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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715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4.24 07:00
조회
818
추천
8
글자
11쪽

7-25

DUMMY

“강도수가 점점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부 쪽 계획은 밑에 사람들한테만 맡기지 말고, 한모 네가 꼼꼼하게 챙기도록 해. 특이사항 생기면 바로바로 알려주고.”


여한모에게 한부 그룹의 일을 꺼내는 조영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네, 보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잘 확인하겠습니다.”


“서울로 올라가자. 나는 평창동으로 갈 테니까, 너는 가서 말숙 씨하고 밥 먹고 데이트하고 와.”


“신애 씨는 같이 안 올라간대요?”


“내가 친구들하고 더 놀다 오라고 했어. 연애한다고 서로의 개인적인 생활까지 제한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 나도 일하고 하다 보면 바쁠 날이 많을 거고. 서로 이해해 줘야겠지.”


“알겠습니다, 보스. 일단 차에 타시지요.”


담뱃불을 끈 여한모가 차를 한 바퀴 돌아서 운전석 뒤에 올라탔고, 이신애가 있을 방향으로 한 번 눈길을 준 조영이 차에 올라타자, 곧이어 차가 출발했다.

조영이 탄 승용차 뒤편으로 경호원들이 탄 차가 한 대 더 뒤따랐다.

이신애가 숙소로 들어서자 고선미가 다가왔다.


“언니, 어디 갔다 왔어요? 언니 남자 친구가 다녀갔다던데, 진짜예요?”


“응? 응.”


“우와~ 진짜예요? 나는 선배들이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고선미의 눈이 커다래졌다.


“사실이야.”


단호하게 대답한 이신애가 왼손을 들어 올려서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여주었다.


“뭐에요, 이거? 어제는 못 보던 반지 같은데? 설마, 커플링? 남자 친구가 커플링 주러 여기까지 찾아온 거예요? 여자 친구가 MT 온 데까지? 몇 살이에요? 어느 학교 다녀요? 잘생겼어요?”


“응, 키도 크고 얼굴도 영화배우 뺨치게 생겼더라.”


대답은 이신애의 입이 아니라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심혜성의 입에서 나왔다.


“어제 마신 술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바람 쐬러 나갔다가 우연히 봤어. 신애 남자 친구 엄청나게 잘생겼던데? 어떻게 만났어? 영화배우는 아니지?”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던 여학생들이 하나둘씩 다가와서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전 세계 어딜 가나 어린 여학생들의 관심사는 남자 친구, 달콤한 연애, 예쁜 옷이었다.


“경영학과 애들이 그러는데, 경영학과 강도수 선배가 신애를 찍었다던데, 그러면 삼각관계 되는 거야?”


“강도수면 그 무슨 재벌 회사 손자라는 그 선배?”


“한부 건설 사장이 강도수 선배 아버지래. 그래서, 경영학과 선배들도 강도수 선배라면 한 수 접어주잖아. 졸업하고 나서 그 회사에 취직하려는 학생들도 많다던데?”


“이건 그야말로 빅뉴스다. 빅뉴스.”


“그럼 앞으로 이신애는 미팅, 소개팅 금지인 거야? 국문과 퀸이 미팅에 빠지면, 의뢰 건수가 확 줄어들 텐데 어떡하지? 큰일이네.”


여학생들의 수다는 중구난방이었고,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이신애는 자리가 조금 불편해졌다.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방을 빼져 나온 이신애는 운동장으로 나가서 한쪽에 매달려 있는 그네에 몸을 얹었다.


흔들흔들.

흔들리는 그네에 몸을 맡긴 채로 하늘을 한 번 쳐다본 이신애가 왼손을 들어 반지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3월 초의 아침은 아직 쌀쌀했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담배 냄새가 실려 오는가 싶더니, 그네에 앉아 있는 이신애의 어깨에 옷이 걸쳐졌다.

이신애가 고개를 돌리자,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손현준이 다가와 있었다.

아침에 손현준이 입고 있던 군용 야전잠바가 이신애의 어깨에 걸쳐져 있었다.


“현준 선배.....”


“아침 바람이 차다. 감기 걸려. 카디건은 어쩌고 그냥 나왔어?”


