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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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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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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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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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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군계(軍鶏).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일본에서 한창 <군계> 준비에 여념이 없을 시기 류지호가 잠시 미국에 돌아왔다.

최우선적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NeTube부터 챙겼다.

첫 동영상은 류지호와 마이키 잭슨이 주인공이었다.

창립멤버들과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류지호는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모습을 편집한 3분 분량의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 섹시해.

- 서핑 좀 하는데?

- Jay도 캘리포니아 남자였어. 멋져.


조회수는 소소했다.

정식 서비스 첫 달 트래픽이 약 5만 명 수준이었다.

댓글이 달린 동영상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류지호의 동영상에는 댓글이 20개나 달렸다.

창업자들과 직원들도 소소하게 촬영한 동영상을 올렸다.

문제는 마이키 잭슨이 올린 동영상이다.

네버랜드 랜치의 댄스 연습실에서 춤 연습을 하는 모습이 담긴 1분 20초짜리 동영상이 하루만에 1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동영상 속 인물이 실제 마이키 잭슨인지 진위 논란이 벌어졌다.

논란이 주요 매스컴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다.

공짜로 홍보가 되는 효과를 누렸다.

류지호는 진위여부를 밝히지 말라고 부탁했다.

논란이 잠잠해질 때 즈음에 본인이 맞다는 걸 확인시켜 줄 계획이다.

본래 역사에서는 출범 6개월 만에 하루 200만 명 이상 방문했다.

마이키 잭슨 측에서 올린 짧은 동영상으로 화제가 되면서 이전 삶의 기록을 무려 석 달을 앞 당겼다.

마이키 잭슨의 동영상은 11월에 업로드 되는 닐케 광고가 기록하게 될 100만 조회수 이전에 가장 많은 조회수를 달성한 동영상으로 기록된다.

나중에는 희귀 동영상이 되어 1억 뷰를 찍게 된다.

본래 역사대로라면 초창기에는 공유금지 정책을 고수했어야 했다.

회원수와 조회수가 늘지 않아 할 수 없이 자유로운 공유로 정책을 전환했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자유로운 공유를 내세웠다.

류지호의 조언을 따른 것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 등에 NeTube 영상을 링크시킬 수 있게 허용했다.

당연히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특별한 광고홍보에 열을 올리지 않았음에도 유저들 스스로 NeTube 링크를 걸면서 그 같은 링크를 타고 유입되는 유저 숫자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회원에는 가입하지 않고, 링크만 퍼다 나르지 않을까?”


찰스 헐리의 우려에 류지호가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 세계적으로 공짜로 NeTube가 홍보되고 있어.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유저들의 자유로운 링크를 통해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들이 한 번쯤 NeTube라는 도메인을 듣게 될 거야.”


이미 성공한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그럼에도 스티버 챈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수익사업을 만드는 것이 고민이야.”

“너희들은 수익에 관해서는 고민하지 마. 기술적인 문제에 집중해줘. 적자는 모두 나와 GMG가 책임질 테니까.”

“혹시 Jay....?"

"또 왜?“

“Googol에서 GMG에 인수 오퍼를 넣었다고 들었어... 팔 거야?”


류지호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전혀.”


역시 Googol이었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인수의사를 타진했다.

검색기반 텍스트 광고에 집중된 매출을 동영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서자마자 NeTube에 눈독을 들였다.

Googol 자체적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긴 했다.

NeTube의 완성도가 훨씬 뛰어났다.

GMG측에서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듯 단박에 거절했다.

CEO 댈런 맥컬리가 NeTube의 잠재력을 무척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의 기본적인 전략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판매량을 극대화 시켜 시장 장악력을 키운 후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서비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출혈을 감수한 투자와 누적 적자를 감당해야 하겠지만.


“최근에 Googol에서 옮겨온 직원 말로는 꽤 높은 금액을 불렀을 거라고 하던데?”

“나한테는 높은 금액이 아니야.”


찰스와 스티버는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헨리 게이츠보다 부자로 추측되는 것이 류지호였으니까.

