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777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3.08 20:00
조회
21
추천
2
글자
9쪽

91화

DUMMY

그리고 폭식의 권능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던 루시퍼는 신수가 만들어낸 거대한 크레이터의 외곽에 서 있었다.


"어마어마하군.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대기 중에 마력의 잔향이 남아 있을 정도라니."


규모가 큰 마법이 지나간 자리에는 마력의 잔향이 남게 된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맬리스 마을에서 안젤라가 터뜨렸던 신성력 폭탄의 예가 있겠다. 신성력은 일반적인 마력에 비해 그 흔적이 오래 남는 특성도 있다지만, 안젤라의 경우에는 그 폭발의 범위가 워낙에 넓었기에 흔적이 그렇게 강하게 남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신수가 쏜 브레스에 적중된 곳은 대기중의 마나가 완전히 사라진 채, 신성력과 마기가 섞인 상태의 이질적인 기운만이 가득했다.


"이런 것에 당했으니 그렇게나 끈질겼던 놈이 이런 꼴이 된 것도 이해가 가는군."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루시퍼의 발치에는 그 거대했던 덩치가 무색하게도, 조약돌만한 크기로 줄어든 검은 액체가 보였다. 심지어 그 상태가 되어서도 몸을 꿈틀거리며 서서히 증발해가는 모습이 정말로, 확실하게, 이번에야말로 그 목숨이 다하려는 순간인 듯 했다.


"이래서야 정보를 캐기는커녕 내 말이 들리고 있는 건지조차 의문이로군."


루시퍼의 말에 검은 액체가 대답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를 냈지만, 루시퍼는 굳이 귀를 기울여 그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애초에 언어의 형태를 취하지도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루시퍼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검은 액체는 스멀스멀 움직여 루시퍼의 구두에 달라붙었다.


"아직도 생의 미련을 놓지 못한 건가? 지금 그 크기로 이몸을 삼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검은 액체는 루시퍼의 구두에 달라붙은채로 꿈틀거릴 뿐이었고, 루시퍼는 혀를 차며 발을 가볍게 털어내 검은 액체를 떨쳐냈고, 검은 액체는 바닥에 떨어진 채로 버르적거렸다.


"비참한 최후로군."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꿈틀거리는 검은 액체를 짓밟아 으깨어버렸다.


-----


미리엘이 편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일단 미리엘의 곁을 떠난 안젤라와 엘레나가 저 멀리서 날아오는 루시퍼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넸다.


"아. 루시퍼! 돌아왔군요."

"어쩐지 조금 전부터 타천사 냄새가 난다 싶었는데...벌써 돌아왔어?"

"!님승스 요세오 서어 ,어"


루시퍼가 폭식의 권능의 완전한 죽음을 확인하고 돌아오자, 안젤라는 늘 그렇듯이 루시퍼를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신수는 바구니 속에서 머리만 쏙 내밀며 불만을 표출했으며, 엘레나는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반가운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그래. 그리고 안젤라 너는 우선 쟤 예절 교육부터 시켜라."


루시퍼가 찌푸린 표정으로 안젤라의 바구니를 가리키며 말했고, 신수는 콧방귀를 뀌며 다시 바구니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어버렸다.


"하, 하하...가셨던 일은 잘 해결되셨나요?"

"그래. 정말 놀랍게도 아직도 숨이 붙어있더군. 정말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긴 했지만 말이야. 그래서 내 손으로 직접 마무리를 지어줬다. 이제는 정말로 안심해도 좋아."

"그런가요..."


안젤라는 이제야 위험이 완전히 종식되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지키기 못한 것을 떠올리며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단심문관들과 교사진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실종자를 찾아다닌 결과, 대죄급의 권능이 학교에서 날뛰는 대규모의 재앙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부상자는 여럿 생겼지만 사망자의 수는 단 한 명이라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


"빌리언군을...구해내지 못했어요."

"...언리빌."


사망한 단 한 명은 바로 빌리언. 그 외의 학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안젤라의 정화로 인해 폭식의 권능에게서 구출하는 기적이 가능했지만, 안젤라는 끝내 빌리언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제가, 조금만 더 철저하게 폭식의 권능을 정화했다면, 빌리언군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만에 하나라도 그럴 가능성이 없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진 못하겠군."


루시퍼가 먼산을 바라보며 하는 말에 안젤라가 고개를 떨구었고, 엘레나는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안젤라를 토닥여주며 어떻게든 그녀를 위로해주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넌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 안젤라. 굳이 문제점을 찾자면 쓸데없이 망설이느라 시간을 허비한 저놈들이지."


루시퍼의 말에 주변에 있던 학생들도 기가 죽어서는 고개를 떨구었고, 본의 아니게 수많은 학생들의 정수리 구경을 할 수 있게 된 루시퍼는 혀를 한번 차고는 안젤라에게 말했다.


"야. 안젤라."

"네, 네."

"땅만 쳐다보고 있지 말고 이쪽을 봐라."


루시퍼의 말에 안젤라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슬픈 표정의 안젤라에게 루시퍼가 말했다.


"지키지 못한 것에 언제까지고 미련을 두지 마라. 떠나간 생명은 돌아오지 않아. 생각해야 될 것은 네 손에서 빠져나가버린 생명들이 아닌, 앞으로 구할 수 있을 지도 모를 생명들에 관해서다."

"..."

