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5 09:05
연재수 :
901 회
조회수 :
3,837,876
추천수 :
118,861
글자수 :
9,980,317

작성
23.11.03 09:05
조회
2,091
추천
97
글자
24쪽

터무니없는 목표!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지난 연말부터 연초까지 영화계 안팎이 매우 시끄러웠다.

연예계에 만연한 각종 성(性) 비위들에 대해 경찰 내사가 진행되었고, 영화인회의와 영화인노조, 각 동업자조합에 제보가 쏟아졌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적극적으로 언론인터뷰에 나섰다.

류지호의 부적절한 공개발언을 비난하면서 가온그룹의 영화시장 독점을 성토했다.

여론전을 펼친 것이다.

프로 댓글러들도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났다.

이 놈도 까고, 저 놈도 까고.

WaW 엔터테인먼트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난데없이 시민단체 한 곳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G.O.M Cinemas를 고발했다.


“수직계열화한 대형 배급사가 우월적 지위를 통해 불공정행위를 일삼고 있으며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가 부당하게 거래 상대방을 차별해 취급하고,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있다.”


그들의 논리는 한국영화를 조기종영하고, 무료초대권 발급 등 다양한 행태로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이다.

가온그룹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불공정행위를 했는지,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 또 소비자 권익이 현저히 감소했는지 입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쟁점이 되는 것들이 공정위 제재로 이어지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고.

류지호는 사안이 더욱 떠들썩하게 공론화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가온그룹의 영화사업은 공정거래법 취지에 도의적인 책임을 일정 부분 질 순 있다.

불법은 없지만, 그렇다고 정정당당하진 않았다.

만약 WaW와 G.O.M이 공정위 제재를 받게 된다면, 다른 대형 사업자들은 더 큰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이동통신사와 카드회사 제휴 문제까지 확대되면,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매우 복잡 해 진다.


“이러다 패러마운틴 판결 같은 것이라도 만들어지면 어쩌려고 그러나?”


강은석 감독이 우려를 드러냈다.

현재 두 사람은 G.O.M 강남점 카페테리어에 앉아 있다.

류지호는 이참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미 미국에서 90년대 연방대법원에서 그 판결을 철회했어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극장을 가지는 데 문제없어요.”

“그랬나?”


한국에서는 패러마운틴 판결이 사문화되었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그래서 소닉과 워너-타임이 Lowes Cinelpex를 소유했던 것이고. 유니벌스 스튜디오도 메가 멀티플렉스를 운영 중이고 글로벌 극장 체인의 주요 주주에요.”

“그런데 왜 소닉은 멀티플렉스 지분을 팔았지?”

“극장은 일종의 장치산업이에요. 시설 유지관리비, 감가상각비, 인건비가 만만치 않아요. 90년대 북미 멀티플렉스 업체 간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면서 시장성 없는 지역까지 마구 체인을 확장하면서 부채만 엄청 쌓였고, 때마침 DVD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극장 체인을 소유하는 것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거죠.”


복합미디어 기업의 수익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편으로 미국영화 산업이 성장 한계에 도달한 조짐도 보이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 TV, 케이블, 출판, 테마파크, DVD같은 사업으로 원 소스 멀티유즈 전략을 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다만 해외시장 점유를 위해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해외극장 법인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현재 5,000억 수준 극장시장에서 6개 극장체인이 경쟁하고 있지요. G.O.M이 점유율이 높긴 하지만 독과점 지위를 갖고 있지도 않고.”


수년 후 국내 멀티플렉스 체인이 어떻게 정리될지 알 수 없다.

G.O.M은 독점이 아닐 뿐만 아니라 독과점도 아니다.

다만 류지호의 소유 기업인 ParaMax가 무비서비스 극장체인 프리씨네에 투자하고 있고, Lowes Cineplex를 인수하며 넘겨받게 된 무비박스 지분도 있다.

따지고 보면 류지호가 한국 극장업계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없는 말은 아니다.


“공정위원장이 영화업계에 대한 강한 개선 의지를 밝혔던대? 청와대도 실질적인 결과 도출을 주문한 모양이야. 이러다 영화계 전체에 탈이 나는 건 아닌지...”


강은석 감독의 불안함이 목소리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제 좀 숨통이 트일 만하니까,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오는 것 같았다.


