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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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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8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3.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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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9화

DUMMY

폭식의 권능은 본인의 생명이 서서히 사그라들어가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순간에도 본인의 신체를 불태우는 화염보다 그를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생존본능이었다. 그는 살고 싶었다. 본인이 죽어간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미쳐버릴것만 같을 정도로.


"%$#&@&!"


하지만 지금의 육신으로는, 살고 싶다는 비명조차 외칠 수 없었고, 그의 육체는 지금 이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럴 순, 이럴 순 없어...! 어쩌면 본체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는 힘을 손에 넣었건만...!'


그는 생각했다. 죽어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사고만큼은 자유로웠으니까. 하지만 그의 뇌리를 지배한 것은 어떻게든 상황을 타파해보겠다는 번뜩이는 기치가 아니라, 오로지 분노와 절망 뿐이었다.


'시간, 내가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마지막 순간의 그 일격.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각기 다른 성질을 지닌 세 가지의 힘이 완전히 융합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힘이 완전히 섞여 있었던 신수의 그 일격에 뿔뿔히 흩어졌던 것이겠지.


'그 괴물...! 갑자기 그런 괴물이 왜 튀어나온 거지! 아니, 분명히 섞인 뒤로는 완전히 새로운 힘이 되어 있었지만 섞여있던 힘의 일부는 분명 그 괴물 계집의 것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자면, 루시퍼라는 존재도 걸림돌이기는 했지만, 안젤라라는 계집. 그 계집 때문에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용서 못해...용서 못 한다! 저승길 동무로...하다 못해 네년은 데리고...!'


그리고 폭식의 권능은 흩어진 신체를 간신히 끌어모아, 최후의 일격을 위한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


"아무튼 전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사태를 수습하겠습니다. 안젤라양과 신수님도 같이 데려다드릴까요?"

"야. 나는?"

"저, 저는 괜찮아요. 신수도 지친 것 같고, 저도 조금 지쳐서...잠시만 쉬다가 금방 돌아갈게요."


그 말대로 안젤라는 신수를 품에 안은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신수에게 힘을 주입할 때, 엄청나게 많은 양의 신성력을 사용했기에 지쳐버린 것이었다.


"그렇다는군. 내가 안젤라를 데리고 돌아갈테니 넌 혼자 청승맞게 돌아가서 뒤처리나 하라고."

"에~나 안젤라랑 단둘이 있고 싶은데 타천사 녀석도 데리고 가면 안 돼?"

"아무리 신수님의 부탁이라도 들어주기 힘든 부탁이로군요. 변절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건 저도 마찬가지인지라."

"이 새끼들 사람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군. 다 뒤지고 싶냐?"

"해봐라. 변절자. 싸움이라면 언제든지 받아주지."

"안젤라~타천사가 괴롭혀."


갈루에 선생은 입가를 비틀어올리며 루시퍼를 노려보았고, 신수는 엄살을 피우며 안젤라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안젤라는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기에 루시퍼에게 쓴소리는 할 수 없었지만 그저 곤란하다는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아, 아직 애잖아요. 루시퍼가 좀 참아주시는게..."

"애는 무슨...창세 이후의 기억을 모조리 가지고 있는 놈이 어딜 봐서 애냐?"


그렇게 말한 루시퍼는 툴툴거리며 바람 마법을 써서 공중에 몸을 띄웠다.


"난 저놈이 확실히 뒤진 게 맞는지 확인하고 오마. 어디 이상한 데로 새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네. 다녀오세요. 루시퍼."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갈루에 선생이 그렇게 말하며 안젤라에게 고개를 한번 숙여보이고는 전이로 사라져버렸다.


"전이...보면 볼수록 편리해 보이네요. 사람들 앞에선 쓸 수 없는게 유감스러울 정도로요."

"그렇지? 정말이지 이제 천사 외에는 저걸 쓸 수 있는 인간이 없다는 게 유감스러울 정도라니깐."

"그런데 대체 왜 지금의 인류는 전이를 사용할 수 없는거죠?"

