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74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6.20 07:00
조회
690
추천
7
글자
11쪽

8-17

DUMMY

“그렇게 될까? 미국 언론사들이 투자를 쉽게 받아들일까?”


“땅은 넓고 언론사도 많습니다. 투자를 원하는 곳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괜찮은 아이디어인걸요? 앞으로의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괜찮은 생각인 것 같기는 하네. 그건 한모 네가 뉴욕에 연락해서 적당한 언론사를 찾아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오후에는 신애 씨하고 집 계약하러 가실 거지요?”


“응. 일단 신애가 오후 수업을 뺄 수 있다고 했으니까,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렇게 할 거야.”


“알겠습니다. 일정 진행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싱가포르의 빌헬름은 별다른 연락은 없었고?”


“말리키와 주기적인 연락을 하고 있다는 소식까지만 확인했습니다.”


“그래, 이따가 집 계약하러 갈 때 함께 갈 거지?”


“당연하지요. 신애 씨도 살지만, 말숙이도 함께 살 집이지 않습니까? 제가 당연히 따라가야지요. 흐흐흐.”


“그래, 이따가 시간 되면 알려주고.”


“네~”


여한모가 묵례 후에 방을 나갔고, 조영은 서류로 고개를 돌렸다.


* * *


3월 중순의 날씨는 바람이 조금 불기는 했지만,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은 의외로 따뜻했다.

조영과 여한모, 이신애와 김말숙은 잠실에 있는 아파트를 둘러보기 위해서 이동하는 중이었다.

일행이 탄 승용차는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을 막 지나서, 좁은 길로 우회전을 하고 있었다.


“자, 방금 전에 지나온 곳이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입니다. 버스 노선도 꽤 많아서, 서울 곳곳으로 가는 버스들이 많이 있습니다. 집까지는 걸어서 한 5분 정도이고 중간에는 여자고등학교가 있습니다. 밤에도 통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적이 뜸하거나 무섭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조수석에 앉은 여한모가 마치 부동산 중개업자처럼 아파트의 편리한 교통편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신애와 김말숙은 차창 밖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단지를 가로질러 가면, 바로 밀집한 상가 타운이 나옵니다. 각종 음식점과 술집 등이 꽤 많이 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할 때도 좋은 위치입니다. 단지 끝에 국민학교와 중학교도 있습니다. ”


“팀장님, 우리는 애들도 없는데 학교 있는 게 무슨 상관이에요? 호호호.”


“아니, 말숙아. 혹시 알아? 이곳에 사는 동안 결혼해서 애를 낳아서 키우게 될지? 흐흐흐.”


여한모가 홍보를 하는 동안, 승용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파트로 들어서는 현관 앞에는 며칠 전에 만났던 부동산 중개업자가 기다리고 있다가, 여한모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더니 반색을 하고는 쫓아왔다.


“어서 오십시오, 팀장님.”


“어? 일찍 오셨네요, 사장님? 한참 기다리셨어요?”


“아닙니다. 고객분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게 당연한 일이지요. 아, 이쪽 분들이 사모님들이신가요?”


부동산 중개업자가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자, 이신애와 김말숙의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사장님도 농담을 잘하시네요. 여자 친구입니다. 여자 친구. 아직 학생인데, 무슨 사모님이에요? 흐흐흐.”


“어이쿠, 죄송합니다. 네 분이 너무 잘 어울리는 커플들 이시다보니까, 제가 말이 헛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죄송합니다, 사장님.”


부동산업자의 인사를 받은 조영이 안으로 들어가자고 해서, 일행들은 모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늘 둘러보기로 한 집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조금 좁은 거 아닌가?”


“에이, 보스. 뭐, 오늘처럼 여러 명이 타는 경우가 얼마나 있으려고요? 이 정도면 날씬한 아가씨들은 20명도 타겠구먼요. 흐흐흐.”


“말이 그렇다는 거지~”


띵동.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부동산 중개업자가 재빠르게 움직여서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다.

집은 텅 비어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열심히 이신애와 김말숙을 데리고 다니면서 집안 구조를 설명해 주었다.

조영은 거실 창밖으로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여한모는 열심히 거실과 방에 들여놓을 가구들을 상상하면서 가상의 배치도를 그리고 있었다.


“보스, 이곳에 소파를 기다랗게 놓고, 저쪽에는 식탁을 놓는 게 낫겠죠? 방 두 개는 침실로 해서 침대를 들여놓고...남는 방 한 개는 서재로 써야 하려나?”


“한모야, 나는 여기에 들여놓을 가구를 사러 다닐 생각은 없다. 네가 알아서 해라.”


