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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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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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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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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5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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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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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자
26쪽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 까불지 마라. 걸리면 다 죽는다 생방송에서 협박함^^

└ 협박 안 했습니다. 다 같이 반성하자고 해ㅆ죠.


- 수상소감이 아니라 마치 가르치려는 것 같아 불편했음.

└ 멋있기만 하구만 맨날 누구 고맙다면서 이름만 늘어놓다가 무대 내려가는 게 재밌음?

└ 미국물 들었다고 대놓고 잘난 척

└ 좀 재수없어 보이김 함^^

└ 다른 수상자들보다 시간을 엄청 잡아먹음 본인 스스로 불공정을 보여주심

└ 김혜주 누님도 가만 있드만 니들이 뭔데 따짐

└ 김혜주가 진리냐?

└ 김혜주랑 류지호랑 사회 받으면 좋겠음 둘이 잘 어울릴 거 같음

└ 류지호가 한국 시상식에 참석해 주는 거 고마워해라


- 뒷담화하는 것보다 저렇게 대놓고 까는 것이 용자 아님?

└ 저렇게 말하는거 자체가 지 얼굴에 침뱉기

└ 한심하네요 뭘 알고나 좀


- 누군지 모르겠지만 뜨끔하겠네

└ 님 누구인지 모름?

└ 누구임?

└ 알만한 사람은 다 암

└ 그러니까 누군데?


- 수상 소감이 국회의원 출마 선언인 줄.

└ 류지호 이룰 거 다 이뤘는데 드디어 정치판 가나?

└ 아직 칸 영화제 남았음

└ 개나 소나 칸 가는 줄 아심 어리석은 중생들....

└ 윗님 류지호는 페가수스입니다

└ 누런 페가수스도 있냐

└ 인종차별 노노 신고 들어갑니다

└ 백마 타고 다닌다며^^

└ 윗님 빨리 지우세요 바로 고소들어 갑니다

└ 맞음 가온 홍보팀 얄짤 없음 콩밥 먹기 싫음 빨랑 지우셈


- 읭? 류지호 국회의원 나가나요?

└ 미쳤음? 미국 국회의원이라면 몰라도 한국 국회는 안 감


- 피해 당사자 아닌 이상 이런 카더라는 못믿겠습니다!

└ 들어보니 알겠던데. 직장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예요 그냥 넘어가면 일이 너누 부풀려ㅈ있다라구요

└ 정말 동감합니다 직장뿐만 아니라 모든 환경에서 거의 그런 듯


- 양쪽 말 다 들어보지 않는한 진실은 모르는 법. 저 말이 지어낸 말인지 아님 진짜 인지 누가 암. 걍 다 자기입장에서 유리하게 얘기하니까

└ 이말이 제일 개인적으로 맞는말 같네요 양쪽 이야기 다들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법

└ 정말 맞는 말이네요 자기불리한건 빼고 자기 유리한 것ㄴ 얘기하죠 그걸 진실이라고 믿는 어리석은 것들


- 지호야 항상 힘내 응원할게

└ 아라냐? 너 요새 이태원에서 자주 본다

└ 류아라 이태원 클럽에서 놀아요? 거기 어딘지 좀

└ 안 알려줌

└ 난 백마탄 왕자!!!! 류아라는 내 아내가 될 사람입니다

└ 병신 발 딱고 어여 잠이 자


- Yo! J! Ho!

└ 딱 보니 류지호 팬클럽


시상식이 끝나고 한참 동안 각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이 오래 지속되었다.

유감스럽게도 류지호가 제기한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먼저 류지호에게 할당된 수상소감 시간.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대로 꼬투리 잡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응도 많았다.

정작 가장 큰 갑론을박은 수상 소감 스타일이었다.

보통 수상소감은 누구누구 감사하다,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하는 식이다.

황강수 배우의 수상소감이 그래서 더욱 돋보이는 면이 있었다.

한국의 정서상 배우나 감독이 사회 문제를 거론하거나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은 금기다.

그런 분위기에서 류지호는 감사표시는 최소화 하고 자신의 주장을 폈다.

신선하다는 평가부터 미국 흉내쟁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류지호는 연말자선행사에 참석했다.

날파리떼처럼 기자들이 달라붙어 마이크와 소형녹음기를 들이댔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자들이다.


“산업화로 가더라도 윤리의식과 직업의식은 매사 점검해야겠지요.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추후 후유증이 생길 것 같아서 다 함께 점검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류지호가 지적한 영화계 문제들을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이 파헤쳤다.

쉽지 않았다.

수사기관의 조사도 아니고, 언론 취재에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자칫 영화계에서 매장당할 수도 있으니까.


- 처음 멋도 모르고 연기를 하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크랭크업하고 한 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방법도 몰라서 어쩔 줄 몰랐을 때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 자기도 미국 정신과 전문의를 정기적으로 만나 상담을 받고 있다고. 정신노동의 후유증은 육체노동처럼 즉각적으로 고통이나 이상이 감지되는 것이 아니라서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구요. 그래서 영화가 끝나면 의사선생님 만나서 상담도 받고 수면치료 받고 그래요.


송라원이 씨네마21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었다.

춘사영화상 시상식에서 류지호가 언급한 배우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이라면서.

이후 매니지먼트 CHAN의 톱배우들도 불면증이나 공황장애 초기 치료를 받고 있음을 밝혔다.


“배우뿐만 아니라 창작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영혼에 상처를 내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불행하게도 한 번 상처 난 영혼은 복구가 되지 않지요. 최악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라도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도와야 합니다. 배우들에게 따뜻한 한 마디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인기로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게 불면증은 기본옵션이다.

