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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793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3.12 20:17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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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95화

DUMMY

"흠. 그래서 이 집의 커피는 못 마시겠다 이건가?"

"확실히 맛있긴 했지만요...그래도 은화 한 닢을 주고 마시고 싶지는 않아요."


돈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안젤라였기에, 그렇게 말하는 안젤라의 표정은 사뭇 비장해보이기까지 했다.


"뭐 그렇다면야 억지로 마시게 할 생각까지는 없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몸은 지금 커피가 마시고 싶단 말이지."

"죄,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뭐가 죄송하단 거지? 커피쯤이야 다른 데서 마시면 그만 아닌가?"

"다른 데서요? 다른 곳에도 카페가 있어요?"

"그럼 없겠냐? 이 넓은 번화가에 카페가 하나밖에 없을 리가 없잖나."

"네? 가게는 마을마다 하나씩밖에 없는게 아니었나요?"


자신이 살던 작은 촌동네를 생각하며 한 말이었지만, 안젤라네 시골 마을과 수도 중심에 위치한 번화가는 확실히 달랐다.


"그럴 리가 있겠냐. 여기가 얼마나 넓은데."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한 번 가 보자고. 동네 구경도 할 겸 천천히 돌아보자."

"네. 알겠어요."


출발할 때의 그 서슬 퍼런 모습과는 다르게 루시퍼는 의외로 부드럽고 여유로운 태도로 안젤라를 리드했고, 덕분에 안젤라는 느긋하게 수도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앗. 저거 봐요 루시퍼! 고양이에요!"

"그러냐."

"아...! 가버렸어요."

"그거 안됐군. 흠, 저쪽에도 한 마리 있는 것 같은데?"

"앗. 진짜요? 어디...앗! 정말이에요!"


평화로운 한낮의 거리 풍경을 즐기며 군것질도 하고, 거리의 공연도 구경을 하며 안젤라와 루시퍼는 한동안 거리를 돌아다녔다.


"좀처럼 안 보이네요. 카페."

"그렇군. 커피가 제법 유행을 한다던데 아직 가게들이 그렇게 많이 열지는 않은 건가?"

"그런 걸까요?"

"으음? 그런데 저거...카페 아닌가?"

"네?"


루시퍼의 말에 안젤라가 루시퍼가 가리킨 건물을 바라보았다.

안젤라가 보기에는 건물은 평범한 민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집 외벽에서 덩굴 같은 게 자라나 있는 것이 관리가 되어있지 않다는 느낌을 줬기에 번화가 중심지에 위치한 그 화려한 카페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였다.


"아. 확실히 카페라고 적혀 있기는 하네요."


그 건물이 카페라는 것을 나타내는 유일한 것은 허름한 나무 문에 카페라고 적힌 문패가 걸려 있는 것 하나 뿐이었다.


"어디 보자...일단은 카페라고 적어 놨으니 들어가도 무단 침입이라고 욕먹는 일은 없겠지."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망설임없이 카페의 문을 열어젖혔고, 그러자 외부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가정집과 별 다를 게 없는 내부가 드러났다.


"응? 누구쇼?"

"손님보고 누구냐고 물어봐도 되는거냐? 밖에 카페라고 적혀 있었다만?"


안에서 작은 나무 의자에 앉아 있던 것은 험상궂게 생긴 중년의 남성이었다. 안젤라는 자꾸만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번화가 중심에 있던 카페의 점장이 깔끔하게 차려입고 있었던 유니폼과, 눈앞에 앉아있는 남자의 평민의 옷차림을 비교하게 되었다


"아아...손님이신가. 워낙에 손님이 드물어서 말이야. 거기, 아무데나 의자 꺼내서 앉으슈."


중년의 남자는 구석에 쳐박혀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보이는 장소로 향했다.


"굳이 이런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카페에 온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손님이니 주문은 받아야겠지. 뭘 시킬 거요?"

"음? 여긴 메뉴판 같은 건 구비해놓지 않았나? 내가 원하는 커피가 없기라도 한다면 어쩌려고 그러지?"


루시퍼의 말에 중년의 남자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즘 젊은 것들은 커피 마시는 법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커피의 맛을 망치는 잔재주만 잔뜩 부려놓은 설탕 덩어리들을 커피라고 우기더군. 뭐, 그런 폐기물 같은 메뉴만 아니라면 어지간한 것들은 구비되어 있다고 자부하니까, 아무거나 읊어 보시던가."

"헤에, 그렇단 말이지?"


중년 남자의 태도는 누가 봐도 접객에 적합해보이는 태도는 아니었지만, 루시퍼는 그런 남자의 태도에 흥미를 느낀 듯 씨익 웃더니 의자를 꺼내 앉으며 말했다.


"에스프레스 리스트레토. 한 잔. 원두는 델라비카 산 말고, 샤이켈 산이 있으면 그걸로 부탁하지."

"에스...뭐라고요?"


루시퍼의 복잡한 주문에 안젤라는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지만, 부엌 쪽으로 들어가려던 중년의 남자는 살짝 놀랐다는 표정으로 루시퍼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흐음, 알고 주문하는 건지 모르고 주문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샤이켈 산 커피는 당신 같은 젊은이들에게는 제법 쓸 텐데, 그걸 에스프레소로 주문한다라. 정말 괜찮겠나? 어디서 이상한 거 주워듣고 온 것은 아니겠지?"

