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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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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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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2,818

작성
21.02.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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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1화

DUMMY

"어째서, 대체 어째서 악마님들은 그렇게나 인간의 영혼을 갈구하시는 건가요? 악마님들은 인간의 영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건가요?"

"어째서냐고 물어보는 건가. 그럼 반대로 이쪽이 묻지. 너는 음식을 먹지 않고 평생을 살아갈 수 있나?"

"음식...인가요. 음식을 먹지 않으면 굶어 죽게 되니까, 음식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는 없죠."

"그런 의미에서가 아니다.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영양을 얻는 데 음식을 필수가 아니야. 현세 인간종의 수준으로는 무리겠지만, 음식을 섭취할 수 없게 된 인간도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추출해낸 액체를 마시거나, 지금의 인간도 힐링 포션만 마셔도 생존할 수는 있지.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그러지 않아. 어째서라고 생각하나?"

"...저는, 모르겠어요."

"당연히 모르겠지. 식욕은 인간의 기본 욕구 중의 하나이니까. 인간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본능이거든. 악마들도 그와 같다. 굳이 인간의 영혼을 흡수하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된다면 영혼의 갈증을 느끼게 되는 거야. 그렇기에 우리 악마들은 끝없이 인간의 영혼을 갈구하는 것이다."


결국 교섭은 결렬이라는 의미였다.


"네년은 이상한 인간이로군. 보통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의 욕망에 따라 타인을 짓밟고, 깔아뭉개고, 약탈하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가 아니었나? 그런데 어째서 나와 교섭 같은 걸 하려는 거지?"

"가급적이면, 폭력에 의지하고 싶지는 않아요.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웃기는 사고 방식이군.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가졌으면서 힘으로 해결하는 걸 꺼려한다? 그런 자신의 행위가 기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나?"

"기만...이라구요?"

"힘을 가진 자는 그 힘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야만 할 의무가 있다. 힘을 가졌음에도 약자들의 사고 방식을 신념이라는 이름 하에 강요한다라. 웃기는군."

"강요한 적 없어요. 그리고 뭐가 웃기다는 거죠? 약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뭐가 나쁘다는 거에요?"

"생각하는 것 자체는 나쁠 거 없지. 하지만 네년이 신념이라고 포장한 그 약자의 사고 방식을 과연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관철할 수 있을까?"

"그...건."

"없겠지. 힘을 가진 자는 결국 막상 상황이 닥치면 결국 힘으로 해결을 하려고 하기 마련이니까 말이야. 그 따위 것은 신념이 아니야. 신념이라는 이름으로 덧칠된 가면일 뿐이지."


폭식의 권능의 신랄한 비난에 안젤라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반박할 말을 떠올리고는 싶었지만 키워드들은 한데 모이지 않고 뒤죽박죽이 된 채로 머릿속을 떠다닐 뿐이었다.


"어이쿠. 슬슬 위험하군. 구더기들도 뭉치니 제법인걸. 설마 그렇게나 방해를 했는데도 도달할 줄은."

-어이. 안젤라. 슬슬 준비해라. 집단이 결계석에 도착했다.

"앗. 네."


머릿속으로 루시퍼의 말이 들려왔고, 안젤라는 어쩔 수 없이 대화를 끝내고 신성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바라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어요."

"이야~너무나도 아쉬운걸. 제법 맛있어 보이는 인간들이었는데. 내 야망이 여기서 좌절될 줄이야. 원통하구나."


당최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아쉬운 것인지 알기가 힘든 어조로 말하는 폭식의 권능. 과장된 어조로 말하는 태도에서는 아쉬움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안젤라는 의구심을 품었다.


"...설마 다른 계획이라도 있는 건가요?"

"하? 계획? 그딴 게 왜 필요하지? 난 그저 내 충동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애초에 지금 말하고 있는 나는 그저 숙주. 그리고 이곳 전체를 뒤덮은 나조차 본체에게서 떨어져 살덩이의 일부에 불과해. 여기서 내가 무슨 꼴을 당하던 내 본체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가지 않아."

"정말 그런 걸로 만족하나요?"

"만족하다마다. 배를 실컷 채우고 본체에게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게 베스트지만, 너 같은 괴물과 노는 것도 재미있었단 말이지."

-안젤라. 지금이다. 결계석에서 숙주를 격리해.


때마침 루시퍼의 지시가 내려왔고, 안젤라는 찜찜한 표정으로 검은 형상에게 보호막을 씌우는 것으로 강제로 결계석과 숙주 사이에 연결된 마력을 차단했다.

그러자 붉게 빛나던 결계석이 평범한 회색의 돌로 돌아왔고, 바깥에 쳐져 있던 결계가 사라졌는지 아닌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만간에 결계가 사라질 터였다.


"이제 할 일은 끝냈으니, 정화해드리죠. 희생자들을 풀어 주셔야 겠어요."

"내가 풀어 주고 싶다고 풀어 줄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넌 오늘 아침에 먹은 반찬을 원형 그대로 토해낼 수 있냐?"

"..."


묘하게 비위 상하는 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는 안젤라가 정화와 치유 마법을 동시에 사용했고, 조금 뒤 핼쓱한 표정의 남학생 한 명이 검은 액체 속에서 나타났다.


"으, 으윽..."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조만간 구조가 올 거에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낸 안젤라는 조금 전부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건물 바깥을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결계가 해제가 된 것인지 밑에서는 교단의 갑옷을 입은 이단심문관들이 여기저기서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며 폭식의 권능을 척결하고 있었다.


