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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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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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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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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You are a holiday, Such a holiday....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가 출국한 이후로 대한민국은 엉망진창 혼란 그 자체였다.

‘연예인X파일‘이 어영부영 봉합되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정치권에서 대형 스캔들이 터졌다.

칸 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에 초청되어 상영된 <I'm your Father> 때문이다.

류지호가 은밀하게 지원한 이 다큐멘터리는 경일그룹 회장 출신의 정치인의 주가조작 사건을 탐사취재한 영화였다.

아쉽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취약한 금융 시스템과 탐욕이 결합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을 경고하는 것으모 크게 주목을 받았다.

한편으로 한국의 정치·경제의 취약성이 세계 최고 영화제에서 까발려지는 부끄러운 사건이었다.


“어휴~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제는....”


한국에게는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다.

국내 언론에서도 가만있지 않았다.

대표 탐사보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시 한 번 주가조작 사건과 검찰의 부실한 수사를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부실, 은폐, 의혹으로 가득 찼던 검찰의 이해할 수 없는 불기소 및 석연치 않은 수사결과 발표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검찰을 타깃으로 삼았다.

반면에 MBS는 차기 야권 대선후보로 언급되는 사건의 당사자를 타깃으로 했다.

YNTV는 단독보도를 연이어 펑펑 터트렸다.

검찰 회식 때 관행처럼 벌어지는 판공비 지급을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부장검사가 검사 및 기자들에게 돈봉투를 돌리는 실제 상황이 몰래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전파를 탔다.

일반 기업체에서 사장이 업무추진비로 직원에게 격려금 차원에서 지급하면, 추후 횡령배임의 죄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

부장검사의 판공비는 개인 돈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이다.

엄연한 범죄다.

기업의 횡령배임을 처벌했던 자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판공비를 용돈처럼 태연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관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몰래카메라로 검찰 행사(?)를 촬영해 보도하다니! 악의적이고, 비열한 짓이다!”


검찰은 온갖 방식으로 YNTV을 압박했다.

SBC 8시 뉴스가 1991년부터 현재까지 문제를 일으킨 검사들의 처벌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도했다.

그 가운데는 5년 이상 실형을 받을 만한 범죄를 저지른 검사가 지방지청에서 버젓이 부장검사로 재직하고 있는 사실까지 확인되었다.

그것을 또 다시 MBS <시사매거진>이 받았다.

지난 10년 간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중범죄 혐의를 정리해서 보도한 것.

지난 97년 불법선거자금 혐의를 받은 주요 재벌들에 대한 것이 다시 조명되었다.

재벌들 누구 하나 선거자금 뇌물사건으로 처벌은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은 것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한국사회가 연일 시끄러운 가운데, 조준열 실장이 운용하는 정보팀이 대전 가온디지털연구센터 회의실에 모였다.


“안기부 도청 파일 공개를 MBC 수뇌부가 막았다면서?”

“예. 오성그룹 차원에서 전방위적인 외압을 넣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수언론 측에서는 오성그룹을 방어하기 바빠, 검찰 대변의 강도가 다소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와이발 뉴스는?”


한국 최대 족벌언론 사주 형제가 미국에서 호텔·골프장 사업을 벌이고 있었는데, 조세포탈 및 자금세탁 혐의로 미국의 세무당국과 FBI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터졌다.


“백원일보 사주 형제가 90년대 초중반에 LA의 호텔을 인수해 재미를 봤습니다. 현재 하와이로 옮겨가 크게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금 출처와 세금과 관련해 내부자 폭로가 있었습니다.”


원래 미국은 조세범죄에 대해 철저했다.

9/11 이후에 테러범들의 자금이 자금세탁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했는데, 원래부터 강력하게 대응했던 자금세탁과 관련 범죄수사가 더욱 강화되었다.


“백원일보는 오성과 검찰을 비호하는 것에서 사주 일가를 보호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스탠스가 바뀌었습니다.”

“정부가 언론사 특별세무조사 카드를 빼들 수 있기 때문이겠지.”

