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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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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2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3.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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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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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4화

DUMMY

그리고 그런 생각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비단 루시퍼뿐만이 아니었다.

눈앞의 상황이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자명한 상황이었고,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는 안젤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었다.


'그 때...조금만 더 신중히 생각을 했더라면.'


자신의 성화가 고치 상태의 폭식의 권능을 불태우던 그 때, 성화를 끄지 않았더라면 상황은 거기서 종료되었을 것이다. 자신의 안일함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생각에 안젤라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야."


그리고 곁눈질로 그런 안젤라의 상태를 본 루시퍼가 안젤라의 어깨에 손을 턱하고 올렸다.


"눈치를 보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대충 알겠군. 니 성격에 여기서 남 탓을 하고 있을 리는 없으니 아마 쓸모없는 자책이라도 하고 있겠지."

"제, 제가...조금만 더 생각을 열심히 했더라면."

"니 책임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라. 결정을 내린 건 나야. 니 성격이 물러 터진 거야 잘 알고 있는 바이니 내가 더 냉철한 사고를 유지했어야 했는데 나도 안일했던 모양이야."

"아, 악마님..."


자신도 모르게 예전에 루시퍼를 부르던 호칭으로 루시퍼를 부르며 그를 떨리는 눈동자로 올려다보는 안젤라. 루시퍼는 그런 안젤라에게 씨익 웃어 보이고는 안젤라의 머리를 톡 하고 건드리며 말했다.


"여기선 루시퍼라고 부르라니까. 정말 만일의 상황에는...내가 어떻게든 할테니 걱정 붙들어매라."

"하, 하지만...루시퍼의 마력도, 이미."

"야. 내가 설마 이런 일에도 대비를 해놓지 않은 걸로 보이냐? 정말로 만의 하나의 상황에 대비한 비장의 한 수 정도는 가지고 있으니까 안심하라고."


루시퍼는 믿음직스러운 웃음을 한번 보여주고는 안젤라를 뒤에 남겨둔 채로 폭식의 권능 앞으로 나섰다.


"크흐흐흐흐. 목숨이라도 구걸할 생각인가?"


폭식의 권능은 자신의 신체 안에서 맥동하는 신수의 힘에 스스로 전율하면서 앞으로 나온 루시퍼에게 머리를 내려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나 루시퍼가 만에 하나라도 목숨을 구걸하는 것 따위의 천박한 짓을 할 것 같나?"

"크크크크크...고결하신 천재님은 자존심도 하늘을 찌르시는군. 유감이지만 나는 근본부터가 오물이라서 말이야. 바닥을 기며 목숨을 구걸하는 행위가 천박하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군."


확실히 폭식의 권능의 말대로 시커먼 액체가 뚝뚝 흘러내리는 신체는 더러운 오물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잘나신 천재님이 오물통에 쳐박히면 어떤 소리로 비명을 지를지가 굉장히 궁금해지는군. 아~안심해도 좋아. 네놈의 연인인 시종 년도 함께 삼켜줄테니까 말이야. 크하하하하하!"

"연인이라니 그게 무슨 개소...아하. 그러고보니 네놈의 안엔 그 빨간 애송이도 들어있었지."

"크크크큭. 마력 자제는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별 볼 일 없는 마력이었지만 품고 있는 분노만큼은 톡 쏘는 맛이 별미인 녀석이었지. 지금 생각하면 아주 고마운 녀석이야. 그놈이 내 목소리를 듣고 공동 속으로 쫄래쫄래 걸어와 준 덕분에 신수의 힘을 완전히 흡수하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켰으니까 말이야!"


본디 폭식의 권능은 그 존재를 숨기고 공동 속에서 느리지만 확실하게 신수의 마력을 조금씩 흡수할 생각이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적어도 세 달은 지나야 신수의 힘을 완전히 흡수할 수 있었을 텐데 이번의 사건으로 흡수한 인간들의 마력과, 마무리로 안젤라의 신성력에 몸이 불타는 일을 겪음으로써 신성력에 강한 저항을 갖는 데 성공했기에 신수의 힘을 완전히 흡수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안젤라가 성화를 꺼주지 않았다면 진짜로 거기서 끝이었겠지만 중요한 건 지금의 결과라고 폭식의 권능은 생각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다만 그 애송이놈은 완전히 소화가 끝난건가?"

"말할 것도 없지. 그놈을 잡아먹는 것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숙주를 얻었으니 말이다."


즉, 사건이 있기 전부터 빌리언은 진작에 먹혀 있었기에 이미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말이었다.


"그렇군. 그렇다면 망설일 게 없겠어."

"흥. 대체 무슨 생각이지? 네놈의 마력은 이미 완전히 소화가 끝났다. 이몸 앞에서는 네놈의 마법이 제아무리 대단하더라고 의미가 없어."

"확실히 그 말대로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게 마법 뿐이라고 생각하는건 큰 오산이야."

"...무슨 생각이지? 만약 허세를 부리고 있는 거라면 관두는 게 좋아."


그렇게 말은 하지만 혹시 정말로 루시퍼에게 아직 남아 있는 한 수가 있다면 상황이 귀찮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폭식의 권능이었다.


"글쎄.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하아아아아...!"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마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 이건! 마기!? 네놈 설마!"


확실히 눈앞에 서 있는 루시퍼라는 놈은 분명히 인간. 아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확실히 인간이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마기를 뿜어내고 있는 루시퍼는 확실히 악마의 마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었다.