“아, 방에 들어가서 잠깐 벗어놓았다가 갑자기 나오는 바람에요.”


“감기 걸리면 남자 친구가 약 사들고 찾아온대?”


“아니, 그건 아닌데요. 고마워요, 선배. 호호호.”


“신애 남자 친구 멋있게 생겼더라.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질투가 날 정도였으니까.”


“아....”


“강도수를 조심해. 너와 네 남자 친구를 바라보는 녀석의 눈빛이 심상치 않더라. 어려서부터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은 뭐든지 가져야 직성이 풀리던 녀석이야. 그런 녀석들은 다들 비슷해. 본인이 원하는 것은 그게 뭐든지, 가져야 하지. 아니면 아무도 가질 수 없게끔 부숴 버리는 쪽을 택해. 잔인한 녀석이야.”


“현준 선배는 강도수 선배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나? 어려서부터 안면이 있었어. 친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어떤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지는 알고 있을 정도의 사이? 딱 그 정도였지. 하여튼 조심해. 내 말 허투루 듣지 말고, 네 남자 친구한테도 꼭 전해 줘.”


말을 마친 손현준이 손가락을 튕겨서 담배꽁초를 공중으로 날려 버리고는 휘적휘적 발걸음을 옮겼다.


“조심해라, 이신애. 나도 강도수와 비슷한 부류야. 내가 찜한 것에 다른 사람이 눈독 들이는 것을 참지 못할 것 같아. 이런 감정이 생긴 것은 처음이지만 운명처럼 알게 되는 감정이네.“


손현준이 혼자 읊조리는 말은 너무 작아서 이신애의 귀에 들리지는 않았다.

이신애는 혼란스러웠다.

분명히 싱가포르에 있었을 조영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도 그렇지만, 강도수가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하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동료 학생들의 구설에 오르게 된 것도 당황스러웠다.

이신애가 오른손을 움직여서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어루만졌다.

아까는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반지를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손가락으로 만지다 보니, 반지에 특별히 새겨진 것이 있는지 손가락에 걸리는 느낌이 달랐다.

반지를 가까이 가져온 이신애가 주의 깊게 반지를 들여다보았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금반지였지만, 아주 작은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꽃문양이었다.


‘어디서 비슷한 꽃잎을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꽃일까? 나중에 조영 오빠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언니, 아침 식사 준비해요~ 어서 오세요.”


멀리서 고선미가 이신애가 앉아 있는 쪽을 바라보며 두 손을 입가에 모은 채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신애가 싱긋 미소를 짓고는 그네에서 일어나서 숙소로 향했다.

숙취에 시달리는 일행들을 위해서 솜씨를 발휘할 시간이었다.


아침 메뉴는 콩나물국이었다.

국물을 우려낼 만한 재료가 없었기 때문에, 어제 먹다 남은 라면에서 수프들을 모아가지고 왔다.


“언니, 이만큼 넣으면 될까요?”


“그 정도면 될 것 같아. 자, 현준 선배. 콩나물 다 준비됐어요?”


“으...응. 이렇게 하면 되나?”


이신애가 요리를 주관하고 있었다.

조의 막내인 고선미가 라면 스프를 모아가지고 왔고, 요리할 줄 모른다고 손을 내젓는 손현준에게 콩나물을 다듬어서 씻어오라고 시켰었다.


“현준 선배, 이게 뭐예요? 이리 와 보세요.”


이신애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손현준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콩나물 한 번도 안 다듬어 봤어요? 여기 있는 꼬리를 다듬어 줘야죠.”


“어.....맞아. 콩나물 한 번도 안 다듬어 봤는데. 어떻게 알았어? 그런 것도 티가 나나?”


“정말요? 오빠, 맨날 요리사가 차려주는 밥만 먹었어요? 어떻게 콩나물을 한 번도 안 다듬어볼 수가 있죠? 나이가 몇 살인데? 크크크.”


옆에 있던 고선미가 끼어들면서 얄밉게 웃자, 손현준이 짐짓 인상을 쓰면서 고선미를 째려보았다.


