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연재수 :
899 회
조회수 :
3,828,065
추천수 :
118,685
글자수 :
9,955,036

작성
23.10.25 09:05
조회
2,101
추천
105
글자
24쪽

기업가의 애국이 별 건가?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부산 가온복합단지 개장 행사에 다녀간 명품 브랜드의 최고경영자들은 류지호와의 친분을 과시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다수의 명품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Pinault Group 최고경영자가 류지호에게 스코틀랜드 출신의 비즈니스맨을 소개시켜주었다.


“가끔 벨에어의 골프코스를 돌긴 하는데, 자주 즐기지는 않아요.”


토머스 로렌스라는 이름의 이든클럽 회장이 열심히 클럽을 어필했다.


“저희 클럽은 전 세계 100대 코스 투어를 꿈꾸는 골퍼들이 상당수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지만, 상위 1%의 프레스티지를 추구하거나 글로벌 비즈니스맨 역시 상당수 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1997년 스코틀랜드에서 설립된 이든클럽(The Eden Club)은 골프 코스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자산이라고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작은 성(城) 하나가 전부인 골프 관련 클럽이다.

하지만 멤버십 가입비가 ‘억대’를 자랑한다.

글로벌 회원수가 500명이 넘는다.

게다가 본인이 가입하고 싶다고 가입할 수 있는 클럽이 아니다.

이든클럽에서 초대를 해야만 가입이 되는 비밀주의 골프사교클럽 중에 하나다.


“골프를 즐기지 않더라도 회원 간 비즈니스 미팅은 물론 함께 모여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가치를 나눌 수 있습니다. 클럽의 플래그십 프로퍼티가 있는 곳으로 스코틀랜드는 물론이고 잉글랜드의 런던, 프랑스의 파리, 스위스의 샤모니, 이탈리아의 투스카니가 유럽의 베이스이며 중동에는 두바이, 아시아는 홍콩과 마카오가 메인 데스티네이션입니다. 북미 역시 미스터 류의 활동지역 외에 페블비치, 버뮤다, 팜비치가 있고, 남미에는 세인트바트, 바베이도스가 세컨드 홈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역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500명 만 가입되어 있는 슈퍼리치 골프사교모임에 정식으로 회원가입을 요청받았다.

그것도 클럽 회장이 집적 부산까지 날아왔다.


“가입서류 가져 왔습니까?”

“.....예?”

“가져오세요. 서명하게.”


류지호는 선밸리 컨퍼런스 외에도 북미 상위 1% 사교모임 여러 곳에 가입되어 있지만, 유럽 사교모임에는 약한 편이다.

이든클럽은 설립된 지 오래 되진 않았지만, 유럽과 중동 멤버들이 화려한 편이다.

스코틀랜드의 고성 '피토미 성'에서 휴양,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CC 언제든 예약 가능, 특급호텔 수준의 럭셔리 호텔, 리조트 제공, 독수리 사냥, 요트 파티, 갤러리 사전 전시 초대 같은 것들은 류지호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다만 클럽이 유럽과 중동 부자들과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12만 달러(입회비)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매년 내는 5,000달러도 껌값(?)이고.

비서실에서 회원가입신청서를 신속하게 검토한 후 류지호가 시원하게 서명했다.

입회비도 바로 입금했다.

류지호가 이든클럽에 가입했다는 사실은 비밀에 붙여졌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그 속담처럼, 어떻게 알았는지 가온복합단지를 방문했던 유럽 쪽 VVIP들이 자신의 나라로 떠나기 전에 찾아와 유럽에서의 파티 및 골프 라운딩을 앞 다투어 제안했다.

베니스영화제, 스페인 국왕 훈장, 이든클럽 정회원 가입으로 유럽 사교계에 한 발 더 들어가게 됐다.

암튼 류지호가 워낙에 거물들을 다수 초청해 떠들썩하게 되자, 부산에 초대형백화점이 들어섰다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알게 됐다.

계열사 아이콘스 스튜디오의 ‘또로로’ 캐릭터까지 개장식에 등장해 어린이들까지 관심을 보일 정도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온백화점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유치에 꽤나 속을 썩었다.