"단순히 이름이 같을 뿐인 인간 놈이라고 생각했건만, 네놈은 분명히 오만의...!"


경악한 표정으로 폭식의 권능이 뭔가 말하려는 그 순간, 하늘에서 빛이 기둥이 떨어지며 폭식의 권능을 불태웠다.


"크아아아악!"

"휘유. 다행히도 안 늦었군. 잘못하면 허세가 간파당할 뻔 했어."


빛의 기둥이 떨어지는 그 순간에 루시퍼는 뿜어내던 마기를 거두고는 어느 새 다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와 뻔뻔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라면 나랑 안젤라, 그리고 이 괴물놈 외에는 아무도 없다. 설마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발을 빼지는 않겠지. 라구엘."


그리고 빛의 기둥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두 장의 빛나는 하얀 날개를 가지고 머리 위에는 신성한 광륜이 회전하고 있는 라구엘 선생이었다.

루시퍼가 마기를 뿜어낸 이유는, 마기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갈루에 선생에게 위치를 알리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좀 더 일찍 나섰어야 했는데."


평소의 졸린 표정은 어디로 가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쓰러진 폭식의 권능을 짓밟고 서 있는 갈루에 선생이 씹어뱉듯이 말했다.


"뭐?"

"생각 이상으로 타격이 약하게 들어갔어. 일격에 절명시킬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라구엘 선생은 그렇게 말하며 날개를 펄럭이며 몸을 공중으로 띄웠고, 라구엘 선생이 회피한 그 자리를 폭식의 권능의 꼬리가 휩쓸고 지나갔다.


"천사...라고? 어째서 네놈이 이곳에 있는 거지?"

"그건 이쪽이 할 말이군. 어째서 인간들의 교단이 운영하는 학교에 네놈 같은 마가 나타난 건지 심문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우선 배제하겠다. 네놈의 존재는 그 자체로 균형을 깨뜨릴 중대한 위협이니."


갈루에 선생은 그렇게 말하며 허공에 팔을 뻗었고, 그러자 화염으로 만들어진 검이 만들어지며 갈루에 선생의 오른손에 쥐여졌다.


"먼지로 돌아가라."


악을 멸하는 성스러운 화염. 천사들의 고유 무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진멸의 성화가 그의 손에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얼마 전까지의 나였다면 네놈 앞에서 바닥을 기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네놈도 먹어치워주마!"


폭식의 권능 또한 시커먼 마기를 뭉게뭉게 피워 올리며 투쟁심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폭식의 권능의 신경이 갈루에 선생에게 몰린 틈을 타서 안젤라를 데리고 숲 외곽까지 이동한 루시퍼가 말했다.


"우리는 일단 자리를 피하자고. 뭐...보호막 치고 구경하겠다면야 말리지야 않겠다만."

"아, 아니요. 일단 학교 쪽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의 대피를..."


그런 말을 하는 사이에도 갈루에 선생과 폭식의 권능이 싸우고 있는 곳에서는 엄청난 폭음이 계속 들려왔고, 한참 멀리까지 떨어진 이쪽에까지 열기가 불어닥치고 있었다.


"진짜 거창하게도 싸우는군."


루시퍼가 하늘 끝까지 솟아오를 기세로 폭발하는 불기둥을 기가 질린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고, 안젤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분발해야겠네요."

"거기서 더 강해지려고? 아서라 아서. 이번 일은...그냥 운이 좀 안 좋았을 뿐이야."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속으로만 생각했다.


'애초에 안젤라의 신성력은...어째선지 마에 속한 자들에게는 절대적인 위력을 가지지만, 어째선지 그 외의 것들에게는 이상할 정도로 효과가 전무하단 말이지. 치유 같은 건 되는 것으로 보아 작용 자체는 가능한 듯 한데 말이야. 마음가짐 문제인가?'


안젤라의 신성력은 바라는 것을 이루는 힘. 그녀가 인간을 상처 입히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기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한 루시퍼였다.


"조만간에 검증을 해 봐야겠군."

"에? 뭐, 뭘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보다 일단은 이동을..."

"네. 지금 바로..."


안젤라와 루시퍼가 학교 쪽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리는 그 순간, 안젤라가 아직까지도 들고 있던 바구니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어라? 신수님의 알이...또 움직였어요!"

"또? 저번에도 한 번 움직였다만...그 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나."

"그렇긴 한데요. 그때는 한 번 움직이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바구니가 흔들리는 강도는 점점 격렬해지기 시작했고, 안젤라는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고 바구니의 덮개를 열었다.


"아, 아아앗! 껍질이 조금 깨졌어요!"


바구니 안에 깔아놓은 푹신한 쿠션 위에 놓여있는 커다란 알에는 작은 균열이 가 있었다.


"골치 아프군. 하필이면 이런 때에 깨어나려는 건가."

"어, 어쩌면 좋죠?"

"그야 나도 모르지. 내가 아무리 오래 살았다지만 신수가 태어나는 광경을 보는 건 처음이다."


즉, 이 대륙의 누구도 이런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모른다는 것. 혹시나 갈루에 선생이라면 알지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갈루에 선생은 뭔가 물어볼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폭발이 일어나며 갈루에 선생이 일으킨 화염이 나무들에 옮겨붙은 듯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부, 불이에요!"

"진정해라. 불은 산소만 차단하면 꺼지는 법이니 여차하면 니 보호막으로 덮어씌우면 된다."

"그, 그러고보니 과학 시간에 배운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도 신수의 알은 계속해서 흔들리며 알에 새겨진 균열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작가의말

허세왕 루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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