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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790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3.11 18:58
조회
27
추천
2
글자
9쪽

94화

DUMMY

거기까지 주문을 진행해 놓고 이제와서 주문을 취소하겠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던 안젤라는 눈물을 머금고 은화 한 닢이라는 거금의 지출을 각오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 점장이 주문을 취소해줄 수도 있다는 말을 해주었기에 마지막 용기를 쥐어짜내 주문을 무사히 취소할 수 있었던 안젤라였다.


"우...뭔가 엄청 지쳤네요."


분명히 카페는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건만, 어째선지 굉장히 지쳐버린 안젤라였다.


"돌아가도록 하죠..."


숙소로 돌아가도 딱히 할 건 없었지만, 일단은 돌아가기로 한 안젤라였다.


-----


"다녀왔습니다."


안젤라가 그렇게 몸에 익은 혼잣말을 하며 숙소의 문을 여는 순간, 안에 있던 무언가가 튀어나와 안젤라의 품에 안겼다.


"우와아앙! 안젤라다! 대체 어디 갔던 거야!"

"시, 신수!?"


안젤라에게 달려든 것은 바로 신수였다.


"왜, 왜 그래?"

"안젤라가 없으니까...너무 불안해서."


안젤라도 일단은 신수를 깨워보려고 했었지만 신수는 몸을 뒤척거리기만 할 뿐 도저히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안젤라는 금방 다녀오겠거니 하며 혼자 외출을 한 것이었지만 안젤라의 예상 외로 신수는 일찍 눈을 떠버렸고, 홀로 남겨졌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더라도 아직은 아기가 맞나 보네요.'


확실히 홀로 남겨졌다고 두려움에 떠는 모습에서 전대 신수의 위엄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지금의 모습은 어린 아이 그 자체였다.


"이제 괜찮아. 혼자 남겨저서 불안했지?"

"으응...훌쩍."


안젤라는 신수를 안심시키기 위해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품안의 신수를 토닥여주었고, 신수는 그제야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더더욱 안젤라의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여어~안젤라. 지금 뭐 하고 있..."


그리고 엄청나게 한가해 보이는 모습의 루시퍼가 뜬금없이 살짝 열려 있던 안젤라의 방문을 마음대로 열며 들어와 안젤라의 품 안에 눈물을 흘리는 신수가 안겨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나 했더니 너 지금 뭐하냐?"

"아. 루시퍼. 무슨 일이에요?"

"칫. 방해꾼이 나타나셨군."

"네?"

"응? 내가 방금 뭐라고 했어?"


안젤라가 신수의 말에 깜짝 놀라며 신수를 내려다보았지만, 신수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안젤라를 올려다볼 뿐이었고, 안젤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잘못 들은 걸까요?"

"뭘 잘못 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잘못 들은 게 맞을거야. 응."

"잘못 듣기는 개뿔. 야 안젤라. 너 지금 저 겉모습만 새하얀 요물에게 속고 있는 거다."

"요, 요물이라뇨. 애가 듣잖아요."

"맞아. 난 요물이 아니라 신성한 존재라구? 오히려 사람을 홀리고 다니는 타천사 쪽이 요물에 가까운 거 아니야?"

"사람을 홀리긴 누가 홀리냐."


미간을 짚으며 머리가 아프다고 생각하는 루시퍼였다.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인가요?"

"아니 그냥 뭐, 한가해서 말이야."

"루시퍼가 한가하다니 별일이네요."


그러고보니 루시퍼가 쉬거나 하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는 안젤라였다. 그가 아는 루시퍼는 항상 뭔가를 조사하고 있거나, 발빠르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전부였던 것이다. 유일하게 쉬는 모습을 본 것인 맬리스 마을에서 온 사방에 퍼진 안젤라의 신성력 때문에 헤롱거리고 있을 때가 전부였다.


"이몸도 할 일이 없을 때는 한가하다. 뭐, 한가하게 늘어져있기보다는 뭐라도 하는 편을 선호한다는 점은 부정하지 못하겠지만."

"역시 그렇죠? 저도 한가할 때는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천성이 워커홀릭인 루시퍼와는 다르게, 안젤라는 일에 치여 살다 보니 후천적으로 일하는 것이 몸에 익어버린 사례에 속했다.

항상 돈에 쪼들리며 살다보니 쉬는 시간보다는 일하는 시간이 훨씬 많은 삶을 살아온 안젤라였기에, 쉬는 날에 뭘 하면 좋을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흐음. 그래? 그럼 안젤라. 너 나랑 같이 번화가로 한번 나가볼까?"

"번화가요?"


조금 전에 세바스와 번화가에 다녀왔다가 들어온 참이건만,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듯한 루시퍼는 웃으며 말했다.


"뭐, 이몸께서 친히 심심한 너를 위해 같이 놀아주겠다 이거야. 말을 잘 들으면 간식도 사주마. 어때?"

"야 타천사! 안젤라는 오늘 나랑 같이 하루종일 뒹굴뒹굴할거거든? 허튼소리하지 말고 그냥 가라?"