헌데 개장식을 몇 달 앞두고 글로벌 럭셔리 분야 독보적 1위 기업 LMCH의 명품 브랜드가 전격적으로 입점을 허락했다.

그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개장행사가 LMCH 브랜드의 선전장을 방불케 했다.

여성 초청객들이 LMCH 그룹이 보유한 수십 개 브랜드 중 하나를 걸치거나 애용하고 있는 모습이 방송카메라와 취재기자 사진에 찍혀 전 세계로 타진됐다.

LMCH 그룹에서는 여동생 류아라, 예비신부 레오나가 착용하고 있는 자사 브랜드 귀금속 액세서리를 촬영해 아시아판 신문들에 제공하는 마케팅을 재빨리 전개하기도 했다.

류지호는 일부러 LMCH 그룹의 고급 시계브랜드를 착용했다.

VVIP 초청객들은 류지호가 선물한 무또샹동의 와인을 한 병씩 챙겨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사례금 대신 맞춤형 선물을 초청객 품에 안겨 돌려보낸 것이다.


“뜻밖의 계약?”

“보스의 부름에 아무 생각 없이 왔다가 수십 장의 MOU 계약서를 가지고 돌아가게 생겼습니다.”


DALLSA Corp.과 JHO 계열사 몇 곳이 일본과 중국 방송국과 MOU를 체결했다.

설령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유니벌스뮤직그룹 또한 의외의 수입을 거뒀다.

지난 7월 발매한 2장짜리 CD앨범 ‘The Essential Mikey Jackson’의 전 세계 판매량이 방한 기간에 갑자기 늘어났다.

마이키 잭슨의 소년시절부터 2001년까지의 대표곡을 모은 베스트 앨범이었는데, 네버랜드에서 칩거 아닌 칩거 중이던 마이키 잭슨의 오랜만의 외출이라 팬들의 관심이 일시적으로 폭증하면서 덩달아 앨범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물론 유니벌스뮤직그룹의 대대적인 마케팅이 주요하긴 했지만, 부산 나들이가 전 세계 주요 언론을 수놓게 되면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크게 작용했다.

MJJ Music은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발표를 하고, 월드투어에 대한 여지를 풍김으로써 미디어 홍보를 지원했다.

전야제까지 포함해 단 이틀에 걸친 행사였을 뿐이지만, 꽤나 떠들썩했다.

모든 뉴스의 중심에는 류지호가 있었다.

그로인해 새로운 별명도 하나 생겼다.


아시아의 태양.


어둠을 밝히는 별도 달도 아니고, 모든 걸 태워버릴 뜨거운 태양이란다.

그것도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이미 떠 있는 태양이라나.

처음으로 별명을 붙인 곳은 대만의 언론이었다. 한중일 삼국의 각종 여성지와 연예면은 예비신부 레오나 파커의 기사로 넘쳐났다.

한편 JHO Company Group 최고경영자들도 많이 입국했는데, 방한 기간 한국의 재계인사들과 연쇄적으로 회동했다.

JHO 부회장 겸 Timley 회장 샘 리버먼은 가온그룹의 사내 강연무대에 서기도 했다.

강연에서 90년대 Timely의 혁신과정을 들려주었다.

암튼 류지호는 가온복합단지 개장 전야행사부터, 개장, 멀티플렉스 시연,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 TV출연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한 숨 돌리던 차에 부산지역 다선 의원과 시장, 부산영상위원회장,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HFP(할리우드필름포스트) 사장이 찾아왔다.


“포토캠이요? 잘 알죠.”


부산영상위원회장이 다소 들뜬 얼굴로 말했다.


“BIFCOM에 참석했을 때 해외총괄이 그런 제안을 하더군요.”


류지호는 시큰둥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직전에 열린 BIFCOM(부산국제필름커미션·영화산업박람회)에서 LA에 거점을 두고 있는 세계적인 필름현상소 포토캠이 아시아 진출을 염두에 두고 부산시에 영화후반작업 기지 구축 사업을 제안했단다.

할리우드 대형 필름현상소가 부산에 들어올 의향이 있음이 알려지자, 국내 디지털 색보정(DI) 분야 선도업체 중 하나인 HFP가 동참을 선언했다.

