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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771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24 20:00
조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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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79화

DUMMY

"이건 의외로군. 흡수된 숙주들은 그대로 저놈의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숨겨둘 줄 알았건만."

-어, 어쩌면 좋죠!?

"가급적이면 생포해라. 팔다리 정도는 날아가도 좋아. 그리고 피치 못할 상황이라면, 죽여도 좋다."

"루, 루시퍼!"


에일린이 보내는 통신은 듣지 못했지만 루시퍼가 말하는 맥락을 듣고 대화 내용을 유추해낸 안젤라가 깜짝 놀라며 루시퍼를 만류했다.


"주, 죽이다니. 그건 아니죠!"

"어이 안젤라. 불살주의도 좋지만, 상황 정도는 가려서 말해라. 지금 나와 통신하고 있는 이놈이 어디에 있는 건지 까먹기라도 한 거냐?"

"그, 그건..."

"무려 폭식의 권능의 한복판이다. 희생자들을 해치지 않겠다고 시간을 끌었다간 전멸하는 쪽은 이쪽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 그렇게 되면 몰살인데 넌 그깟 불살주의를 고수하겠다고 전멸의 위험을 감수할거냐?"


조목조목 설명하는 루시퍼의 말은 틀린 것 하나 없이 구구절절 옳았고, 안젤라는 입술을 깨물며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저놈들에게 그만한 근성이 있는 놈이 있을지를 모르겠군."

"바, 방법이 있는 거에요?"

"그래. 어이, 듣고 있나?"

-네, 네! 다른 방법이 있으시면 빨리 말해주세요!


에일린의 다급한 통신에 루시퍼가 떠오른 생각을 전달했고, 듣고 있던 에일린의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루시퍼군이 뭐래요 에일린양!"


몰려오는 검은 액체를 향해 화염구를 투척하며 옆에 있던 남학생이 물었다.

전장의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단순히 몸으로 밀고 들어오기만 하던 검은 액체들 정도야 1차적으로 전방의 전사들이 막아내고, 기세가 죽은 틈을 타서 마법사들이 요격하는 방식으로 쉽게 떨쳐낼 수 있었지만, 검은 액체에게 삼켜진 학생들은 평소에 사용하던 마법이나, 삼켜질 때 지니고 있던 무기들로 마치 진짜 사람처럼 집단의 빈틈을 공략했기에 집단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 그게. 가급적이면 생포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죽이라고..."

"뭐, 뭐? 죽여?"


에일린의 말에 남학생은 눈앞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검은 형상을 망연하게 쳐다보았다.

비록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싸우고는 있지만, 이들 중의 대부분은 전투의 경험조차 거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검은 액체에게 삼켜졌다지만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를 죽이라는 말을 들어봤자 그것을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 그게 다야? 보아하니 얘기를 좀 길게 하던데 다른 건 없어?"

"있기는...한데요."

"그럼 그걸 말해줘! 죽이라니, 도저히 무리라고!"


검은 액체에게 삼켜진 학생들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움직였기에 따로따로 떨쳐낼 수는 있었지만 생포하는 것은 극히 힘들었다. 한 명의 검은 형상이 위기에 빠지면, 즉각적으로 최소 둘의 검은 형상이 지원을 왔기에 아무리 궁지로 몰아넣어봤자 금방 놓아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집단의 발이 멈춘 시간만큼 주위의 검은 액체들은 마치 벽을 쌓으려는 것처럼 점점 많은 수가 뭉치며 점점 상대하기 힘들어졌기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정말로 위험해 보였다.


"아...정말! 이젠 나도 몰라요! 루시퍼군은 몇 명 정도를 따로 빼서 검은 형상들을 일 대 일로 상대하게 시키고 집단은 그들을 버리고 전진하라고 지시했어요!"


괴로운 듯이 외치는 에일린의 말에 남학생이 놀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건 마치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이 사람을 미끼고 쓰는 책략이 아닌가?


"어차피 성공만 한다면 늦게 구출되나 일찍 구출되나의 차이일 뿐이라면서..."

"제, 젠장! 방금 전까지 서로 목숨을 걸고 같이 싸운 사이라고!? 그렇게 간단히 내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바로 이런 것 때문에 루시퍼가 이 방법을 말하는 것을 주저했던 것이다. 인간의 정이라는 것은 필요할 때 잘라 떼어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가끔은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성적인 충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에일린이 외친 말은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던 학생들에게까지 빠짐없이 전파가 되었고, 마치 에일린의 망설임이 전염되기라도 한 것처럼 집단 전체의 기세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 왜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는 거 아니었냐고!"

"으히히하학! 여기서 나랑 놀겠다면 나야 환영이지만!"


그리고 검은 형상들은 기괴하게 뒤틀린 목소리로 쉴 새 없이 떠들며 학생들의 정신력을 깎아냈고, 보호막에서 출발한 뒤로 오로지 전진 뿐이었던 최전방의 학생들이 처음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 이런...젠장!"


최전방에서 싸우던 그레고리는 욕설을 내뱉으며 검을 휘둘렀고, 그의 검을 가벼운 몸놀림으로 피해낸 검은 형상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살려줘~그레고리. 나 죽고 싶지 않아~"

"다, 닥쳐!"


