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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784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3.07 20:00
조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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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90화

DUMMY

"이건...전이로군."


안젤라는 아직도 뭐가 뭔지 영문을 모르고 있는 상태였지만, 이미 갈루에 선생의 전이에 혹독하게 당해 본 경험이 있는 루시퍼는 바로 조금 전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 눈치를 챘다.


"저, 전이라구요? 이젠 천사 말고는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확실히...그렇지만. 아니, 잠깐만. 어쩌면 혹시?"


루시퍼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가슴을 쫙 펴고 있는 엘레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자신만만하던 엘레나는 루시퍼가 빤히 쳐다보자 민망하기라도 한 건지 금새 원래의 쭈뼛거리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님승스 요에거 는시보 라져어뚫 게렇그 왜 ,왜"

"너, 들고 다니던 수첩은 어쨌어?"


뜬금없이 루시퍼는 엘레나와 헤어지기 직전까지도 엘레나가 쉴 틈 없이 뭔가를 쓰고 있던 수첩을 거론했고, 엘레나는 주머니 속을 뒤져 수첩을 꺼냈다.


".요기여 ,여."

"한번 줘 봐."


루시퍼의 말에 엘레나가 루시퍼에게 수첩을 건넸고, 루시퍼는 빠른 속도로 수첩을 파라락 소리를 내며 넘기기 시작했다. 장을 넘기는 속도로 보아 내용을 다 읽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빠르게 수첩의 마지막 장까지 도달한 루시퍼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짜...이건 말이 안 나오는군."

"왜, 왜 그러세요? 뭔가 문제라도 있어요?"


안젤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고, 루시퍼는 기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야. 엘레나. 너 대체 뭔 짓을 한 거냐?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어릴 때부터 쌓아온 지식을 다 버리고 머릿속에 고대 인류의 수식을 채워넣을 수가 있지?"

"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게렇이 까니보 다하환치 씩나하 을식수 서해위 을산계 한요필 에동발 의법마 이전 ,게그"

"여전히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왜 그렇게 된 건지는 알겠군."

"야 타천사. 혼자만 알지 말고 나도 좀 같이 알자.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데?"


루시퍼에 대한 혐오감보다는 아직 아기인 몸답게 호기심이 앞선 것인지 신수가 안젤라의 바구니 속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했고, 안젤라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저도 알아듣게 설명히 주시면 고맙겠는데요."

"알아듣게고 자시고 나도 이녀석이 정확히 어떻게, 무슨 짓을 한 건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수첩에 적혀 있는 수식들의 꼬라지를 보니 이 녀석의 뇌가 현재 어떤 상태가 된 건지 짐작이 갈 뿐이지."

"그, 그러니까 그걸 설명을..."

"넌 설명해도 못 알아먹어. 지금 나도 이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구만."


그렇게 말하는 루시퍼의 표정은 스스로도 살짝 분한 듯한 표정이었다. 안젤라의 의문은 점점 커져만 갔지만, 루시퍼가 그렇다니 그러려니 하고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지금 엘레나의 상태가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만 말해주세요."

"위험...하지는 않지. 단순히 계산의 방식이 달라진 것 뿐이니까. 아마 적응하면 저 이상한 말도 원래대로 돌아올거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지."

"그런가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엘레나의 말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최악의 경우에는 목숨만 붙어 있기만 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 안젤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니다시주어짚 을상증 제 게하쾌명 게렇그 데는었있 고르모 잘 는지건 난어일 이일 떤어 히확정 테한저 도저 !요세이님승스 시역 ,여"

"신나서 말하는 건 좋다만 뭐라고 하는 건지는 못 알아듣겠군. 뭐, 적어도 풀죽어 있는 것보단 낫군. 이 세계에 살면서 현세 인류의 계산방식을 되찾지 못하는 편이 더 어려울테니 시간만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만...그 전이 마법을 계속 사용하고 싶으면 지금의 계산 방식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현세 인류의 계산을 하는 연습을 해라."

"?네 ,네"


복잡하게 꼬인 말로도 엘레나가 당황했다는 것은 안젤라도 느낄 수 있었다. 루시퍼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분할 사고라는 것은 처음 시도할 때는 머리가 빠개질 듯이 아프지만, 적응이 되면 나름대로 할 만하다고 들었다. 난 할 줄 모르니까 조언 같은 것은 못 해주지만 말이야."

".고사...할분."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안젤라는 굉장히 어려워보이는 단어들의 나열에 머리가 뱅뱅 도는 기분이었고, 루시퍼는 또다시 바람 마법을 사용해 몸을 띄우며 말했다.