때마침 충무로 1위 조명렌탈업체도 부산 사무소를 열었다.

특수촬영, 세트, 소품 업체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부산 지역에 보조출연업체와 매니지먼트까지 생겼다.

이에 고무되어 할리우드의 포토캠, 충무로의 HFP, 부산영상위원회가 주축이 된 부산 영화 후반기지 구축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거기의 화룡점정이 WaW 엔터테인먼트다.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사업성공의 보증수표였으니까.


“<스타워즈 Ⅱ>가 현상 과정에서 유출되는 등, 보안 문제로 인해 미국 직배사는 한국에서 프린트를 뜨지 않고 있습니다. 현상, DI, CG 등 후반작업의 전반적인 공정에서 기준점 없이 들쭉날쭉 하죠. 포토캠의 참여로 국제적인 기준이 적용될 부산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지가 될 겁니다. 부산이 지금껏 쌓아온 아시아 영화 기구·업체와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아시아와 일본의 시장도 잠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업에서 전문위원으로 위촉된 HFP 이사가 힘주어 말했다.

그는 부산이 세계적 수준의 영화산업도시로 거듭날 것이란 확신에 차 있었다.


"포토캠의 지분 참여를 위해 업체를 끌고 부산에 내려올 생각입니다. 부산이 충무로를 대신해 국제적인 비즈니스와 표준화된 시스템을 이끌 새 포스트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HFP 이사는 포토캠과 자신이 소속된 포스트프로덕션 업체의 조인트 벤처 추진계획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류지호는 이전 삶의 기억을 쥐어짰다.

자세한 내막은 기억에 없지만, 어슴푸레 얼마 안 가서 사업이 좌초되었던 것 같았다.


“여주군, 양수리도 멀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충무로 사람들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이 부산까지 내려온다고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장밋빛 청사진이다.

충무로의 젊은 포스트프로덕션 전문가들이 꿈꾸는 부산영화후반작업기지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작업한 뉴질랜드의 TreeWeta같은 종합적인 후반기지다.

경기도 여주에 이미 그 보다 좋은 종합스튜디오가 존재했다.

부산까지 올 이유가 없다.


“WaW를 포함해 메이저 영화사들은 뭐랍니까?”

“....차차 설득해 보려고 합니다.”

“차라리 부산이 아니라 HFP가 여주로 오면 어때요?”

“....!”

“할리우드가 왜 할리우드가 되었을까요?”

“....”

“할리우드의 터를 닦은 것은 메이저 스튜디오지요. 자연스럽게 감독, 배우, 스태프가 모여들었습니다. 과거에는 포스트프로덕션을 스튜디오 자체적으로 해결했어요. 그러다 세분화 전문화를 거쳐 지금의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고.”


영화작업 기지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순서가 있다.

일반적으로 포스트프로덕션 분야가 가장 늦게 들어간다.

무엇보다 자본의 움직임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 내 다른 주, 호주, 캐나다 등으로 할리우드 영화 프로덕션이 이동하는 것은 막대한 세금 감면 혜택 때문이다.

류지호를 찾아온 야심만만한 청년들은 그런 방식을 거꾸로 하겠다는 것이다.


“양수리 종합촬영소나 무비아트서비스를 부산으로 옮겨올 수 있어요? 시장님의 정치적인 역량으로?”


부산시장으로서는 섣불리 장담을 할 수가 없었다.

부산지역에서나 목에 힘을 주지, 벗어나면 널리고 널린 고위 공무원 중에 하나일 뿐.

그 같은 정치력이 있을 리가 없다.

함께 온 다선의원 역시 뒤로 온갖 이권을 챙기기 바쁘지 정치력이 있는 국회의원은 아니었다.


“참고로 여주종합촬영소는 못 움직입니다. 이미 20년 플랜이 마련되어 있어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해요.”

“현재 부산에도 촬영소가 있습니다.”

“겨우 사운드 스테이지 2개로요?”

“차차 늘려갈 생각입니다.” “적어도 무비서비스나 BS, 필름박스 정도의 메이저가 부산에 터를 잡아야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면서 영화도시 토대가 만들어 집니다. 후반작업 기지요? 일본 물량을 당겨온다고요?”


