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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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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0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3.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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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6화

DUMMY

"흡!"


갈루에 선생이 허공에 뜬 채로 진멸의 화염을 힘껏 사선으로 내리그었고, 그러자 진멸의 화염이 화악 불타오르며 그 크기를 불려 폭식의 권능을 베어냈다.


"크아아악!"


검은 액체를 흩뿌리며 고통스러워하는 폭식의 권능. 하지만 제대로 공격이 들어갔음에도 갈루에 선생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역시...타격이 제대로 들어가지를 않는다. 게다가 저놈에게 느껴지는 이 마력은 분명히 신수의 힘. 결국 흡수에 완전히 성공한 것인가.'


본디 진멸의 화염은 마에 속한 존재에게 옮겨붙게 되는 순간, 그 영혼까지 불태우기 전에는 꺼지지 않는 화염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괴물을 아무리 베어내어도 상처 부위를 살짝 불태우고 금방 꺼져버리는 진멸의 화염이었다.


"추락해라!"


그렇게 외치며 입에서 마치 브레스와도 비슷한 마력의 파동을 쏘아보내는 폭식의 권능. 갈루에 선생은 전이를 사용해 순식간에 폭식의 권능의 뒤로 돌아가 그 등을 크게 베어냈다.


"크에에엑!"


고통스럽다는 듯이 비명을 지르고는 있었지만, 폭식의 권능이 입은 타격은 크지 않았다. 전투의 초반에는 갈루에 선생의 공격에 제법 타격을 입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모든 힘을 집어삼키는 폭식의 권능은 이미 한 번 신성력을 극복한 경험이 있기에 갈루에 선생의 마력에도 점차로 적응하고 있는 것이었다.


"좋지 않군. 이대로 자잘한 공격을 계속해서 넣어봐야 오히려 역효과겠어."

"크크큭. 그걸 이제야 눈치챈 건가? 천계의 천사놈들은 멍청하기 짝이 없군!"


물론 폭식의 권능의 특성을 숙지하고 있던 갈루에 선생이었기에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갈루에 선생이 위력이 큰 공격을 준비하려고만 하면 그것을 귀신같이 눈치챈 폭식의 권능이 시도 때도 없이 방해를 해댔고, 갈루에 선생은 별 수 없이 몸으로 밀고 들어오는 폭식의 권능을 요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현재 폭식의 권능은 불리해진다 싶으면 이 자리를 떠나 도주해버리면 그만이었지만, 인간들을 지켜야만 하는 입장인 갈루에 선생은 억지로 싸움을 이어가야만 했기에, 자꾸만 달라붙는 폭식의 권능을 회피하기만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제아무리 신수의 힘을 흡수해 신성력에 강한 저항을 가지게 된 폭식의 권능이라지만, 상대는 악의 천적 그 자체인 천사. 싸움의 초반에는 갈루에 선생이 폭식의 권능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폭식의 권능의 계략에 의해 점점 불리해지는 양상이 된 것이다.


"죽어라!"


땅에 발을 딛고 서있는 갈루에 선생을 향해 난폭하게 앞발을 내리찍는 폭식의 권능. 하지만 전이를 사용하는 갈루에 선생에게 일반적인 공격은 모조리 회피될 뿐이었다.


"뭔가...시간을 끌어주면 좋겠는데."


갈루에 선생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불리한 싸움을 이어나갔다.


-----


갈루에 선생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 순간에, 안젤라가 있는 쪽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마땅히 축하해야 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영 좋지 않았다.


"거, 거의 다 깨졌어요! 어쩌죠!?"

"나도 몰라 임마."


안젤라는 식은땀을 흘리며 쩔쩔맬 뿐이었고, 루시퍼는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의 태도였다. 그리고 그 때, 꿈틀거리던 알 껍질이 툭하고 떨어지며 그 안에 들어있던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건...용인가. 이번 신수는 용의 형태로군. 새가 아니고 파충류였단 말이지."


맨 처음 알을 보고 신수를 조류라 추측했던 루시퍼였지만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륙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신수가 용의 모습으로 나타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 할 말은 아니지만...귀, 귀엽네요."

"그러냐? 난 짐승이나 인간이나 갓 태어난 모습을 보면 징그럽다는 생각부터 들던데. 그건 살아있는 생명체라기보다는 고깃덩어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고, 고깃덩어리라뇨!? 갓 태어난 소중한 생명에게 이 무슨 끔찍한 소리를!"