“배급사의 극장 소유를 분리 시킬까봐서요?”

“청와대가 개혁에 목숨을 걸었잖아.”

“G.O.M 해외 매출이 한국 본사의 10배 이상이에요. BGV는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에 적극적이고요. 가온과 BS 두 그룹이 국내에서 벌이고 있는 극장사업을 철수하게 되면 해외 사업은 어떻게 될까요?”


만약 가온그룹에서 극장사업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면 어떻게 될까.

글로벌기업 하나를 외국으로 쫒아 내는 꼴이 된다.

여론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

대기업 수직계열화의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어서 그렇지 가온그룹처럼 완전 지주회사 체제, 투명한 회계, 오너 일가 소유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 등이 전혀 없는 기업의 경우는 무조건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극장협회는 이통사와 카드사를 압박해야 된다고 봐요.”


가온그룹의 금융부문에도 카드사가 있지만, 국내 카드사와 이통사의 담합도 큰 문제다.

그들의 ‘갑질‘이 극장 수익과 제작사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할인 보조금 문제?”

“예. 걔들 계속해서 자신들이 부담하기로 한 할인금액을 극장에 전가시키려고 수작 부리는데, 이번 기회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확정했으면 하네요.”

“가온이라면 몰라도 우리 같이 힘없는 업자들이 대기업을 어떻게 이겨.”

“여론에 호소해 보세요. 카드사의 일방적인 할인 금액 전가 때문에 불가피하게 티켓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세요.”


언론이 떠들썩하게 이슈를 키워줄 것이다.

물론 극장도 다소 욕을 먹겠지만.

강은석 감독이 기어코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카드대란의 여파가 극장업계까지 미쳤다.

기존에는 3,000원을 카드사가 부담했다.

카드대란 핑계로 은근슬쩍 2,000원 부담으로 바꾸더니 최근에 1,000원으로 낮추기 위해 극장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카드사의 갑질 정도가 아니다.

영화산업을 크게 흔들 잠재적 폭탄이다.

이 시기의 멀티플렉스 수익률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사실 적자를 보지 않으면 다행이다.

무료 티켓 남발, 무리한 할인정책, 외부 차입에 의한 멀티플렉스 무차별 확장까지.

매출에 비해 순이익이 형편없었다.

관객은 각종 할인혜택으로 평일 조조할인의 경우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극장 입장에서 비시즌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음료와 팝콘을 팔아 그 적자를 보존해야 하는데, 관련 매출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쇼핑몰에 입점해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극장은 극장 쇼핑은 쇼핑이었다.

광성백화점 일부 점포가 효과를 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 또 선점을 위해 그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최종 승자가 되었을 때 얻게 될 달콤한 열매를 기대하면서.


“버티세요. 최후에 웃는 자는 살아남은 자입니다.”

“그걸 누가 모르나? 그 버티는 것조차 힘겨우니까 그렇지.”


G.O.M Cinemas는 해외 매출과 이익 때문에 국내 손실을 보완하고도 남았다.

그 외에 극장 업체들은 속으로 죽을 맛이다.

프리씨네처럼 자본력이 약한 체인은 더욱 그렇다.


“프리씨네 매점의 식음료는 BS그룹 계열사에서 납품 받고 있어요?”

“응.”

“가격과 품질은 괜찮고요?”

“뭐 그렇지....”


아직은 가온과 BS그룹 두 곳만 계열사에서 멀티플렉스 매점에 식음료를 납품하고 있다.

광성그룹은 아직 극장 매점에 납품할 전문 식음료 계열사를 두진 않았다.

오너 일가 일감몰아주기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사업이다.


“가온그룹에 극장 매점용 간식 개발부가 있었지 아마?”

“아네모네 프랜차이즈 식품연구소에 개발부서가 따로 있죠.”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서 당장은 못 바꿔.”

“두 회사 가격과 퀄리티 비교해서 좋은 쪽으로 선택하세요.”


멀티플렉스의 주 수입원은 티켓, 광고, 매점 수익이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G.O.M은 작년 한해 매점 수익이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했다.

국내 기준이다.

사업보고서에는 영화 상영 수입 비중이 76.1%, 팝콘과 음료수를 파는 매점 매출이 11.5%, 영화에 앞서 광고를 상영하는 것으로 얻는 기타 수입이 9.5%를 차지했다.