"저 천사가 얘기해주지 않았어? 지금의 인류는 고대 인류와 뇌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마법의 구조를 보고도 이해할 수 없어."

"음...무슨 말인지 역시 잘 모르겠어."

"언어체계, 진법에 계산법까지 전부 다 고대 인류의 것으로 계산을 해야 되는데 그걸 전부 극복하고 계산을 할 수가 있다면야 이론상 가능은 하겠지. 하지만 그게 가능할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아. 혹시 모르지. 복잡한 연산을 고속으로 처리해주는 마법의 기계 같은 것이 나온다면 가능할지도?"

"헬퍼트씨가 복무했다던 공학도시라면 그런 신기한 장치를 발명할 수 있을까?"

"헬퍼트? 그게 누구야? 공학도시라면 알고 있는데."

"아. 헬퍼트씨가 누구냐면 말이죠..."


안젤라가 맬리스 마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려는 찰나, 저 멀리서 루시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쳐!"

"네, 네? 잘 안 들려요!"

-이런 젠장! 도망치라고!


안젤라의 머릿 속에서 천둥이 치는 것처럼 루시퍼의 목소리가 울려퍼졌고, 안젤라는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뭐, 뭔가요? 갑자기 왜..."


안젤라가 놀란 표정으로 루시퍼 쪽을 바라보자, 안젤라도 루시퍼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세, 세상에! 안젤라! 피해!"


안젤라가 바라보는 방향에서, 폭식의 권능이 마지막에 쏘아낸 그 나선 형태로 꼬아진 마력포가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신수에게 쏘아냈던 것보다는 확연히 줄어든 크기였지만, 그래도 세 가지의 마력은 신수의 마력과 부딪혔을 때보다 더 단단하게 결합된 것처럼 보였다.


-저건 못 막는다! 어디로든 피해!

"네, 네...!"


안젤라는 당황하며 급하게 신성력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지칠 대로 지쳐 있었던 안젤라의 반응은 느릴 수밖에 없었고, 어느새 마력포는 수풀을 박살내며 안젤라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 이런! 안젤라!"

"꺄, 꺄아아악!"


마지막 순간에 루시퍼가 친 것처럼 보이는 얼음의 장벽이 올라왔지만, 마력포의 기세를 조금 줄였을뿐 마력포는 그대로 안젤라를 향해 날아왔고, 안젤라는 눈을 감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라젤안!"


그리고 그 순간, 느닷없이 엘레나의 목소리가 안젤라에게 들려왔고, 안젤라는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날아든 것을 느꼈다.


"에, 엘레나...?"


그리고 잠시 몸이 붕 뜨는 감각과 함께 안젤라는 바닥에 쓰러졌고, 등짝에 얼얼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떴다.


"에, 엘레나? 엘레나! 왜 여기 있어요!? 위, 위험...!"


자신을 감싸고 쓰러져있는 엘레나를 발견한 안젤라가 벌떡 일어나며 신성력을 끌어올렸지만, 어째선지 안젤라를 향해 날아오던 마력포는 사라져 있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죠? 분명히 피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 살려줘 안젤라..."

"시, 신수님!"


엘레나는 안젤라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안젤라를 꽈악 끌어안고 있었고, 안젤라와 엘레나 사이에 낀 신수는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에 안젤라는 일단 자신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 엘레나를 떼어내고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에, 엘레나! 어떻게 여기 있는 거에요?"

"라젠 안 .다이행다 서해사무 ,무!"

"네, 네?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잘 모르겠어요."


엘레나의 말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분명히 대륙어가 맞긴 한 것 같은데 순서와 어법이 엉망진창으로 꼬여 있는 상태라 암호 같은 상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게하상이 이말 지선째어 니더었되 게있 수 할용사 를이전...안미 ,미."

"이, 일단 침착하죠. 심호흡 하구요."


안젤라의 말을 알아듣는 것은 문제가 없는지 엘레나는 심호흡을 하며 거친 호흡을 진정시켰고, 안젤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그리고 방금 전의 공격은 어떻게 피한 걸까요."

