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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63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0.12.12 17:24
조회
158
추천
3
글자
11쪽

2화

DUMMY

그 말을 들은 안젤라의 표정이 꽃이 활짝 피듯 순식간에 밝아졌고, 그 표정을 본 루시퍼는 흠칫 놀라며 말했다.


"그런 표정도 지을 수 있었군. 네놈도."

"그야 기쁜걸요. 그 말대로라면 지금처럼만 살아갈 수 있다면 전 분명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정말이지 네놈은 한결같구나."

"그...다른 악마님들은 영혼의 순수함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하셨죠. 그런데 루시퍼님께서는 어째서 제 영혼의 순수함이 큰 재능이라는 건가요?"

"호오. 기분이 좋아지니 좀 적극적이게 된 것인가. 나쁘지 않은 태도로군."


루시퍼는 기분이 좋은 듯 날개를 파닥거리며 팔짱을 꼈다.


"물으니 대답하마. 이 몸의 계약이 순간순간에 필요한 힘만을 제공한다는 것은 앞서 설명을 했었지. 여기서 중요한 대가인데, 이 몸의 힘을 빌려 쓰기 위해서는 영혼의 타락이 동반된다. 즉, 죄를 짓지 않더라도 죄업이 쌓이는 것이지."

"..."

"순식간에 그 썩은 눈깔로 돌아가는 건가. 흥. 말수도 적은 주제에 알기 쉬운 놈이로군. 뭐, 끝까지 들어 봐라. 네놈의 그 대쪽 같은 태도에 이 몸도 머리를 좀 굴려봤으니 말이다."

"네. 말씀하세요."

"이 세계의 신이 정한 천국에의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신 외에는 누구도 모르겠지. 하지만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이 있으니 대강 어느 정도의 죄악이 쌓여야만 지옥에 쳐박히는지는 잘 알고 있단 말이지."

"그건 저도 많이 궁금하네요."

"그야 그렇겠지. 너 같은 천국 애호가에게는 말이다. 흠, 네놈이 지금까지 살면서 쌓은 죄업을 1이라고 가정해보자."

"그것보다는 많다고 생각하지만요."

"글쎄다. 아무튼 지옥에 쳐박히는 영혼들이 쌓은 죄업은 네놈의 백만 배 이상이다. 즉, 햇수로만 따지자면 앞으로 천칠백만 년가량을 더 살면서 죄업을 쌓아도 네놈은 지옥에 가지 않는단 말이지."

"그건 많이 기쁜걸요. 제가 천칠백만 년이나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지. 이 세상 어느 생명체도 그만큼 살아오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 대륙의 창조된 햇수 자체가 그리 길지 않아."

"루시퍼님께서는 이 대륙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고 계시나요?"

"알다마다. 하지만 네놈이 알 건 없다."

"궁금하긴 하지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흥. 좀 조르기라도 해봐라. 이럴 땐 말이다."

"하지만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실례라고 생각 안한다. 적어도 이 몸은 말이다. 뭐, 졸라도 안 가르쳐 줄거지만."

"부우~"


안젤라는 삐진 듯이 볼을 부풀렸고, 루시퍼는 모른 체 하며 말을 이었다.


"어찌되었건 간에, 네놈이 이 몸의 힘을 좀, 아니 좀 많이 빌려 쓰더라도 지옥에 쳐박힐 정도로 타락하는 건 굉~장히 오래 걸린다 이거다. 뭐, 나야 네놈이 타락해서 지옥에 쳐 박히면 내 힘이 많이 쌓여서 이득이니 첫 계약에 네놈의 타락을 조건을 걸었다만, 그런 대쪽 같은 태도여서야 죽도 밥도 안 되지."

"아! 그런 거 본 적 있어요. 촌장님이 자주 쓰는 수단인데 먼저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하고 선심 쓰는 척 깎아주는..."

"듣자하니 사기꾼 같은 느낌이군. 마계의 대군주였던 이몸을 사기꾼 취급이라니 용기도 가상한 아해로다."

"기분이 나쁘셨다면 정말 죄송해요."

"사과 그만 하라니까. 묘한 고집이 있구나. 네놈도."