그 외 부동산 임대 수입이 2.9%였다.

사업 개시 후 계속해서 티켓 판매를 통해 얻는 매출은 내려간다.

매점, 광고 상영 등 부가수입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극장의 티켓 이익률이 35%~45% 정도 된다.

팝콘이나 콜라를 판매하는 매점의 이익률은 급이 다르다.

매출액 대비 원가 비중이 워낙 낮기 때문이다.

2,500원에 판매되는 G.O.M 매점의 팝콘 원가는 490원.

말이 필요 없다.

극장 매점 사업이 일부 재벌 총수의 일감몰아주기용 사업으로 애용되는 이유다.


“팝콘 가격도 올린다면서요?”

“500원 올리기로 했어.”


서로 담합을 하지 않았지만, 한 곳에서 올리면 다른 극장 브랜드들도 따라서 일제히 가격을 올린다.

그렇게 매년 올라 2010년 즈음에 5,000원에 도달하게 된다.

물가를 반영하고 그런 거 없다.

슬금슬금 올릴 만하니까 올리는 거다.


“많이 남는 장사에서 뽕을 뽑는 것이 장사꾼 특이죠.”


사실 극장 매점 매출의 변동은 옥수수 가격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온그룹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류지호의 처가가 메이저 곡물기업 파커필드다.

아네모네 간식사업부는 일찍부터 파커필드와 다년 계약을 맺어두었다.

각종 식재료의 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공급받을 수 있다.

경쟁사 보다 팝콘 가격을 500원 싸게 팔아도 이익률에 크게 변화가 없을 정도다.

2003년이었다.

한 영화관객이 G.O.M 강남점을 상대로 39만 원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영화 시작 전 20분간의 광고 상영과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 규정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취지였다.

원소 패소 판결이 나왔다.


- 영화 시작 전 광고는 관람객 이동 시간에 상영된 것으로 광고를 보고 싶지 않으면 자리를 피하는 등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시청을 강요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당시 재판부의 판결이었다.

아직은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은 영화 상영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광고를 상영하지 않고 있다.

G.O.M의 전 영업점은 그 부분만큼은 철저히 지키도록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두었다.

오너의 지침이다.

공식 영화 상영 시작 직전 5분, 정식으로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할 때 나가는 극장 광고의 단가가 가장 비싸다.

매점 다음으로 극장의 큰 수입원이다.

관객의 불만에 아랑곳하지 않고 광고를 트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곰은 몇 개까지 늘릴 생각인지 혹시 물어봐도 되겠나?”

“처음 극장업을 시작할 때 전체 1,500개 스크린에서 대략 600~700개를 계획했는데....”

“이미 1,500개를 넘어섰지.”

“5년 간 300개는 더 늘려야 할 것 같다고 하네요.”


무비서비스 자회사 씨네프리는 G.O.M과 BGV에 이어 3대 멀티플렉스 체인이다.

두 대기업에 비해 스크린 수에서 턱없이 적었다.

바짝 뒤를 따라 오고 있는 광성시네마와 무비박스의 추격도 무섭고.


“아시다시피, G.O.M이 멈추고 싶다고 해서 멈출 수 없어요. 경쟁자들의 기세가 무서워서. 업계 선두를 지키려면 계속 스크린을 늘려야 하죠.”

“자네가 보기에.... 씨네프리는 어때?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최소 5년은 더 버텨야 할 것 같은데... 쉽지 않을 겁니다.”

“작년에 무비박스와 BGV에서 인수를 제안 받았어.”

“고민 좀 됐겠네요.”

“투자·제작·배급에만 집중할까 고민이야.”

“10편의 포트폴리오는 짤 수 있어요?”

“어찌어찌 맞출 수는 있을 것 같긴 해.”


너도 나도 배급업에 뛰어들고 있다.

전국 스크린수가 1,700개를 뛰어 넘으면서 극장 잡기가 한결 수월해진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전국적으로 2,500개는 되어야 무비서비스가 스크린 잡는데 숨통이 트일 걸요?”

“그래서 5년은 더 버티라고 한 것이로구만.”


영화배급은 자사 혹은 계약한 영화에 한해서 전국 극장에 제공한 후 입장수입의 8~10% 정도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사업이다.