"커피의 쓴 맛과 풍미는 별개지. 나는 최대한 내 입맛에 걸맞는 주문을 한 것 뿐이야. 여기부터는 당신 솜씨에 달렸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하는 루시퍼. 중년 남자는 조금 전의 비릿한 웃음이 아닌 재미있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루시퍼에게 말했다.


"하. 좋다. 여태 마셔본 적 없을 최고의 한 잔을 내려드리지. 간만에 재밌는 손님이 오셨군."


애초에 손님 자체가 온 것이 간만의 일이기는 했지만 굳이 그런 말을 꺼내지는 않은 중년 남자.


"아. 그리고 이 녀석한테는...음. 그냥 적당히 단 맛이 있는 커피로 부탁하지. 이 녀석은 오늘 커피를 처음 마셔 보는 거거든."

"...그런가. 그렇다면 그 아가씨에게는 카페오레면 괜찮겠지?"

"그래. 이 녀석한테도 굳이 샤이켈 산을 쓸 필요는 없고 평범한 델라비카 산이면 충분할거야."

"알겠다. 잠시만 기다리도록."

"앗! 잠깐만요!"


그리고 그 때, 뜬금없이 안젤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고, 루시퍼와 중년 남자 모두가 그런 안젤라를 의아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그...시, 실례지만 얼마인지 미리 알 수 있을까요...?"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며 쭈뼛거리는 안젤라에게 안젤라에게도 뭔가 의외성이 있는 주문이 들어올 것인가 기대를 했던 중년 남자가 허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쪽 젊은이가 시킨 에스프레소는 동화 열 다섯 닢, 아가씨의 카페오레는 동화 열 닢이다."

"조, 조금 비싸기는 한데...그래도 어떻게든 납득은 가능한 금액이네요."


아무리 외곽에 위치해 있다고는 하지만 무려 열 배나 저렴한 가격에 안젤라가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더 주문할 것이 있나?"

"...아니, 없다. 이 녀석이 맥 빠지게 한 건 미안하군."


어째선지 안젤라의 머리를 누르며 사과를 하는 루시퍼, 중년 남자는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지 피식 웃으며 손을 한 번 흔들어 보이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


"자. 여기 주문하신 샤이켈 산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 리스트레토와, 카페오레다."

"호오, 향이 제법인데. 보기보다 솜씨는 있는가보군."

"흥. 잔말 말고 마시기나 하시지. 아마 깜짝 놀랄거다."


중년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 위에 루시퍼의 에스프레소와 안젤라의 카페오레를 내려놓았다.


"어, 어라? 루시퍼의 커피는 제 것보다 다섯 닢이나 더 비싼데 크기가 왜 그런가요?"

"...넌 몰라도 된다."


원두의 희소성과, 커피를 내리는 과정, 그리고 거기에 더해 바리스타의 수고까지 합산해서 내린 금액에 대해 안젤라에게 상세하게 설명해 줄 자신은 없었던 루시퍼는 안젤라의 질문을 흐지부지 넘겨버렸고, 안젤라도 억지로 물어볼 생각까지는 없었기에 자신의 커피로 눈을 돌렸다.


"앗. 이거 예쁘네요. 어떻게 하신 거에요?"


안젤라의 카페오레 위에 올라와 있는 거품에는 갈색의 거품과 흰 색의 거품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나뭇잎의 모양을 이루고 있었기에 굉장히 보기가 좋았다.


"호오, 보기와는 다르게 제법 섬세한 면이 있군. 애초에 섬세하지 못하면 바리스타 일은 못해먹겠지만."

"흥. 이런 건 취향이 아니지만, 모처럼 기분도 나쁘지 않았고, 또 아가씨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이런 걸 좋아한다고 들은 기억이 났거든. 기왕이면 보기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서 말이야."


중년 남자는 쑥쓰럽기라도 한 듯이 고개를 홱 돌리며 루시퍼와 안젤라가 들어오기 전부터 앉아있던 의자로 가버렸고, 루시퍼와 안젤라는 서로를 마주보며 커피잔을 들어올렸다.


"그럼 마시도록 하지."

"자, 잘 먹겠습니다."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에스프레소가 든 작은 커피잔을 입에 가져다대고 향을 음미하고는 아주 약간 커피를 입에 흘려넣었고, 안젤라도 그런 루시퍼의 모습을 슬쩍 살피고는 루시퍼의 마시는 법을 흉내내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아, 확실히 향이 아주 좋네요. 게다가 단 맛도 조금 있어서 조금 전에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마시기 편해요."

"흥. 이 정도면 합격이군. 카이너스 왕국에 커피가 전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을 터인데 어떻게 이만큼의 실력을 쌓은 거지?"

"내가 보기에는 내가 실력이 월등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공부조차 하지 않은 잡놈들이 너도나도 카페를 하겠답시고 설치는 바람에 이 나라의 커피 질이 떨어진 거다. 이 정도야 보통이지."


말은 시니컬하게 하기는 했지만 루시퍼는 커피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듯이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안젤라도 카페오레라는 것에는 대만족인지 활짝 웃었다. 그리고 그런 표정을 바라보는 주인장은 툴툴거리기는 했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지 험상궂은 표정 대신에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작가의말

어쩌다보니 커피 얘기로 두 화를 날려먹었네요.

그런데 정작 작가는 커피를 잘 안 먹는다는 사실! 

ㄴ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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