-야! 안젤라! 어디로 갔냐!


그리고 다음 순간, 다시 안젤라의 머릿속에 루시퍼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안젤라는 큰 목소리로 루시퍼에게 위치를 알리기 위해 외쳤다.


"여, 여기에요 루시퍼!"


그리고 잠시 후, 루시퍼가 빠른 속도로 날아와 착지했고, 바로 안젤라쪽으로 걸어왔다.


"하아...놀라게 하지 말라고. 진짜 죽어버리는 줄 알았잖나."

"저, 저도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 어떻게 살아있는거죠? 분명히 제 쪽을 향해 똑바로 날아왔는데..."

"나도 잘 모르겠군. 딱 그 마력포가 널 덮치는 순간에 니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응? 그런데 같이 있는건 엘레나잖나? 네가 왜 여기에 있지?"

"!요어었되 게있 수 할용사 를이전 저 !님승스, 스"

"...쟤가 지금 뭐라는 건지 나만 못 알아듣는 건 아니지?"


루시퍼 역시 엘레나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는 것 같았고, 엘레나는 속이 터지는 현 상황에 가슴을 쿵쿵 치며 답답함을 표시했다.


"일단은 대륙어같은데 언어체계가 엉망으로 꼬여있군. 이런 저주 같은 건 들어본 적 없는데...우선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겠군. 엘레나 내 말을 알아들을 순 있나?"


루시퍼의 말에 엘레나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루시퍼는 마주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건 다행이군. 그럼 바닥에 글씨를 써봐라. 글은 제대로 적히는지 확인해 봐야겠군."


엘레나가 그건 몰랐다는 듯이 손바닥에 주먹을 탁 치고는 바로 옆에 떨어져있던 나뭇가지로 바닥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님승스 요어겠보아알


"틀렸군. 이것도 네가 말하는 것과 똑같이 알아먹을 수가 없어. 분명히 뭔가 규칙성은 있어 보이는데...당장 해석하긴 어렵겠군."


엘레나는 확연히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고, 루시퍼는 글씨를 확인하느라 숙인 허리를 펴며 말했다.


"뭐가 어찌 되었든간에 일단은 돌아가는게 좋겠군. 안젤라, 엘레나. 돌아가자."

"네, 네. 신수야. 다시 바구니 안에 들어가 있어."


루시퍼를 붙들고 날아가려면 신수의 악력으로는 안젤라에게 붙어 있다간 떨어져버릴 수도 있었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신수를 보여주기에는 변명거리가 궁색했기에 안젤라가 말했다.


"?야이말 게 운여귀 이 ?니라수신"

"아...이건, 그러니까 말이야."


엘레나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신수를 가리키는 제스쳐와 놀란 표정으로 보아 안젤라의 품에 안겨 있는 생물이 신수라는 것에 놀람을 표시하는 모양이었다. 안젤라는 허둥거리며 변명거리를 생각했지만, 별다른 것을 떠올리지는 못했고, 엘레나는 그런 안젤라를 보며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라시기맡 게에몸이 은길 는가아돌 나저나그 .흥흐 .돼 도아않 지주해말 면들힘 기하말"


뭐라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가슴을 탕탕 치며 말하기는 하는데 당최 알아먹을 수가 없으니 곤란한 미소를 지을 뿐인 안젤라였다.


"미안.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

".봐 와 단일"


짧게 말한 엘레나는 갑자기 안젤라와 루시퍼의 팔을 잡고는 눈을 감고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순식간에 안젤라와 루시퍼, 그리고 엘레나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바뀌었다.


"이, 이건!"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여기는 분명..."


엘레나가 눈을 감고 뭔가를 중얼거리자,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학생들과 교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이동해 있었던 것이다.


작가의말

설정상 대륙어는 한국어와는 다르기 때문에 엘레나가 하는 말은 실제로는 저것보다 훨씬 꼬여있는 상태입니다.

단순했으면 루시퍼가 알아들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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