“에휴, 현준 선배 이리 와보세요. 보세요, 여기를 이렇게 잡고 꼬리를 이렇게 제거해 줘야 하는 거고요. 머리 쪽에서는 콩꺼풀과 상한 것으로 보이는 머리들을 제거해 주는 거예요. 이렇게요. 어때요, 쉽죠? 자, 손질한 다음에 깨끗이 물로 씻어서 가져다주세요.”


“으....응. 보기에는 쉬워 보이기는 하네. 하하하”


어색한 웃음으로 분위기를 모면하려는 손현준이 이신애가 보여주는 시범을 머릿속에 담으면서 콩나물을 받아 들었다.


“꼬리를 제거하고, 머리를 다듬고....”


중얼중얼 콩나물 손질하는 방법을 혼잣말로 웅얼거리는 손현준을 바라보면서 이신애는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고, 고선미가 웃음을 빵 터뜨렸다.


“현준 선배도 재밌죠? 군대도 다녀오셨다는데, 일상생활에서는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 같을 때도 있어요. 언니, 어제 기억나죠? 김치를 칼로 자르는 것도 처음 해봤다잖아요, 호호호.”


“자, 선미 너도 이리 와. 물 끓는 동안 설거지 마무리하자.”


이신애가 팔을 걷어붙이고, 설거지 거리들이 쌓여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이신애가 고선미와 손현준의 도움을 받아서 만든 아침 식사는 [김치 해장 콩나물 라면]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어제 저녁 식사를 하고 남은 재료들을 몽땅 쏟아부은 것이나 다름없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반응은 괜찮았다.


“이야, 이거 보기와 다르게 맛이 괜찮은데?”


“그러게, 콩나물이 들어가서 그러는지 시원하고, 라면 국물의 얼큰한 맛과 어울려서 해장에 그만이네, 그만.”


“막내야, 여기 내 밥그릇에 국물 좀 더 떠줘라. 이거 얼큰하니 좋네~”


“선배, 죄송해요. 국물이 남은 게 없어요. 경영학과 쪽에 절반을 덜어줬더니 남은 게 얼마 없었어요.”


“아, 경영학과. 엥? 경영학과에 음식 주는 건 어제저녁으로 끝난 거 아니었어?”


“흥, 기억 안 나세요? 선배님하고, 다른 선배분들 몇몇이 캠프파이어 앞에서 술 마시다가 경영학과 3조하고 내기해서 졌잖아요. 정말 기억 안 나세요?”


3학년 심혜성의 날카로운 목소리와 찌릿한 눈빛에 4학년 남자 선배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미안. 내가 그랬나? 그럼 그만 먹지, 뭐. 오늘 아침은 누가 한 거야?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요리하느라 고생한 분들은 좀 쉬어라.”


“뭐에요, 선배. 정말 기억에 없는 거예요? 으이구. 술 좀 작작 드세요.”


심혜성은 4학년 남학생과 평소에 친분이 있었는지, 옆에서 보기에 조금 심하다 싶게 잔소리를 해댔지만, 말리는 사람은 없고 다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맛있게 끝낸 학생들이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설거지는 남학생들이 맡기로 했기 때문에, 먼저 방으로 돌아온 이신애는 세면장에서 간단하게 세수를 하기 위해 수건과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서 세면장으로 향했다.

야외 세면장은 경영학과 학생들이 쓰는 숙소와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었다.

20여 개 정도 되는 수도꼭지가 한 줄로 쭉 늘어서 있는 세면장에는 식사를 빨리 마친 사람들이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있었다.

이신애가 다가갈 때, 양치질을 끝마쳤는지 칫솔을 오른손에 들고 수건을 목에 두른 강도수가 다가왔다.


“이신애 씨, 자주 마주치는군요. 아침 식사는 덕분에 잘 먹었어요. 듣자 하니, 메인 메뉴의 주방장이 신애 씨라고 하더군요. 요리에도 재주가 있는 것을 보니, 내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흥, 당신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요. 비켜 주시겠어요?”


찬바람이 분다 싶을 정도로 냉랭한 대답을 건넨 이신애가 강도수를 비켜서 세면장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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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8-12 21.06.05 707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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