공식적으로는 헨리 게이츠가 부동의 부자순위 1위지만.

자신이 일군 기업을 매각하는 것에 알레르기를 보일 정도로 엄청난 인수금액을 제시해도 꿈쩍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심지어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게 되면, 단숨에 수백억 달러를 챙길 수 있음에도 비상장을 고집하는 미국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괴짜로 통하는 인물이 류지호다.


“너희들이 이 서비스와 기술을 통해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해. 외부에서 뭐라고 떠들든, 흔들리지 마. 향후 5년간은 돈 못 버니까.”

“왜 5년인데?”

“그 시기 즈음해서 전 세계에 서비스가 되고 있을 거고, 수익모델도 구체적으로 작동이 될 테니까.”

“......?”

“내가 어설픈 계획을 가지고 너희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겼을까?”

“보스가 손대는 것마다 성공시킨 것을 모르지 않는데....”

“저작권 관련 이슈도 신경이 쓰이고....”


두 사람은 스타트업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규모로 인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전 삶에서 Googol에 인수되기 전 NeTube 직원은 70명 안팎이었다.

현재는 200명이 훌쩍 넘었다.

기업 규모에서 스타트업이 절대 아니다.

류지호가 두 녀석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너희들, 나 믿어?”


끄덕.

둘은 엉겁결에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너희들이 잘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최선을 다해볼게.”

“나도.”

“NeTube는 스팸과 사기, 유해하고 위험한 콘텐츠, 포르노와 성적으로 노골적인 영상, 직접적인 폭력 장면과 혐오스러운 콘텐츠, 위협적인 영상을 금지한다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할 책임이 있어. 물론 저작권법을 따르고 존중해야 한다는 의무 역시 지켜야 해. 콘텐츠 생산자들, 업로더들의 철학, 사상, 정치적 견해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는 없어야 할 거야. 대신 테러리스트, 나치추종자들, 반인류적이고 범죄에 대한 건 철저히 필터링해야겠지.”

“그룹 법률팀과 논의해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두었어.”

“이미 약속한대로 JHO Company가 보유한 저작권은 조금 느슨하게 적용할 거야.”

“고마워.”

“NBC의 <Saturday Night Live> 측에서는 뭐라고 안 해?”

“별 다른 말은 없던데?”


4월에 올라 온 <Saturday Night Live>의 짧은 동영상은 두 달 만에 5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마이키 잭슨 댄스 클립과 함께 NeTube를 미국 전역에 알리는데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영화 예고편 조회수는 좀 나오고?”

“<스타워즈>의 새로운 영화 예고편이 인기가 좋아.”


트라이-스텔라와 ParaMax는 어떤 배급사보다 발 빠르게 영화 예고편을 NeTube에 올렸다.

서비스 초기치고 조회수는 나쁘지 않았다.

개인 홈페이지에서 NeTube 동영상을 링크시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영화 홍보마케팅에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봐.”

“GMG Lab의 기술지원은? 도움이 돼?”

“가뭄에 단비라고 할 수 있지.”

“Googol과 비교하면?”

“둘을 비교하기는 뭣한 것이 각자 강점이 달라.”

“뭐가 다른데?”

“GMG는 디지털 시네마와 관련해 다양한 영상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고. 일부 특허 기술의 경우는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지만, 언젠가 우리 자체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야.”


Googol은 수많은 스타트업을 먹어치우며 자잘한 기술들을 무섭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

GMG는 기술연구소에서 시작했고 산하에 선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를 거느리고 있기에 동영상 관련 부문에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 했다.


“잘하고 있어.”

“회사 구경 시켜 줄까?”

“나중에.”

“곧장 일본으로 돌아가야 돼?”

“이틀 간 LA에 머물 예정이야. 내 일정이 좀 빡빡해.”


찰리와 스티버는 NeTube 어바인 본사를 류지호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어바인의 3개 산업지구 중에서 가장 늦게 개발되고 있는 스펙트럼 지역.

최신식 건물에 입주해 있는 NeTube의 활기찬 모습을 뽐내고 싶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똑똑한 직원들을 자신들이 스카우트했거나 선발했기에.