연 10여 편을 배급할 경우 대략 50억~70억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영화가 완전히 망하지 않는 한 배급사는 손해가 없다.

영화 개봉 수입에서 극장이 자기 몫을 가져간 후, 문예진흥기금을 뗀 후의 금액에서 가장 먼저 배급비용부터 분배 받기 때문이다.

일본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

얼핏 보면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 같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자본력이 없으면 쉽게 사업에 뛰어들기 힘들다.


“과밀 된 지역에는 프리씨네 입점을 삼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네가 부율까지 올려버렸으니.... 제작사에게 돌아갈 몫은 늘었지만, 영세 극장들은 피해를 보게 될 거야.”


다른 극장체인들도 한국영화 부율을 올린다는 보장은 없다.

투자·배급 및 극장을 모두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이 가온그룹을 따라할 것 같진 않았다.


"지금의 부율은 외화라면 무조건 흥행하는 문화 후진국의 관행이 이어져온 것이잖아요. 이제 우리나라도 대중문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적어도 제작사에게 돌아갈 몫이 기본 대비 13% 정도 늘어날 겁니다.“


말이 13%지, 실제 제작사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다.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 같이 천만 영화를 흥행시킨 제작사는 몇 년 간 안정적으로 회사를 돌릴 수 있겠어.”

“설마요.”


류지호의 비웃음에 강은석 감독이 흠칫 표정을 굳혔다.


“주제 파악 못하고 투자도 하고 배급도 하고 극장업에도 진출하겠다고 할 걸요?”


류지호의 말투가 신랄하긴 했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하는데.


“암튼 단관 극장과 멀티플렉스의 관객 1인당 수익률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아무 극장이나 G.O.M 정책에 따라와선 안 될 겁니다.”


작년에 미국의 장단기금리가 역전 되었다.

레만사태의 중요한 시그널 하나가 포착된 것이다.


“감독님.... 지금까지 미국 장단기금리가 역전된 8번 동안 무려 7번에서 불황이 찾아왔어요. 작년에 그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세계적인 거물 투자자인 류지호의 경고다.

허투루 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솔직히 대기업 멀티플렉스에서 제작자의 동의 없이 각종 할인 혜택을 펼치고 있는 거잖습니까. 그들의 마케팅을 위해 제작자가 부담을 떠안는 꼴이에요. 지금의 방식으로는 대기업만 살아남고 기존 토종 영화인들 회사는 다 고사할 겁니다. 과열 경쟁으로 스크린 수는 계속 늘겠죠. 한국영화 콘텐츠가 그만큼 받쳐줘야 하는데... 저질 영화가 많이 수입해 들어오면 결국 극장도 피해를 입어요. 영화산업 안에서 공존을 위해 밸런스를 맞춰야 할 겁니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라 강은석은 앓는 소리조차 할 수 없었다.

명분이 극장이 아닌 제작사에게 있었고.

2001~2004년까지 한국영화의 평균 좌석점유율은 31%였다.

반면에 외국영화는 20%였다.

한국영화 수익구조에서 극장 의존도가 70~80%인 상황에서 2002~2003년 극장 부문 수익률은 22%인데 반해 투자제작부문 수익률은 -8.5%였다.

같은 기간 배급비용은 제작비 대비 49%까지 상승했다.

그 안에는 무분별한 할인혜택, 무료 티켓 배포 등도 포함 되어 있다.

한국영화산업 성장이 투자·제작 부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기형적인 구조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계속해서 낡은 집을 부분 수리하고 땜질 수선으로 버텨온 격이죠. 이참에 업계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하자는 겁니다. 리모델링하면 집값도 오르고 쾌적한 집안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어요?”

“모두가 윈윈하는 쪽으로 될까 싶어.”


가온그룹이 기득권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다.

부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G.O.M Cinemas는 백억 원 대 연매출을 잃게 된다.

글로벌 사업으로 2조 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기에 큰 타격은 아니다.

사실 부율조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돈 되는 영화는 서로 자신의 극장에 걸려고 경쟁이 벌어져야 정상이다.

극장이 갑이어선 안 된다.

콘텐츠를 생산했거나 배급을 하는 측이 갑이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개별 영화마다 부율 조정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연쇄적으로 배급 방식도 다양해질 수 있다.

