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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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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3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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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9화

DUMMY

"알겠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뜸을 들인 루시퍼가 말했다.


"내가 굳이 너한테 그런 약속을 받아냈던 이유는 한 가지 알아볼 게 있어서였다."

"알아볼 거요?"

"그래.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 애송이가 정말로 죽을 수도 있을 만한 상황을 연출할 필요가 있었거든. 그런데 니가 끼어들면 죽도 밥도 안 되지."

"그, 그렇다고 해서 그런 위험한..."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다. 덕분에 내 추론이 맞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지. 이제 그걸 바탕으로 직접 심문에 나설 거다."

"시, 심문이요?"

"그래. 지금부터 그 수상쩍은 교사 놈을 족치러 갈거다."


루시퍼는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했고, 그 순간 수업 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


"그래서...저한테 용건이 있으시다구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칼같이 갈루에 선생을 찾아온 루시퍼는 그를 반쯤 연행하다시피 하며 저번에도 왔었던 그 창고에 들어왔다. 저번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이번에는 엘레나도 같이 있다는 점 뿐이었다.


"저, 저도 따라와도 좋았던 걸까요..."

"그래. 넌 보험이다. 제삼자가 바로 근처에 있으면 뭔가 수틀린다고 해도 이놈이 날뛰는 일은 없겠지."

"날뛰다니요. 제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나, 날뛰어요? 가, 갈루에 선생님이요?"


평소 행실을 보자면 지나가는 파리 한 마리도 못 잡을 것 같은 선생이었기에 엘레나가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귀찮아서 못 잡는다는 의미지만 말이다.


"그래. 너나 안젤라는 안전하겠다만...나는 얘기가 좀 다르거든."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나 사람을 겁주는 건지. 이야~요즘 학생들은 무섭네요. 정말로."

"아무렴 네놈만 할까. 기만에 절은 천사 새끼가."

"네, 네?"

"뭐, 뭐라구요?"


안젤라와 엘레나가 동시에 경악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폭탄 발언을 던진 루시퍼 쪽과 갈루에 선생 쪽을 번갈아가며 돌아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상상 이상으로 놀라운 이야기가 나왔군요. 제가 천사라구요?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요?"

"마, 맞아요 스승님...아무리 그래도 갈루에 선생님과 천사님은...그, 이미지가 좀."

"이야~그건 그것대로 또 상처받는 발언이네요. 엘레나양."

"죄, 죄송합니다아..."


그렇게 말은 하지만 전혀 서운하지는 않은 어투인 갈루에 선생. 확실히 선성의 상징으로 알려진 천사라는 존재와 귀차니즘의 화신과도 같은 갈루에 선생을 매치시키는 것은 가히 넌센스에 가까운 일이었다.


"뭐, 나도 처음부터 의심을 했던 건 아니야. 아니, 사실은 상상조차 못하고 있었지. 설마 이 내가 다니게 된 학교에 소름끼치는 천사 놈이 숨어 있다는 건 아무리 이몸이라고 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지."

"음...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가 천사라는 생각이 아주 확고한 듯 하네요. 루시퍼군은. 이유를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그야말로 얼토당토않은 의심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인지 갈루에 선생은 느긋한 태도로 루시퍼에게 물었다.


"난 어지간해선 확실한 근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아. 그래. 내가 의문을 느꼈던 순서대로 말해주지. 가장 처음으로 의문을 느꼈던 순간은 빌리언이라는 애송이와 안젤라가 처음으로 시비가 붙은 날이었다."

"아. 그 식당에서의..."

"그래. 바로 그 때다. 그 때, 모종의 이유로 식당 내부에서 마기가 방출되는 일이 있었다."

"네, 네에?"