"계획은 잘 된 것 같네요. 다행이에요."


이제 본격적으로 안젤라가 바빠질 시간이었다. 폭식의 권능에게 먹힌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은 오로지 안젤라만이 가능한 일이었으므로, 우선 바깥의 이단심문관들에게 검은 형상의 생포를 부탁하고, 그들을 모두 원래대로 되돌려야 하는 것이다.


-----


대략 한 시간 정도가 지난 후, 안젤라는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또 한 명의 희생자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데 성공했다.

지원을 온 이단심문관들과 아직 체력이 남아있는 학생들과 선생들이 학교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는 중이었고,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색을 완전히 마칠 수 있을 것 같은 눈치였다.


"하아, 하아."


루시퍼의 마력을 빌려서 사용하는 신성력이었기에 본디 안젤라가 지칠 일은 없었지만, 정작 안젤라의 체력이 버티지를 못했다. 정화와 치유라는 별개의 기적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고, 한 시간 내내 그 정교한 작업을 쉬지도 못하고 행한 안젤라는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두통과 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걸로 끝인, 걸까요?"


마지막에 폭식의 권능이 보여주었던 종잡을 수 없는 태도 때문인지 안젤라가 불안함을 느끼며 중얼거렸고, 마침 곁을 지나가던 이단심문관 중의 한 명이 그런 안젤라에게 말했다.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저희가 온 이상, 설령 어떤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학생 여러분들이 다칠 일은 없을 겁니다."


두꺼운 갑옷의 가슴 부분을 탕탕 치며 이단심문관은 호쾌하게 말을 이었다.


"이야. 그건 그렇고 정말 깜짝 놀랐지 뭡니까. 설마 이렇게 어린 학생이 그렇게나 많은 신성력을 쓰고도 조금밖에 지치질 않고, 또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화와 치유 기적을 동시에 사용하다니."

"아, 하하하."


대부분의 학생들은 안젤라가 행하는 일들에 대해서 그저 신성력이 엄청나게 많으면 저런 것도 가능하구나. 수준의 생각밖에 하지 못했지만, 신성력 운용의 전문가라고도 할 수 있는 이단심문관들은 안젤라가 행하는 기적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안젤라를 향해 놀랍다는 시선을 보내는 중이었다.


"이거 교단의 미래가 아주 밝습니다. 하하하!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맬리스 마을이라는 곳에서 성녀님이 나타나셨다고 했는데, 성녀님이라면 안젤라양과 비슷한 묘기가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아, 하하하하..."


설마 그 성녀가 눈앞의 소녀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이단심문관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찔리는 듯한 기분을 느낀 안젤라는 그저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선배님! 저쪽에서 수상한 구멍이 발견됐다는데요?"

"구멍? 그게 뭔소리야?"


다른 이단심문관들은 이리저리 분주히 돌아다니는데 느긋하게 안젤라와 잡담이나 나누고 있던 걸로 보아 눈앞의 이단심문관은 제법 짬이 높은 이단심문관으로 보였고, 그런 그를 선배라 부르며 젊은 이단심문관 한 명이 달려왔다.


"구멍? 구멍이라면 분명..."

"뭔가 아는 게 있나요 안젤라양?"

"아니 그럴 리가 없죠. 그 구멍은 분명 루시퍼가 제대로 막아 놨으니까요."


설마 하면서도 안젤라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그런 모습을 본 선배 이단심문관이 말했다.


"신경 쓰이는 게 있으면 한 번 가보시는 게 어떤가요?"

"에? 그래도 돼요?"

"그야 당연하죠. 안젤라양 정도의 인재가 따라와 주면 저흰 환영이죠. 피곤하면 굳이 따라오지 않으셔도 되구요."


확실히 그 말대로 피로 때문에 움직이기 힘든 안젤라였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 점을 알고도 방치하는 것은 안젤라의 성격에도 맞지 않는 일이었기에 안젤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따라갈게요.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잠시 후, 안젤라는 불안한 예감이 적중한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이게 왜 열려있지."

"선배님! 교사들은 이런 구멍 모른다는데요?"


교사들에게 혹시나 아는 것이 있는지 물어보고 온 후배 이단심문관이 그렇게 말했고, 선배 이단심문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음...교사들도 모른다라. 그런데 안젤라양은 이 구멍을 어떻게 아는 거죠?"

"아. 그, 그게 말이죠..."

"응? 안젤라. 너 여기서 뭐 하냐?"


그리고 그 때, 느닷없이 루시퍼가 안젤라의 뒤에서 머리에 손을 턱하니 올리며 등장했다.


"루, 루시퍼?"

"아. 당신이 루시퍼군이군요."


이번에 가장 큰 활약을 보여준 안젤라와 루시퍼였기에 둘에 대해서는 이번에 지원을 온 이단심문관 전원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뭐냐. 이거 왜 뚫려있어?"

"저도 모르겠어요. 대체 언제 뚫린 건지도 모르겠구요."

"음..."


루시퍼는 턱을 쓰다듬으며 뭔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 싶더니, 갑자기 안색을 확 굳히고는 중얼거렸다.


"잠깐, 설마..."


폭식의 권능의 능력. 그리고 지하 공동에 흩뿌려진 신수의 피. 이 두 가지의 요소가 결합될 경우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을 연상한 루시퍼가 급한 표정으로 한 발짝을 디디는 순간, 느닷없이 구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폭식의 개똥철학은 작가의 사상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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