“맞습니다. 현 대통령의 공약 중에 언론개혁도 있었으니까요.”

“미국 조세당국에서 한국에 금융거래 내역을 요청하면 내줄 수밖에 없겠지?”

“예.”


그 과정에서 언론사 사주 일가의 외화밀반출이 적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국민의 정부 당시 언론사 세무조사를 통해 사주들 대부분이 실형을 살고 나왔다.

잠시 단식원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참고로 한국의 언론사들은 문민정부 시절 처음으로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후 국민의 정부에서 정기세무조사(5년 마다)를 받았다.

90년대 전까지 언론사는 기업이라면 5년마다 모두 받아야 하는 정기세무조사를 받아본 역사가 없었다.

언론을 건드리면, 보수든 진보든 일치단결해 저항한다.

이번 정부에서 언론사 정기세무조사를 예고했다가, 모든 언론의 공격 때문에 물러선 선례도 있다.

그렇게 대한민국이 혼란과 분노로 끓어오르고 있을 때.


“타이밍 좋게 해외도피 중인 대유그룹 회장이 입국했단 말이지.”

“누가 기획했는지 몰라도 기가막힙니다. 언론과 검찰로서는 여론을 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소재이니까요.”

“그래도 소용없어.”


건국 이래 최대 법조 브로커 사건이 터졌다.

법조브로커가 군·경찰·검찰·법원 등의 인맥을 활용해 벌인 58건의 범죄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검찰 출신들의 친목모임인 ‘검찰동우회‘까지 불똥이 튀었으니,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겁니다.”


검사 옷을 벗었음에도 막후에서 검찰 내 영향력을 향사하는 조직이 바로 ‘검찰동우회‘다.


“의도대로 난장판을 만들어놓긴 했는데.....”


본래 역사의 혼란보다 몇 배는 강력한 혼란이 대한민국 사회를 흔들어댔다.

장문식팀의 마지막 작품들이 한꺼번에 폭죽 터지듯 터져서 그렇다.

야당의 대권 후보, 재계서열 1위의 재벌, 보수언론, 모피아, 검찰과 법조 카르텔까지.


“정권 차원에서 칼을 빼들어야 할 텐데....”

“이미 실패의 쓴 맛을 봤기 때문에 신중하게 행동할 것 같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이 집권당 대표를 뇌물수수 사건으로 구속할 계획이라지?”

“대통령의 형제 가운데 한 명이 인사청탁 명목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수사를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서초동을 중심으로 돌고 있습니다.”


검찰은 출입처 기자들을 통해 피의사실 공표를 수시로 벌였다.

대통령의 형제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하자 청와대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YNTV가 녹취록을 공개할 타이밍이 왔어.”


대전 가온디지털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회의를 진행했던 조준열과 정보팀이 서울로 돌아온 그 날 저녁.

YNTV 9시 뉴스에서 단독보도가 나갔다.

바로 ‘안기부 불법 도청 테이프‘ 녹취록이다.

본래 역사에서 테이프는 MBS 탐사보도팀만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구했는지 YNTV 탐사보도실에서도 복사본을 구했다.

오성그룹은 즉시 YNTV에 소송을 걸어 맞대응에 나섰다.

검찰은 급히 수색영장을 청구해 YNTV으로 쳐들어왔다.

무작정 들이닥치고 봤다.

생방송에 투입되지 않은 모든 YNTV직원들이 검찰 수사관들을 몸으로 저지했다.


그 날 밤.


MBS는 제일신문 회장과 오성그룹 회장이 나눈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안기부 도청 테이프 육성을 공개했다.

일명 떡값 검사, 오성 장학생 검사로 불리는 대한민국 검찰 역사상 희대의 치부가 낱낱이 까발려지는 순간, 시청률 최고치를 찍었다.

제일신문은 불법과 도청이란 키워드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보수언론은 분열되었다.

최대 족벌언론은 사주의 미국에서의 자금세탁과 외화밀반출을 방어해야 했고, 양대 보수신문 중 하나는 초선모임이 입법발의한 부패방지법(본래 김영란법) 저지에 사운을 걸었다.