선진 시스템을 배웠다면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절대 적용하지 않는.... 그것이 한국의 기업들이 전개하는 비즈니스다.


“중요한 것은 영화업계와 극장업계가 동등한 파트너의 포지션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어느 한 일방이 강한 힘을 갖게 되면 발전보다 퇴보의 길로 갈 겁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2010년대에 가면 류지호는 충무로 현안에 끼어들 수가 없다.

지금의 두 배로 가온그룹의 영화사업이 성장해 있을 터.

일방적으로 이익을 양보할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그 전에 거대 자본의 일방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장치 혹은 룰이 만들어지기 바랐다.

왜 스스로 족쇄를 채우느냐고 그런다.

류지호는 한국 시장에서 돈 벌 생각이 없다.

현재 G.O.M International 북미 분기별 매출이 5억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영화 시장이 전 세계 4위 규모로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북미, 중국, 일본보다 작다.

한국시장을 G.O.M International의 테스트 베드로 보고 있다.

아시아지역 Eye-MAX와 D-Cinema의 거점이자, 4DX 시스템 시험서비스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또한 아네모네 프랜차이즈와 함께 다양한 매점 메뉴를 가장 먼저 적용해 보는 곳도 한국이 될 것이다.

한국 관객들의 피드백은 가온그룹 영화사업이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영양분이 되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강은석 감독이 류지호에게 말했다.


“슬슬 들어가 보자고.”


류지호는 설형기 배우의 초대로 무비서비스가 제작·배급한 <사랑을 놓치다> VIP시사회를 보러왔다.

영화는 잔잔하고 무난한 사랑이야기다.

나름 담백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려고 했는데, 류지호가 보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시(詩) <사랑을 놓치다>에서 모티브를 따왔는지 제목만 가져다 붙인 것인지는 모르지만, 시집을 꽤나 인상 깊게 읽었던 류지호로서는 많이 심심한 영화였다.


...내 한때 곳집 앞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 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 <사랑을 놓치다> 윤제림.


‘<은행나무 침대> 방식의 오리엔탈 판타지는 어땠을까?’


감독의 성향을 봤을 때 판타지를 영화로 기획되었어도 무난하게 연출했을 듯 싶었다.

아마 성공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원작이 있는 영화를 무난한 만듦새로 뽑아낸다.

자신만의 연출세계나 색깔이 뚜렷한 감독은 아니다.


“어떻게 봤어?”

“평단과 관객 평가에서 썩 나쁜 말이 나올 것 같진 않네요.”


그럼에도 이전 삶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었다.

이번에도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았다.

운이 나빴다.


“하필 기대작들이 즐비한 시즌에 비집고 들어와서.... 제대로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름 홍보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곤 있는데.....”


12월부터 이어진 흥행성적은 다음 해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민중의 적 : EMBARGO>는 해를 넘기면서 스크린이 많이 빠졌음에도 꾸준히 관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2달여 만에 7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초반 기세가 좋았지만 뒷심 부족으로 천만영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억지로 쥐어짜면 가능할 것도 같지만, 온갖 꼼수를 다 동원해야 한다.

게다가 WaW와 G.O.M은 오너의 영화만 편애할 수 없는 입장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개봉하는 기대작 라인업도 화려하기 때문이다.

겨울 성수기를 맞이해 개봉한 영화들 면면이 다들 만만치가 않았다.

LOG 계열에서 배급한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WaW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킹콩> 역시 순조로운 흥행 레이스를 이어갔다.

12월 14일 전 세계 동시 개봉한 <킹콩>은 개봉 6주차에 전국 관객 420만을 돌파, 작년 7월 개봉한 <아일랜드>가 세웠던 전국 관객 380만의 흥행 기록을 뛰어 넘으며 2005년 국내 개봉한 외화 중 최고의 흥행 신기록을 수립하고 있다.

또 한편의 WaW 엔터테인먼트 배급 영화인 <해리포터 : 불의 잔> 역시 개봉 첫날 무려 90% 예매율을 보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나디아 연대기>, <킹콩>, <해리포터> 세 영화가 11월에 개봉한 <민중의 적 : EMBARGO>의 스크린을 상당수 빼앗아 갔다.

이들 영화는 오리지널 자막판, 더빙판, 디지털 세 가지 버전으로 한국의 극장을 점령했다.

