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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731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6.13 07:00
조회
688
추천
10
글자
11쪽

8-15

DUMMY

사실 권 의원이 정필모에게 윤근식이 저지른 비리에 대한 제보를 받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정확한 세부 증거까지 얻지는 못했다.

다만, 정필모는 정황 증거를 설명해 주었고, 그 내용이 그럴듯했다.

게다가 정필모는 권 의원이 필요로 한다면 상세한 자료를 넘겨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정도의 재료를 받았으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권 의원의 판단이었다.

어차피 상대방인 이부삼 의원에게 증거 자료를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이쪽의 카드가 뻥카일거라고 생각하고 Go를 외쳤을 때, 자료를 공개하게 되면 타격을 받는 것은 이부삼 의원 측일 테고, 이쪽의 카드를 진실이라고 믿고 윤근식의 입각을 포기한다면 권 의원이 얻을 것은 모두 얻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가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자신이 잃을 것은 없는 게임이었다.


“정치자금이요? 아니, 막말로 대한민국에서 정치하면서 정치자금을 받지 않는 정치인이 어디에 있답니까? 그 정도 이야기로 당의 중대한 결정을 가로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봐요, 이 의원님. 그러기에 내가 옛 동지로서의 정을 서두에 꺼낸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이미 관련 자료를 확보했어요. 이 의원님이, 아니 새나라당에서 윤근식이를 장관으로 추천하는 순간, 주요 언론사를 통해서 자료를 공개할 생각입니다.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권 의원이 담배 연기를 천장으로 내뿜으면서 빙글빙글 미소를 지었다.


“권 의원님. 윤근식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한다면, 아마 민주평화당 소속일 때였겠지요? 지금 그걸 폭로한다면, 민주평화당과 김 총재에게도 구정물이 튀게 될 텐데요?”


“아니지요, 아니지요. 시기가 그랬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알고 당을 나가는 윤 의원을 잡지 않은 것이 되는 것이고, 새나라당은 비리로 얼룩진 윤 의원을 영입한 모양새가 되는 것이지요. 게다가, 우리는 그야말로 읍참마속의 결단으로 국가 행정을 위해서, 위법한 행위를 했던 국회의원의 입각을 반대한다는 명분을 갖게 됩니다. 과연 언론이, 국민들이 어느 쪽 편을 들어주게 될까요?”


권 의원의 막힘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부삼 의원이 고민에 빠졌다.

가뜩이나 3당 합당이 [밀실야합]이라느니, [독재세력에 항복한 민주세력] 이라느니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여기에다가 상대 당에서 빼내온 국회의원의 비리 사건이 언론에 노출된다면 국민들의 욕을 한 바가지는 더 먹게 될 터였다.


“하지만, 권 의원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건은 수사를 진행하게 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될 겁니다. 우리 당 지도부를 설득하려면 그 정도로는 어렵습니다. 우리 당은 이제, 김 총재님의 아니, 이제 최고위원 중 한 분이시기 때문에 총재께서 혼자 결정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의원님.”


“정치자금 수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이기는 하지요. 이런 건 어떻습니까. 윤지만이라고 윤근식 의원의 아들이 있는데 미국에서 유학 중입니다. 이 어린 친구가 미국에서 마약을 하고 있더군요,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를 미국 정부 당국에 넘겨주는 순간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될 겁니다. 한국 집권여당 국회의원이자, 장관의 아들이 미국에서 마약사범으로 체포된다? 여당의 지지율에 도움이 많이 되겠지요?”


“그....그런....음.....”


“잘 생각하세요, 이 의원님. 다른 자료들도 있습니다만, 방금 말씀드린 두 가지 사안이 언론에 발표되는 순간부터 윤 의원은 장관으로서의 업무 수행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겁니다. 이쯤에서 윤 의원의 장관 입각 계획을 취소하세요. 그것이 이 의원이나, 김 총재께서 상처를 덜 입고 새로운 여당 내에서의 입지를 굳히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 총재께서는 기왕에 호랑이굴에 들어간 김 총재께서, 호랑이를 잡아보십사 하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어쨌든 한 때는 가까운 동지였지 않습니까? 이번 선택을 잘못하게 된다면, 호랑이굴 속에서 뼈도 남기지 못하고 잡아먹힐 수도 있는 상황이 될 겁니다.”


“권 의원님, 다른 사안으로 협상을 해보시는 건....예를 들면 대규모 정책 자금을 동원한 지역 개발이라던가, 야당 측에서 원하시는 예산 지원에 대해서라면 협상을 할 생각이 있습니다.”


“아니요, 우리는 우리 당을 떠난 배. 신. 자. 의 몰락을 원합니다. 다른 것으로는 협상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씀드립니다.”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권 의원이 술잔에 남은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맞은편에 앉은 이부삼 의원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이 가득했다.


* * *


1990년 3월 16일 금요일.

한부 건설 비서실.

오늘도 07:30에 출근한 엄태형 비서실장이 책상에 앉자, 비서실 여직원이 따뜻한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고마워, 미스 김.”


따르릉.

엄태형 실장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오늘 일정에 대한 확인을 위해서 서류에 눈을 주었을 때 책상 위의 전화벨이 울렸다.

비서실장 직통 전화였다.

고개를 갸웃거린 엄태형 실장이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한부 건설 비서실장 엄태형입니다.”


[실장님, 이른 아침부터 전화 드렸습니다. 정필모입니다. 하하하.]


