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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770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28 20:00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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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83화

DUMMY

"하, 하하하하하하!"


빌리언은 목도 없으면서 어떻게 웃음소리를 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미친 듯이 웃으며 안젤라가 친 보호막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고, 다음 순간 본디 보호막에 가로막혔어야 할 빌리언의 육체는 보호막을 박살내며 지나갔다.


"뭐, 뭣!?"

"세, 세상에!"


양쪽 다 보호막이 깨질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기에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고, 빌리언은 둘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안젤라! 보호막 똑바로 친 거 맞아!?"

"평소랑 똑같이 했는데요!? 어, 어쩌면 좋죠!?"

"이런 젠장! 일단 잡고 봐야지!"


루시퍼는 그렇게 외치며 자연스럽게 안젤라를 안아들고는 앞으로 쏘아져나갔고, 안젤라 역시 두 번째의 비행인지라 제법 능숙하게 루시퍼에게 매달렸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려간 것인지 빌리언은 한참을 날아가도 보이지 않았고, 동굴의 출구 근처에 도달해서야 간신히 달리고 있는 빌리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야! 거기 아무나 저 새끼 잡아!"

"루, 루시퍼군? 둘이서 들어간 거 아니었어요? 저게 누구...미친! 머리가 없어!?"


잘린 목 부분에서 검은 액체를 줄줄 흘리며 질주하는 빌리언을 본 이단심문관은 기겁을 하면서도 검을 뽑아들고는 빌리언의 앞을 막아섰다.


"멈춰라 괴물!"

"꺼져라!"


이단심문관은 빌리언을 향해 검을 내리쳤지만, 빌리언은 가볍게 피해내면서 팔을 길게 쭉 늘여 채찍처럼 활용해 앞을 가로막는 이단심문관을 날려버렸다.


"크윽! 바, 바인드!"


간신히 빌리언의 공격을 어떻게든 막아는 냈지만, 충격을 상쇄하지는 못했기에 뒤로 날아가며 이단심문관은 신성 주문 바인드를 사용했다.

그러자 빌리언의 몸에 노란빛의 고리가 생기며 아주 잠깐 빌리언을 구속했지만, 빌리언은 바로 다음 순간에 신성력의 고리를 박살내버리고는 다시 앞으로 질주했다.


"제기랄. 최악의 사태로군. 보아하니 저놈이 신수의 신성력을 흡수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그래서 신성력이 안 통하는 거고."


그렇게 말하는 루시퍼의 안색은 창백하다 못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마에 속한 자가 신성력을 극복하는 일은 본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돼. 자칫 잘못했다간 균형이 깨진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해."

"규, 균형이 대체 뭔데요? 이렇게 당황하시는 건 처음 봐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나. 일단 저놈을 막아야...제기랄! 머리가 안 돌아가는군!"


최후의 보루였던 안젤라의 힘이 통하지 않게 된 것 때문인지 루시퍼는 특유의 냉철한 사고가 흐트러졌고, 그렇기에 평소처럼 빠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었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런 와중에서도 빌리언은 지치지도 않는지 광소를 터뜨리며 더더욱 가속했고, 루시퍼는 쫓아가는 게 고작일 정도가 되었다.


"제기랄. 지금까지 입혔던 데미지까지 회복하고 있는 것 같군. 진짜 돌겠네."


어느 새 그들은 학교 부지를 벗어나 숲으로 진입했다. 지금까지는 공중에서 빌리언을 내려다보며 추격했기에 어찌어찌 점점 속도를 늘려만 가는 빌리언의 질주를 쫓아갈 수 있었던 루시퍼였지만, 지금 와서는 울창한 삼림 속으로 숨어버린 빌리언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망했군."


루시퍼는 허탈한 표정으로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상태로 중얼거렸다.


"이, 일단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내려가서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놈이 숲 밖으로 빠져나가면 어떻게 하나? 누군가는 위에서 감시를 해야 해."

"그, 그럼 제가 내려가서 찾아볼게요. 전 제대로 날 줄을 모르니까요."

"...알겠다. 단, 조심해야한다. 놈을 찾으면 바로 뭐라도 좋으니까 알아볼 수 있는 구조 신호를 보내라. 그럼 내가 바로 내려가지."

"네. 알겠어요."


그 후에 루시퍼는 안젤라를 조심히 지상에 내려주었고, 평소에 늘 보여주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아닌 힘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루시퍼가 걱정이 된 안젤라가 말했다.


"괜찮을 거에요 루시퍼. 너무 풀죽어 있지 마세요."

"풀죽은 거 아니다. 그리고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고 있는거냐."


그렇게 말하며 쓰게 웃은 루시퍼는 이내 다시 빠르게 하늘로 올라갔고, 안젤라 역시 발빠르게 움직이며 숲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 안 보이네요."


한참 동안이나 숲 속을 뒤졌건만, 빌리언은 땅으로 꺼지기라도 한 것처럼 전혀 눈에 띄지를 않았다. 숲 밖으로 나가려는 시도를 했다면 루시퍼의 눈에 띄었을테니 숲 안에 있는 것은 분명한데 당최 눈에 띄지를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뭔가 엄청 조용하네요."