여주의 WaW종합촬영소가 외국영화 몇 편의 포스트프로덕션을 했다고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작정하고 사기 치는 인간도 문제지만, 뭘 모르고 나대는 것도 문제다.


“도쿄다카라 스튜디오 가봤어요? 일본은 현재 오리지널 영화시장이 망한 거지 일본영화계 인프라나 포스트프로덕션 퀄리티까지 망한 건 아닙니다. 일본도 디지털 포스트프로덕션 퍼포먼스 금방 올라옵니다.”

“중국은 충분히 노려볼만 하지 않겠습니까?”

“서울과 여주가 부산보다 중국과의 접근성에서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국제영화제 도시와 영화산업 기지는 개념이 다릅니다.”


부산시장은 큰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했다가 실망만 안고 가게 생겼다.

류지호는 이들에게 대안을 하나 제시했다.


“부울경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장들이 똘똘 뭉쳐서 영진위 종합촬영소부터 부산으로 이전시키는 걸 추진해 보세요. 민간 부분은 쉽게 안 올 테지만, 적어도 메이저 영화사 한곳 정도 본사를 이전시켜야 합니다. 프로덕션 오피스 정도가 내려오면 영화 후반작업 기지 안 됩니다. 수도권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데 부산까지 올 사람 없지요. 부산이 타 지역에 비해 촬영지원이 좋아 촬영을 하러 내려오면 몰라도.”

“센텀시티에 의장님 미국 회사들이 입주하게 되면....”

“Eye-MAX DMR 사무실은 WaW종합촬영소에서 하겠다고 하네요.”


아시아 영화의 Eye-MAX DMR은 여주 가온타운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게 된다.

추후 새만금에 아리울이 들어서면 이주할 계획이다.

센텀시티 가온복합단지에는 카메라와 장비 총판만 입주가 예정되어 있다.

가온그룹 산하에서 센텀시티에 둥지를 트는 것은 프로덕션 오피스, 다솜방송 지점 정도다.


“.....”


큰 기대를 품고 류지호를 찾아왔던 사람들이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갔다.

납득이 가는 사업에서는 얼마든지 호구가 되어줄 의향이 있었다.

깜도 안 되는 걸 가져오면 이기적이고 못된 행동을 하는 진상이 되는 것이 류지호다.


“무주에 잠시 들릅시다.”


새만금간척지에 들렀다가 서울로 가려던 일정이 급하게 변경되었다.

스키시즌을 맞이해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무주리조트에서 죽마고우 황재정과 마주했다.


“부산에 왜 안 내려왔냐?”

“팀장 주제에 어딜 가?”

“아직도 삐져 있냐?”

“후우. 지호야.”


황재정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좌천 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신사업으로 발령을 내겠다는 건데. 그러면 좌천이 아니게 되잖아.”

“너한테 막중한 임무를 부여한 것도 아니고 문지열 사장 수발들라는 건데 그게 복귀로 들렸냐?”


올해 첫 국회 회기에서 ‘새만금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했다.

시행령이 공포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새만금프로젝트는 가온그룹의 사운을 건 사업까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미래 먹거리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책임자에 류지호의 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문지열 전략기획실장을 앉혔다.

문지열이 초대형 프로젝트를 어떻게 지휘하는지 곁에서 수행하면서 배우라고 그의 비서실장으로 황재정을 보낼 계획이다.

문지열의 빈자리는 감사업무를 주로 수행했던 경영진단팀장을 승진시키기로 했다.

의장비서실에서 문지열과 김우영 다음으로 많은 부분을 꿰뚫고 있는 인물이다.

공석이 된 경영진단팀장은 대유증권을 거쳐 대학교수와 재정부 차관을 지낸 바 있는 인물이 새롭게 합류할 예정이다.


“25년 간 21조가 들어가는 사업이라며?”

“인프라만 그 정도고. 신도시와 테마파크 포함하면 그 몇 배는 들겠지.”

“.....”

“왜, 하기 싫어?”

“내가 다시 그룹의 막중한 사업에 들어가도 되나 싶어서....”

