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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769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25 20:00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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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80화

DUMMY

그렇게 미리엘을 뒤에 남기는 것으로 검은 형상들을 따돌린 집단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리고, 또 달렸다.


"저리, 꺼져엇!"


그렇게 외치며 눈앞의 검은 액체를 베어내는 그레고리의 목소리는 약간이지만 젖어들어 있었다.

미리엘에 대한 미안함, 고마움, 그리고 약한 자신에 대한 분노가 뒤섞인 채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격류 속에서 그레고리는 홀로 표류하고 있었다.


"야! 너무 앞서 나가지 마! 고립된다!"

"미안!"


흔들리는 감정에 의해 자연히 휘두르는 검끝은 흔들렸고, 자신의 몸과도 같이 느껴지던 검도 두 배는 무거워진 기분이었다.


"저기! 보인다!"


미리엘이 잘 막아주고 있는 것인지 검은 형상이 그들을 쫓아오는 일은 없었고, 쉴 새 없이 달린 결과 마침내 선두의 시야에 결계석이 설치되어 있는 등대와도 비슷한 모양의 건물이 저 멀리서 모습을 드러냈다.


"에일린! 연락 넣어! 슬슬 결계석이 설치된 건물이 보인다!"

"네!"


그레고리의 외침에 에일린이 통신 마법을 발동했다.


"여, 여기는 에일린! 루시퍼군?"

-듣고 있다. 얘기해.

"결계석이 있는 건물에 거의 다 도착했어요! 이제 슬슬 루시퍼군과 안젤라양도 출발하면 될 것 같아요!"

-좋아. 지금부터는 계속 통신을 유지하라고. 타이밍을 맞추는 게 중요하니까 말이야.

"계, 계속이요? 하지만 마력이...에에잇! 알겠어요! 그쯤이야 근성으로 어떻게든 해볼게요!"

-제법 마음에 드는 말을 하는군. 그럼 계속 수고하라고.


의도한 건지 아닌지는 루시퍼만이 알겠지만 그렇게 에일린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루시퍼는 안젤라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안젤라. 출발하자."

"네, 넷!"

"그래. 니들은 뭐, 알아서 잘 살아남고."

"하하. 이쪽은 신경 쓰지 마시고 열.심.히 해주세요. 루시퍼군?"


갈루에 선생이 웃는 낯으로 엄포를 놓았고, 루시퍼는 그런 갈루에 선생의 시선을 은근슬쩍 외면하며 옥상의 난간에 다리를 걸쳤다.


"그럼 난 이쪽 방향으로 간다."


집단이 출발한 방향은 북쪽, 루시퍼가 가려는 방향은 동남쪽이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안젤라가 향할 방향은 남서쪽으로 결정되었다.


"에...그러니까. 결계석이 있는 건물에 도착해서, 결계석에 마력을 주입하고 있는 희생자분을 떼어내면 되는거죠?"

"그래. 너무 일찍도 안되고, 늦어서도 안된다. 내가 따로 신호를 줄테니까, 그거에 맞추면 된다."

"후...제가 할 수 있을까요?"

"무슨 걱정을 하고 앉아있냐? 니 힘이라면 이 폭식의 대죄 본체가 찾아와도 거뜬히 이길 수 있다. 하물며 그놈의 권능의 일부밖에 안되는 숙주 따위에게 니가 질 리가 없잖냐."

"그렇, 겠죠?"

"그래. 그러니까 서두르지."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고는 난간에서 훌쩍 뛰어내려 바람 마법을 발동해 돌풍을 타고 동남쪽으로 날아가버렸고, 안젤라도 남서쪽 방향의 난간을 잡고는 심호흡을 했다.


"후우. 힘내자. 할 수 있어."


안젤라는 원래 자신의 힘을 이동하는 데 사용하지 않았었다. 이동을 위해 죄업이 쌓이는 게 달갑지도 않았을 뿐더러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도저히 상상이 되지를 않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 힘을 아끼고 있을 때가 아니었고, 자신 없다고 뒤로 뺄 상황은 더더욱 아니었다.


"으으음...이걸, 이렇게."


우선 안젤라는 자기 자신에게 둥근 보호막을 씌웠다.


"그리고 나서...저쪽으로."


그리고 안젤라가 학교 옥상에서 저~만치에 희미하게 보이는 결계석이 위치한 건물로 보호막을 이동시키려는 생각을 한 순간, 안젤라는 유성이 되었다.


"우, 우와아아악!"

"미친 깜짝이야!"


안젤라가 들어있는 보호막은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인해 충격파를 발생시키며 육안으로는 확인하기도 힘든 속도로 빛의 꼬리를 그리며 결계석 쪽으로 날아갔고, 안젤라가 서있던 난간은 안젤라가 출발한 충격으로 인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박살이 나버렸다.


"이, 이게 무슨 일이여...?"


평소엔 얌전한 이미지인 안젤라였기에 학생들은 안젤라의 뜻밖의 면모를 발견하고는 두려움에 떨었다. 실상은 익숙치 않은 이동법 때문에 속도 조절에 실패한 것 뿐이었지만 말이다.


"와...안젤라양. 벌써 도착했어."

"근데 저거 뭐냐? 운석이라도 떨어진 거야?"


학생들은 안젤라가 날아간 쪽을 쳐다보았고, 결계석이 설치되어 있는 건물 앞쪽에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성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안젤라양은 생각보다 성격이 급했구나."