언제 그런 상의를 했는지는 몰라도 신수는 쓸데없이 당당하게 선언했고, 그것이 신수의 허튼소리라는 것을 단번에 간파한 루시퍼는 신수와 의미 없는 입씨름을 하기보다는 안젤라를 공략하겠다는 것인지 빽빽거리는 신수를 무시하고는 안젤라에게 물었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하고 싶지?"

"음...그게, 루시퍼에게는 죄송하지만, 조금 전에 번화가에 다녀온 길이라서요..."


안젤라의 말에 루시퍼와 신수 간의 희비가 교차했다. 루시퍼는 표정을 일그러뜨렸고, 신수는 어떠냐는 표정으로 루시퍼에게 혀를 내밀었다.


"...그거 별일이군. 여기 지리도 잘 모르는 니가 혼자서 번화가로 외출을 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만, 누가 널 꼬드겼지?"

"딱히 꼬드긴 사람은 없는데요...그냥 이단심문...세바스 오빠가 불러서 잠시 나갔다 왔어요."

"오, 옵...? 야 안젤라. 너 방금 뭐라 그랬냐?"

"...? 잠시 나갔다 왔다구요?"

"그거 말고 그 전에. 그 꼰대 놈을 뭐라고 불렀지?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어지간히도 충격을 먹은 것인지 한 손으로 얼굴을 잡고 비틀거리기까지 하는 루시퍼였다.


"세바스 오빠?"

"크헉!"


사레라도 들린 것인지 콜록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는 루시퍼. 안젤라는 그런 루시퍼를 보고는 걱정이 되었는지 옆에 쪼그려앉아 말했다.


"루, 루시퍼? 갑자기 왜 그래요?"

"후, 후후후...그저 목석 같기만 한 꼰대인줄 알았더니 그놈도 제법이군. 남자로서의 매력에 자신이 없으니 교회 오빠 작전으로 나간다 이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몸은 괜찮아요?"

"아아 그래. 팔팔하고말고. 니가 한 말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지 뭐야. 후후후후후."


뭔가 혼자서 데미지를 입는가 싶더니 이제는 수상하기 짝이 없는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루시퍼. 그 모습을 보며 안젤라와 신수는 서로를 끌어안고 두려움에 떨 뿐이었다.


"뭐야 저거 무서워...그리고 재수없어..."

"갑자기 왜 저러시는 걸까?"

"야. 안젤라."


수상하게 웃던 루시퍼가 갑자기 안젤라의 이름을 불렀고, 묘하게 위압적인 루시퍼의 기세에 안젤라는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대답했다.


"네, 네?"

"잔말말고 따라와라. 너, 잠깐 다녀왔다고 지쳐빠질 정도로 체력이 없지는 않잖아?"

"하, 하지만..."

"하지만?"

"아, 아니에요..."

"아, 안젤라. 힘내."


안젤라와 낮잠을 자겠다는 신수의 꿈은 루시퍼의 흉흉한 기세 앞에서 처참하게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안젤라는 박력 넘치는 루시퍼의 모습에 덜덜 떨며 외출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번화가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


"여, 여기는...!"

"응? 뭐야. 너 이런 거에는 관심도 없는 줄 알았는데 알고 있었냐?"


놀랍게도 루시퍼가 안젤라를 데려간 곳은 바로 세바스와 함께 왔던 그 카페였다. 딱히 번화가에 카페가 이것밖에 없는 건 아니지만, 건물 외관도 세련되었고, 위치도 적당히 눈에 띄는 적절한 위치에 가게가 세워져 있었으므로 세바스도 그렇고 루시퍼도 자연스럽게 이 가게를 선정한 것이었다.


"드디어 이 대륙에도 커피 열풍이 불기 시작하더군. 술도 좋지만, 커피도 오래간만에 마시기에는 나쁘지 않...그런데 너 왜 그러냐?"

"커, 커, 커피...으, 은화 한 닢..."


바로 얼마 전에 커피의 놀랄 정도로 비싼 가격에 크게 데인 경험이 있는 안젤라였기에, 카페 앞에서 PTSD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고, 루시퍼는 그런 안젤라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설마 커피가 비싸다는 이유로 그러는거냐?"

"그, 그치만 무려 은화 한 닢이라구요!? 그 돈이면 저와 어머니가 한 달은 생활할 수 있는 돈이라구요! 그런 거금이 고작...이라고 하면 미안하지만, 그래도 한 잔의 커피로 날아가버린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구요!"

"은화 한 닢이라. 확실히 비싸긴 하군. 뭐, 누가 봐도 비쌀 것 같은 가게이기는 해."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카페 안에 앉아있는 손님들과, 카페의 출입구로 드나드는 손님들의 면면을 관찰했다.

척 봐도 이 카페에 드나드는 손님들은 모두 고급진 옷을 입은 젊은 귀족들이었고, 안젤라같은 차림의 평민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가격이 비싼 만큼, 커피의 질 자체도 훌륭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유한 귀족들만이 출입이 가능하게 된 카페는 어느 샌가 귀족들의 사교의 장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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