"죄송...합."


또 사과를 입에 담으려던 안젤라가 양손으로 입을 막았고, 루시퍼가 그런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어쨌든 결론은 이거다. 어차피 네놈은 내 힘을 빌려 써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고, 나는 네놈의 영혼이 타락하는 만큼 이득이니 서로 이득을 볼 수 있는 만큼 취하는 계약을 맺자는 것이다. 이해가 되나?"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요. 그래도 악마님과 계약이라니 신님을 믿는 입장에서는 좀 곤란하다고나 할까요."

"정말 속터지는군. 그래, 네놈은 악마와의 계약이 싫다 이말이냐?"

"실례지만, 그러네요."

"흥!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군. 정말 더럽게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 이 몸은 악마가 아니다!"

"헉!"


박력 넘치는 루시퍼의 말에 안젤라가 깜짝 놀라며 살짝 물러섰지만, 이내 미심쩍은 눈빛으로 다시 다가왔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까만 부분이 많은 것이 악마님 같은데요?"

"흥. 이 몸에게 뿔이 달렸나?"

"없네요."

"그럼 꼬리가 있나?"

"없네요."

"그리고 날개를 잘 봐라. 이게 정말 악마의 날개가 맞나?"

"저, 정말이다! 악마님의 날개는 박쥐처럼 생겼다고 했는데 루시퍼님의 날개는 천사님의 날개처럼 생겼어요! 까맣지만!"


상상도 못한 사실에 순간 왼쪽 팔은 올리고 오른쪽 팔은 내리는 전형적인 깜짝 놀란 자세를 취한 안젤라였다.


"소위 말하는 타락 천사라는 거다. 어떠냐. 아무런 문제도 없지?"

"근본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기분도 들지만, 그래도 좀 낫네요."

"정말 까다로운 놈이로군. 좋다. 마지막 마지노선이다. 이건 어떠냐? 이 몸과 계약을 한 뒤에, 이 몸의 힘으로 선행을 하는 거다."

"선행이요?"

"그래. 선행. 이 몸과 계약을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죄업은 좀 쌓이겠다만 그만큼 선업을 쌓으면 결국은 죄업을 쌓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오히려 힘을 적게 쓰고 많은 선행을 쌓는다면 네놈이 그토록 좋아하는 천국에 갈 확률이 더욱 높아지는 거다!"

"오, 오오옷."

"뭐, 타락하는 것보다 선업이 쌓이면 이 몸이 얻는 힘은 없어진다만, 그거야 네놈이 알 바가 아니지. 안 그러냐?"


사실 여기까지 오면 루시퍼가 뭐 하나 이득볼 게 없는 계약 같지만 루시퍼도 그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세월을 살아오며 수많은 계약을 했던 그이지만 자신의 힘을 얻어놓고도 욕망을 제어할 수 있었던 인간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안젤라도 힘을 얻게 되면 욕망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선행, 인가요."


안젤라에게는 무엇보다도 친숙할 것 같은 단어였지만, 의외로 연이 없는 단어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도 가정 형편은 지금과 별 다를 바가 없었기에 서로 먹고 살기에도 바쁜 형편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안젤라는 선행이라는 것을 동경하기도 했던 것이다.


"조금 미심쩍기는 하지만, 괜찮을 것 같네요."

"엇? 정말이냐 네놈? 무르기 없기다?"


만고 끝에 안젤라의 허가가 떨어진 것이 어지간히 기뻤던지 억지로 고수해오던 고풍스러운 말투도 때려치운 루시퍼였다.


"좋아. 그럼 바로 계약을..."

"뭐야! 집구석이 왜 이렇게 추워! 안젤라! 이 느려 터진 년아! 아직도 청소를 못 끝낸 거냐!"


루시퍼가 들뜬 얼굴로 말하려는 순간 중년 남성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고, 안젤라는 눈에 띄게 놀라며 굳어버렸다.


"아! 창문 닫는 것을 깜빡했...네요."


쭉 벽난로 앞에서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추위를 느낄 새가 없었던 안젤라는 창문을 닫는 것을 그만 잊어버렸던 것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요. 루시퍼님. 실례지만 이야기는 나중에 마저 하도록 하죠."