한편으로는 류지호로부터 칭찬을 받고 싶기도 했고.


“UCC 동영상이 주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할리우드와 음반사들, 또 방송사들과 저작권 소송이 꽤나 빈번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어. 잘 버티도록 해.”

“걱정 마.”


그 시작이 되는 것이 <Saturday Night Live>의 짧은 클립이다.

그 동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게 됨으로써 개인적인 동영상 말고도 텔레비전 클립 및 뮤직 비디오와 같은 다른 유형의 비디오 를 공유 할 수 있다는 점이 대대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그로 인해 서비스 1년 만에 10만개의 새로운 동영상이 업로드 되고, 하루 1억 건이 넘는 조회수가 발생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그러는 한편 대형 복합미디어그룹과 소송전에 휘말리고, 메이저 스튜디오와 음반사들과도 각종 저작권 분쟁을 겪게 된다.

서비스가 자리 잡기까지 길고 지루한 소송전을 벌이게 되지만, 류지호가 버티라고 주문했던 5년 후부터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스마트폰 환경이 조성이 되면서 미국 10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미디어 매체가 되고, 온라인 동영상 시장 점유율에서 50%, 164억 회 조회수를 기록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발돋움 한다.

자연스럽게 사업성도 나날이 높아진다.

관건은 그 5년의 외부적 위협과 막대한 적자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 ❉ ❉


트라이-스텔라의 주도로 할리우드 Big7이 디지털 영화 제작 및 배급에 관한 기술적 표준에 합의했다.

기술 표준을 정하기 위해 트라이-스텔라가 주도하고 소닉과 워너-타임이 지지해 결성한 컨소시엄 디지털 시네마 이니시에이티브((DCI: Digital Cinema Initiatives)를 통해 기술 표준이 결정되기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번 합의로 인해 디지털 영화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고 배급비용도 줄일 수 있게 돼 영화 부문 디지털 완전 전환의 중요 장애물 하나가 제거되었다.


“가장 중요한 이슈가 디지털 영사기에서 나오는 이미지가 어느 정도로 선명해야 하느냐인데.... DCI는 디지털 영화의 상영을 위해서는 영사기가 최소 2000라인의 수평 해상도를 제공해야 한다고 결정했지.”


신형 HD TV에 비해 약 2배, 일반 TV에 비해서는 4배가 넘는 기준이다.

DALLSA와 SONIC의 디지털 프로젝터는 DCI 기준을 훌쩍 넘는 해상도를 지원한다.

당장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비용이 문제지.


“디지털 영화 저작권 침해방지기술은 어떻게 한대요?”

“고려중인 기술 중 하나가 ‘빛 변조’ 기술이던데....”

“극장 스크린에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캠코더를 통해 재생될 경우 화면이 얼룩얼룩 하게 보이는 기술이요?”

“응.”


권장 사항일 뿐이다.

반드시 기술을 적용하도록 강제하진 않았다.

비용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도난방지 무늬 기술이겠네요?”

“복잡하더구만.”


디지털 파일에 디지털 워터마크를 삽입해 불법 사용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궁극적으로 어떤 극장이 언제 해적판 영화를 상영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워터마크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운드에도 삽입해야 한다.


“다 떠나서... 문제는 디지털 영화 장비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일세.”

“이번 합의에 빠져있던데. 컨소시엄에 극장은 참여하지 않았어요?”

“전미극장조합이 참여하긴 했지. 헌데 내부에서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네. 큰 과제로 남아있게 됐어.”


극장은 장비를 새로 구비해야 하기에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영화 배급사는 디지털 배급으로 비용절감 효과를 누린다.

극장들은 영화사들이 이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영화사들은 당연히 극장 측에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필름 프린트당 1,000달러 정도 비용이 발생하던가요?”

“평균 제작비 영화가 그 정도고. 블록버스터는 더 들지.”


