, 말도 마라. 분위기 잡는다고 곽 과장님한테 차 키 받아서 운전을 직접 했는데, 도로 한가운데에 차 세우고 싸울 뻔했다.”


“왜요?”


“서울 운전자들은 끼어드는 것도 막무가내이고, 내가 끼어들려고 깜빡이를 켜고 기다려도 양보해 주는 사람은 없어. 네가 예전에 바닷가 갈 때 화를 냈던 게 이해가 되더라고.”


“흐흐흐, 그렇죠? 역시 사람은 직접 경험을 해봐야 이해심이 커진다니까요. 저도 서울에서 운전하는 건 자제하려고요. 보스도 그러셔야 할 겁니다. 흐흐흐.”


“신애한테 경호원을 몇 명 붙이는 게 낫겠다. 강도수라는 놈의 행동이 마음이 놓이지를 않아. 그리고, 신애네 학과에 손현준이라는 남학생이 있는데, 한 번 알아봐봐.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친구인데, 강도수와도 알고 지냈다는 게 마음에 걸려.”


“경호원은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손현준이라고요? 알겠습니다, 그쪽도 알아보라고 지시하겠습니다. 보스, 그리고 며칠 전에도 보고 드렸습니다만, 일본 닛케이지수가 지난주에 33,000 포인트 선까지 무너졌습니다. 분석팀에서는 이번 주에도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30,000 포인트 아래로 내려갈 게 예상됩니다. 지난번 보고 드렸듯이 30,000 포인트를 기점으로 옵션을 행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한 번 정도는 반등의 시기가 오겠지. 이쯤에서 한번 투자금을 정리하고, 숨을 고르고 지나가도록 하자. 마이클과도 연락 잘 챙기고.”


“마이클은 지금 거의 잠을 못 자고 있을 겁니다. 들어올 돈을 계산하느라 바쁠 거거든요. 흐흐흐.”


여한모 특유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후식을 맛있게 먹은 조영은 2층 서재로 올라갔다.

돈이 많아질수록 책상에는 결재해야 할 서류가 쌓여가고 있었다.


* * *


정필모는 조용한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고급 식당답게 상 위에는 정갈한 음식들이 가득했다.

정필모의 맞은편에서 식사를 하던 한부 건설의 엄태형 실장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런, 엄 실장님께서는 벌써 식사를 마치신 겁니까? 식사하는 속도가 빠르시군요. 허허허.”


“윗분들을 모시는 생활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천천히 드십시오.”


“저도 거의 다 먹었습니다. 이곳 음식이 아주 맛있네요. 좋은 곳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후식을 가져오라고 하겠습니다.”


엄태형 실장이 문을 열고 낮은 목소리로 종업원에게 후식을 부탁했다.


“식사를 마쳤으니, 담배를 한 대 피워도 되겠습니까? 엄 실장님도 담배 하십니까?”


“네, 여기 있습니다.”


엄태형 실장이 담배를 꺼내어서 정필모에게 건네주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담배에도 불을 붙였다.


“감사합니다. 엄 실장님, 제가 지난번에 드린 말씀을 허투루 듣지 마십시오. 회사를 옮기고 싶은 생각이 들면 잊지 말고 저에게 연락을 한 번 주십시오. 저는 엄 실장님의 빠른 상황 판단이 마음에 듭니다. 허허허.”


“생각해 주시는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지금은 모시는 분이 있어서 어려운 일입니다. 호의는 잘 간직하겠습니다. 이제 사업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만....”


“그래야지요. 맛있는 점심을 얻어먹었으니, 좋은 방향으로 진행을 하고 싶습니다. 주말 동안에 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확인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미국에서 큰돈을 벌어서 귀국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하하하, 운이 좋아서 능력 있는 분들과 선이 닿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투자를 받기도 했고요. 나이가 드니까, 조국과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정계로 진출하실 생각이십니까? 만약 그러시다면 저희 회사가 정 사장님을 후원해드릴 생각이 있습니다. 저희 사장님께서 그래도 국내에서는 좋은 인맥을 많이 갖고 계십니다. 정 사장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에 꽤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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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8-11 21.05.30 69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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