“그래서 본사가 아니라 지방에 계속 놔두는 거 아냐. 문지열 사장도 불평불만 하나 없는데 시골구석에 처박혀 있는 자식이.... 뭐 느끼는 거 없냐?”

“알겠어.”

“JHO와 가온 사이에서 네가 조율을 잘해야 할 거야. 불러들이고 싶은 직원들 고민 미리미리 해 둬.”

“고맙다. 열심히 할 게.”

“래리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해. 난 아직 화 안 풀렸으니까.”

“미안하다.”


어딘지 풀이 죽어 있는 친구의 모습이 썩 보기 좋지 않았다.

저러다가도 새만금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면 금방 기운을 차리게 될 터.

머리를 충분히 비웠으니 이젠 굴릴 차례다.


“무주에 조성되는 태권도 성지는 어떻게 한대?”

“태권도진흥재단인가가 설립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나봐. 내년에 전북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 중심으로 법률을 발의할 거래.”

“본격적인 사업 시행은 2~3년 걸리겠네?”

“태권도 성지 사업에는 안 들어가?”

“그냥 태권도하는 사람으로 개인 기부나 좀 하려고.”

“가온이 그것까지 묶어서 사업을 펼치며 시너지 효과가 클 텐데?”

“6,000억짜리 사업이야. 온갖 잡놈들이 다 끼어들 걸? 난 국고 들어오는 사업은 별로야. 괜히 잡놈들 끼어들어서 골치만 썩지.”


피식.


친구는 여전했다.

남들은 국가보조금이니, 온갖 혜택을 누리며 사업을 하고자 애를 쓴다.

소위 눈 먼 돈 차지하려고 발악들을 한다.

헌데 잡놈이 끼어드는 것이 싫다면서 대형 프로젝트도 그룹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심지어 은행권 대출이나 채권 발행도 최소화하면서.

냉정하게 보면 사업 진짜 못하는 스타일이다.

주식회사는 세금 때문에라도 온갖 명목으로 비용을 처리하고 부채를 발생시켜 장부상 수익을 줄인다.

그런데 류지호는 두 그룹의 부채비율에 매우 예민하게 군다.

자기자본가지고 투자하고 시행 초기에는 긴가민가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대박이 터진다.

요상한 경영기법이다.

자신이 아는 어떤 경영이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정경유착 없이 10대 기업으로 키워놓은 것 역시 기적에 가까웠다.

세계 어디나 사업을 하면서 로비와 뇌물이 없을 순 없다.

선진국에서도 공식적인 로비자금 외에 급행료조로 어느 정도 기름칠을 해야 할 때가 많다.

한국은 뭐 하나 하려면 사방에 기름칠을 해야 한다.

암묵적으로 직업이나 지위에 따라 뇌물 가격대까지 정해져 있다.

가온그룹이라고 해서 뇌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허가 하나 받는데 6개월 심하면 몇 년이 걸리면 안 되니까.


‘자기만족일지도.....’


권력과 결탁하지 않고, 어떤 특혜도 없이 사업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세계적으로도 수위에 드는 슈퍼리치의 고집일지도 모르겠다고 황재정은 생각했다.


“암튼 따라 와.”

“어딜?”

“새만금에 한 번 가보려고. 정 사장에게 이야기 해 놨어.”


얼떨결에 황재정이 새만금 수행단에 포함됐다.


✻ ✻ ✻


- 가장 긴 학살의 둑.


어떤 시인이 새만금 방조제를 두고 표현한 말이었다.

과연 새만금은 탐욕이 낳은 학살의 현장일까.

곡창지대인 전라북도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바다를 상대로 한 끝없는 싸움과 간척의 증거다.

한반도는 수백 년 전부터 바다를 메워 지형을 바꿔왔다.

사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이레적인 것도 아니다.

새만금 사업의 원래 목표는 내부 개발까지 2004년에 끝낸다는 것이었다.

그랬던 사업이 4번째 대통령에게까지 넘어왔다.

지난 대선에서 거대 양당 후보는 새만금간척사업 민간주도 공약을 내놨다.