“네? 보스, 이사의 꽃은 쇼핑인데요? 가구를 쇼핑하러 다녀야, 집에 대한 애정이 샘솟아나는 거라고요? 같이 가셔야지요,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야, 아니야. 집에 대한 애정은 한모 네가 내 몫까지 많이 갖도록 해라. 카드는 내줄 테니까, 쇼핑은 말숙 씨하고 함께 다니도록 해.”


“어멋, 오빠? 나도 말숙이하고 같이 가구 보러 갈 건데, 오빠는 같이 안 가시게요?”


갑자기 끼어드는 이신애의 목소리에 조영이 당황했다.


“으....응? 같이? 나는 다른 일정도 있을 거고....쇼핑은 아무래도 한모가....”


“보스, 오후 일정 다 비워놓았는데요? 오늘 보스 시간 많아요. 흐흐흐.”


여한모가 눈치 없이(?) 대화에 끼어들었고, 이신애가 종종걸음으로 쫓아와서 조영의 팔짱을 끼면서 매달렸다.


“오빠, 같이 가요. 네?”


이신애의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들어진 조영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그래. 그런데, 그냥 한 곳에만 가서 다 사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아무래도 하나의 콘셉트로 집안을 꾸미는 것이......”


“아니에요, 사장님. 가구는 아무래도 몇 군데는 돌아다녀 봐야 마음에 드는 걸 찾는 거라고요. 그렇지요, 팀장님?”


“그럼, 그럼. 우리 말숙이가 쇼핑할 줄 아는구나. 우리 보스는 다른 건 다 좋은데 쇼핑의 즐거움을 모르시는 게 단점이라니까. 흐흐흐.”


일행 중 가구 쇼핑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조영 혼자뿐이었고, 분위기상 혼자 빠져나가기에도 힘든 상황이었다.

일행들의 대화를 한쪽에서 듣고 있던, 부동산 중개업자는 거래가 성사될 것 같은 분위기에 들뜬 표정으로 다가왔다.


“저....팀장님. 어떻게 집이 마음에 드십니까?”


여한모가 이신애와 김말숙을 돌아다보자, 두 아가씨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영도 이신애에게 한쪽 팔을 잡힌 채로,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하죠. 사장님.”


계약은 변호사가 잠시 후에 부동산 중개업소 사무실에 방문해서 진행하기로 했고, 일행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알려 준 인근의 가구점으로 쇼핑을 위해 움직였다.

그날 오후 조영은 새 가구에서 풍기는 냄새에 취해서 비틀거리면서도 이신애에게 잡힌 채로 쉼 없이 돌아다녀야 했다.


띠리리리.

한참 가구점에서 판매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던, 여한모의 휴대전화가 우렁찬 벨소리를 뱉어냈다.


“아, 정 사장님? 네? 네.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 저는 보스 모시고 쇼핑 중입니다.”


옆에서 맥없이 서 있던 조영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정 사장님이야? 나 좀 바꿔줘 봐.”


빼앗듯이 여한모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낚아챈 조영이 전화기를 귀로 가져갔다.


“정 사장님? 접니다. 어떤 일 때문에 연락하신 겁니까?”


[아, 보스. 방금 한부 건설의 엄태형 비서실장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강도수는 미국으로 강제 유학을 보내기로 했답니다. 당분간은 보스의 눈에 뜨이지 않을 겁니다. 그 사실을 알려드리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요.]


“아, 그래요?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자세한 내용은 내가 만나서 보고를 받는 게 낫겠죠? 사장님은 지금 어딥니까? 아닙니다. 내가 이동할 수 있습니다. 여기도 강남이니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네? 보스? 직접 오실 필요까지는 없는데요? 보고드릴 내용은 그게 전부입니다. 저는 사무실에 있기는 합니다만, 오실 것까지야.....]


“아니죠, 앞으로의 일도 의논해야 할 거고 내가 곧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에요, 쇼핑은 여기 여 팀장이 알아서 해도 되는 사안입니다.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조영이 어떻게 해서라도 가구 쇼핑의 고역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게 다 드러나 보이는 대단히 어설픈 연기였다.

여한모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고, 저쪽에서 가구를 보던 이신애가 다가와서 조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신애의 눈길을 받은 조영의 목소리가 점점 사그라들었다.


“아....네....그게 보고의 전부라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는 거로 하지요.....수고하십시오.”


전화를 끊은 조영이 커다란 휴대전화를 여한모에게 건네주었다.


