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787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20 20:00
조회
26
추천
1
글자
11쪽

75화

DUMMY

그리고 한창 말하던 안젤라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입을 가리며 몸을 웅크렸다.


"으읍..."


그리고는 심하게 몸을 떨더니, 입을 가린 손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 안젤라양?"

"콜록, 콜록!"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안젤라는 느닷없이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 양은 아주 많다고는 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았기에 지켜보던 학생들은 당연히 깜짝 놀랐고,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 있던 루시퍼는 이 상황이 발생한 뒤로 처음으로 진심으로 당황한 채 안젤라에게 달려왔다.


"안젤라! 이게 무슨 일이야!"


설마 안젤라의 몸에 뭔가 이상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루시퍼였기에,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건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안젤라를 부축했다.


"전 괜찮아요. 큰 힘에는 큰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안젤라의 안색은 약간 창백해져 있었다.


"너...그건."

"동정표나 얻으려는 감성팔이라고 생각하셔도 할 말은 없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말하고 싶네요."


안젤라는 입가에 묻은 피를 소매로 닦아내며 말했다.


"분명 약자라는 존재는 강한 사람들에 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적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런 약한 사람들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 있는 법이랍니다. 전, 이 학교에 있는 모두가 소중해요. 분에 넘치는 힘을 가졌기에, 모두를 지키고 싶지만 제 힘으로는 손이 닿지 않아요."


안젤라의 말에 학생들은 저마다의 소중한 것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 가운데에선, 폭식의 권능에 먹힌 친구들을 떠올리는 사람의 수도 적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릴게요. 힘을 빌려주세요. 제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해요."


안젤라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깊게 숙였고, 학생들은 말없이 안젤라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적막이 감돌던 그 때, 학생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군요. 안젤라양은."

"미, 미리엘?"


학생들 사이에서 걸어나온 것은 바로 미리엘이었다. 그러고보니 미리엘의 곁에는 어떻게 된 것인지 늘 미리엘을 따라다니던 여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안젤라양의 말대로에요. 지키고 싶은 건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야겠죠."


실상은 안젤라와 루시퍼의 힘에 거드는 것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그런 미리엘의 말은 학생들의 사이에서 작은 반향을 일으켰다.


"맞아, 좀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리츠군이 없으면 학교 다닐 맛도 안 날 것 같으니까."


누군가가 리츠 상단의 후계자인 엘빈스 리츠의 이름을 거론하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리츠는 상단 가문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넉넉한 씀씀이 덕분에 나름대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인망이 있는 편이었다.


"뭐야? 리츠도 먹혔었어? 그건 곤란하지!"

"뭣이!? 그 리츠가? 이럴 수가. 이건 가만히 있을 순 없겠군."

"리, 리츠가 이렇게 인기가 많았어?"


미리엘의 다음에 말을 이은 학생이 황당해하며 말했다. 실상은 저마다의 친구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지만 왠지 지금까지 발을 빼며 안젤라와 루시퍼를 비난했는데, 이제 와서 안젤라의 말에 설득되는 모습이 민망했던 그들에게 마침 이름이 올라온 리츠가 딱 좋은 변명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결국 졸지에 일약 스타가 되어버린 리츠가 이 광경을 봤으면 뭐라고 할 것인지가 심히 궁금해지는 광경이 펼쳐졌다. 학생들이 리츠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한 것이다.


"참 번거롭기 짝이 없는 놈들이군. 논리보다 감성이 앞서는 놈들은 이래서 골치가 아파."


분위기에 휩쓸려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꾸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루시퍼가 허탈하게 웃으며 안젤라에게 다가갔다.


"휴우, 한때는 정말 잘못되는 줄 알았네요.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 다행인 거겠죠?"

"확실히 그렇긴 하군. 그런데, 방금 그건 어떻게 된거냐."

"네? 뭐가요?'


안젤라는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루시퍼를 올려다봤고, 루시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각혈 말이다. 설마 내 마력이 정말로 니 몸에 안좋은 영향이라도 끼치고 있는 거냐?"

"오오? 설마 걱정해 주는 건가요?"