"아무튼 여기라면 안전하겠지. 난 그 괴물이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진짜, 확실하게 죽었는지 확인하고 올 테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정말 타이밍 나쁘게 폭식의 권능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날아가던 차에 폭식의 권능이 안젤라에게 마력포를 쐈기에 루시퍼는 폭식의 권능이 지금 죽었는지 아닌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요까릴드 다려데 가제 ,제"

"지금은 전이 말고 다른 마법은 쓰지도 못할 텐데 나서는 걸 보면 전이로 데려다 주겠다는 의미 같지만, 필요 없다. 조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그냥 쉬고 있어."


그렇게 말한 루시퍼는 폭식의 권능이 있는 방향 쪽으로 날아가버렸고, 안젤라는 우선 혹시라도 아직 부상자가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엘레나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안젤라를 졸졸 따라다닐 뿐이었다.


'그 신수라는 귀여운 아기용이 신경쓰이긴 하는데...말이 통하질 않으니 별 수 없네. 우선은 스승님이 말한 분할 사고라는 걸 연습하자.'


엘레나는 속으로만 생각하며 다시 뇌를 혹사시키며 엄청나게 복잡한 사고 활동을 이어나갔고, 안젤라는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다 익숙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 미리엘!"


임시 병상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바로 미리엘이었다. 집단을 위해 검은 형상들을 막으며 혼자 후미에 남았던 그녀는 꽤나 분전을 펼쳤지만 결국에는 폭식의 권능에게 삼켜질 수밖에 없었고, 결계가 해제된 후 이단심문관들에게 제압당한 뒤에 안젤라에게 정화와 치유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안젤라인가요."


정화할 당시에는 안젤라가 눈코뜰새없이 바쁠 때이기도 했고, 미리엘도 의식을 완전히 잃고 있었기에 대화를 나눌 상황이 되지 않았었고,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사건이 터진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다.


"저 들었어요. 다른 학생들을 위해 희생하셨다면서요? 정말 대단해요!"

"대단...한 건가요."


미리엘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준 안젤라의 모습을 회상하며 중얼거렸고, 그에 반해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고서도 시간벌이밖에 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당신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자괴감이 느껴지네요. 오라버님이 보시면 한심한 여동생이라며 경멸하시겠죠."

"세, 세바스씨가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요...그리고 한심하다뇨? 미리엘이 한 행동은 전혀 한심한 행동이 아니에요!"

"한심하지 않다라...귀족이 되어서 평민인 안젤라를 보호해주지는 못할망정 도움만 받았는데 이게 한심한 행동이 아니면..."

"평민이니 귀족이니 하는 건 상관 없다고 생각해요!"


드물게 목소리를 높이는 안젤라를 미리엘이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그런 미리엘의 시선을 눈치챈 안젤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그게...저는, 이만큼의 힘을 가지고도, 망설이고, 또 망설인 끝에 하마터면 모든 것을 망칠 뻔 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셔서 어떻게든 해결됐지만, 제가 모든 것을 망칠 뻔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보아하니 제가 의식을 잃고 있었던 사이에도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군요."

"그에 반해서 미리엘은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줬어요! 다른 학생들도 다들 미리엘의 얘기만 한다구요!"


안젤라의 그 말에 미리엘이 주변 학생들이 떠드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지만, 들리는 것은 아니나다를까 안젤라와 루시퍼에 관한 얘기 뿐이었다. 당연히 바로 옆에 있던 안젤라도 그 사실을 눈치챘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우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밀고나가려는 눈치였다.


"아, 아무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하는 그 희생정신은...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게 아니겠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말은 쉽지만. 저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에요."

"후후후, 몇 번이고 느끼는 거지만. 안젤라는 이상한 사람이네요."

"엣. 제, 제가 그렇게 이상한가요?"

"네. 이상해요. 그렇게나 강한 힘을 가졌으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겸손하고, 평민이면서도 귀족인 제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고결한 정신을 지녔어요. 아니, 안젤라의 말대로. 어쩌면 평민이니 귀족이니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미리엘은 그렇게 말하며 평소의 약간 깔보는 듯한 웃음이 아닌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안젤라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안젤라. 이번에는 당신에게 목숨을 빚졌군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에, 에에에...목숨을 빚지다니. 그런 거창한 일은 하지 않았어요."

"어이어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안젤라양! 안젤라양이 없었으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었다구!"

"맞아! 그 무식할 정도로 단단한 보호막 없었으면 초장에 전멸이었어."


그리고 안젤라와 미리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학생들이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는 안젤라에게 각자 한마디씩을 던졌고, 안젤라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붉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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