부패방지법 대상에는 언론인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만사 제쳐두고 부패방지법 입법만은 막아야 했다.

삼봉백화점 붕괴 때와 마찬가지로 YNTV의 활약이 눈부셨다.

종합편성채널이 탄생하지 않은 시기라서 YNTV만이 하루 종일 관련 뉴스들을 반복해서 보도했다.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는 패널을 출연시켜 친절하게 하나하나를 알기 쉽게 정리해주기까지 했다.

하루 종일 YNTV를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이 잘못되어도 한 참 잘 못되었다.

시민들은 대통령탄핵 사건 이후 잠시 꺼놓았던 촛불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장마가 물러난 직후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에서 검찰 및 언론 개혁, 재벌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첫 주 2만 명, 다음 주 5만 명, 셋 째 주 10만 명.

매주 시위에 참가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YNTV은 광화문 촛불집회를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시위가 끝나고 어린 학생들이 노인들과 함께 쓰레기를 치우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했다.

시위대의 주장보다 그 같은 풍경이 더 큰 파급력을 낳았다.

촛불집회 참석을 망설이던 시민들, 소위 중도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시민들이 성숙한 시위 문화에 동참하기 위해 주말마다 광화문으로 향했다.

진보신문과 지상파 방송사들이 연일 단독보도를 내놓고 있는 동안 잠잠하던 KBC가 다른 시각의 보도를 내놓았다.


- 그들은 누구인가?


고위층 자녀들의 부도덕한 모습을 추적한 탐사보도로 국적이탈 문제를 조명했다.

KBC 대표 탐사보도 <추적 60분>은 국적법 발의 이후 국공립대 교수를 포함한 공무원 28명, 명문대 인사 54명, 경제계 24명, 금융계·법조계 등 전문직 10명 등 모두 119명의 국적이탈자를 취재했다.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법안이 통과되고, 단 일주일 만에 사회 지도층 인사 119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했다.

국적이탈자의 선택국가는 거의 다 미국이었다.

심지어 전 한국은행 총재와 명문 사립대 전 총장 그리고 전 주미대사의 직계 손자도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국적으로 완전히 갈아타버렸다.

더욱 웃기는 것은 국적법이 바뀌는 시점에도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한 막차를 타려고 원정 출산을 시도하고 미국 친척의 양자로 입적시키는가 하면 심지어 미국인과 위장결혼까지 서슴지 않는 세태도 벌어졌다.

검찰개혁, 언론개혁, 재벌개혁은 일반 국민들에게 남의 나라 이야기다.

솔직히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국적문제는 매우 민감하게 다가온다.


“이게 나라냐!”


절로 욕이 나오는 문제 하나가 또 부각됐다.

바로 병역문제다.

진보성향의 한 언론사가 병무청에 자료를 의뢰해 특례복무 실태를 조사했다.

대표적인 메이저 보수언론사들의 자회사가 병역특례 업체로 지정돼 있었다.

이들 언론사는 97년부터 해마다 병역특례자를 선발해 30명이 넘은 인원이 특례복무를 거쳐 갔다.

주로 디지털 신문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정보통신기기제조업, 정보처리관련업종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병무청은 병역특례 편입자 명단 공개를 거절했다.

하지만 YNTV 탐사보도실이 정말 어렵게(?) 그 명단을 입수해 공개했다.

대부분이 언론사 사주 친인척, 판사·검사, 고위 공직자, 재벌가 자제들이었다.


- 역시 IT 강국! 대한~민국!

- 문과생도 IT전문가 대접을 받고, 숨만 쉬어도 IT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나라!

- 이게 나라냐!


현역병으로 다녀온 흙수저들의 자조가 하늘을 찔렀다.

8월 마지막 주 광화문 촛불시위 참석인원이 30만 명을 넘어섰다.

불길이 워낙에 거세게 타올라서 조준열과 정보팀이 따로 할 일이 없어졌다.


“이래서 매스컴의 선동이 무서운 거구나.”