“아...아니, 신애야. 그게 아니고, 급한 보고라길래 내가 가야 하는 줄 알았는데, 얘기하다 보니까 가지 않아도 되겠다네.....허허허....아이고, 이곳 매장이 난방을 너무 세게 했나? 왜 이렇게 덥지? 여기요, 뭐 시원한 마실 것 좀 없습니까? 실내가 꽤 덥네요? 허...음...허허허.”


“오빠, 당황하는 거 너무 티 나거든요? 저랑 같이 가구 고르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아....아니지, 신애야. 힘들기는 재미있지, 재미있어. 암.....한모야 내가 원래 쇼핑 좋아하잖아, 그렇지? 응?”


“그럼요, 보스. 보스가 제일 좋아하는 게 쇼핑이시잖아요? 흐흐흐. 그것도 신애 씨랑 함께 하는 쇼핑. 흐흐흐.”


여한모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고, 그것을 바라보는 조영의 이마에 땀방울이 한, 두 방울 맺히는 모습을 바라보던 이신애가 마침내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 오빠 땀까지 흘리고 그러세요? 인제 그만 가도 돼요. 저는 다 골랐어요. 말숙아, 더 고를 거 있니? 그러면 나는 조영 오빠랑 근처 카페에 가 있을 테니까 여 팀장님하고 둘러보고 올래?”


“신....신애야 그래도 돼? 응?”


조영의 눈빛은 제발 지금 이곳을 어서 떠나자고 간절하게 신애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오빠, 우리는 나가요. 아까 들어오다 보니까, 요 옆에 카페 있더라고요. 나 거기 가서 시원한 음료 사 주세요. 네?”


이신애가 뛰어와서 조영의 팔을 잡아당기자, 조영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떠올랐다.

이내 침착함을 되찾은 조영이 여한모를 쳐다보았다.


“한모야, 쇼핑 마저 하고 건너와. 우리는 먼저 가 있을게. 말숙 씨, 천천히 구경하고 오세요”


가구점을 떠나는 조영과 이신애를 바라보던 여한모와 김말숙이 시선을 마주하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사장님은 정말 쇼핑이 재미없으신가 봐요, 팀장님 우리도 얼른 둘러보고 가죠?”


“그래 말숙아. 그런데, 언제까지 팀장님이라고 부를 거야? 나도 오빠 소리 듣고 싶은데? 오빠라고 부르지 않으면, 나 이 반지 손가락에서 뺀다?”


짐짓 삐진 척 말을 꺼낸 여한모가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매만지자, 김말숙의 얼굴이 발그스름해졌다.


“아직 오빠 소리가 어색해서 그런 건데. 알았어요. 오.....빠.”


“흐흐흐, 그거 좋은데? 다시 한 번만 불러봐.”


“짓궂어요, 한모 오빠.”


“흐흐흐”


“호호호”


옆에서 가구를 팔아야 하는 직원도 두 사람을 따라서 웃고 있었다.


* * *


1990년 3월 21일 수요일.

오늘은 한부 건설의 주주 총회가 있는 날이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8 8-23 21.07.11 650 8 11쪽
197 8-22 21.07.10 642 8 11쪽
196 8-21 21.07.04 674 10 11쪽
195 8-20 21.07.03 691 10 11쪽
194 8-19 21.06.27 686 10 11쪽
193 8-18 21.06.26 679 8 11쪽
» 8-17 21.06.20 691 7 11쪽
191 8-16 21.06.19 669 10 11쪽
190 8-15 21.06.13 688 10 11쪽
189 8-14 21.06.12 686 7 11쪽
188 8-13 21.06.06 709 7 11쪽
187 8-12 21.06.05 706 8 11쪽
186 8-11 21.05.30 697 6 11쪽
185 8-10 21.05.29 695 8 12쪽
184 8-9 21.05.23 723 7 11쪽
183 8-8 21.05.22 705 6 11쪽
182 8-7 21.05.16 711 10 11쪽
181 8-6 +2 21.05.15 725 10 11쪽
180 8-5 21.05.09 775 9 11쪽
179 8-4 21.05.08 766 10 11쪽
178 8-3 21.05.02 824 7 11쪽
177 8-2 21.05.01 821 6 11쪽
176 8-1 21.04.25 854 7 11쪽
175 7-25 21.04.24 818 8 11쪽
174 7-24 21.04.18 817 7 11쪽
173 7-23 21.04.17 834 7 11쪽
172 7-22 21.04.11 872 6 11쪽
171 7-21 21.04.10 870 3 11쪽
170 7-20 21.04.04 899 6 11쪽
169 7-19 21.04.03 926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