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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81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5.09 07:00
조회
775
추천
9
글자
11쪽

8-5

DUMMY

“어이쿠, 장관이라니요. 아직 결정된 것도 아닌데요. 허허허.”


말은 아니라고 했지만, 윤근식은 김철현이 불러주는 장관 호칭이 싫지는 않은 내색이었다.

장관은 아버지 윤지원 전(前) 의원도 앉아보지 못한 공직이었다.

드디어 아버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생각에 윤근식의 마음은 들떠 있었다.

잔에 가득 채운 양주를 호기롭게 마신 윤근식이 김철현의 빈 잔에도 술을 따라주었다.


“윤 의원님도 잘 아시겠지만, 조만간 언론의 하마평에 윤 의원님의 이름이 올라가게 될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몸가짐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무리, 당내에서 의견 조율을 거치면 청와대에서도 받아들인다지만, 만에 하나 언론에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돌면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 어렵게 잡은 기회이니만큼 윤 의원님도 신경 쓰셔야 합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내가 오늘 김 의원님과 술을 마시고 나면, 당분간은 술자리도 피할 생각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하하, 제가 정치 입문 선배이신 윤 의원님께 주제넘은 조언을 해드렸나 봅니다. 그저 애교로 생각해 주십시오. 그리고, 장관이 되시면 저를 잊지 마시고, 저희 지역구에 작은 공사라도 몇 개 내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작은 공사뿐이겠습니까? 김 의원님이 다음번 선거를 걱정하지 않으실 만큼 커다란 SOC

(Social Overhead Capital : 사회 간접 자본) 공사를 배정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똑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화려하면서도 노출이 상당한 옷을 입은 공수희가 들어왔다.

뒤에는 예쁘게 치장된 과일 안주를 쟁반에 받쳐 든 웨이터가 뒤따르고 있었다.


“어머~ 의원님들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문을 열자마자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게 심상치 않은데요? 기쁜 소식은 나누라 했는데, 저에게도 귀띔 좀 해주세요. 호호호.”


“오, 공 마담. 어서 와요. 오늘 술은 여기 윤 의원님이 사기로 했으니까, 최고로 비싼 술과 맛있는 안주를 듬뿍 가져오고, 예쁜 아가들도 줄 세워 준비해 놓도록 해. 하하하.”


“어머, 정말이에요? 우리 윤 의원님께 좋은 소식이 있는 거군요? 선거철도 아닌데, 의원님이 기쁠만한 소식이 뭐가 있을까요? 혹시 장관이 되거나 뭐 그러시는 거예요? 호호호.”


“아니? 이거, 공 마담이 여의도 손님들과 술잔을 기울이더니 반 정치인이 다 되었는데? 눈치가 백 단이야, 백 단. 허허허.”


“예? 정말이신가보다. 윤 의원님, 진짜예요?”


“어허, 공 마담. 여기 김 의원님이 농담하시는 걸 그렇게 진짜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해요? 호들갑 떨면 다가오던 장관 자리도 멀어질까 걱정되니까, 말조심합시다. 하하하.”


윤근식은 공수희의 말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과히 싫지 않은 기색이었고, 공수희는 눈치껏 내용을 이해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윤 의원님이 광화문으로 옮겨 가시면 술집도 옮겨 가시는 건 아니시겠지요? 그러면 저 서운해서 삐칠 거예요?”


공수희가 윤근식의 옆에 앉아서 옆구리를 꼬집는 시늉을 하며 말을 건네자 윤근식이 호탕하게 웃어댔다.


“하하하, 내가 광화문의 공무원들을 몽땅 데리고 이곳으로 와서 매상을 올려 줄 테니까,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라고, 공 마담. 하하하.”


“공 마담, 윤 의원님이 손님 많이 데리고 오면 내 덕분이니까, 나한테도 공짜 술 한번 거하게 사야 하는 거요, 하하하.”


“물론이지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제가 윤 의원님, 김 의원님 두 분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한 번 안겨드릴게요. 그날은 가게 셔터 내리고, 두 분만을 위해서 우리 가게 예쁜이들 모두 대령하겠습니다, 호호호.”


“정말이요? 정말 약속한 거요? 나중에 공 마담 딴소리하면 안 되는 거야. 내가 우리 윤 의원, 아니 윤 장관님 덕분에 미녀들 틈에서 실컷 술을 마시게 될 날이 곧 오겠군. 그게 내 로망이었는데 말이야. 허허허.”


국회의원이라는 신분도 룸살롱에서는 필요가 없었다.

밀폐된 룸에서는 나이든 사내들의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대화들만이 오고 갈 뿐이었다.


* * *


1990년 3월 14일 수요일.

아침 일찍, 황문달을 통해서 올라온 한 장의 보고서가 여한모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새나라당 김철현 의원, 윤근식 의원, 헤라에서 회동. 김철현 의원이 윤근식 의원을 장관 자리에 추천한 것으로 추정됨.]


여한모가 조영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어젯밤에 강남 공수희 사장의 룸살롱에 윤근식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같은 당 국회의원인 김철현 의원과 함께였다고 하는데, 장관 입각과 관련한 대화가 오고 갔다는 보고입니다. 지금 여의도에는 개각에 대한 소문이 있는데, 새나라당에서는 윤근식에게 한자리를 추천할 분위기인 듯합니다. 상세한 내용은 정필모 사장을 통해서 수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윤근식 입장에서도 당적 변경은 중대한 정치적 결단일 테니까, 그 정도의 반대급부를 약속받았을 수도 있겠군.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해.”