“아, 예.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어제 뵈었는데 이른 시각에 전화를 다 주셨군요?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내가 아침에 어떤 소식을 하나 접했는데, 우리 엄 실장님께서 알고 계셔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어제는 제가 급한 마음에, 강태수 사장님께 직접 연락을 드렸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엄 실장님 입장이 곤란해지셨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무슨 일인지를 말씀해 주시지요, 사장님.”


[강도수 학생이 어젯밤에 나이트클럽에 간 건 알고 계시나요?]


아주 짧은 시간, 엄태형 실장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역시 모르고 계셨군요. 어제 강남의 J 나이트클럽에서 강도수 군이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았는데, 그곳에서 마약 투여가 이루어진 모양입니다. 언론에서 냄새를 맡고 취재에 나섰어요. 오전 중으로, 한부 쪽에 거래를 하자고 연락이 갈 겁니다.]


“거래라니요?”


[에이, 다 아시면서 왜 이러실까요? 기사를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광고나 협찬....뭐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이 언론사가 메이저는 아니에요. 다만, 거래 연락을 한부 건설로 할지, 그룹 본사 비서실로 할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엄 실장께서 미리 알고, 대책을 세워보라고 알려드리는 겁니다. 하하하.]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언론사가 어디입니까? 그것도 알고 계시면 말씀해 주시지요?”


엄태형 실장이 수화기를 왼손으로 바꿔 들면서 오른손으로는 펜을 잡았다.


[뭐, 좋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엄 실장님이 마음에 든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요? 이 내용은 제가 연락을 줬다고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강태수 사장에게는 내가 말하지 않을 거니까요, 엄 실장님의 개인 공로로 하고 가시면 됩니다.]


“아니, 사장님. 제게 왜 그런.....?”


[아....아....제가 엄 실장님을 스카우트하고 싶다고 여러 번 말씀드리고 있잖습니까? 농담 아닙니다. 하하하. 언론은 [주간 서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강도수군은 지금 강남의 H 호텔에 있습니다. 자, 이 일로 제가 엄 실장님께 점수를 좀 딸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하하하. 바쁘게 움직이셔 할 테니 이만 끊겠습니다. 고생하십시오. 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들어가십시오.”


엄태형이 끝인사를 다 하기도 전에 정필모의 전화가 끊어졌다.


‘뭐지? 왜? 정필모 사장이 왜 내게 이런 정보를 주면서 호감을 사려고 하는 거지? 설마, 나와 일하고 싶다는 게 진짜인가?’


혼자만의 생각에 잠깐 빠져 있던 엄태형 실장이 고개를 가로젓고 나서, 시선을 들자 비서실 직원들의 눈길이 자신을 향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제야 통화 내용을 직원들이 듣고 업무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보 전화야. 강도수 도련님이 어젯밤에 또 작은 일을 벌이신듯하다. 수습을 빠르게 해야 하니까, 업무를 나누도록 하지. 박 비서는 지금 강남 H 호텔로 가서 강도수 도련님의 투숙 객실을 확인하고, 얼른 집으로 모셔. 갈 때, 회사 보안 요원 세, 네 명함께 움직이도록 해. 방 비서는 [주간 서울]? 이런 이름의 언론사에서 어젯밤 일을 취재했다는 정황이 있으니까, 빨리 찾아가서 자료 확보해. 그룹 비서실에 연락할지 모른다고 하니까, 이동 중에도 계속 연락하고. 이거 회장님께 보고되면 모두 시말서 쓸 각오해. 알았어? 빨리 움직여, 빨리.”


비서실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태형 실장이 엄지손가락으로 머리를 꾸욱 눌렀다.

두통이 오는 것인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지시를 받은 비서들이 밖으로 나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 엄태형은 서류를 검토하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한부 건설의 주주 총회까지 5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엄태형 실장은 주주 총회에 대한 준비와 관련된 서류를 검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강태수 사장은 주주 총회를 앞두고 한부 건설의 지분을 상당수 가지고 있는 기관장과 골프 회동이 있어서 오늘 출근이 늦어질 터였다.

강태수 사장이 오기 전까지 강도수에 대한 처리를 일단락지어야 했다.

아직까지 그룹 비서실에서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강정훈 회장의 귀에 이번 사건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따르릉. 따르릉.


“실장님, 2번 회선에 박 비서 전화입니다.”


전화를 받은 여직원이 엄태형에게 보고했다.

엄태형이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래, 박 비서. 어떻게 됐어? 도련님 신병은 확보했어?”


[지금 H 호텔 카운터입니다. 투숙 사실까지는 어찌어찌 확인했는데, 지배인이 마스터키로 룸을 열어주는 것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사장님 이름을 대. 사장님 지시라고 하고, 문을 열어달라고 하고, 마스터키를 제공하지 않으면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서 도련님을 집으로 모셔. 너, 지금 정신이 없어? 경찰이나 언론에서 냄새를 맡으면 부서진 문 값 정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단 말이야. 내가 책임질 테니까, 무조건 들어가. 들어가서 끌고 나왓!”


엄태형 실장의 통화 말미는 거의 고성에 가까운 소리침으로 끝이 났다.

비서실의 직원들이 다들 책상 위에 있는 서류에 고개를 처박았다.

비서실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정적에 휩싸였다.


H 호텔 카운터의 전화를 빌려서 엄태형 실장과 통화를 마친 한부 건설 박진호 비서가 수화기를 호텔 직원에게 돌려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배인님, 들으셨어요?”


수화기 건너에서 들려오는 엄태형 실장의 목소리가 워낙에 커서, 호텔 지배인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지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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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8-16 21.06.19 67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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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8-12 21.06.05 707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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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8-5 21.05.09 776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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