저엉말로 보기 드문 루시퍼의 모습에 그것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보기 드물게 안젤라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루시퍼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 그런 거 아니거든? 난 그저 계약이 잘못될까봐 걱정한 것 뿐이다."

"결국 했다는 거네요?"

"시, 시끄러. 조용히 해."


평소와는 완전히 반대의 입장이 된 둘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농담은 이쯤하고 정말로 어떻게 된 거냐."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루시퍼였기에 안젤라도 제대로 대답을 해 주었다. 물론 다른 학생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정말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피를 흘리는 건 연기였어요."

"여, 연기였다고?"


거짓말이 극도로 서투르고, 또 거짓말 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 안젤라였기에 루시퍼는 다시 한 번 놀랐다.


"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상황은 좋아지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확실히 조금 전의 상황에서 안젤라의 모습은 큰 댓가를 바치면서도 학생들을 위해 힘을 사용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엔 충분했고, 그 모습이 다른 학생들의 죄책감을 자극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허어...니가 이렇게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게 될 줄은 몰랐군."


옛날 같았으면 상상도 못했을 안젤라의 모습에 루시퍼가 혀를 내둘렀다.


"누구랑 같이 다니다보니 저도 잔머리가 많이 늘었나봐요."

"잔머리라고 하지 마라. 내가 쓰는 건 책략이라는 거다."


씨익 웃으며 루시퍼는 가벼운 투로 물었다.


"그런데 피는 어떻게 낸 거냐? 너 마법 못 쓰지 않았어?"


루시퍼가 알기로 피를 매개로 발동하는 마법은 있지만 피 자체를 만들어내는 마법은 없는 것으로 알았기에 제법 궁금했던 사항이었다.


"아. 그거요?"


안젤라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혀를 깨물었어요."

"...뭐?"

"으, 정말 아팠어요. 어중간하게 깨무니까 피는 나오지 않고, 엄청나게 아프기만 해서 여러번 깨물었는데, 정말 기절할 뻔 했다니까요."


루시퍼는 표정을 굳히며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확실히 그 때 안젤라는 말하다 말고 갑자기 표정이 안좋아지더니 몸을 웅크리고 몸을 떨었었다. 입을 가리고 뭘 하나 했더니 그런 짓을 하고 있었나.'


오랜 시간을 살아온 만큼, 루시퍼는 고통에 대해서는 제법 빠삭한 편이었다. 그 자신은 이제는 고통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인간이 스스로 저만큼의 출혈이 발생할 때까지 혀를 깨무는 것은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너 미쳤냐?"

"네?"

"아니, 아무리 설득이 필요한 상황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자기 혀를 그렇게 깨물 수가 있냐고."


생각 외로 화를 내는 루시퍼에게 안젤라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하, 하지만 제가 뭔가 하지 않으면 다른 학생들이..."

"하지만이고 뭐고, 저놈들이야 어쨌든 니가 가장 우선이잖나. 남들을 돕는다는 건 여유가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저는 스스로 치유가 가능하잖아요. 하지만 지금 폭식의 권응에 삼켜져 있는 사람들은 자칫 잘못하면 죽어버린다구요."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일이 아니다. 너, 극단적인 예를 한 번 들어보지. 넌 네 목숨을 버리면 백 명의 인간이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할 거지?"

"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중요한 얘기다. 대답해."


안젤라는 아주 잠깐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보는가 싶더니 바로 대답했다.


"아마도 그런 상황이 온다면 백 명을 살리겠죠?"

"...그러냐. 이건 심하군."


설마하니 고민도 별로 하지 않고 대답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루시퍼였기에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무,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하나보단 백이잖아요?"

"하아,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어디서 더 큰 문제가 자꾸 터지는군. 진짜 돌아버리겠네."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대화를 일방적으로 끝내며 어딘가로 가버렸고, 혼자 덩그러니 남은 안젤라가 중얼거렸다.


"가,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요?"


그리고 혼자 남은 안젤라에게 미리엘이 다가왔다.


"안젤라. 학생들은 모두 준비가 끝난 것 같아요."