다들 숲은 고요하다고들 말하지만 숲 속은 상상 이상으로 이런저런 소음으로 가득하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벌레들이 내는 소리, 거기다 가끔 우는 들짐승들의 소리까지. 어릴 때부터 약초 채집이니 나물 캐기니 해서 산에서 보낸 시간이 많은 안젤라였기에 그런 걸 잘 아는 그녀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숲 속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눈치챘다.

들려오는 것은 발 밑의 나뭇잎이 바스라지는 소리밖에 없었고, 기묘할 정도로 조용한 숲 속을 걷던 안젤라는 드디어 뭔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 사슴?"


안젤라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생뚱맞게도 평범한 사슴이었다. 뭔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잔뜩 긴장하고 있던 안젤라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깜짝 놀랐..."


안젤라가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사슴의 옆쪽에서 검은 액체로 만들어진 촉수가 엄청난 속도로 사슴을 낚아챘다.


"와, 와아앗!"


소스라치게 놀란 안젤라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졌고, 사슴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검은 액체로 전신이 뒤덮힌 채로 검은 촉수가 날아온 쪽으로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루, 루시퍼! 나왔어요!"


안젤라는 당황하며 외쳤지만, 까마득히 위에 있는 루시퍼가 안젤라의 외침을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그제서야 신호를 보내라던 루시퍼의 말을 떠올린 안젤라가 하늘을 향해 신성력의 구체를 하나 쏘아올렸다.


하늘로 날아간 신성력의 구체는 잠시 후 폭발하며 불꽃놀이같은 빛을 뿌렸고, 까마득한 창공에서 숲을 내려다보던 루시퍼는 안젤라의 신호를 확인하고는 엄청난 속도로 지상으로 내려왔다.


"찾았냐? 어딘데?"

"저, 저기...!"


먼저 촉수가 날아온 방향으로 향하고 있던 안젤라는 뭔가를 발견한 상태였다.

그리고 안젤라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것을 확인한 루시퍼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저건..."

"더, 더 그릇을! 마력을 담을 그릇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끔찍했다. 족히 수백 마리는 될 것 같은 산짐승들이 검은 액체에 한 데 뒤엉킨 고깃덩어리가 된 채로 꿈틀거리고 있었고, 그 맨 꼭대기에서는 어느 샌가 머리가 다시 자라난 채 상반신만이 드러나 있는 빌리언이 부들거리며 경련하고 있었다.

폭식의 권능이 다른 곳도 아니고 하필이면 숲으로 도망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안젤라와 루시퍼의 공격 때문에 대부분의 신체를 잃은 폭식의 권능이었기에 마력과 신성력에 면역이라고는 하지만 쪽수로 밀어붙이면 이도 저도 못하고 제압당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폭식의 권능은 잃어버린 신체를 복구하기 위해 근처의 숲에서 짐승들을 흡수하는 것으로 신체를 수복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저, 저게 뭐죠...?"


눈앞에 펼쳐진 지옥도와도 같은 광경에 안젤라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며 물었고, 폭식의 권능이 노리는 것을 눈치챈 루시퍼가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의도대로 냅둘 수야 없지! 헬 플레임!"


루시퍼의 마법을 발동하자 루시퍼의 손에 이글거리는 거대한 화구가 생성되었다. 주변의 공기를 난폭하게 집어삼키며 격렬하게 타오르는 화구를 루시퍼는 망설임없이 폭식의 권능을 향해 날렸고, 뭉쳐진 고깃덩어리와 충돌한 거대한 화구가 폭발하며 섬광과 함께 뜨거운 열풍이 불어닥쳤다.


"해치, 웠나?"


뜨겁지도 않은지 불어닥치는 열풍을 피하지도 않으며 자욱한 증기를 노려보는 루시퍼. 그대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루시퍼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자욱한 증기 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엇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늦었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조금 전까지의 끔찍한 고깃덩어리가 아닌 한 데 뭉친 검은 액체였다. 루시퍼는 어떻게든 흡수를 막기 위해 불덩어리를 던졌지만, 이미 대부분의 짐승들은 흡수가 끝난 상태였기에 루시퍼가 투척한 거대한 화구는 소화가 미처 되지 않은 껍데기들만을 불태웠던 것이다.

한 데 뭉친 검은 액체는 지금까지처럼 슬라임 같은 모습이 아닌, 거대한 네 발 짐승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머리 부분에서 섬뜩한 붉은 안광을 빛내는 그것은 신수 엘비오니스를 닮아 있었다.


"크오오오아아아아!"


짐승의 형태로 변한 폭식의 권능은 안광을 번쩍이며 거대한 포효를 내질렀고, 약간의 물리력마저 가진 그 포효가 온 산을 뒤흔들었다.


"크윽!"

"꺄아아악!"


안젤라와 루시퍼는 귀청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며 귀를 막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크하하하하! 이거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군! 방금 네놈의 공격으로 마침내 네놈의 마력을 완전히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루시퍼!"


폭식의 권능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웃어제끼며 외쳤고, 그 말을 들은 루시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흠. 기어이 이몸의 마력까지 흡수가 되었군. 시간을 너무 끌었어."


자각은 없었지만 그동안 안젤라의 절대적인 힘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을 체감하는 루시퍼였다. 제아무리 본체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상대는 지극히 위험한 대죄의 권능. 단 한순간의 방심도 없이 속전속결로 끝을 냈어야만 했는데 인명 구조 따위를 우선시하다가 되려 더욱 심한 재앙을 불러버린 것이었다.


작가의말

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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