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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775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27 20:00
조회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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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82화

DUMMY

"꺄아악!"


진동은 갈수록 거세어졌고, 안젤라는 진동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안 좋은데 이거. 내 예상이 맞다면 상상 이상으로 일이 커졌는걸."

"뭐,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나요 루시퍼?"

"갑자기 이게 뭔 난리래!"


루시퍼의 표정은 여지껏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스모데우스 본체와 조우했을 때조차 이렇게나 당황한 적이 없었던 루시퍼였기에 안젤라는 덩달아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저 지하에 잔뜩 뿌려져 있던 신수의 피를 기억하나?"

"네, 네. 기억나요. 정말 엄청나게 많은 피가 바닥에 말라 있었죠."

"정말 만에 하나, 만에 하나의 일이지만. 폭식의 권능이 그 말라붙은 피에서 신수의 마력을 흡수하는 데에 성공했다면 일이 굉장히 곤란해진다."

"곤란해진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루시퍼가 입술을 짓씹으며 말했다.


"넌 신수의 힘의 근원이 뭐라고 생각하냐?"

"신수님의 힘이요? 그야...성스러운 짐승이라고 불리시는 분이니까. 신성력 아닐까요?"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단은 정답이다. 신수의 힘은 신성력에 그 근원을 두고 있지. 그런데 폭식의 권능이 그런 신수의 힘을 흡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나?"

"어...그게, 그러니까."

"폭식의 권능이 신수의 힘을 흡수하는 데 성공한다면, 물리력도 통하질 않는데 신성력에까지 면역인 전대미문의 괴물이 탄생한다는 소리다."

"에, 에에에엣! 그건 정말로 큰일이잖아요!"

"그래.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지만...이 진동을 보아하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희망적인 관측은 하기가 힘들군."

"으..."


안젤라는 불안한 듯이 사방을 두리번거렸고, 루시퍼는 바람 마법으로 몸을 띄워 주변을 확인했다.


"어디 보자. 진동의 근원은, 저쪽인가."


눈으로도 진동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거세게 대지가 진동하고 있는 장소는 바로 지하 대공동으로 통하는 바로 그곳이었다.


"늦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루시퍼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지상으로 내려와 느닷없이 안젤라를 안아들었다.


"꺄, 꺄앗. 루, 루시퍼!?"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여차하면 네 힘이 필요하니 이대로 대공동까지 직행이다."


루시퍼의 그 말과 함께 루시퍼가 발동한 바람 마법에 의해 그의 등 뒤로 강풍이 불었고, 경량화 마법으로 깃털처럼 가벼워진 둘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날아갔다.


"와, 와아아앗!"


그리고 하늘을 날아본 적이 없는 안젤라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본능적으로 루시퍼의 목에 팔을 둘렀다. 로맨스 같은 건 쥐꼬리만큼도 없는 생존 본능에 의한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뭘 그렇게 쫄고 그래? 비행은 처음이냐?"

"사, 사람이 어떻게 하늘을 날아요!? 당연히 처음이죠!"

"너 그럼 그때 결계석까지는 어떻게 간건데? 난 당연히 날아간 줄 알았는데."

"그, 그때는 저도 어떻게 간 건지 잘..."


그 때는 날아갔다기보다는 발사되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난폭한 비행이었기에 안젤라에게 날았다는 자각은 전혀 없었다.


"쯧. 어쨌든 꽉 잡아라. 속도를 더 낼 테니까."


둘은 그렇게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이단심문관들을 지나치며 공동의 입구로 들어갔다.

동굴 안은 여전히 빛 하나 없이 어두컴컴했고, 안젤라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고속으로 비행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겁을 먹고는 루시퍼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고, 루시퍼는 이 와중에도 그런 안젤라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더더욱 가속했다.


그렇게 그들은 순식간에 대공동에 도달할 수 있었고, 본디 대공동의 내부는 칠흑같이 어두웠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정상이었건만, 대공동의 중심에서 빛나고 있는 거대한 무언가가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저, 저건..."

"고치인가. 역시 신수의 힘을 흡수하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닌 듯 하군."


옅은 노란빛을 띤 채 온 사방에 굵은 거미줄 같은 시커먼 액체를 연결한 채 공중에 매달려 있는 그것은 마치 거대한 심장같이 보였고, 옅은 노란빛을 점멸하며 맥동하고 있었다.


"이 기운은...확실히 신수의 기운이로군. 유감스럽게도 불안한 예감이 적중한 것 같다."

"네, 네에엣!? 그럼 큰일이잖아요!"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아직 부화하지 않은 상태다. 이 상태라면 아직 해치울 수 있어. 안젤라. 무슨 짓을 해도 좋으니까 저걸 박살내버려. 내 쪽도 준비하지."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고는 안젤라를 바닥에 내려주고는 주문을 중얼중얼 읊으며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안젤라는 당황하면서도 일단 루시퍼가 시키는 대로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보이드 브레이크."


주문의 영창을 끝낸 루시퍼의 오른손에 흑색의 구가 나타났고, 한 손에 잡히는 공 같은 크기의 구를 루시퍼가 고치를 향해 투척했다.

고치 근처까지 날아간 구는 그대로 폭발하며 검은 마력을 뿜어내는가 싶더니 주변의 풍경을 일그러뜨리며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마치 작은 블랙홀과도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루시퍼의 마법에 고치는 거세게 흔들리며 고치에 붙어있던 검은 액체들이 순식간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대, 대단하네요."

"이걸로 해치울 수 있다면 베스트지만, 기왕이면 확실한 게 좋겠지. 안젤라 너도 큰 걸로 한 방 먹여라."

"네!"