그 날 현장에, 심지어 루시퍼의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혼자 마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던 안젤라는 깜짝 놀랐고, 그 날 의문의 한기를 느꼈던 엘레나는 마기라는 말에 놀라면서도 납득이 가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기라고는 하지만...몬스터들이 풍기는 그 천박한 마기와는 다른,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지극히 순도가 높은 마기였기에 현장에 있던 자들은 이유 모를 공포심을 느낄 뿐 그게 마기라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어. 심지어 거리가 꽤 된다면 살짝 오싹한 기운 말고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지. 하지만 그 날, 유난히도 과민 반응을 보이는 놈이 한 명 있더군."

"아. 저도 기억났어요. 그러고보니 그 때의 갈루에 선생님은 엄청나게 급해보였죠. 그런 모습은 처음 봤어요."


학교에 입학한 뒤로 처음 본 갈루에 선생의 다급한 표정을 떠올린 엘레나가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그 뒤에도 이상할 정도로 집요하게 혹시 위험한 일이 있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시고 다니셨죠. 왜 그런가 했더니 마기를 느끼셨던 건가요?"


미간을 찌푸리며 곰곰히 생각을 하던 엘레나가 갈루에 선생에게 직접적으로 질문했다.


"이야~이거,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안되겠네요. 정말 못 당하겠어요. 루시퍼군은."


갈루에 선생은 졌다는 듯이 양 팔을 들고는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고, 루시퍼는 표정을 약간 찌푸리며 침묵했다.


"서, 설마 정말로 갈루에 선생님이...?"


안젤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갈루에 선생은 고개를 저었다.


"유감스럽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저번에 루시퍼군과 안젤라양에게는 따로 말을 해 줬을 텐데요. 저는 신성력을 제법 민감하게 느끼는 체질이라구요."


갈루에 선생이 슬쩍 안젤라가 들고 있는 바구니를 가리키며 말했고, 안젤라는 드디어 깨달았다는 듯이 외쳤다.


"아! 신성력을 민감하게 느끼는 체질이시니...마기도 민감하게 느낄 수 있으신 거로군요!"

"바로 그겁니다! 안젤라양은 똑똑하군요. 참 잘했어요 스티커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에헤헤..."

"하아...이건 대체 누구 편인건지."


아주 쿵짝이 잘 맞는 둘의 모습에 루시퍼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을 이었다.


"일단 네놈의 정체가 천사라는 가설이 서자 이상할 정도로 네놈의 과거가 은폐되어 있는 사실에 대해서도 납득이 가더군.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놈에게 과거 따위가 존재할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동안 존재하지도 않는 자료를 찾으러 헛고생을 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밀어오르는군."

"예에? 제 과거가 없다구요? 그럴 리가 없는데...루시퍼군이 성실하게 찾지 않았던 건 아니고요?"


묘하게 신경을 긁는 갈루에 선생의 말에 루시퍼가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흥. 마음대로 떠들어봐라. 가장 중요한 정보를 바로 얼마 전에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까 말이야."

"..."


루시퍼의 그 말에 갈루에 선생도 뭔가 짐작가는 것이 있는지 살짝 표정을 굳혔다.


"안젤라. 너에겐 예전에 설명해 준 적이 있었지. 천사 놈들이 사용할 수 있는 비술에 대해서."

"아. 기, 기억나요. 그...어느 면으로 봐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그거요?"

"그래."

"그, 그런 게 있었군요..."


엘레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그 내용을 머릿속에 새기며 루시퍼의 말에 집중했다.


"그 때 말했었지. 천사의 비술이라는 건 그것 외에도 많다고."

"그, 그 말은?"

"그래. 그 애송이와의 결투에서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천사의 비술인 전이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말이야."

"..."


루시퍼의 선언에 갈루에 선생은 아무 말 없이 빙긋 웃으며 앞으로 걸어나왔다.


"자. 이래도 발뺌을 할 수 있겠나? 갈루에. 아니, 라구엘."


갈루에 선생을 라구엘이라는 이름으로 부른 루시퍼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가명을 지을 거면 조금은 고민을 더 해보지 그랬나. 이런 단순한 애너그램이라니 지나가던 꼬맹이라도 수상하게 여길..."