대통령이 된다면 새만금을 본격적으로 개발하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비로소 지켜지게 됐다.

토지이용계획이 확정되고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내년 상반기부터 1억2,100만평(서울시 면적의 2/3)의 간척지를 얻기 위한 대규모 간척사업이 본격화 된다.

수질보전에는 문제가 없으며, 경제성도 충분하다는 그동안의 주장을 입증해야할 책임은 정부의 몫에서 가온그룹(JHO 컨소시엄)으로 넘겨졌다.

물론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고, 법정다툼도 마무리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온그룹은 외부적인 방해요소와 상관없이 차근차근 사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투타타타타타.


새만금간척사업지 상공에 가온그룹 소유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조종사를 제외하고 류지호와 문지열 두 사람만 탑승해 있다.

무려 4만100㏊의 바다가 내해로 바뀌는 역사의 현장이다.

내년 상반기에 방조제가 완성되면 바다와 육지를 합친 면적이 410㎢(1억2,400만평)에 달해 서울의 2/3, 여의도 면적의 140배인 2만8천300㏊의 토지(간척지)가 조성된다.

또 담수호(혹은 해수) 1만1천800㏊가 새로 생기게 되고, 곡창지대인 김제·부안·정읍·익산 등지의 홍수 피해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후웁.


헬기에서 보이는 거대한 간척지를 눈에 담은 류지호가 가볍게 호흡을 골랐다.


- 영화나 열심히 하지 개발사업에 맛이라도 들였냐?


미국과 한국의 호사가들이 쑥덕거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Playa Vista와 미추홀 파크, 텍사스 베이타운 유휴지 개발사업을 연달아 벌이고 있으니 그런 소리가 나올 법도 했다.

한국의 가온그룹은 성수동에 이어 상암동에 본사사옥을 준비 중이다.

류지호가 소유한 두 그룹 모두 미디어기업임에도 대규모 개발사업에 진심이다.

사실 한국과 미국의 두 그룹은 돈을 벌 줄만 알지 쓸 줄 몰랐다.

벌어서 유보금으로 놔두느니 부동산 자산으로 묵혀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각종 개발사업에 대해 쑥덕거리든, 억측을 양산하든.

류지호는 개의치 않았다.

앞으로 15여 년 간 세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세세한 트렌드를 모두 꿰고 있진 않지만, 커다란 흐름은 대체로 기억하고 있다.

새만금은 겨우 몇 조 벌자고 벌이는 개발사업이 아니다.

신도시 아리울은 가온과 JHO의 미래 먹거리 사업의 본산이자 테스트베드가 되어야 했다.

혹시나 닥칠 수도 있는 세계적인 펜데믹까지 염두에 두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도시기반 시스템까지 적용시킬 계획이다.


- 지상으로 내려 가 봅시다.

- 옛설!


드넓은 간척지 상공을 비행하던 헬기가 계화면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내려앉았다.

대기하고 있던 SUV로 갈아탔다.

일행을 태운 SUV가 과거에는 섬이었던 계화산으로 향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서 류지호와 수행원들이 금방 주봉에 올랐다.

주봉인 매봉에는 1995년에 복원한 봉수대가 있다.

그 외에는 관리가 되지 않아 황량했다.


“....!”


넓디넓은 그리고 압도적인 장관이 류지호의 눈앞에 펼쳐졌다.

넓은 계화 평야와 새만금, 변산까지 우러러 보였다.

날씨가 맑아 저 멀리 군산시도 선명하게 보였다.

브리핑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던 새만금개발유한회사 임직원들이 일제히 인사를 해왔다.


“고생이 많아요.”


류지호는 일일이 악수를 건네며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런 후 매봉 끝자락으로 걸어가 새만금간척 예정지를 눈에 담았다.

멀리서 봐도 아름다운 섬들인 고군산군도가 류지호의 눈에 들어왔다.

정면은 온통 바다다.

지금보다 많은 사람이 섬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었을 때 이 산 위에서 보이던 풍경은 어떤 것이었을지 갑자기 궁금해 졌다.


“돌탑 위에 올라가서 보시면 더 장관입니다. 의장님.”