"안젤라양한테 돈 빌릴 일 있으면 빨리 갚는 게 최선이겠어."

"넌 저런 걸 보고도 용케 돈 빌릴 생각을 하는구나."


딱히 여유로운 상황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현실성이 없는 광경에 저마다의 감상평을 늘어놓는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안젤라가 자리를 뜸과 동시에 옥상을 덮고 있던 황금의 보호막이 사라졌고, 보호막에는 접근도 하지 못하고 있던 폭식의 권능들이 옥상으로 스멀스멀 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자. 우리도 놀고 있을 때가 아니죠. 움직입니다."


갈루에 선생이 남아 있는 전투 인원들을 통솔하며 비전투인원들을 지키기 위해 방어에 적합한 위치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엘레나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쉴새없이 수식을 중얼거리며 이제는 거의 다 써버린 수첩에 쉴 새 없이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


"이, 이게 무슨 일이여...?"


자신도 모르게 결계석이 있는 건물의 코앞까지 도착한 안젤라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도, 도착...한 걸까요?"


안젤라가 눈앞에 서있는 등대 같은 건물을 올려다보며 말했고, 그러자 느닷없이 루시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벌써 도착했다고? 난 아직 반도 못 왔는데?


늘 그렇듯이 루시퍼는 안젤라의 머릿속으로 직접 말을 걸었고, 안젤라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그...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어쩌다보니라니, 대체 뭔 짓을 한 거냐. 너는.


루시퍼는 분명히 자신이 먼저 출발했고, 자신도 결코 느리진 않은 속도로 이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 오지 못한 상황에 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안젤라가 벌써 도착을 한 것인지가 굉장히 궁금한 듯 했고, 안젤라는 딱히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본인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감이 오질 않는 상황이니 설명을 해주고 싶어도 해 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전 뭘 하면 되죠?"

-일단 대기해. 결계에 마력을 불어넣고 있는 숙주들은 아마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일테니 바로 근처에서 서 있어도 아무것도 못할거다.


한 명이라도 결계석에서 손을 떼는 순간 결계는 무효화되니 검은 형상은 눈앞에 맹수가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상황이라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알겠어요. 그럼 일단 건물 위로 올라갈게요."


안젤라는 그렇게 말하며 조심히 크레이터에서 기어올라온 후 결계석이 설치되어 있는 건물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저에게는 다가오지를 않네요. 폭식의 권능."


그야 폭식의 권능이 바보가 아닌 이상 안젤라에게는 다가가는 족족 접근도 못하고 불살라질 뿐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녀에게 몰려들지는 않을 것이었다.

안젤라는 잠시 나선형의 긴 계단을 따라 올라갔고, 전망대처럼 생긴 곳으로 향하는 해치를 열었다.


"끙차."

"...결국 왔군."


그리고 그곳에는 붉은색으로 점멸하며 둥둥 떠있는 돌. 그러니까 결계석으로 추측되는 것에 손을 얹고 있는 검은 형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이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행패를 부리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어요."

"쯧. 네년 덕분에 즐거워야 할 식사 시간이 엉망이 됐어. 애초에 네년 같은 괴물이 있는 줄 알았다면 판을 벌리지도 않았을 테지만."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이신거죠?"


안젤라의 말에 폭식의 권능이 빈정거리는 어조로 말했다.


"흐흐흐흐. 그걸 대놓고 물어본다고 내가 순순히 말해줄 것 같나?"

"당신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에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타협의 여지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뭐?"


안젤라의 말이 어지간히도 의외였던 것인지 폭식의 권능은 순간 할 말을 잊은 듯 했다. 그리고는 낄낄거리는 웃음을 흘리며 폭식의 권능이 말했다.


"웃기는 놈이군. 악마와 협상이라. 애초에 내가 일을 이렇게까지 벌려 놨는데요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말하는 거냐 너는?"

"...그렇기에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기 전에 어떻게든 해결을 하고 싶은 거에요."

"흥. 확실히 네년은 숙주에게서 이몸을 분리해 낼 수가 있었지. 참으로 거슬리기 짝이 없는 인간이야."


폭식의 권능은 잠시 말을 끊고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


"유감이지만 네년이 바라는 것과 이몸이 바라는 것은 서로 상충되는군. 이몸은 식사를 위해 이곳의 인간들을 모조리 죽일 것이고, 네년은 이곳의 인간들을 전부 살리고 싶어하니."

"식사, 라구요?"


폭식의 권능이 하는 말에 안젤라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폭식의 권능은 말을 이었다.


"그래. 식사. 보통의 악마들은 인간의 영혼을 취하기 위해 계약을 필요로 하지만, 이몸에게는 그딴 것 따위 필요 없거든. 계약을 통해 얻게 되는 영혼보다 효율은 지극히 떨어지지만, 인간의 육을 통째로 흡수하는 것으로 영혼의 일부를 얻을 수 있는거지. 흡수할 수 있는 영혼의 양이 적으니 그만큼 대량의 인간들을 삼켜야 하지만 말이야."


그야말로 대량 살상만을 위한 권능. 인간을 죽이는 능력 외에는 극도로 비효율적인 권능을 지니고도 오랜 시간을 살아온 폭식이 지금까지 해친 인간의 수는 안젤라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었다.


작가의말

당황하면 액셀을 밟는 스타일인 안 여사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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