배급이 완전 디지털화 될 경우 마우스 클릭만으로 극장으로 영화를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극장의 입장에서는 디지털 영사기를 비롯해, 제작사가 전송하는 영화를 받을 수 있는 IT기기와 서버도 필요하기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장비를 주문하는 극장들이 증가할수록 가격은 하락하겠지만, 디지털 영사기의 평균 가격이 스크린 당 7만 5천 달러 정도라면서? 부속 장비로 컴퓨터 시스템과 서버도 따로 구축해야 하고 쉽지만은 않아.“

“절충안은 없어요?”

“영화사들이 기존의 필름 프린트 제작비용에 상응하는 돈을 ‘가상프린트요금’ 명목으로 극장 측에 지원하는 안이 있지. 그 방안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지 아마....”

“이번에 DCP 표준은 정해지지 않은 모양이네요?”


DCP(Digital Cinema Package)는 극장에서 디지털 시스템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포맷을 일컫는다.


“올 상반기 중에 1.0 버전의 규격이 발표될 예정이네. 일반적인 압축 동영상 포맷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화질과 음질이 우수하다고 하지.”

“무압축 파일이니까요.”


일반 압축 동영상 파일의 경우 영상의 오브젝트들에 대한 함수들을 이용해 영상의 크기를 줄이지만, DCP는 파일 컨테이너에 JPEG2000 포맷으로 만들어진 사진을 넘기는 방식이라 디지털화된 일련의 스틸 컷이라고 볼 수 있다.

음성 포맷은 무손실·무압축 포맷인 WAV를 사용한다.

DCP는 여러 개의 MXF 파일(영상과 음향)로 구성되어 있는데, AES 128bit 규격으로 암호화되어 있어 배급사 쪽에서 원격으로 암호화를 해제해 줘야만 영화를 재생(상영)할 수 있다.

상영 기간이 끝나면 해당 DCP는 못 쓰게 된다.

어쨌든, DCP는 과거의 필름 배급 방식에 비해 간편하고, 디지털 워터마크를 통해 불법적 유포를 추적할 수 있으며, 도난당한 경우에도 암호화가 걸려 있으므로 훔친 사람이 영화를 재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완전 정착 시기를 언제로 전망하던가요?”

“5년 안에는 가능할 것 같진 않아. 전 세계 스크린이 12만 개 정도 되는 걸로 추정하던데, 그걸 일시에 디지털 영사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는 없겠지.”

“미국은요?”

“자네의 한국 멀티플렉스 체인, MovieMark, AMT 정도가 상당히 의욕적이야.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디지털 프로젝터 교체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 지의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걸로 몇 년 간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수도 있을 걸세.”

“예전 영화 재상영도 활발해질 수 있어요.”

“디지털 리마스터링하는 영화가 꽤 되지 아마?”

“그와 관련한 예산도 미리 계획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미처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군.”

“오라이언이 보유하고 있던 고전영화 몇 편이 이번 표준에 따라 리마스터링 되었을 걸요. 아마 워터마크만 넣으면 될 거예요.”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똑똑.


비서가 들어왔다.


“차이니즈 극장으로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대화를 멈춘 두 사람이 사이좋게 회장실을 빠져나가 할리우드 스트리트로 향했다.


✻ ✻ ✻


AzureSky Studios가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로봇>의 월드 프리미어가 있는 날이다.

<군계> 준비에 바쁜 와중에 일부러 LA로 돌아온 이유 중에 하나가 JHO Company Group 산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세 번째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의 프로모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로봇>에는 많은 스타들이 목소리 출연했는데, 류지호와 친분이 두터운 맥클로린 윌리엄스, 마리아 베리도 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맥글로린의 모습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마리아 베리는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한 오언 맥그레거도 프리미어에 참석해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LA 프리미어는 두 번에 걸쳐 진행된다.

한 번은 차이니즈 극장의 일반 상영이고, 두 번째는 Eye-MAX 전용관에서 DMR 버전을 상영할 예정이다.

배급사인 트라이-스텔라는 영화 홍보를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까지 동원했다.

사실 애니메이션 <로봇>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류지호다.

이전 삶에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안했다.

흥행여부를 전혀 알지 못했기에.

그래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바쁜 와중에도 프리미어에 참석했다.