"루시퍼군. 잠깐 둘이서 얘기를 좀 나누죠."


눈 깜빡할 사이에 어느새 루시퍼의 바로 옆으로 다가온 갈루에 선생은 루시퍼의 어깨에 손을 얹었고, 바로 다음 순간, 둘은 소리도 내지 않고 꺼지기라도 한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루, 루시퍼? 갈루에 선생님?"

"어, 어디로 갔지?"


엘레나가 급하게 창고의 문을 열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루시퍼와 갈루에 선생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 대체 어디로...꺄악!"


안젤라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 순간, 느닷없이 갈루에 선생이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루, 루시퍼!"


그리고 갈루에 선생의 손에는 어느 샌가 피투성이가 된 루시퍼가 목덜미를 붙잡힌 채 매달려 있었고, 나타나자마자 루시퍼가 피를 한웅큼 토하며 외쳤다.


"쿨럭...안젤라! 보호막!"

"네, 네!"


주어고 뭐고 없이 급하게 외친 말을 안젤라는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 막무가내로 루시퍼의 몸 주변에 보호막을 쳤고, 그러자 루시퍼를 붙들고 있던 갈루에 선생의 손이 튕겨나왔다.


"...날 속였군."


싸늘하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갈루에 선생이 쓰러진 루시퍼에게 중얼거렸고, 안젤라는 벌벌 떨면서도 루시퍼의 앞을 막아섰다.


"서, 선생님. 이, 일단 대화로 해결하시는게..."

"쿨럭, 하하하. 맞아 라구엘. 대화를 하자고 대화. 천사라는 양반이 그렇게 폭력에 의지하면 쓰나."


그 잠깐 사이에 어떻게나 이렇게 엉망진창이 될 수 있는지가 의문스러워질 정도로 루시퍼의 상태는 심각했다. 안젤라는 그런 루시퍼에게 자신의 신성력을 보내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엘레나양. 어디 다친 데는 없습니까?"


어째선지 엘레나의 안위를 살피는 갈루에 선생. 하지만 엘레나는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갈루에 선생이 내민 손을 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절대적 강자인 루시퍼를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나 피떡으로 만들어놓은 사람이 내미는 손이니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진짜 죽는 줄 알았는데 덕분에 살았군. 고맙다 엘레나."

"에, 에? 저, 저요?"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엘레나에게 감사를 전하는 루시퍼. 당연히 사정을 전혀 모르는 엘레나는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할 뿐이었다.


"저놈이 자신이 사라지면 안젤라양이 엘레나양을 해치도록 지시를 내려 둔 상태라고 하더군요. 자신이 죽으면 엘레나양의 안전은 보장 못한다고...그래서 별 수 없이 돌아왔건만, 설마 블러핑이었을 줄이야. 사전에 계획한 일이었습니까?"

"어우, 이제 좀 살겠군. 기분은 나쁘지만."


안젤라의 신성력에 감싸인 자신의 육체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한 루시퍼는 신성력이 몸을 어루만지는 감각에 소름끼쳐 하면서도 일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럴 리가 있겠냐. 순간 붙잡혔을 땐 이제 꼼짝없이 죽었구나 싶었지."

"쯧. 여전히 잔머리 하나는 잘 굴러가는군요. 변절자."

"칭찬 고마워."


갈루에 선생의 손아귀에서 루시퍼를 살린 것은 순간적으로 발휘한 기책이었다. 어딘지도 모르는 장소로 전이당해 뭐가 뭔지도 제대로 모를 공격에 일방적으로 얻어맞던 루시퍼가 간신히 떠올린 것이 엘레나 인질 작전이었던 것이다. 물론 거짓말이었지만.


작가의말

연휴가 끝난 펭귄은 다시 배고픈펭귄으로 돌아갑니다. 따흐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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