기괴하게 비틀린 목소리 때문에 알기는 힘들었지만 말투는 여학생의 그것이었기에 그레고리의 검격에 실린 힘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상황이 나쁘게 돌아가는 것은 그레고리만의 일이 아니었고, 집단 전체가 마치 벗어날 수 없는 늪에 발목이 빠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의 집단 속에서, 누군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군요. 제가 나서는 수밖에 없겠어요."

"도, 도미니크양!? 어디 가요!"


그 때 앞으로 나선 것은 미리엘이었다. 학생들 중에서는 최고로 높은 신성 특화 수치를 가진 그녀는 그만큼 다재다능했고, 그렇기에 집단의 중심에서 겔피온 선생과 함께 발생하는 트러블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그녀가 느닷없이 집단의 전방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남는 인원은 가급적 적은 것이 좋으니까요. 개인의 힘으로 돌파력에 기여할 수 있는 정도는 크지 않지만, 자리를 지키고 버티는 것이라면 최소한의 정예로 행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 하지만 그렇게 되면 도미니크양이!"

"여긴 내가 맡습니다! 다들 전진하세요!"


세바스의 무기인 세인트 마티아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크기와 무게는 훨씬 적은 전투 도끼를 양손에 쥔 미리엘이 도약력을 이용해 바닥을 거세게 내려쳤고, 무기에 깃들어 있는 안젤라의 신성력과 더불어 미리엘 본인의 신성력이 파도가 되어 전방의 검은 액체를 휩쓸었고, 검은 형상들은 기겁하며 물러났다.


"자. 빨리요!"

"고, 고마워 도미니크양!"


잠시 검은 액체가 불태워진 틈을 타 그레고리가 전진했고, 다른 학생들도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두고만 볼 폭식의 권능이 아니었고, 대여섯 가량의 검은 형상이 전진하는 집단의 옆구리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어림없습니다!"


하지만 미리엘은 이미 대비를 하고 있는 상태였고, 그녀는 자신의 신성력을 바닥까지 긁어모아 신성 주문을 발동했다.


"홀리 생츄어리!"


미리엘이 바닥에 도끼자루를 내려찍으며 외치자 신성력의 장벽이 집단의 양옆에 올라와 길을 만들었다.


"크윽..."


방금의 광범위한 신성 주문으로 가진 신성력의 반절 가량을 한번에 써버린 미리엘은 급격히 찾아오는 탈력감에 순간 무릎을 꿇을 뻔 했지만, 간신히 도끼 자루에 지탱한 채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후훗. 안젤라양이라면 이 정도는 숨쉬듯이 간단히 할 수 있었을 텐데. 이거 분하네요."


여지껏 다른 학생들보다 월등히 높은 신성 특화 수치로 인해 자신이 타인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던 미리엘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정작 재앙이 눈앞에 닥치자 다른 학생들과 별 다를 것도 없을 정도로 무력했고, 인품만큼은 인정하지만, 그동안 뭐 하나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에 은연중에 무시하고 있던 안젤라는 자신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그녀의 자존심은 꽤 상해 있는 상태였다.


"지고 있을 수만은 없죠...!"


그녀와 자신 간의 격차는 감히 좁힐 생각을 가지지도 못할 정도로 커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저앉아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는 미리엘이었다.


"전, 자랑스러운 도미니크 가의 자제니까요!"


노블레스 오블리주. 왕국의 귀족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실행하는 사람은 적은 그 말을 떠올리며, 미리엘은 의지를 불태웠다.


"칫! 쓸데없는 짓을!"


신성력의 장벽에 가로막혀 집단을 놓친 검은 형상들이 바로 집단을 쫓아가려고 했지만, 미리엘이 한 번 더 도끼자루로 바닥을 찍자 신성력의 장벽이 형태를 변경해 검은 형상들과 집단 사이를 가로막았다.


"보내줄 순 없습니다. 당신들은 제가 막습니다."

"젠장! 너 혼자서 우리 전부를 상대하겠다고? 건방 떨지 마라 계집!"

"건방인지 아닌지는 실력으로 증명해 드리겠습니다."


검은 형상들이 으르렁거리며 미리엘을 향해 흉흉한 살기를 풍겼고, 그 사이에 은근슬쩍 시야의 외곽에서 움직이는 검은 형상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 미리엘이 신성 주문을 발동했다.


"어림 없습니다! 홀리 스피어!"

"으악! 미, 미친! 죽일 생각이냐!"


미리엘은 장벽을 빙 돌아가려는 검은 형상을 향해 신성력의 창을 만들어 투척했고, 신성력의 창은 기겁하며 몸을 뒤로 뺀 검은 형상의 몸을 스쳐지나가듯이 하며 바닥에 틀어박혔다.


"살고 싶다면, 가만히 있는 걸 추천드리죠."


그렇게 말하며 도끼를 바닥에 세운 채 굳건하게 서있는 미리엘의 표정은 결연했고, 학생들 사이에서 번지는 불안감을 포착한 폭식의 권능은 대부분의 학생이 희생자들을 해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눈앞의 미리엘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확실치 않았기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작품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선작, 추천,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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