20세기 PARKs로부터 AzureSky Studios를 인수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아이스 에이지>는 6,000만 달러 제작비로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 3.9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DVD는 지금까지 2,500만 장이 판매됐다.

각종 부가시장과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으로 벌어들인 매출은 그 3배가 넘었다.

흥행에 성공한 애니메이션이 돈을 얼마나 벌게 해주는지 제대로 확인했다.

2002년 등장한 3D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괴팍한 매머드와 게으름쟁이 나무늘보, 음흉한 호랑이가 젖살 통통한 인간 아기를 꿀꺽하기는커녕 집에 데려다주는 여정을 담은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식의 황당한 이야기다.

영화 내내 기대 이상의 폭소를 선사하며 성공한 애니메이션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아이스 에이지>의 성공으로 인해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감독 사이러스 웨지와 AzureSky Studios의 이름이 전 세계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LOG Company는 Pixart Studios를 통해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를 얻었다.

DreamFactory는 <슈렉>, <샤크>, <마다가스카>를 보유하게 됐다.

모두 캐릭터 IP의 보고들이다.

10년은 거뜬히 우려먹을 수 있다.

JHO Compamy Group은 AzureSky Studios를 통해 <아이스 에이지>와 <로봇>이라는 귀중한 캐릭터 IP를 확보했다.


AzureSky Animation Studios.


미국의 CG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1세대를 떠올리면 그 중 다수가 이 회사에 모여 있다.

그들 중심에 사이러스 웨지가 있다.

그는 12세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학에선 영화를 전공한 후에 미국 CG의 전설적인 회사 MAGI에 취업했다.

미국 CG 그래픽에서 두 개의 조류가 있었다.

하나는 MAGI로 대표하는 다이내믹파와 Triple I의 영상파였다.

당시 MAGI는 정교함보다는 움직임에 보다 중요한 가치를 뒀다.

반면에 Triple I는 동작보다는 영상의 짜임새와 매끄러움에 역점을 두었다.

이 두 회사가 동시에 참여한 프로젝트가 3D 애니메이션의 효시로 불리는 LOG의 비운의 프로젝트 <트론>이다.

사이러스 웨지는 <트론>에 참여하며 데이터로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에 눈을 떴다.

1987년 3D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확신한 그는 MAGI 출신들과 함께 AzureSky Studios를 설립했다.

한동안 MTV 로고 영상이나 상업광고를 주로 작업하고, 할리우드 영화에서 VFX 영역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1999년에는 8년에 걸쳐 완성한 7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버니>로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3D 애니메이션은 Pixart의 <토이 스토리>와 AzureSky의 <버니>뿐이었다.


빛 추적 묘사법(Ray Tracing Renderer).


전 세계 CG 전문가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AzureSky Studios만의 기술이다.


“가히 혁명적이다!”


애니메이터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이 기술은 실제 공간에서 실제 재료와 빛을 가지고 있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준다.

<아이스 에이지>에서는 설원 위의 발자국, 메마른 초원 등의 빛과 색을 애니메이터들조차 감탄할 만큼 살려냈고, <로봇>에서도 로봇 시티의 전경을 보여 줄 때 사용됐다.

지금까지 단 두 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것뿐이다.

그럼에도 AzureSky Studios는 여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다른 특색을 만들어냈다.

바로 적절한 패러디와 슬랩스틱 개그의 활용이다.

DreamFactory가 자랑하는 속사포 대사, 말장난을 통한 개그와는 차별되는 마치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키는 코미디를 통한 개그가 특징이다.

<아이스 에이지>와 <로봇>을 보고 있자면 종종 찰리 채플린 코미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맥클로린 윌리엄스가 목소리 연기하는 팬더는 거의 개그맨 수준이다.


‘지금 당장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켜도 누구 못지않게 웃기는 양반이니까.’


재밌는 것 중에 하나가 <로봇>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던 인물이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Hues & Rhythm, Pixart, DreamFactory에도 한국계 혹은 한국에서 온 애니메이터가 많이 근무하고 있지만, 뉴욕주에 소재한 AzureSky에도 한국인들이 중요한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할리우드 빅2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는 대략 7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AzureSky는 그 절반 수준이다.