안젤라가 호기롭게 외치고는 전력으로 신성력을 끌어올렸고, 이내 루시퍼가 만든 것과 비슷한 황금빛의 작은 공을 생성했다.


"이건, 저번에 그것과 비슷하군."

"그, 급해서 신성력은 조금밖에 담지 못했지만요."


맬리스 마을의 하늘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였던 신성력의 폭탄. 그것과 원리는 같았지만 이번에는 신성력을 모을 시간이 적었기에 폭발의 규모는 훨씬 작을 터였다.


"에잇!"


안젤라는 맥 빠지는 기합 소리와 함께 전력으로 신성력의 구체를 던졌고, 안젤라가 던진 신성력의 구체는 루시퍼의 마법으로 인해 발생한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버렸다.


"어, 어라...?"


기껏 만들어낸 신성력의 구체가 허무하게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버리자, 안젤라는 이런 건 예상 못했다는 듯이 얼빵한 표정을 지었고, 루시퍼의 표정도 찌푸려졌다.


"너 임마. 지금 뭘 하는..."


그리고 다음 순간, 루시퍼의 블랙홀에서 눈부신 섬광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으악 미친!"


주변의 빛을 끌어들이는 블랙홀에서 뿜어져나오는 황금빛은 나선을 그리며 회오리쳤고, 그 빛에 닿은 폭식의 권능은 황금빛의 성화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인간의 몸이건만, 피부가 저릿저릿해질 정도로 압축된 신성력을 온 몸으로 쐰 루시퍼는 온몸에 돋는 소름을 느끼며 안젤라의 작은 몸 뒤로 숨었고, 안젤라는 그런 루시퍼를 당황하며 쳐다보았다.


"루, 루시퍼?"

"이런 젠장. 너 지친 거 아니었냐? 이런 무지막지한 걸 쏠 여력이 아직도 남아 있었냐?"

"마르면 곤란한데요..."


그런 말을 하고 있는 사이에 루시퍼가 쓴 마법의 영향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고치의 반절 이상이 블랙홀에 빨려들어갔고, 아직 남아있는 부분은 안젤라의 신성력에 의해 남김없이 불타올라 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아무리 폭식 놈의 권능이라도 안 뒤지고는 못 배기겠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한데요."

"뭐든지 확실한 게 최고다. 후환은 가급적 남기지 않는 게 좋아."


그렇게 말하며 루시퍼는 은근슬쩍 안젤라의 등 뒤에서 빠져나와 아직 불타고 있는 폭식의 권능 쪽으로 걸어갔다.


"확실히 뒤진 게 맞겠지?"


평소의 그라면 확인 사살이라도 했겠지만 상대는 마력을 흡수하는 괴물.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밖에는 할 게 없는 상태였다.


"조금만 있으면 다 타버릴 것 같아요."

"그렇군. 그럼 잠시 기다려보지."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불타고 있는 폭식의 권능의 파편들을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 때, 한창 불타고 있던 거대한 덩어리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깜짝이야. 이 새끼 아직 살아있었네?"

"그, 그러게요."

"사, 살려 줘! 안젤라!"


격렬하게 타오르던 검은 덩어리 안에서 뭔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다, 당신은!"

"크아아악! 너무, 너무 뜨거워! 이거 좀 꺼 줘!"


검은 덩어리 안에서 튀어나온 것은 놀랍게도 빌리언이었다. 빌리언은 엉망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몸 여기저기에서 타오르는 성화를 끄기 위해서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지금 불을 꺼드릴게요!"

"어, 어이! 잠깐만!"


빌리언의 등장에 의구심부터 품고 본 루시퍼와는 달리 안젤라는 의구심 같은 건 뒤로 미뤄 둔 채 눈앞에서 사람이 불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빌리언의 몸에서 타오르는 성화를 꺼트렸고, 바로 그 순간 빌리언의 입가가 옆으로 길게 찢어지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크, 크하하하! 멍청한 년 같으니! 덕분에 살았다고!"


그리고는 머리 부분에 십자로 선이 그어지더니 빌리언의 머리가 네 방향으로 쪼개졌다. 마치 기괴한 꽃처럼 변한 빌리언의 머리 내부에는 피 대신에 검은 액체로 가득 차 있었고, 내부의 검은 액체는 마치 침을 흘리는 것처럼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칫!"


충격적인 눈앞의 광경에 얼어버린 안젤라의 앞을 막아선 루시퍼가 팔에 두른 마기의 칼날로 빌리언의 목을 쳤다.

루시퍼의 일격에 목이 날아간 빌리언이었지만, 빌리언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머리를 잃은 빌리언이었건만, 육체의 팔다리는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머리를 미끼로 삼아 번 시간 동안 안젤라와 루시퍼를 스쳐지나가며 질주했다.


"이런 제기랄! 안젤라! 벽 세워!"

"네, 넷!"


지금의 빌리언이 어떠한 상태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머리가 네 방향으로 쪼개지거나, 머리를 잃고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저 모습을 보아 지금의 저것이 평범한 인간일 가능성은 전무했다. 그렇기에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우선 배제하기를 선택한 루시퍼는 안젤라에게 방벽을 세우라고 지시했고, 안젤라는 신성력을 끌어올려 빌리언의 진로를 가로막는 황금빛의 벽을 생성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냥 통과하고, 마에 종속된 것들에게는 굳건한 철벽 이상의 견고함을 자랑하는 안젤라의 방벽은 여태 단 한 번도 뚫린 일이 없었기에 한 치의 틈도 없이 생성된 방벽에 루시퍼는 일단 저 정체 모를 것이 탈출할 가능성은 막았다고 안심했다. 바로 다음 순간에 일어난 일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가의말

오늘은 미천한 작가의 생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작, 추천, 코멘트를 남겨주신다면 무엇보다 기쁜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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