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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767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3.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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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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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93화

DUMMY

"아, 아니...이건 그게."


세바스는 그답지 않게 허둥거리며 방금 한 말의 변명거리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안젤라는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알겠어요. 세바스 오빠."

"헛."


급하게 말을 정정하려던 세바스는 안젤라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하는 말에 뭔가 알기 힘든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

"왜, 왜 그래요? 세바스 오빠."

"아니, 음. 그러니까. 그래. 음. 그래. 네가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그렇게 불러도 좋겠지."


시작 자체는 세바스의 거창한 삽질이었지만, 정작 안젤라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오빠...라. 그러고 보니 저는 오빠 같은 사람이 한 명 정도 있었으면 했었죠.'


형제자매는 둘째치고 아버지라는 사람은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난적이 없는 타인이나 다름없는 는재였기에, 안젤라에게 가족이라고는 어머니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안젤라는 힘들고 지칠 때, 의지할 수 있을 만한 연상의 오빠나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꽤 많았었고, 그렇기에 세바스의 뜬금없는 말도 조금은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안젤라와 세바스는 아주 닮은 외모라고는 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은 둘 다 금발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남매라고 밀어붙이면 아주 믿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세바스는 최초의 의도인 안젤라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는 목적을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격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 잘됐네 잘됐어.


"이것도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군. 집에 돌아가면, 미리엘에게도 말을 해줘야겠어."

"미리엘이요? 미리엘에게 무슨 일 있나요?"

"아, 아니다.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하는 몸이긴 하지만, 미리엘에게는 아무런 이상도 없어. 안심해도 좋다."


미리엘의 몸 상태가 걱정되어 물은 안젤라의 말에 세바스가 대답을 해 주었고, 그 말을 들은 안젤라는 안심이 되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러고보니 세바스 오빠에게 전해 드릴 말이 있었죠."

"응? 내게 말인가?"


안젤라가 말하려는 것은 바울이 해준 세 가지 조언 중 하나인 헬리오스 공작가에 대한 것이었다. 세바스가 찾고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찾고 있는 것이 헬리오스 공작가에 있다니 그걸 말해주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는 사람에게 들은 얘긴데요. 세바스 오빠가 찾는 것은 헬리오스 공작가에 있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헬리오스, 공작가?"


세바스는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했지만, 이내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뭔가 짐작 가는 것이 있는 표정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헬리오스 공작가. 그러고보면 모든 단서가 그곳을 가리키고 있었어. 중간부터 단서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종착지가 그곳이라면 모든 것이 말아 될지도..."

"세바스 오빠?"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큰 도움이 되었군요. 흠...그런데 아는 사람이라니. 그게 누구죠? 대체 누구길래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제게 마침 필요했던 정보를 알고 있는거죠?"

"음...그게 말이죠."


바울이 가급적 자신의 존재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하긴 했지만, 그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했고, 또 바울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자에게라면 자신의 존재를 알려도 된다는 뉘앙스로 말을 했기 때문에 세바스 정도라면 바울의 존재를 알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 안젤라는 바울과의 대화를 그대로 세바스에게 전달했다.


"바울...입니까. 그것은 분명히 성 바오로께서 생전에 불리우시던 애칭인데."

"엣. 저, 정말요? 바울씨는 성인이셨던 거에요!?"


그러고보니 바울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된 것도 바로 성 바오로의 신념이라는 아티팩트였다. 이름이 비슷하다고 생각은 했던 안젤라였지만 설마 자신이 만난 사람이 역사책에서나 이름을 볼 수 있었던 성인 중의 한 명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안젤라였기에 바울의 정체가 바오로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아직 그분께서 성 바오로가 맞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만나게 된 경위나, 루시퍼의 정체를 알고 있는 듯한 모습 등을 보면 거의 성 바오로가 확실하다고 생각되는군요."

"제, 제가 성인 중의 한 분을 만났다니..."

"그분이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면 성 바오로 본인이 아니라 어떠한 경위로 아티팩트에 남겨진 의식의 일부로 보이지만요."


세바스는 그렇게 말하며 조바심을 내는 모습을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러놓고 죄송합니다만 먼저 실례해도 괜찮겠습니까? 조금 전에 안젤라양이 전해준 정보로 알아볼 것이 생겼거든요."

"아, 알겠어요. 오늘은 즐거웠어요. 세바스 오빠."


안젤라는 미소를 지으며 세바스를 배웅하려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왜 부르셨던 거에요? 무슨 용건이 있었던 건가요?"

"용건 말입니까. 굳이 말하자면 안젤라양의 안부를 묻는 것 자체가 용건이었으려나요. 안젤라양의 지인이라고는 그 악마놈을 제외하면 저밖에 없는데 제 일에 치여 사느라 너무 신경을 써주지 못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마침 어제 그런 큰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대화나 한 번 나눠 볼까 하고 부른 겁니다."


안젤라는 아직 가격을 모르지만, 한 잔에 은화 한 닢이나 하는 비싼 커피를 굳이 먹으러 온 것도 그런 미안함에서 기인한 일이었다.


"후후. 고마워요. 세바스 오빠. 덕분에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아요."