한국영화로는 <왕의 남자>가 막강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1월 중순에 개봉해서 20여일 만에 500만 고지를 넘어서며 천만 관객에 도전하고 있다.

할리우드 대작들 사이에서 전국 스크린 수 255개로 시작해 이후 첫 주 304개, 2주차 주말 369개, 3주차 주말 388개까지 스크린 수를 늘렸다.

4주차까지도 361개 스크린을 유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빅3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배급력이 약한 무비서비스였지만, 거대 배급사의 ‘막무가내식 밀어주기’의 수혜를 입지 않고 영화의 힘만으로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왕의 남자> 페이스가 좋으니까, 그쪽에 기대를 걸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영화 한 편 한 편 일희일비 하고 싶지 않은데, 그게 잘 안 되네.”


그래서 영화 배급은 충분한 라인업 확보와 포트폴리오 전략이 중요하다.


“뒤풀이 안 가고 그냥 가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 바라는 거 다 이루시길 바래요.”

“고마워. 류 감독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아.”


류지호는 충무로의 구세주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영화인들이 류지호의 도움을 바란다.

류지호가 정통 영화인이기에 말이 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지간하면 돕는 편이다.

단 WaW 엔터테인먼트와 이해가 상충하지 않고 메이저에 속하지 않는 약자의 경우에 한 해서다.

내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들 모두를 도울 생각까진 없다.

그래서 류지호는 시스템이나 룰을 바꾸는데 더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던.


작가의말

한 주 잘 마무리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64 나중에 며늘아기한테 좋은 소리 못 들어. +4 23.11.06 2,067 91 24쪽
663 터무니없는 목표! (2) +5 23.11.04 2,060 99 23쪽
» 터무니없는 목표! (1) +4 23.11.03 2,092 97 24쪽
661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3 23.11.02 2,074 95 26쪽
660 한국영화의 복덩인지 골칫거리인지.... (2) +7 23.11.01 2,024 102 26쪽
659 한국영화의 복덩인지 골칫거리인지.... (1) +3 23.10.31 2,004 101 25쪽
658 모두 분발하세요. +4 23.10.30 2,015 104 22쪽
657 하고 싶은 영화 다 합시다! (2) +8 23.10.28 2,091 100 25쪽
656 하고 싶은 영화 다 합시다! (1) +6 23.10.27 2,055 97 25쪽
655 기업가의 애국이 별 건가? (2) +5 23.10.26 2,119 95 26쪽
654 기업가의 애국이 별 건가? (1) +4 23.10.25 2,107 105 24쪽
653 세계적인 명사(名士)잖아요! (3) +7 23.10.24 2,183 112 25쪽
652 세계적인 명사(名士)잖아요! (2) +5 23.10.23 2,081 107 23쪽
651 세계적인 명사(名士)잖아요! (1) +6 23.10.21 2,186 112 26쪽
650 La fenice. +5 23.10.20 2,130 100 27쪽
649 이 정도인 줄 몰랐어. +2 23.10.19 2,150 100 23쪽
648 코리안필름 뉴에이지. (4) +8 23.10.18 2,050 103 25쪽
647 코리안필름 뉴에이지. (3) +7 23.10.18 1,906 90 23쪽
646 코리안필름 뉴에이지. (2) +5 23.10.17 2,046 91 26쪽
645 코리안필름 뉴에이지. (1) +4 23.10.16 2,177 94 23쪽
644 도대체 얼마나 갑부인 거냐? +4 23.10.14 2,273 104 25쪽
643 군계(軍鶏). (11) +4 23.10.13 1,969 102 26쪽
642 군계(軍鶏). (10) +3 23.10.12 1,945 93 24쪽
641 군계(軍鶏). (9) +6 23.10.11 1,919 101 25쪽
640 군계(軍鶏). (8) +5 23.10.10 1,933 96 26쪽
639 군계(軍鶏). (7) +5 23.10.09 1,916 92 24쪽
638 군계(軍鶏). (6) +6 23.10.07 2,043 92 25쪽
637 군계(軍鶏). (5) +4 23.10.06 2,053 92 25쪽
636 군계(軍鶏). (4) +6 23.10.05 2,046 91 25쪽
635 군계(軍鶏). (3) +7 23.10.04 2,080 89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