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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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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2.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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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3화

DUMMY

"아마 이 마법의 마력도 좀 있으면 완전히 흡수할 거다. 그러니 서둘러서 정화시켜라."

"주, 중력도 흡수할 수 있어요?"


안젤라가 깜짝 놀라며 말하자 루시퍼가 대답했다.


"겉으로는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마법이란 게 원래 다 그런 건데, 겉으로 보이는 효과를 비슷하게 흉내냈을 뿐, 본질적으로는 마력으로 일으키는 현상이란 거다. 지금 내가 쓴 이 마법 같은 경우는 마력으로 공기를 압축하고, 중량을 좀 과하게 추가한 것에 불과해."

"아. 그, 그런 거였군요. 처음 알았어요."


저번에 봤던 빌리언과 엘레나의 결투에서 빌리언의 화염 거인이 엘레나의 번개를 막지 못했던 이유 역시 그것이었다. 같은 마력으로 형성된 번개였다면 똑같이 마력으로 형성된 화염 거인에게 막혔겠지만 엘레나가 유도한 번개는 자연 현상의 그것이었기에 화염 거인을 그대로 관통한 것이었다.


"아무튼...시작할게요."

"그, 기, 그만..."


중력에 짓눌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검은 형상에게 안젤라가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조금 따끔할 수도 있어요."

"끼, 끼에에에에엑!"


시술 전의 치과 의사 같은 안젤라의 말과 함께 검은 형상의 구슬픈 비명이 울려퍼졌다.


-----


안젤라의 보호막 안에서 이도저도 하지 못하고 침울하게 주저앉아 있던 생존자들 중의 한 명이 저만치에서 걸어오는 누군가를 보고 외쳤다.


"레올드!"

"레올드? 이제야 보호막 안에 들어온 건가? 용케 지금껏 버텼네."

"그럴 리가 없잖아. 레올드는 분명히 저 시커먼 액체에 먹혔었는데..."


레올드를 아는 학생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며 그가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그럼 쟨 뭐야?"

"설마 그 검은 액체가 이제는 사람 모습으로 변한 건 아니겠지?"

"보호막이 뚫리거나 한 건 아니고?"


제각각 다른 의견이 수없이 튀어나왔지만 결론적으로는 주의를 기울여 대화를 나눠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스, 스톱! 더 이상 다가오지 마!"

"으..."


좀비와도 같은 모습으로 비틀거리던 레올드였건만, 일단 말은 알아들을 수 있는지 몸을 휘청이면서도 그 자리에 멈추었다.


"뭐야? 왜 환자를 멈춰세우고 그래? 뭔 일 있냐?"


그리고 그 때, 안젤라와 루시퍼도 모습을 드러냈고, 레올드의 곁으로 다가가는 그들을 발견한 후에야 다른 학생들은 안심할 수 있었다.


"저 둘이 레올드를 구한 거 같은데?"

"음...확실히 루시퍼군이라면 그럴 법 해."


빌리언과의 결투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과, 사건 발생 후에 보여준 카리스마 있는 모습 덕택에 현재 학생들 사이에서 루시퍼의 신뢰도는 교사진 이상으로 두터웠기에 학생들은 그의 모습만 봐도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이, 일단 검은 액체는 제거하고, 치료를 해 드리긴 했지만 탈력감이 극심한 상황일 거에요. 지금 레올드군에게 필요한 건 휴식과 영양...정도일까요."


각고의 노력 끝에 안젤라는 레올드의 몸에 이상이 최대한 적게 하는 선에서 폭식의 권능을 제거해낼 수 있었다. 그 수단은 바로 정화와 치유 기적을 동시에 시전하는 것, 검은 액체와 거의 동화된 레올드의 육체는 검은 액체와 함께 타들어갔지만 아직 인간의 부분인 레올드의 육체는 치유 기적에 의해 상처입으며, 동시에 회복되는 모순적인 상태에 빠졌고, 결국 한 방울도 남김없이 검은 액체를 불태운 뒤에야 레올드는 완전히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륙에서 이런 기행에 가까운 치유를 행할 수 있는 인재는 얼마 되지 않을 터였다. 압도적인 신성력을 가진 안젤라였기에 이런 우격다짐식의 치료가 가능했던 것이다.

치료는 성공했고, 후유증 같은 것도 확실치는 않았지만 크게 없어 보였기에 루시퍼는 레올드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뭔가 아는 것은 없는지 물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레올드의 검은 액체에게 먹힌 뒤로는 마치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애매했고, 별다른 정보는 얻어낼 수 없었다.

레올드는 다른 학생들의 부축을 받으며 부상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옮겨졌고, 멀쩡한 생존자들은 안젤라와 루시퍼에게 모여들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루시퍼군?"

"레올드는 어떻게 구한 거야?"


무수한 질문이 물밀듯이 몰려왔고, 안젤라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질문들에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며 쩔쩔맸고, 루시퍼는 쿨하게 모든 질문을 씹으며 주변을 둘러보기만 할 뿐이었다.


"갈루에는 어딨냐?"

"가, 갈루에 선생님? 조금 전에 엘레나랑 같이 돌아와서는 지금은 교사들끼리 회의를..."

"흠.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회의를 한다고 해서 대책이 나오는 것도 아닐텐데."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루시퍼는 교사들이 둘러앉아 있는 곳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너도 따라와."