YNTV에 대한 지배력과 MBS 인맥을 조금 활용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을 혼란과 분노로 몰아넣었다.

평검사가 양심선언을 하고, 오성그룹 법률자문이 검사 중에서 떡값을 받으며 관리 받던 명단을 공개해버리고, 전직 고위 검사 출신(다온 로펌 고문)이 YNTV에 나와 자신이 직접 경험했고 행하기도 했던 부적절한 검찰 관행을 생방송에서 고백했다.

YNTV와 MBS는 5월~10월까지 무수히 많은 특종과 단독보도를 쏟아낸다.

스폰서 검사, 섹검, 떡검, 그랜저검사, 골프 및 향응접대, 판공비 불법 유용, 검찰청 주변에서 암약하는 법조 브로커 등.

이전 삶에서 5년 사이에 터지게 될 각종 검찰 비리가 단 6개월 만에 압축적으로 세상에 까발려졌다.

장문식 팀이 안배한 것은 그 모든 것에 10%에 불과했다.

한 번 굴러가지 시작하니 계속해서 눈덩이가 불어났다.

이른바 ‘오성(안기부)X파일‘에는 전 정권의 치부도 들어있었다.

모 자동차 메이커의 부도와 그로 인한 인수합병과 관련된 정권 차원에서 재벌과의 밀약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

고유현 대통령은 여당 중진들과 관료들의 조언을 무시했다.

수습 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키워버렸다.

자신의 친형과 정치적 동지가 구속되는 걸 지켜보면서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손을 댈 수 없음을 예견했다는 듯이.

당연히 온갖 적폐들이 날뛰었다.

검찰의 반기가 가장 거셌다.


[차라리, 내 목을 쳐라!]


그래서 대통령은 저항하는 이들의 바람대로 목을 쳤다.

저항하던 현직들의 옷을 모조리 벗겨버렸다.

때마침 목을 치라고 결연하게 들고 일어났던 검찰총장과 부장검사들,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비밀 회동 녹취가 YNTV에서 공개됐다.


“홍길동이야? 어디서 소스를 얻는 거야? 우리 내부에 뿌락치라도 심어 놨대?”


전현직 검찰 수뇌부들이 모처에 모여 긴급히 대책을 논의했다.

전직 검찰총장이 길길이 날뛰었다.


“출입처 기자새끼들 다 뒤집어 놓으란 말이야! 날뛰지 못하게!”


현직 수뇌부들 역시 답답한 듯 담배만 빡빡 빨아댔다.


“YNTV 사장이 송일성인가 하는 사회부장 출신이지?”

“....예.”

“가온그룹 오너 고등학교 선배라며?”

“YNTV와 MBS 출입하는 우리 수사관들과 국정원에 확인해 보니까, 해체된 장문식팀과는 접점이 없답니다. 게다가 송일성과 류지호 사이가 그다지 좋지 못하답니다.”

“송일성이가 류지호 많이 빨아줬잖아. 사장 된 것도 류지호가 앉혔다면서?”

“작년에 생방송 펑크 낸 이후로 두 사람 사이가 급속히 냉각되었답니다. 송 사장이 기자들에게 가온그룹 빨아주는 일 절대 없을 거라고 공언했고요. 가온 쪽 지분 낮추려고 별의 별 수를 다 쓰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밖에서 볼 때는 가온 그룹과 YNTV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보일 여지가 충분하긴 했다.

류지호와 장문식이 의도했던 바였고.


“가온그룹 비서실이 오성 구조본 만큼 규모가 커졌다며? 혹시 그쪽이야?”

“걔들 지금 정신없습니다.”

“왜?”

“극장사업이 내년 초에 중국에 진출하고, 부산 센텀시티 수준의 종합쇼핑몰을 인천 송도에도 진출하고, 상암 본사 건설 입찰건, 무엇보다 올 초 새만금 특별법 통과되고 나서 그룹이 전사적으로 그 사업에 올인하는 분위기입니다. 당초 20조 안팎으로 예상했던 사업비를 30조 원 수준으로 끌어 올리....”