안젤라는 그렇게 말하며 아직 알의 파편에 감싸여 눈도 뜨지 못하고 있는 신수에게 별 생각 없이 손가락을 가져다댔고, 안젤라의 손가락이 신수에게 닿는 순간 신수가 눈을 떴다.


"어, 어라?"


그리고 다음 순간, 안젤라는 몸에서 힘이 쭈욱 빠져나가는 것 같은 탈력감을 느끼며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아버렸고, 눈을 뜬 신수에게서 눈부신 빛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갑자기 왜 이래?"


루시퍼 역시 이런 현상은 듣도 보도 못했으므로 눈을 가리며 물러날 뿐이었고, 안젤라는 처음 느껴보는 급격한 탈력감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바닥에 주저앉은 안젤라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안녕 안젤라? 진짜로 만나는 건 처음이네? 만나서 반가워.


안젤라에게 말하고 있는 목소리는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누, 누구세요? 지금 누가 말하고 있는 거에요?"

"뭐야. 안젤라 너 지금 누구랑 말하고 있는거냐?"


아무래도 안젤라에게 들리는 목소리는 루시퍼에게는 들리지 않는지 루시퍼는 여전히 쏟아지는 빛을 가리며 서 있을 뿐이었다.


-나는 신수. 이름을 소개해주고는 싶지만, 아직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어. 네가 내 계약자가 되어 준다면 네가 내 이름을 붙이게 되겠지.

"계, 계약...이요?"


안젤라는 뜬금없이 튀어나온 계약이라는 말에 잠시 멍해졌지만 곧이어 지하 대공동에서 신수 엘비오니스와 했던 약속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저, 정말로 기억이 남아 계신 거군요?"

-그래. 맞아. 원래는 좀 더 느긋한 상황에서 천천히 계약을 맺고 싶었지만...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내 힘이 필요할 것 같아서 서둘러서 부화했지 뭐야."

"상황을...알고 계신다구요? 알 속에 있었는데요?"

-호기심 해결도 좋지만 지금은 서둘러야 하는 상황인 것 같은데? 빨리 나와 계약을 맺어주지 않겠어?

"그, 그랬었죠 참. 너무 놀라서 그만."

-좋아. 말귀가 통하는 인간은 싫어하지 않아. 그럼 너에게 계약할 의사가 있는 걸로 판단하고, 계약을 진행할게?

"네. 알겠어요."

-좋아. 아. 그리고 계약에 필요한 힘은 내 능력을 사용해서 미리 빌려뒀다? 일단 얘기는 해 둬야 할 것 같아서."


조금 전에 안젤라가 느꼈던 급격한 탈력감은 그것이 원인인 듯 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안젤라와 신수를 중심으로 하얀 빛의 가루가 흩날리기 시작했고, 그 빛은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뭐가 뭔지. 이 빛을 보아하니 신수가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럼, 계약의 의식을 시작할게.


신수가 천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안젤라와 신수를 중심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마법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계약자 안젤라는 신수의 주인이 되어 이 세계를 혼돈과 파괴로부터 수호할 것을 맹세하겠습니까...라고는 해도, 사실 말뿐인 계약이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 않았으면 해~


신수의 목소리는 말의 중간 부분까지는 엄숙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어느샌가 다시 장난끼있는 평소의 목소리로 돌아와 있었다.


"네, 네...맹세할게요."


그런 신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얼떨떨한 기분으로 맹세를 한 안젤라였고, 신수는 만족스러운 것 같은 목소리로 신이 나서는 말했다.


-좋~아. 이걸로 계약은 성립되었어.

"이, 이게 끝인가요?"

-계약의 본질은 서로간에 상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인간들은 계약이라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거창한 과정을 거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지만, 나같은 고위의 존재에게는 그런 건 필요 없어.


그러고보니 루시퍼와의 계약도 복잡한 관례따위는 필요 없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 덕분에 안젤라는 별다른 의심 없이 신수의 말에 수긍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우리의 영혼은 연결되었어. 나는 이 몸이 스러질 때까지 널 지킬 것이고, 너 역시 수명이 다해 흙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나와 함께해야 할 거야.

