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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789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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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2화

DUMMY

"그런 괴물이...어째서 저희 학교에."

"거기까진 나도 알 수 없군. 어쩌면 혹시..."


그렇게 말하며 아스모데우스를 데려간 수수께끼의 집단을 떠올린 루시퍼였지만 곧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아직은 직감 외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가설에 불과했고, 또 대죄급의 악마를 둘씩이나 소환한다는 것은 대륙의 역사상 전례가 없는 터무니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우선은 방침에 관해서다만."

"...그 전에, 할 말이 있다."


갈루에 선생이 침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처음 변절자놈과 전이한 이후로, 전이가 제대로 발동하질 않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그거 지금 중요한 얘기냐?"


루시퍼가 영 마뜩찮은지 딴지를 걸었지만 갈루에 선생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중요하니까 말을 꺼낸 거다. 변절자."

"들어보고 별 거 아니면..."

"어쩔테냐."


삐딱하게 말하는 루시퍼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갈루에 선생이 말했고, 바로 조금 전에 피떡이 되도록 두르려 맞은 경험이 있는 루시퍼는 샥하고 꼬리를 뺐다.


"아쉬울 것 같다고."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했군. 아무튼, 그 뒤로도 잠시 혼자 있을 때 실험을 해 봤건만, 학교 부지 내에서는 자유로이 전이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학교 밖으로 전이를 사용하려 하면 마력만이 소모되고 아무런 현상도 일어나지를 않더군."

"흠."

"내가 사용하는 전이 마법의 원리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동의 과정을 생략하는 거다. 한 번 가 본 적이 있고, 직접 이동할 수 있는 장소라면 거리에 관계없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지만, 예를 들어 바다의 한복판이라던가, 공중처럼 애초에 이동을 할 수 없는 곳에는 갈 수 없지."

"그, 그래서요?"

"그런 전이 마법이 막혔다는 것은, 지금 학교 부지 외부는 물리적으로 이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거지."

"왜 그런 걸까요?"


안젤라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고, 엘레나는 뭔가 떠올랐는지 손바닥에 주먹을 콩하고 치며 말했다.


"갈루에 선생님. 혹시 그거 아닐까요?"

"아마 엘레나양이 생각하고 있는 게 맞을 겁니다. 학생은 물론 교사진 중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이 적은데 엘레나양은 기특하군요."

"고, 고마워요."

"그렇게 애만 태우지 말고 우리도 좀 같이 알자 응? 그래서 그게 뭔데?"

"외부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설치되어 있는 결계다."

"겨, 결계?"


생각지도 못한 말에 루시퍼가 반문했고, 결계가 뭔지도 잘 모르는 안젤라는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허...학교에 그딴 게 설치되어 있는 이유는 둘째치고, 들어올 때는 그런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결계는 평소에는 작동하지 않는다. 비상시에 학교 부지의 외곽 방면의 북쪽, 남서쪽, 남동쪽에 각각 배치되어 있는 세 개의 결계석을 동시에 작동시켜야만 작동하도록 되어 있지."

"거 참 쓸데없이 복잡한 과정으로 작동하는 결계로군."

"그만큼 성능은 뛰어나다. 너나 내가 작정하고 부숴버리고자 한다면 못 부술 정도는 아니다만..."

"그럼 뭘 망설이냐? 당장 부숴버리고 나가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설명은 끝까지 들어라. 당연한 얘기지만, 결계석을 작동하려면 마력이 필요한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날 뭘로 보냐? 그 정도야 상식이지."


루시퍼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고, 안젤라는 몰랐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세 개의 결계석이 있는 곳을 전부 돌아보고 온 참이다만...결계석을 작동시키고 있는 것은, 조금 전에 봤던 인간 모습을 한 검은 형상이었다."

"학생들을 잡아먹고 그놈들의 마력으로 결계를 작동시키고 있는 거로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루시퍼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안젤라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그, 그 말은..."

"그래요. 안젤라양. 억지로 결계를 파괴하게 되면, 그 반동으로 인해 결계를 작동하고 있던 사람에게 그 여파가 미치게 됩니다. 이만큼 대규모의 결계를 파괴하게 된다면...그 반동은 상상 이상이겠죠."


즉, 억지로 결계를 파괴하게 된다면 최소 셋의 학생이 죽게 된다는 말이었다.


"한시가 시급한 상황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지금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어? 폭식에게 먹혀서 살아 있는 게 맞는지조차 확실치 않은 학생 셋의 목숨이 중요하냐, 아니면 남아있는 생존자 전원의 목숨이 중요하냐?"

"그, 그건..."

"..."

"그리고 지금 주변을 한번 둘러봐라. 어디 폭식에게 먹힌 놈들이 한둘이냐? 폭식의 권능이라는 건 단 한조각의 파편만 남아 있게 되더라도 잡아먹을 것이 있다면 끊임없이 증식한다. 그런데 누가 봐도 폭식에게 지배당하고 있고, 폭식의 권능을 질질 흘리고 다니는 희생자들을 학생들을 죽게 하기 싫다고 방치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그...건.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안젤라가 조심스럽게 말했고, 루시퍼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안젤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최소한 안젤라는 능력도 없는 주제에 이상만 떠들어대는 멍청이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능력도 없으면서 허황된 이상을 말하는 자는 망상에 절은 몽상가지만, 자신이 말하는 이상을 이룰 능력을 가진 자는 영웅으로 칭송받는 법이다.


"할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아니, 무조건 해내겠어요. 그 폭식의 권능이라는 것에 먹힌 사람들. 살아는 있는거죠?"