“다음은 한국대 국문과의 손현준이라는 학생에 대한 건입니다. 이름 손현준. 1968년 출생으로 올해 23살입니다. 대학 입학 후에 바로 군에 입대했다가, 이번에 1학년으로 복학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대현 그룹의 손자들 중 한 명입니다. 이신애 씨에게 언급했었다는 강도수와의 친분은 그래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정치계와 대기업의 자제들은 보통 국민학교에서부터 인맥을 만들게 됩니다. 손현준과 강도수도 서울에서 유명한 사립 국민학교를 함께 다녔습니다. 아마도 국민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집안끼리도 왕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도 상류 사회에는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손현준은 집안에서는 경영이나 후계 구도에는 관심 없는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총명해서 대현 그룹의 왕 회장이 총애했었다고 하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룹의 후계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표출해서 왕 회장이 아쉬워했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손현준이 대현 그룹의 일원이라고?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었는데, 호랑이의 핏줄을 이어받았기 때문이었던 건가?”


대현 그룹은 명실상부한 한국 재벌 1위의 대기업이었다.

스타 그룹이 뒤를 쫓는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창업주인 손영주 왕 회장이 건재한 대현 그룹의 벽을 넘기는 어렵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다.

다만 스타 그룹 회장의 아들이 한 명인 것과 달리, 대현 그룹의 손 회장에게는 여러 명의 아들들이 있어서 손 회장 사후에 재산 분배 과정에서 그룹이 쪼개진다면 스타 그룹에게 지위를 추월당할 수도 있다는 추측들이 나돌고 있었다.


“손현준이 강도수와 이신애 씨 사이의 다툼에 끼어들었다는 것을 보면, 향후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손현준도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그렇게 해.”


“어제 닛케이지수는 32,623.5 포인트까지 하락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주가를 부양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내놓고는 있습니다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다음 주 정도면 저희가 생각하는 30,000 포인트 선을 통과해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뉴욕과 싱가포르에 관련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으라고 지시해 놓고 있습니다.”


“사토 마코토씨가 어려운 상황에 고민이 많겠군.”


“일본 대장성의 고위 관료로서 고민이 많겠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세계의 자본들이 승냥이들처럼 달려들어서 일본 증시를 갈가리 물어뜯고 있습니다.”


“자업자득이겠지. 몇 번의 기회를 걷어찬 것은 일본의 관료들과 기업들이었으니까. 그들의 불행이 우리에게는 행운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군.”


“일본 관련 사항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입니다. 중간에 변동 사항이 생기면 급보를 올리게끔 조치해 놓았고, 관련 직원들이 24시간 체제로 비상 대기 중입니다.”


“직원들의 고생은 투자금의 회수 후에 넉넉한 보너스로 위로해 주어야겠군.”


“그 보너스의 대상에는 저도 포함시켜 주셔야 할 겁니다, 흐흐흐.”


“한모, 너는 심각한 보고를 하다가도 나를 웃기는 재주가 있어. 하하하.”


“너무 딱딱한 보고만을 드린 것 같아서 분위기를 풀어드리는 겁니다. 흐흐흐. 이신애 씨가 이사할 만한 집은 정필모 사장의 도움을 받아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조만간 몇 가지 후보군을 추려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끝으로, 오늘 데이트는 어디에서 하실 겁니까? 저도 저녁에는 선약이 있어서 보스를 수행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흐흐흐.”


“데이트? 오늘 데이트해야 하는 날이야? 나는 신애랑 특별한 약속을 잡지는 않았는데?”


“어휴~. 이래서 보스 곁에는 제가 없으면 안 되는 겁니다. 오늘은 한국의 연인들에게는 특별한 날입니다. [화이트 데이]라고 여성이 좋아하는 이성에게 사탕을 선물하면서 고백을 하는 날입니다. 사실 싱가포르에는 없어요. 저도 이번에 공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 일본의 제과업체에서 마케팅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 대만 등지에 퍼져 나가게 되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하여튼, 오늘 저는 말숙이가 보자고 해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보스도 저녁 시간은 비워놓고 기다리시면 틀림없이 신애 씨가 연락이 있을 겁니다.”


“그래? 나는 몰랐는데, 알려줘서 고맙다. 한모야, 네가 없으면 나는 연애도 못 할 것 같아.”


조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여한모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자, 여한모가 의자에 등을 깊숙이 기대며 거드름을 피웠다.


“흐흐흐, 드디어 보스가 저의 존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군요.”


여한모의 거드름에 조영이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꿀밤을 때리려고 하자, 여한모가 재빠르게 피하더니 의자 밑에서 포장된 선물을 집어 올렸다.


“자요, 오늘은 이걸 활용해서 신애 씨에게 점수 좀 따십시오.”


“이게 뭐냐?”


“휴대용 전화기입니다. 아직 전국적인 통신망을 갖추지 못해서, 지방에서는 연결이 잘 안 된다는 불만도 있는데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꽤 잘 사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두 대입니다. 한 대는 보스가 사용하시고, 한 대는 신애 씨한테 선물하시면 될 겁니다.”


“휴대폰? 아, 이게 한국에도 개통이 되었나?”


“개통은 1988년 7월에 됐는데, 그동안은 통화상태가 미흡해서 저희도 굳이 사용하지는 않았었습니다.”


여한모의 이어지는 말에, 조영도 예전에 김말숙을 구하기 위해 가평에 갔을 때 박상인의 차에 있던 카폰이 연결이 잘 안 된다고 투덜거렸던 기억이 생각났다.


“지금은 쓸 만하다는 거지?”


조영의 질문을 받은 여한모가 히죽히죽 웃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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