"계, 계약 전에 그 말을 해 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가? 지금이라도 취소는 가능한데, 그럼 계약 안 할거야?

"그, 그런 건 아니지만요..."


장난스러운 목소리 때문인지 뭔가 골탕 먹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안젤라였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바닥에서 빛나던 마법진은 어느새 사라져있었고, 루시퍼가 걱정스러운 것 같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어이. 안젤라.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신수님과 계약을 했어요."

"...그 사이에 계약을 했다고? 혹시 지금 속고 있는 것 아닌가?"

-속인다니! 난 언제 어느 때건 정의를 수호하고 질서를 사랑하는 존재인 신수라고~어디 사는 타천사 같은 거하고 같은 취급을 해선 곤란해.

"타, 타천사...신수님 루시퍼의 정체도 알고 있어요?"

"뭐?"


아직도 여전히 신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루시퍼는 안젤라의 말만 듣고 맥락을 추론해야만 했는데 지금의 안젤라의 말만으로는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기가 지극히 힘들었다.


-응. 난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알에서 지냈잖아? 사고할 수 있는 인격이 형성된 것은 꽤 되었단 말씀이지. 얼마 전에 네가 갈루에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과의 대화를 들었었어.

"그, 그렇다면 정말 지금 상황은 전부 다 알고 계시는 거군요."

-응. 그렇기에 지금 폭식의 권능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아주 잘 알고 있지.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힘이었던 것을 그 녀석이 훔쳐 쓰고 있는 거니까.

"신수님의...힘."

-이건 좋지 않아. 저 녀석이 본체에게 돌아가게 된다면, 거의 확실하게 균형이 깨지게 돼. 그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지.


이 말을 하는 신수는 이번만큼은 장난기가 없이 진지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균형이라는 말에 안젤라가 물었다.


"또 균형인가요. 대체 그 균형이라는 게 뭔가요? 대체 뭐길래 루시퍼와 갈루에 선생님, 그리고 신수님까지 필사적으로 균형을 지키려고 하시는 거죠?"

-음...설명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시간이 없어 안젤라. 폭식의 권능을 막아낸 후에 찬찬히 말해준다고 약속할테니 우선은 폭식의 권능을 막아내는 데 집중하자.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알겠어요. 대신 확실히 약속 하신거에요?"

-그야 물론이지~그리고 나한테 말을 높일 필요는 없어 안젤라. 계약을 맺은 이상, 너와 나는 서로 완전히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거니까 말이야.

"으음...그런 건가요?"

-아! 또 존댓말이야! 나한테 말 놓기 전까지는 협조 안 해줄래.


대체 어디까지가 진심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중요하다던 균형을 지키는 일은 뒷전인지 삐진 듯한 태도를 보이는 신수. 안젤라는 비지땀을 흘리며 어쩔 수 없이 신수를 향해 말했다.


"아, 알겠...어. 이러면 되는 거야?"

-아하하하! 반말은 진짜 어색하네 안젤라. 그래도 존댓말을 듣는 것 보다는 훨씬 기분 좋다.


까르르 웃으며 말하는 신수.


-좋아. 그럼 농담은 이쯤 해두고, 세계의 질서를 수호하는 신수의 역할을 다 할 때로군.

"그런데...이렇게나 작은 몸으로 싸울 수 있는 건 맞나요?"


안젤라의 의문은 지극히 타당했다. 전대의 신수인 엘비오니스는 엄청나게 커다란 사자의 모습이었기에 육탄전을 펼쳐도 엄청난 위용을 펼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신수는 아직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 이런 모습이라면 폭식의 권능이 입김만 불어도 날아가지는 않을까 걱정될 수준이었다.


-당연히 지금 모습으로는 싸울 수 없지. 그러니까 계약자인 안젤라. 너의 힘이 필요해.

"제, 제 힘이요?"

-응. 영혼의 계약을 맺은 지금, 너의 힘은 나의 힘이고, 나의 힘은 너의 힘이야. 당장 내가 가진 힘은 지극히 미약하지만, 너의 힘을 빌리게 된다면 난 만전의 상태로 싸울 수 있어.

"그런 게 가능하다니...계약이란 건 정말로 신기하네요."

-그렇지? 난 정말로 대단하다구!


대단한 것과 신기한 것은 별개라고 생각한 안젤라였지만 그런 생각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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