가족적인 규모랄까.

그럼에도 Pixart, DreamFactory보다 적은 예산 적은 인원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를 뽑아내고 있다.

PARKs Animation Studios에서 Hues & Rhythm Studios로 모회사가 바뀐 이후 투자도 많이 받았다.

<아이스 에이지>의 수익도 모두 차지할 수 있었다.

넉넉한 살림으로 인해 R&D, 차기작 기획개발비의 부담을 많이 줄였다.

<슈렉>의 DreamFactory는 풍자와 패러디를 통해 영어덜트들을 공략하고 있다면, Pixart는 세련된 감성으로 다양한 수위의 조크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한편 가족주의를 옹호하는 주제의식(LOG 영향으로)을 선보이고 있다.

빅3로 발돋움하려는 AzureSky는 두 스튜디오의 장점을 융합한 방식을 쓰고 있다.

현재 AzureSky는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인 <아이스 에이지Ⅱ>와 <그린치>를 준비 중이다.

닥터 수스의 동화를 스크린에 옮기는 <호튼>도 준비 중이다.

모회사인 Hues & Rhythm Studios도 애니메이션 사업 부문을 확대·개편해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AzureSky에 징크스가 있지 않았나...?‘


평단과 관객 평점이 높은 애니메이션으로는 크게 재미를 못 본다.

그런데 평점이 낮은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로는 돈을 엄청 번다.

진지하게 접근해 작품성을 높이면 흥행에서 별 재미를 못 보고, 어린이 대상의 쉬운 애니메이션은 대박을 기록한다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다.

다 떠나서, 트라이-스텔라가 테마파크 사업을 하는데 있어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 IP를 다수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 중요했다.

Timely Entertainment의 완구사업과도 연동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고.


‘AC가 그렇게 실사화를 말아먹어도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지.’


<저스티스 리그>가 망하고, <배VS슈>가 망하고, <원더우먼>, <샤잠>이 연달아 망해도 영화사업 부문인 워너-타임 스튜디오만 운다.

모회사는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코믹스, 완구, 비디오 게임, 스티커를 포함한 각종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으로 상당한 매출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해외에서 먹히는 한국 문화상품 중에 유일하게 K가 안 붙는 분야가 있다지요. 바로 웹툰입니다. 고유명사 비슷하게 통용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전세계 시장규모가 6조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매년 4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하죠. 2030년 안에 수십 조원 규모로 커질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탄압의 대상이었던 한국의 만화가 이제는 웹툰의 종주국 소리를 듣고 있다니... 웹툰이 TV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도 활발하게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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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3.10.04 10:01
    No. 1

    생각해보면 탄압의 대상이었던 게임, 만화, 그리고 딴따라가 제일 국제적이라는게 신기하긴 합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0.04 10:03
    No. 2

    그럼에도 계속 탄압의 대상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죠. 잘 봤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6 도뮤
    작성일
    23.10.04 10:29
    No. 3

    오늘도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middlem
    작성일
    23.10.04 14:03
    No. 4

    탄압의 대상이었기에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짱구를 굴린 탓이겠지요^^
    기존의 판도에선 생존이 불가능했기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게 역설적으로 도움이 된거죠.
    출판만화가 탄압을 받아서 웹툰이란 영역을 개척했고
    패키지게임이 멸망지경이니 온라인 게임을 팠으며
    연예계도 수많은 탄압을 피해 꼼수를 발달시키다 민주화로 규제가 풀리기 시작하니
    대폭발하기 시작했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lo******
    작성일
    23.10.04 14:27
    No. 5

    미국도 그래픽 노블이 웹툰으로 이동하지 않았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푸른놀
    작성일
    23.10.04 19:09
    No. 6

    재정씨 뭐하나 궁금하네요. 과하면 우정에 금갈텐데...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0.06 08:12
    No. 7

    그 돈 덩어리들을 밖에 내다 버린것들이
    미친거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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