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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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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2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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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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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68화

DUMMY

"바라는 것을, 이루어 준다고?"


평소의 그라면 바라는 것은 스스로 이룬다며 코웃음을 치고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을 빌리언이지만 지금의 그는 자존심에 지대한 상처를 입고 마음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구눈 정체조차 모를 의문의 목소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으로...오라...


목소리와 함께 빌리언의 눈앞에 뚫린 시커먼 구멍에서 새어나오던 음산한 한기가 강해졌고, 그것은 마치 빌리언을 향해 손짓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마치."


얼마 전에 루시퍼가 순간적으로 발한 그 의문의 한기와도 비슷한 감각에 빌리언은 마른 침을 삼키며 마치 홀리기라도 한 것 처럼 구멍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좁은 통로를 걸어 내려간 그는 비정상적으로 넓은 크기의 공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둡군. 그나저나 학교 밑에 이런 장소라니. 대체 뭐지?"


조금 전에 뚫린 입구에서 들어오던 빛은 보이지 않게 된지 오래였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 거슬렸던 빌리언은 손바닥 위에 불꽃을 띄웠다.


"그 목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게 되었군. 뭐였던 거지?"


빌리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돌아가기 위해 뒤를 도는 순간, 무언가가 그의 몸을 덮쳤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가 피웠던 불은 꺼져버렸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떠밀린 그는 바닥에 등을 호되게 부딫히며 쓰러졌다.


"크윽...! 꺼져!"


강한 힘으로 그의 사지를 휘감는 끈적한 무언가를 떼어버리기 위해 빌리언은 온 몸에서 마력을 방출했고, 방출한 마력은 화염이 되어 그의 몸을 휘감고 있던 무언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어떤 건방진 새끼가 감히..."


빌리언의 몸에 붙어있던 무언가는 검고 점성이 있는 액체 같은 것이었다. 흡사 슬라임과도 비슷하게 생긴 그것은 빌리언의 화염에 불타오르며 고통스럽다는 듯이 꿈틀거렸고, 빌리언은 그 광경을 보며 몸을 털었다.


"이게 무슨 개수작이야! 내가 누군지 알고 하는 짓인가!"

-아아...알고말고. 카이너스 왕국의 버려진 왕자...

"무, 무슨!?"


또다시 들려오기 시작한 목소리에 빌리언은 흠칫 놀라며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어떤 새끼야! 모습을 드러내!"

-후후후후...가여운 어린 아이, 스스로도 알고 있는 사실에서 고개를 돌리고 도피하기를 택했군.


들려오는 목소리는 조금 전과는 약간 달라져 있었다. 조금 전의 목소리가 중년의 그것이었다면 지금의 목소리는 어째선지 두 사람의 목소리가 섞이기라도 한 것처럼 겹쳐서 들리는 것 같았고, 겹쳐진 또 한 명의 목소리는 어째선지 빌리언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다, 닥쳐라! 난 버려진 것이 아니다! 아바마마를 위해 이 학교를 왕실의 지배 하에 두기 위하여 자진해서...!"

-후후후후...스스로 말하면서도 웃기지 않은가? 아무도 너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았어. 심지어 뭐? 지배? 그런데 지금 네 꼴이 어떻지?

"그 입 닥치지 못해! 나오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찾아가주마! 플레임 서번트!"


의문의 목소리가 말하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빌리언은 화염의 거인을 소환했다.


"싹 쓸어버려라!"


화염의 거인은 목표를 정하지 않고 전방위로 거센 화염을 내뿜기 시작했고, 그러자 순간적으로 광활한 공동의 내부가 대낮처럼 환하게 빛나며 공동 바닥에 깔려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 뭐야...!"


공동의 바닥은 빌리언이 서있는 곳을 제외하고 방금 그가 지나왔던 곳까지 방금 그가 불태웠던 검은 액체들로 가득한 상태였고, 마치 파도가 물결치듯이 그 검은 액체들은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후후후후...그 절망한 표정, 굉장히 마음에 드는걸. 최고로 식욕이 돋는 표정이야.


어느 새 말투까지 바뀌어있는 목소리는 겹쳐있는 목소리로 기분나쁘게 웃으며 말했다.


"서, 설마...이 기분 나쁜 액체들이 이 목소리의 정체인가?"

-기분 나쁘다니. 실례잖나? 후후후후...


목소리는 조금 전부터 뭐가 즐거운 것인지 자꾸 거슬리는 웃음 소리를 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빌리언 카이너스. 너의 조촐한 소망은 이몸이 대신해서 이루어주마.

"내, 소망이라니...그게 무슨."

-안젤라도, 엘레나도, 루시퍼도, 그리고 다른 이 학교의 모두를...단 한 명도 남김없이 죽여버리고 싶다면서?

"네, 네놈이 어떻게 그 이름들을..."

-후후후후...궁금해 할 필요 없다. 이몸과 하나가 되면, 싫어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테니까.

"하나가 된다니 무슨 헛소리냐!"

-그럼...잘 먹겠습니다.


빌리언의 주위를 빼곡히 감싸고 있던 검은 액체들이 성난 쓰나미처럼 빌리언을 향해 몰려들었고, 빌리언은 화염의 거인의 팔을 휘둘렀다.