"내가 너라면, 어떻게 하면 지금 가진 힘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할 거다. 니가 가진 한계가 보이지 않는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정말로 모든 생명을 구원하는 일조차도 그저 허황된 꿈은 아닐거라 생각되는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나야 모르지. 모든 건 너 하기에 달렸다. 다만, 조금이라면 도와는 주도록 하지."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안젤라의 머리에 손을 툭하고 얹으며 말했다.


"나야 선행 따위야 어찌 되든 상관은 없지만, 니가 힘을 많이 써주면 써줄수록 이득이니까."


아직 안젤라와 루시퍼의 정확한 관계를 모르는 엘레나는 영문을 모르겠는 루시퍼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고, 안젤라는 루시퍼의 말에 위안을 조금 얻은 것인지 약간은 편안해진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네. 저,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게요."

"그래. 힘내보라고. 풀죽어 있는 모습보다는 보기 좋군."


-----


그렇게 길었던 하루가 끝나고, 당연히 수업이 다시 진행될 리가 없었으니 학생들은 일단 모두 집으로 돌아갔지만, 일이 터져도 엄청난 규모도 터졌으므로, 교사진들은 쉴 시간조차 가지지 못하고 왕궁에서 내려온 조사원들의 조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사다난했던 그날이 지나가고, 다음 날의 아침이 밝아왔다.


"으음..."


바로 전날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침의 햇살은 오늘도 따사로웠다. 그리고 얕은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있던 안젤라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정말 푹 잤네요."


잠들기 직전까지도 뒤숭숭한 기분으로 뒤척였던 것 같은데, 막상 잠이 드니 꿈조차 꾸지 않고 아침까지 숙면한 것을 보면 아마 몸이 제법 피로를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뭘 하면 좋을까요."


폭식의 권능 사태로 인해 학교 측에서는 임시 휴교를 선언했고, 교사진들 측은 조사니 뭐니 해서 굉장히 바쁜 모양이었지만 안젤라는 학생의 신분이었으므로 당장에 조사에 응할 필요는 없었다. 이번 사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었던 만큼 사건의 중요 참고인으로 부르기는 한다는데 그게 당장 오늘이 될 것 같지는 않았으므로, 안젤라는 지금 한가한 상태였다.


"으하~암. 안젤라? 일어난 거야?"

"아. 좋은 아침이야. 신수."


언제나 혼자 일어나는 것이 익숙한 안젤라였기에, 침대 한 켠에 신수가 누워있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던 안젤라가 신수가 내는 소리에 겨우 그쪽의 존재를 눈치채고는 인사를 건넸다.


"응. 좋은 아침."


알에서 깨고 나서 처음 맞는 아침이라 그런지 아짐 잠이 덜 깬 듯한 모습을 보이는 신수는 다시 밍기적거리며 몸을 말았고, 안젤라는 그 귀여운 모습을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죠.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청소도 제대로 못 하고 잠들어버렸으니 지금이라도 청소를..."


아침에 학교에 가기 전과 학교에서 다녀온 후에는 빼먹지 않고 방청소를 하는 안젤라였기에, 서둘러서 청소 준비를 하려는 찰나에 누군가가 안젤라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 누구시죠?"

"아. 일어나 계셨군요. 안젤라양. 이른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들려오는 목소리는 안젤라의 방이 속해있는 구역을 담당하는 수녀의 것이었고, 안젤라는 서둘러서 차림새를 정돈하며 말했다.


"아, 아니에요.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이른 아침입니다만, 안젤라양에게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이요? 저한테요?"

"네. 이단심문관이신 세바스 도미니크 경이십니다."

"세, 세바스님이요?"


뜻밖의 방문자에 안젤라의 눈이 동그랗게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선작이 10명 추가될 때마다 연참이 1회! 21.02.09 23 0 -
공지 본 소설은 매일 오후 8시에 연재됩니다. 20.12.13 47 0 -
96 휴재공지 +1 21.03.13 53 1 2쪽
95 95화 21.03.12 29 1 10쪽
94 94화 +1 21.03.11 27 2 9쪽
93 93화 21.03.10 28 1 11쪽
92 92화 +1 21.03.09 24 3 11쪽
» 91화 21.03.08 22 2 9쪽
90 90화 21.03.07 31 2 10쪽
89 89화 21.03.06 36 1 11쪽
88 88화 21.03.05 33 1 10쪽
87 87화 21.03.04 25 2 10쪽
86 86화 21.03.03 36 2 12쪽
85 85화 21.03.02 28 1 11쪽
84 84화 21.03.01 29 1 11쪽
83 83화 21.02.28 27 1 10쪽
82 82화 21.02.27 42 1 11쪽
81 81화 21.02.26 26 1 11쪽
80 80화 +1 21.02.25 29 2 10쪽
79 79화 21.02.24 22 1 10쪽
78 78화 +1 21.02.23 28 2 12쪽
77 77화 +1 21.02.22 26 2 11쪽
76 76화 +2 21.02.21 37 3 10쪽
75 75화 21.02.20 26 1 11쪽
74 74화 21.02.19 26 1 11쪽
73 73화 21.02.18 31 2 10쪽
72 72화 +1 21.02.17 31 1 11쪽
71 71화 21.02.16 29 2 10쪽
70 70화 21.02.15 37 2 10쪽
69 69화 +1 21.02.14 43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