“야! 이 새끼야! 너 옷 벗고 가온에 들어가기로 했어? 어디서 약을 팔어. 이걸 그냥!”


검찰총장 출신 검우회 선배가 현직 서울남부지검장에게 재떨이를 집어 던지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 만큼 걔들이 정신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다온의 신효정이는?”

“파트너 변호사들을 계속 영입하느라 정신 없습니다.”

“왜?”

“진행하고 있는 소송이 아주 국제적입니다. 해외 변호사 라이선스를 보유한 해외파 변호사들을 주로 쓸어가고 있습니다.”


가온그룹 산하 극장사업 부문의 중국진출, 한양반도체 국제특허 소송전, 일본 지사 확장, 동남아 홈쇼핑 사업 진출 등.

다온로펌은 국내 사업 이슈뿐만 아니라, 해외부문 법률 지원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걔들 웹하드 업체 소송에도 걸려있지?”

“옛! 여덟 개 웹하드 업체에 가온그룹 단독으로 300억 대 민사소송을 걸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치·사법·언론·사회가 대혼돈을 겪고 있는 사이, 영화계도 만만치 않은 이슈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배급협회, 한국영상협회, 영화인협의회 등이 웹하드 업체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면서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WaW 엔터테인먼트는 단독으로 KTH, 나오콤 등 불법복제 영화의 주무대가 되고 있는 8개 대형 웹하드 업체를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을 걸었다.


“미치겠네! 도대체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왜 저리 미친놈처럼 날뛰는 거야?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검찰 기자단도 모르겠답니다. 각자 언론사마다 이것저것 틀어막을 것이 많아서.”


YNTV을 빼놓고, 지상파에서 특종을 터트리는 사람들은 기자가 아니다.

탐사보도팀의 PD들이다.

시사국 PD와 구성작가는 법조 출입기자나 관공서 기자단과 큰 접점이 없다.

법조 카르텔에 일원이 아니니 윗선에서 허락만 해주면 마음대로 취재해서 까발릴 수가 있다.

물론 보수정부가 들어서면 보복을 당해 해직되긴 하겠지만.

좌파라는 낙인을 찍어서.


“지상파 내부도 지금 난리도 아니랍니다.”

“당연하지. 그 새끼들이라고 깨끗해?”

“어떻게든 대통령 친인척 비리 관련한 뉴스나 대유그룹 전 회장 구속 같은 굵직한 뉴스로 물타기를 하긴 하는데....”


지상파 경영진으로서도 골치가 아팠다.

기자들이 검찰에서 얻어 온 기사를 낼 것인지, 탐사보도팀에 쏟아지는 제보를 정리해 뉴스로 내보내야 할지.

오성을 시작으로 대기업들이 광고를 빼겠다며 협박하고, 방통위 위원들이 은근히 외압을 가해오고, 방송국에 무수히 걸려있는 소송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검찰에서 암시하고.


“오성에서는 뭐래?”

“거기도 정신없습니다. 도청파일 스캔들로 임시 주총까지 열릴지도 모를 상황이라....”

“VIP 친인척 다 털어본 거야? 송일성이 구속해. 아무거나 엮어서. 방송국 보도국장도 소환하고, 뭐든 해야 할 거 아냐!”

“인력이 없습니다. 지금 대형 사건이 한 두 개가 아니고, 매일 지검마다 소송장이 몇 개나 접수되는 줄 아십니까? 지금 평검사들 링거 맞고 일해야 할 판입니다. 평검사들 다독거리지 않으면 어떤 놈이 양심선언이다 내부고발이다 할지 모릅니다.”

“미치겠네! 혹시 군 쪽에서 쿠데타 움직임은 없대?”

“북한이 도발했으면 모를까.... 왜 군이 움직이겠습니까?”

“공안사건 만들 건수는?”

“만들려면 못 만들겠습니까마는... 국정원, 기무사, 경찰이 우리와 함께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제 코가 석자라서....”


현재 검찰은 고립무원, 사면초가였다.

검찰 역사상 이 정도 수준의 압박을 받아본 적이 없다.