"어딜!"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 되었든 간에 부숴버릴 기세로 휘둘러진 거대한 팔이었지만, 빌리언의 시도는 불발되었다.


"뭐, 뭣이!"


휘둘러진 거인의 팔에 검은 액체의 덩어리들이 하나둘씩 달라붙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수백개의 덩어리가 화염 거인의 팔을 붙들고 늘어져 화염 거인의 팔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부, 불태워라! 플레임 서번트!"


조금 전에 자신의 마력에 떨어져나갔던 검은 액체의 특성을 떠올린 빌리언은 그렇게 외치며 화염 거인의 화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후후후후...


하지만 목소리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빌리언은 그 이유를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바보같은..."


검은 액체에 화염이 옮겨붙었지만 금방 쪼그라들던 방금 전과는 달리 빌리언의 화염은 검은 액체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있었다.


-후후후후...너의 마력은 이미 소화가 다 끝났거든. 조금 맵기는 했지만. 음~별미였어.

"마력을...먹었다고? 네놈은 대체 정체가 뭐냐!?"


이러는 와중에도 검은 액체의 덩어리들은 화염의 거인의 팔 뿐만 아니라 몸체에도 달라붙기 시작했고, 쉴 새 없이 들러붙는 검은 액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화염 거인은 몸을 휘청이다가 바닥에 쓰러져 그대로 검은 액체의 바다 속으로 삼켜져버렸다.


-참을성이 없는 아이로군. 조금 있으면 싫어도 알게 된다니까.

"으, 으아아아! 저리 가! 떨어지란 말이다!"


화염의 거인을 너무나도 간단하게 집어삼킨 검은 액체는 서서히 빌리언에게 슬금슬금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를 순식간에 집어삼킬 수도 있었을 텐데 빌리언의 공포심을 서서히 자극하며 천천히 거리를 좁히는 그것에게는 명백한 악의가 느껴졌다.


-예정보다는 조금 빠르지만...딱 이용하기 좋은 숙주를 그냥 소화시켜 버리기는 아깝지. 너의 몸은 잘 사용해주마. 빌리언 카이너스.

"으아아아아악!"


하나 둘씩 몸에 달라붙는 검은 액체를 떼어내려 몸부림을 쳤지만 헛된 저항이었고, 빌리언은 그저 비명을 지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이 무력하게 검은 액체의 바다로 빠져들어갔다.


-----


안젤라와 엘레나는 식당에서 루시퍼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루시퍼는 점심 시간이 끝날 때까지 찾아오지 않았고, 안젤라와 엘레나는 어쩔 수 없이 다음 수업이 있는 교실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하기 직전이나 되어서야 간신히 여학생 군단에게 해방된 루시퍼가 어슬렁어슬렁 교실로 걸어들어왔다.


"루, 루시퍼! 드디어 왔군요."

"그래. 계집애들이 상상 이상으로 끈질기더군. 덕분에 끼니를 놓쳤어."


그렇게 말하는 루시퍼는 식사를 하지 못한거지 어지간히도 서러웠던지 약간 우수에 젖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에요?"

"어떻게 됐냐니. 그저 결투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다. 그것 뿐이잖나."

"그, 그게 아니라요! 자칫 잘못했으면 빌리언군이 죽을 뻔 했다구요!"

"아. 그것 말인가."

"결투가 있기 전에 저에게 약속을 받아내셨죠. 그렇게 위험한 일을 벌일 걸 알았더라면 그런 약속은 하지도 않았어요!"


정말로 드물게 화를 내는 안젤라에게 루시퍼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딱히 그런 싸가지 없는 애송이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 없지 않나? 보아하니 안젤라 너도 그 애송이한테 제법 심한 모욕을 당했던 걸로 아는데."

"제가 모욕을 당한 건 사실이지만...그 어떤 일도 빌리언군이 죽어도 좋은 이유는 되지 못해요."

"무르군. 그런 손해밖에 볼 수 없는 사고방식으로는 너. 얼마 못 가서 죽을 거다."

"..."


루시퍼의 말에 안젤라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반박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같이 있었지만, 지금 루시퍼와 입씨름을 해봤자 득 볼 것은 하나도 없었기에 안젤라는 일단은 화제를 다시 되돌렸다.


"왜 저한테 그런 약속을 받아낸 거에요?"

"헤에. 너도 이제 제법인걸? 용케 화제를 돌리려는 걸 눈치챘어."


딱히 그런 의도는 없었기에 잠시 뇌정지가 온 안젤라는 눈을 꿈뻑였지만, 이내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대답했다.


"그, 그, 그런 펴, 편이죠?"

"...어쩌다 얻어걸린 거였군."


그러나 안젤라의 어설픈 연기는 바로 루시퍼에게 간파당했고, 안젤라는 아무 말 없이 볼을 부풀리며 루시퍼를 쏘아보았다.


작가의말

다들 설은 잘 쉬셨나요? 비록 코로나때문에 고향에는 내려가지 못하더라도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으셨다면 좋겠네요. 아직 내일도 쉴 수 있다는 사실에 펭귄의 의지가 충만해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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