"아마 그럴 거다. 먹히고 나서 시간이 한참 지난다면, 내용물이 모조리 소화되어서 껍데기만 남겠지만, 폭식의 권능이 날뛰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으니까."

"그렇다면, 망설이고 있을 틈이 없어요."


안젤라는 그렇게 말하며 갈루에 선생의 앞에 서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갈루에 선생님. 아니, 라구엘 천사님. 죄송하지만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뭡니까. 안젤라양."

"학교 내에서는 전이...마법이라는 걸 사용하실 수 있다고 하셨죠. 그 마법을 사용해서, 폭식의 권능에 삼켜진 사람들에게 절 데려다 주실 수 있을까요?"


확실히 안젤라의 말대로 갈루에 선생이 안젤라를 운반하고 다닌다면 두 발로 뛰어다니는 것보다 비약적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미안합니다. 그건, 불가능해요."

"어, 어째서죠? 아까 전에는 루시퍼를 데리고 잘만...!"

"그건, 사람이 아무도 없을 만한 장소를 제가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현세의 인간들에게 제가 전이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이 목격되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대체 왜요!"

"...미안합니다. 이유는 말해줄 수 없어요."


갈루에 선생은 면목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고, 안젤라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럼 루시퍼가! 인간으로 변하는 비술도 사용했으니 전이의 마법도 사용 가능하죠?"

"안 된다. 아니, 못 한다. 고대의 유산을 복원할 권리는 타천을 하게 되면서 사라졌어."


루시퍼는 딱 잘라서 말했고, 안젤라는 초조한 듯이 손톱을 물어뜯었다.


"어쩌면 좋지. 나 혼자서 이 넓은 학교를 전부 돌 수는 없고, 애초에 내가 자리를 뜨면 보호막이."

"저, 저기...!"


안젤라가 혼자 고민하고 있자, 그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던 엘레나가 갈루에 선생에게 외쳤다.


"갈루에 선생님이 전이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면...저에게 전이 마법을 전수해주세요!"

"...후우.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저놈 말이 맞다 엘레나. 전이 마법이 봉인된 데는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고, 또 고대 인류와 현재의 인류는 마나 하트와 로드의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사용하던 마법을 지금의 인간이 발굴해낸다고 해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해."

"그, 그치만...해보기 전에는 몰라요! 제가 빌리언과 결투를 하기 전부터 겁을 먹었던 것처럼, 안 될 것 같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틀리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런 근성론으로 해결될 만한 일이..."

"됐습니다. 변절자. 당장에 엘레나양이 할 수 있을 만한 일도 없으니, 우선은 원하시는 대로 가르쳐는 드리겠습니다만."


냉정하지만 정확한 갈루에 선생의 말에 엘레나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후우. 그럼 따라오세요. 가르쳐는 드리겠습니다만, 한번뿐입니다."

"네, 네! 반드시 뇌리에 새길게요!"


갈루에 선생은 그렇게 말하며 엘레나를 데리고 가버렸고, 둘이 남겨진 안젤라와 루시퍼는 말없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라구엘 저놈도 고생하는군. 신이 정한 규칙에 얽메여서 악마가 인간을 유린하는 걸 지켜만 봐야 한다니."

"...그 규칙이라는 게, 그렇게나 소중한 건가요?"

"소중...하다기보다는.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거지."


루시퍼는 씹어뱉듯이 말했다.


"날 봐라. 타락하고, 신의 의지에 거부하려는 마음이 가득한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신의 섭리에 묶여 자유롭지 못해. 나도 그럴진대 라구엘 저놈은 어떻겠냐."

"그런..."

"인간들은 천사를 동경하는 것 같지만, 글쎄. 어쩌면 천사라는 놈들도 인간을 동경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신이 완전한 자유 의지를 가지도록 허락한 것은 인간 뿐이니 말이야."

"그건, 악마님의 얘기인가요?"

"...딱히, 그런 건 아니야. 아무튼, 지금은 이런 감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그렇네요. 우선은..."

"검증이지. 저기 잡아먹힌 놈 보이지."


루시퍼는 마침 근처에서 돌아다니던 검은 형상을 손가락질했고, 안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나가서 끌고 들어와.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네, 넷."


안젤라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에게 보호막을 씌우고는 밖으로 나가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는 검은 형상에게 보호막을 씌웠다.


"뭐, 뭐야 이거! 이, 이년! 이거 안 풀어!?"


채집 당하는 곤충마냥 영문도 모른 채 안젤라에게 잡힌 검은 형상은 소리를 지르며 보호막을 팔로 내리쳤지만, 보호막에 닿은 부분이 타들어가기만 할 뿐, 보호막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 이걸 이렇게..."


안젤라는 보호막 째로 검은 형상을 옮길 생각인듯 보호막을 허공으로 둥실 띄웠고, 그러자 검은 형상의 발부분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미, 미안해요! 조금만 참아줘요!"


안젤라는 허둥지둥 검은 형상이 들어있는 보호막을 거대한 보호막 안으로 옮겼고, 자신을 감싸던 보호막이 사라지고 바닥에 철퍼덕 소리를 내며 떨어진 검은 형상이 벌떡 일어났다.


"흐, 흐하하하!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날 안으로 들이다니 정신이 나갔군! 이제 전부 먹어치..."

"그래비티 바인드."

"끄에엑!"


검은 형상이 뭘 시도해보기도 전에 루시퍼가 중력장을 만들어 검은 형상을 짓눌렀고, 검은 형상은 신이 나서 떠들다가 작은 크레이터를 만들며 바닥에 쳐박혔다.


작가의말

헌터물 작품을 하나 새로 쓰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던전 거지’를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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