빌리언의 일 때문에 울적했던 기분도 커피 덕분인지, 아니면 세바스와의 대화 덕분에 조금은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오늘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는 안젤라였다.


"아.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혹시라도 헬리오스 공작가 가실 일이 생기면 저에게도 말씀해 주세요."

"네. 명심하도록 하죠. 그러고보니 안젤라양이 다니는 학교도 조만간에 방학을 맞이하겠군요."

"아. 그런가요?"


입학 초기에는 방학이라는 것이 왜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안젤라지만, 학업에 열중하다보니 공부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안젤라였고, 교사들에게도 휴식이란 것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 안젤라였다.


"헬리오스 공작가가 있는 제국과의 거리도 제법 되는 편이니 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다녀오면 되겠군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살펴가세요."


이번에야말로 안젤라는 손을 흔들며 세바스를 배웅해주었고, 세바스는 카페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혼자 남은 안젤라는 잠깐 다시 의자에 앉아 창 밖으로 보이는 수도의 거리를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커피, 제법 괜찮았죠. 루시퍼도 이런 걸 좋아할 것 같은데, 조금 사가는 게 좋겠군요."


카페가 위치한 번화가와 안젤라가 머무는 숙소의 거리는 멀다고도, 가깝다고도 말하기 애매한 거리였지만 조금 서둘러서 걸어간다면 커피가 식어버릴 정도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한 안젤라는 커피를 구매하기 위해 청소를 끝내고 유리잔을 닦고 있는 점장에게 걸어가 말을 걸었다.


"저, 저기..."

"네. 무슨 일이신가요? 아가씨?"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가씨라는 말을 들어본 안젤라는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숙였고, 잠시 후 용기를 낸 안젤라가 말했다.


"커, 커피를 한 잔 사가고 싶은데요."

"네.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


안젤라는 모르고 있었지만, 커피의 종류는 제법 다양했다. 하지만 커피는 방금 안젤라가 마셨던 그게 전부인 걸로만 알고 있던 안젤라는 순간 뇌정지가 왔지만, 어떻게든 대답을 했다.


"바, 방금 전에 마셨던 걸로요."

"아. 그러십니까? 커피는 한 잔이면 됩니까?"

"네, 네."

"커피는 핫으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아이스로 하시겠습니까?"

"하, 핫? 아이스?"

"뜨거운 것인지, 차가운 것인지를 말하는 겁니다. 아가씨."


안젤라가 어벙한 모습을 보였지만, 점장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미소로 안젤라를 대했고, 안젤라는 다시 멘탈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핫으로..."

"사이즈는 어떤 것으로 해 드릴까요?"

"사, 사이즈요...?"

"커피의 용량을 말합니다. 가장 적은 것이 톨, 다음 것이 미디움, 그리고 가장 많은 양은 라지 사이즈입니다."

"조, 조금 전에 저희가 먹었던 걸로..."


점점 안젤라의 뇌용량을 초과해과는 정보량에, 안젤라가 과부화 상태가 되기 시작했다.


"미디움 사이즈로 말씀이시군요. 아. 혹시 저희 가게의 쿠폰은 가지고 계신가요?"

"쿠, 쿠폰...이요?"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생소한 단어의 향연. 거의 울상이 된 안젤라였지만, 유감스럽게도 점장의 말은 멈출 줄을 몰랐다.


"저희 가게에서 커피를 주문하실 때마다 쿠폰에 도장을 하나씩 찍어 드립니다. 그리고 도장 열번을 찍으시면 다음에 주문하시는 커피는 어떤 종류건 간에 한 잔이 무료로 제공됩니다."

"어, 어, 없어요오..."

"그러시군요. 그럼 오늘 두 분께서 한 잔씩 주문하셨으니 쿠폰을 새로 만들어드릴까요?"

"네, 네에..."


이제는 커피고 뭐고 이 공간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안젤라.


"마지막으로 주문을 확인하겠습니다. 델라비카노 미디움 한 잔. 핫으로 포장하시는 게 맞으신가요?"

"어, 델라...? 마, 맞는 것 같아요."


무슨 마법의 영창이라고 말해도 믿을 것 같은 점장의 말에 안젤라가 맞는지 틀린지도 모른 채 안젤라가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포장 용기와 발열석 가격을 포함해 총 은화 한닢에 동화 두닢이 되시겠습니다~"

"...네?"


기껏해야 몇 입 마시면 사라지는 양의 음료였기에, 비싸 봤자 동화 선에서 해결될 것이라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안젤라는 상상 이상의 금액에 지갑에 손을 넣은채로 얼어붙어버렸다.


"어, 얼마...라구요?"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안젤라. 이제는 안젤라의 반응을 반쯤 즐기고 있기라도 한 건지 시종일관 미소를 유지한 채로 점장이 말했다.


"은화 한 닢에 더해 동화 두 닢입니다. 아가씨."


거기까지 들은 안젤라는 그 자리에서 다짐했다. 앞으로 뭔가를 살때는 먼저 가격을 물어보고 사자고, 그리고 다시는 카페라는 곳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작가의말

유명 브랜드의 커피는 확실히 비싸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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