정신없는 와중에도 안젤라는 루시퍼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출입문 쪽으로 달려갔고, 벙찐 루시퍼가 아차 하는 사이에 안젤라는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현관에 도착한 안젤라가 마주한 건 심술이 가득 차다 못해 새어나올 것 같은 얼굴의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인 촌장과, 히스테릭한 표정에 과하게 치장한 촌장부인, 그리고 촌장과 부인을 반씩 빼닮은 7살짜리 딸이었다.


"다녀오셨어요. 촌장님, 그리고 사모님."

"왜 나한텐 인사 안 해!"


아빠를 닮아 심술로 가득 찬 표정으로 촌장의 딸이 빼액 소리쳤다. 나이 차이는 열 살이나 나건만 촌장 딸에게 안젤라를 공경해 줄 생각 따위는 없어 보였다.


"실례했습니다. 다녀오셨어요. 아가씨."


재차 고개를 숙이는 안젤라에게 촌장은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


"여전히 네년은 사과면 다인줄 아는구나. 뭐, 그딴 것보다도 왜 집안이 이렇게 서늘한 거지? 변명할 거리라도 있나?"

"죄송해요. 촌장님. 갑자기 손님께서 방문하셔서 지금까지 손님을 응대하느라 청소가 늦어졌어요."

"소, 손님? 설마 수도에서 내려오신 분이냐?"


촌장이 당황하며 질문했고, 안젤라는 대답했다.


"아뇨. 촌장님께 찾아온 손님이 아니라 제게 볼일이 있어서 찾아오신 손님이었어요."


그 말을 들은 촌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가난뱅이 안젤라에게 찾아온 손님이라고 해 봐야 같은 가난뱅이라고 생각되었기에 울화통이 터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네년의 손님맞이 따위를 하느라 청소는 뒷전으로 우리 집 장작이나 축내고 있었다는 거냐?"

"아, 그건..."

"시끄럿! 어물쩍 사과로 넘어갈 생각 따위는 집어치워라! 일을 이따위로 하고도 봉급을 받아쳐먹을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오늘 일한 삯은 한 푼도 못 준다!"


기껏해야 창문을 닫지 않은 것뿐이고 다른 청소는 완벽하게 해놓았지만, 촌장은 누가 봐도 억지를 부리며 강짜를 부렸고, 그에 대해 항변할 법도 하지만 안젤라는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죄송해요. 촌장님."


오늘 삯을 받지 못하면 한 달 벌이의 삼할 가까이 벌지 못한 것이기에 저축은커녕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안젤라의 형편에는 먹는 것을 그만큼 줄여야 할 판이었다.


"뭘 꾸물거리고 있어? 썩 꺼져! 창문은 닫고!"

"...네. 촌장님."

"하하하. 보자보자하니 아주 가관이로구나. 안젤라."


또 촌장이 안젤라를 씹어대나 했더니 의외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은 안젤라의 뒤쪽이었다.


"루, 루시퍼님?"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온 루시퍼의 등에는 어떻게 한 것인지 날개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뭐, 얘기를 처음부터 듣지는 못했지만 대강 돌아가는 상황은 알겠군 그래."

"저기, 누구...시죠?"


촌장 내외야 갑자기 등장한 루시퍼가 누군지 모르는 것은 당연했지만 척봐도 고급스러운 복장에 촌구석 무지렁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수려한 외모에 저도 모르게 말을 높이게 되었다.


"이분은 루시..."

"아~아. 여기는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꼬꼬마는 집에 가 있어라."


루시퍼는 은근슬쩍 안젤라를 내보냈고, 안젤라는 나름 저항하려 해 봤지만 그녀가 루시퍼의 완력을 이길 리도 없었고 미심쩍기는 했지만 남아있는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도 딱히 없었기에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안젤라가 이쪽을 힐끔거리며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까지 확인한 루시퍼는 안젤라 앞에서는 짓지 않았던 사악한 미소를 띠며 문을 닫았다. 앞으로 그가 벌일 일을 생각하면서.


작가의말

어느 정도의 분량을 올려야 잘 올렸다고 소문이 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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