“정치권과 딜 해봤어? 검우회에서 국회에 많이 들어갔잖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니, 일부 범죄에 대한 수사권 및 종결권, 영장 청구권, 검사가 불기소한 사건에 대한 재심 요구 등을 경찰에 나눠주는 것은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 권한에 비하다면 사소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 번 양보하면 계속해서 가진 것을 내놔야 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다온로펌의 그 양반들은 왜 또 안 어울리게 선비질인데!”

“공수처, 반부패법 받아들이고, 수사권과 종결권 지키는 것으로 하시죠. 다 못 막습니다.”


검찰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공수처나 반부패법이 아니다.

바로 공판중심주의 재판이다.

우리나라 재판장 가보면 영화나 드라마와 완전 딴판이다.

검사와 변호사가 치열하게 논리로 싸우고, 증거를 다투고, 막판에 결정적인 증거를 딱 내놓고, 날카로운 법 해석과 논리가 맞붙는 영화 같은 싸움... 그런 경우 거의 없다.

그런 모습이 원래의 공판중심주의로 하는 재판이다.

이 시기 재판장의 모습은 심할 경우 검찰 조서 조금 읽고 몇 마디 하면, 법관이 ‘땅땅땅‘ 법봉 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검사가 작성한 조서를 위주로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즉 조서만 달랑 보고 재판을 하는데,  검사가 ‘이놈 이렇습니다. 요렇게 지가 잘못했다고 불었습니다 몇 년 때려주세요’ 하면 판사가 일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걸로 판결이 났다.

 왜냐하면 그 조서가 효력을 발휘하니까.

명확한 물증을 찾아 제시하고 논리로 싸우고 그런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진술, 혐의 인정 부분이 담긴 조서 자체가 증거가 되기에 그렇게 재판이 연출된다.

공판중심주의는 그런 조서재판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서 모든 증거자료를 재판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법관이 증거를 조사한 결과로 얻은 자료를 기초로 판단해서 품게 되는 확신, 그 확신으로만 하는 재판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검사들이 공판주의 재판이 옳은 방법인 것을 안다.

하지만 조서재판이 검찰이 권력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

조서를 작성하는 것은 검사다.

힘을 가진 쪽이 유리한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평검사뿐만 아니라 법관들도 내심 공판중심주의를 반대한다.

업무량이 엄청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검사와 판사를 더 뽑으면 된다.

싫단다.

자기들 밥그릇을 나누기는 죽어도 싫단다.


“배심원제 확대안은 어떤 새끼 대가리에서 나온 거야?”

“초선위원 모임에서....”

“가온이 스폰서지?”

“정책 연구비 명목으로 지원하고 있으니까 스폰서라고 할 수 있죠.”

“오너가 빨간물 들었다고 임원들까지 죄다 좌파는 아닐 거 아냐?”

“.....”

“공판중심주의고 나발이고 또 배심원제 확대도 무조건 막아야 돼. 촉법소년 연령 축소 같은 것은 법리 검토 하지 마. 어차피 인권타령하는 진보 진영에서 알아서 반대해 줄 거니까. 그 시간에 이 사태에서 가장 날뛰는 새끼들 영장부터 쳐.”


법무부의 검찰화를 방지한다는 법도 올라와 있다.

실효성이 없기에 검찰 내부적으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검 중수부 폐지와 함께 특별수사청의 설치, 경찰의 수사개시권 명문화와 경찰의 복종의무 삭제 등 수사권 문제에 있어 검찰의 반발이 가장 거셌다.

대한민국의 사법, 재벌, 언론, 방송가가 대혼란을 겪고 있을 때.

오성그룹 총수의 복심이라는 구조본부장과 가온그룹 의장의 오른팔 문지열 실장이 비밀리에 회동했다.

그 자리에는 제일신문 사주와 Young&Soo 로펌의 오너도 참석했다.


“도대체 자네들이 원하는 게 뭔가?”


문지열 실장은 한국사회의 이면을 지배하는 이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시침을 뚝 뗐다.