새만금개발유한회사의 고위 간부로 보이는 이가 직원들에게 사다리를 구해오라고 지시했다.

류지호가 만류하고 나서야 헐레벌떡 뛰어가던 말단직원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문 사장.”


새만금개발유한회사 사장 문지열이 얼른 곁으로 다가왔다.


“완전히 복원된 것이 아닌가 봐요?”


류지호가 매봉 정상을 손으로 가리켰다.


“봉수탑만 어찌어찌 복원이랍시고 해놓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간척지에 JHO Worlds가 들어서면 이곳이 포토존이 될 것 같은데.... 문 사장이보기에 어때요?”

“예. 변산반도 쪽보다 더 전망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복원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내일 직원을 보내서 부안군과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안군이라고 왜 제대로 하고 싶지 않았을까.

예산이 없어서 못한 것이다.

이전 삶에서 잼버리가 열렸던 구역을 포함해 일대가 모두가 아시아 최대 테마파크와 호텔 및 리조트가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계화산은 변산 못지않은 명당이 될 터.

계화면의 땅값이 들썩들썩 할 것이다.

물론 계화면의 90% 이상이 농지이긴 하지만.


“......!”


류지호는 매봉 끝자락에 가만히 서서 새만금 일대를 한참동안을 쳐다봤다.

그의 뒤로 문지열 사장과 황재정이 나란히 섰다.

두 사람은 류지호의 원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현해줄 핵심 측근 중에 측근이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62 터무니없는 목표! (1) +4 23.11.03 2,088 97 24쪽
661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3 23.11.02 2,069 95 26쪽
660 한국영화의 복덩인지 골칫거리인지.... (2) +7 23.11.01 2,020 102 26쪽
659 한국영화의 복덩인지 골칫거리인지.... (1) +3 23.10.31 2,000 101 25쪽
658 모두 분발하세요. +4 23.10.30 2,008 104 22쪽
657 하고 싶은 영화 다 합시다! (2) +8 23.10.28 2,085 100 25쪽
656 하고 싶은 영화 다 합시다! (1) +6 23.10.27 2,049 97 25쪽
655 기업가의 애국이 별 건가? (2) +5 23.10.26 2,114 95 26쪽
» 기업가의 애국이 별 건가? (1) +4 23.10.25 2,102 105 24쪽
653 세계적인 명사(名士)잖아요! (3) +7 23.10.24 2,177 112 25쪽
652 세계적인 명사(名士)잖아요! (2) +5 23.10.23 2,075 107 23쪽
651 세계적인 명사(名士)잖아요! (1) +6 23.10.21 2,180 112 26쪽
650 La fenice. +5 23.10.20 2,126 100 27쪽
649 이 정도인 줄 몰랐어. +2 23.10.19 2,146 100 23쪽
648 코리안필름 뉴에이지. (4) +8 23.10.18 2,046 103 25쪽
647 코리안필름 뉴에이지. (3) +7 23.10.18 1,902 90 23쪽
646 코리안필름 뉴에이지. (2) +5 23.10.17 2,041 91 26쪽
645 코리안필름 뉴에이지. (1) +4 23.10.16 2,172 94 23쪽
644 도대체 얼마나 갑부인 거냐? +4 23.10.14 2,268 104 25쪽
643 군계(軍鶏). (11) +4 23.10.13 1,960 102 26쪽
642 군계(軍鶏). (10) +3 23.10.12 1,938 93 24쪽
641 군계(軍鶏). (9) +6 23.10.11 1,911 101 25쪽
640 군계(軍鶏). (8) +5 23.10.10 1,925 96 26쪽
639 군계(軍鶏). (7) +5 23.10.09 1,909 92 24쪽
638 군계(軍鶏). (6) +6 23.10.07 2,037 92 25쪽
637 군계(軍鶏). (5) +4 23.10.06 2,047 92 25쪽
636 군계(軍鶏). (4) +6 23.10.05 2,040 91 25쪽
635 군계(軍鶏). (3) +7 23.10.04 2,074 89 24쪽
634 군계(軍鶏). (2) +5 23.10.03 2,087 87 27쪽
633 군계(軍鶏). (1) +4 23.10.02 2,372 100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