"그, 그러니까 레올드군은 그게. 우왓! 루, 루시퍼?"


정신없이 학생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리던 안젤라를 루시퍼가 반쯤 강제로 구출해냈다.


"어이. 교사들."

"아. 당신은 분명 루시퍼군..."

"소개 같은 걸 할 생각은 없어. 시간 없으니까. 그보다 검은 액체에게 먹혔던 학생 한 명을 구출했다. 지금은 부상자 무리에 섞여있으니 확인을 할 거면 알아서 하고."

"구, 구출했다구요? 대체 어떻게..."

"이놈의 신성력 덕이다.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구할 수 있을지 어떨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더군."


루시퍼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상대의 대답도 듣지 않고 요점만 딱딱 짚어서 얘기를 했고, 그런 루시퍼의 모습에 교사진들은 일제히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루시퍼의 말을 경청했다.


"주변에 결계가 쳐져 있다는 건 저 멍청한 교사에게 들었겠지. 다들 아는 얘기는 생략하고."


졸지에 멍청한 교사라고 불린 갈루에 선생이었지만 다른 교사들 사이에 끼어있으니 루시퍼를 제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외부에서 지원을 바라건, 우리가 스스로 탈출을 하든 뭔가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조건은 저 망할 결계를 깨야 한다는 거다."

"하, 하지만 갈루에 선생의 말로는 결계를 깨면 학생들의 목숨이..."

"그래서 방금 말했잖나. 희생자를 살려 왔다고."


뭔가 말하려던 교사는 말을 끊은 루시퍼에 의해 다시 침묵했다.


"말했다시피, 저 검은 액체에 삼켜졌더라도 지금은 안젤라의 능력에 의해 살려낼 수 있다. 그럼 당면의 최우선 사항은 뭐일 것 같냐?"

"이, 일단 액체에게 먹힌 학생들의 구조를..."

"반만 정답이다. 백점짜리 정답은 결계석을 점거하고 있는 놈들을 어떻게든 구조하는거다."

"오, 확실히. 그렇게 한다면 외부의 도움도 기대할 수 있겠군."


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결계는 작동하는 즉시 교단의 본단에 연락이 가게 되어 있다. 즉, 어떻게든 결계만 깰 수 있다면 안에 있는 폭식의 권능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터인 교단의 정예 이단심문관들에 의해 배제될 것이기에 폭식의 권능이 외부로 유출될 것을 염려할 필요도 없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쓸데없이 번거롭게 설치되어 있는 결계석의 특성상 나와 안젤라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해."


결계석이 둘이라면 루시퍼와 안젤라가 순식간에 합을 맞춰 해결할 수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결계석의 수는 셋이었다.


"즉, 정말 더럽게 번거롭지만 네놈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렇게 말하는 루시퍼의 표정은 엉망으로 일그러져 있는 것이 정말 어지간히도 못마땅한 듯 했다.


"우, 우리의 도움이라고 해 봤자..."


아니나다를까, 교사진들 중에서 몇 명이 표정을 찌푸리며 꽁무니를 뺄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안젤라양과 루시퍼군이 결계석을 하나씩 담당한다고 한다면 안젤라양의 보호막이 저희를 지켜줄 순 없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오히려 저 검은 액체들에게 먹혀서 괴물의 힘만 불리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데요."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는 교사 한 명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야."


노골적으로 반말을 하는 루시퍼의 태도와 표정에는 교사를 향한 존경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았고, 지목당한 그런 루시퍼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마법 실력이 그리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는 그였기에 루시퍼의 이어질 말을 기다릴 뿐이었다.


"너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당했던 건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라고 주장하던 새끼 아니냐?"

"그, 그건..."


루시퍼가 오기 직전에 회의의 분위기는 과열된 상태였고, 눈앞의 교사는 이제 생존자들이 모두 뭉쳤으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던 사람이었던 것이었고, 그것을 루시퍼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들 나서기 어려워하는 분위기이니 어떻게든 대화의 주도권을 챙기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연기에 가까운 것이었고, 실제로 나설 생각은 없었던 교사였기에 루시퍼의 지적에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하아...설마 여기 있는 놈들 전부 저 멍청이랑 같은 생각이냐?"


루시퍼의 말에 선생들은 일제히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고, 잠시 소란이 있던 끝에, 갈루에 선생을 포함한 몇 명의 교사가 걸어나왔다.


"저희는 싸우겠습니다."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부상자와 싸우지 못하는 놈들을 호위할 인원까지 제해야 하니 적어도 이거의 네 배는 필요해."

"네, 네 배나요?"

"쯧. 골치 아프군. 야 안젤라."

"네. 루시퍼."


갑자기 지목을 당했지만, 이번에는 준비를 하고 있던 안젤라가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넌 학생들을 좀 꼬드겨봐라. 선동을 하던 뭘 하던 상관없으니까. 지금은 인력이 필요해."

"제, 제가요?"

"...생각해보니 내가 하는 게 낫겠군. 하아. 인재가 이렇게 없어서야."


애초에 안젤라의 언변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학생들에게 광적인 지지를 받는 루시퍼라면 설득도 쉽게 가능할 것이었기에 루시퍼가 마음을 돌렸다.


작가의말

오늘도 배고픈 하루. 작가는 한 캔에 천원하는 고추참치로 생을 연명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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