“칼잡이에게든. 유통기한 있는 권력에게든. 저희는 저금통 노릇하기 싫습니다. 저희는 작은 회사라서 오성처럼 한 해 수십 수백억씩 뿌릴 여유자금이 없거든요.”

“요령껏 관리를 해서 써먹을 생각을 해야지 아예 부러뜨릴 작정인가?”

“승지원의 어르신도 그 칼에 몇 번 베이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더더욱 잘 길들여야지.”

“오성도 못하는 걸 저희가요?”

“어디까지 갈 텐가?”

“모르죠. 역사의 수레바퀴가 어디까지 굴러갈지 한낱 필부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자네 보스는 오성의 주요 주주야.”

“다른 곳은 몰라도 오성만큼은 작금의 사태를 지혜롭게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주가 빠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을 전혀 안 하시더군요.”


가온그룹이 뭔가 수작을 부린 것까지는 알겠는데, 도대체 무얼 노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청와대와 여당은 살을 주고 뼈를 취했다.

검찰의 권력을 상당 부분 약화시켰다.

상고제, 배심원제 확대 등 법원개혁도 일부 이뤄졌다.

언론의 협조를 받지 못한 사법 카르텔은 생각보다 약했다.

다음 차례가 언론개혁이었다.

백원일보 사주의 미국에서의 곤란한 처지를 외교적으로 수습해 주는 조건으로 정기 세무조사 이행을 다짐받았다.

또한 언론사 사주 지분 제한, 편집권과 인사권 분리, 사주 일가와 관련 없는 사외이사 임명, 신문사의 텔레비전 채널 소유 금지 등을 입법화했다.

은근슬쩍 방송사 재승인 기간을 늘리는 조항도 삽입했다.

재승인 문제로 YNTV가 권력으로부터 보복을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OECD 국가 중 한국처럼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채널에 대해 재승인을 심사하는 나라는 없다.

3년에 한 번씩이라는 가혹한 조건을 걸어놓은 곳은 더더욱 없다.

이번 기회에 기존 지상파 3~5년, 케이블 3년이었던 재승인 심사를 지상파 7년, 케이블 5년으로 기간을 연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케이블 채널에 대한 인허가 재승인을 완전히 없애면 좋았겠지만, 아직은 사회적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 다음 차례는 사립학교법 개정과 주식시장을 포함한 금융거래 시스템 정비였다.

그 역시 성과를 거두게 된다.

모두 야권 대권후보의 주가조작 사건 덕분이다.

만천하에 범죄가 드러난 그 후보는 대권의 꿈이 물 건너갔다.

신문법 및 방송법도 손봤다.

부유층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는 병역법과 국적법의 헛점도 손봤다.

다만 도청 파문에서 오성을 살리고 검찰을 죽이는 쪽으로 흘러갔다.

본래 역사에서는 둘 다 살려주었지만.

어쨌든, 2005년 한 해 대한민국 사회에서 판타지가 펼쳐졌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개혁작업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당장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개혁이 아닐 수도 있다.

민생보다는 국가시스템과 권력에 관련된 개혁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마련된 사법, 언론, 사학재단 또 선진화된 금융 시스템의 맛을 본 국민들은 그 이전으로 돌리려는 시도에 저항할 것이다.

후퇴한 것을 한 발 다시 원위치 시키는 것이 한 발 나선 것을 뒤로 물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암튼 가온그룹도 몇 가지 이득을 챙겼다.

남들만 좋으라고 돈과 인력을 쓴 것은 아니었으니까.


[It's something I thinks worthwhile

If the puppet makes you smile

If not then you're throwing stones

Throwing stones, throwing stones....]


한국인들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하면 떠오르는 비지스의 노래다.

2005년 한 해 YNTV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holiday'의 일부다.

예술은 모호하며,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이 노래는 한국인들에게 단순한 사랑 타령이 아닐 수도 있다.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 대한 한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많은 민중가요가 본래 의도와 다르게 불렸던 것처럼.


작가의말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풍성한 한가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고 안전한 귀성길 되십시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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