"아. 그런가요? 정말 다행이네요. 한때는 정말 어떻게 되는 줄 알았어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그렇게 말하는 안젤라.


"그런가요. 확실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 되었지만...그래도 여전히 불안 요소는 존재해요."

"불안 요소요?"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 안젤라에게 미리엘이 모여있는 학생들 쪽을 가리켰다.


"다들 의욕이 넘치는 건 좋은데, 싸울 수 있는 인원이 너무 적어요."

"싸울 수 있는 인원이 적다구요?"


그러고보니 안경을 쓰고 덩치가 작은 체형의 학생들은 신이 나서 떠들고 있는 반면에 덩치가 크고 검 깨나 만질 듯 싶은 학생들은 반대로 의기소침해 있는 모습이 안젤라의 눈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검은 액체에게 검은 통하지 않으니까요. 학생들 중에서도 검을 수련한 사람이 제법 되는데 그런 학생들이 싸우지 못하게 되었으니 인력 손실이 너무 커요."

"그, 그건 확실히 문제네요."


아까 전에도 말했다시피 싸울 수 없는 인원은 지켜야 할 대상이 되어, 싸우는 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그렇기에 의욕도 넘치고, 사지도 멀쩡한데 싸울 수 없는 그들은 마치 계륵 같은 존재가 되어있었다.


"후...이럴 때 기적이라도 일어나서 하늘에서 신성 무구들이 우수수 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뭔 소리를 하는 거람. 신성 무구가 지나가다 아무나 주울 수 있는 무기도 아닌데 말이죠."

"시, 신성 무구요?"

"응?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해본 말이니까요."


턱을 괴고 혼잣말을 하던 미리엘이 그렇게 말했지만 안젤라는 뭔가 신경이 쓰이는 듯 관자놀이를 누르며 표정을 찌푸렸다.


"음...방금 뭔가 떠오른 것 같은데..."


잠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안젤라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안색이 확 밝아지며 미리엘에게 말했다.


"그래! 이거면 되겠어! 미리엘? 저희 학교에 무기 같은 걸 모아놓은 장소가 있나요?"

"있기는 한데요. 뭘 어쩌려고 그러죠? 방금 전에 말했다시피 저 괴물에게 무기는 안 통하는데요."

"후후후. 일단 지켜봐 주세요. 깜짝 놀랄 만한 걸 보여 드릴게요."


작가의말

요즘 좀 피곤하네요. 여러분들은 몸에 좋은 거 많이 챙겨드시고 몸을 소중히 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선작이 10명 추가될 때마다 연참이 1회! 21.02.09 23 0 -
공지 본 소설은 매일 오후 8시에 연재됩니다. 20.12.13 47 0 -
96 휴재공지 +1 21.03.13 53 1 2쪽
95 95화 21.03.12 29 1 10쪽
94 94화 +1 21.03.11 27 2 9쪽
93 93화 21.03.10 28 1 11쪽
92 92화 +1 21.03.09 25 3 11쪽
91 91화 21.03.08 22 2 9쪽
90 90화 21.03.07 32 2 10쪽
89 89화 21.03.06 36 1 11쪽
88 88화 21.03.05 33 1 10쪽
87 87화 21.03.04 26 2 10쪽
86 86화 21.03.03 37 2 12쪽
85 85화 21.03.02 28 1 11쪽
84 84화 21.03.01 29 1 11쪽
83 83화 21.02.28 27 1 10쪽
82 82화 21.02.27 42 1 11쪽
81 81화 21.02.26 26 1 11쪽
80 80화 +1 21.02.25 29 2 10쪽
79 79화 21.02.24 22 1 10쪽
78 78화 +1 21.02.23 29 2 12쪽
77 77화 +1 21.02.22 26 2 11쪽
76 76화 +2 21.02.21 38 3 10쪽
» 75화 21.02.20 27 1 11쪽
74 74화 21.02.19 27 1 11쪽
73 73화 21.02.18 31 2 10쪽
72 72화 +1 21.02.17 31 1 11쪽
71 71화 21.02.16 29 2 10쪽
70 70화 21.02.15 38 2 10쪽
69 69화 +1 21.02.14 44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