불면증이 난치병인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다.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다는 수면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 약물에 의존하게 되면 만성불면증으로 진행된다.

치료에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했다.

장기적인 수면제 복용의 부작용도 문제가 된다.

물론 모든 연예인이 불면증을 겪지는 않을 터.

배우들은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다.

때로 운동부족을 겪기도 해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어쨌든, 류지호의 수상 소감으로 인해 한국 연예인들의 정신적 고통과 고충이 다시금 조명되었다.

유명인에 대한 인터넷 악성댓글에 대한 문제 역시 부각되었다.


[요즘 연예계 안팎이 시끄럽다. 영화계를 넘어 대한민국 연예계 전반을 뒤흔들 수도 있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간 연기자의 투혼과 열정으로만 포장이 되어있던 에피소드가 실제로는 영화 제작 현장에서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사전 안내도 없었고, 소속사의 보호나 연기자의 적극적인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매우 위험하고 수치심을 유발하는 장면'을 제대로 된 안전장치 하나 없이 촬영을 강행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나 신인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배우에게는 '리얼리티'와 '완성도'를 내세우는 감독의 요청이 사실상 '명령'에 가까웠을 거라는 점에서는 일종의 문화권력에 의한 폭력이나 마찬가지다. 성희롱과 추행 역시 자연스럽게 자행되고 있는 것도 놀라운데 성폭력, 성상납이 만연하다는 점에서 더욱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 겨레일보.


"배우는 '연기'하는 사람이다. 온갖 상황과 감정에 몰입하고 빠져나오고 전체와 부분을 놓고 정밀하게 계산도 해야 한다. 진짜 위험에 빠트리고 진짜 모욕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면 제발, 다큐를 만드시라. 내 안전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긴장한다. 몰입할 수 없다. 결국 영화를 망치는 길이다."


영화계 내부에서 강성인 것으로 알려진 중견배우가 공개적으로 일침을 놓았다.


- 000 감독님, 다신 영화하지 마세요.


- 예술을 가장한 배우와 엑스트라 학대는 금지되어야 한다.


- 우리나라 법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거냐?


- 진짜를 하고 싶으면 배우를 왜 쓰지? 그냥 실제 사건을 카메라로 찍으면 되잖아.


- 그걸 열정이니 진정성이니 뭣 같은 수식어 붙이면서 감독의 끔찍한 행태 미화하는 거 너무 소름.


- 류지호가 까발린 거 맞냐 그냥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드만

└ 그러게. 화끈하게 누가 문제인지 말했어야지

└ 피해자 보호하기 위해 그랬다잖아.

└ 그냥 의혹 아님? 류지호는 한국에 있지도 않는데 뭘 알겠음

└ 그런 얘기 충무로에서 아무도 못 꺼냄. 류지호니까 생방송에서 대 놓고 까발린 거임.


- 요새는 배우가 갑입니다. 탑급 감독 아니면 배우들에게 쩔쩔맴.


- 이번 기회에 성성납한 연예인들 다 밝혀보자

└ 너 같은 인간 때문에 못 밝혀 얼마나 댓글을 싸지르려고?

└ 맞음. 댓글 다는 인간들 때문에 함부로 까발리면 안 됨.

└ 마년 사냥 노노

└ 마년은 모냐?└ 루머 생산자 다 잡아서 입을 꼬매야 함


- 바우영화사에 비공식적인 민원센터 있음. 거기 신고 엄청 들어간다고 함.

└ 맞아요 일종의 영화계 신문고

└ 바우가 공공기관도 아닌데 왠 오바임.

└ 좋ㅇ일에 오바하면 안돼? 왜 삐줄어졌냐 너!


- 그 여배우 누구냐?

└ 알아서 뭐하게?

└ 가만히 당하고 있을 법 하진 않은데여? 어디서나 사회는 그런면이 있게 마련이죠 여배우들이라면 더심할 수도 있을 듯해여

└ 못생긴 감독이 감독 지위 내세워 여배우 추근대는 것도 다반사임

└ 거기서 외모가 왜 나옴?

└ 그냥 대놓고 모텔 가주면 주인공 주겠다는 쓰레기도 많음

└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당하지 않나?

└ 공론화 류지호가 촉발했음 누가 개기겠음. 찍소리도 못함

└ 이미 찔리는 인간들 은폐모드 켰다고 함


- 배우뿐이 아니라 스태프들도 엄청 힘든 것이 영화판임.


- 요즘 시대에 그런 일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니

└ 요즘 시대 미래 시대 그런 거 없음. 충무로는 이미 속이 썩었음

└ 이번 기회에 다 까발려서 벌을 받게 해야지

└ 류지호가 그랬잖아. 당사자들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고

└ 왜 없어?

└ 일 끊기면 누가 책임지는데 류지호가 그사람들 다 먹어살리냐?


- 바우는 남들 스탭 돈 후려칠 때부터 최대한 챙겨줬다고 함. 충무로에서 바우는 공공의 적임. 막 퍼주니까.

└ 님. 바우 아니고 와우라고 읽습니다.

└ 와우는 게임 아님?

└ 와우도 류지호 회사 꺼 Snowstorm 크~ 존나 다 가졌어


- 존나 신처럼 떠받드네. 류지호가 니들 먹여살리냐?

└ 미친놈. 영화계는 이미 류지호가 먹여살린다. 뭘 모르면 짜져 있어

└ 오바 좀 하지마. 뭘 류지호가 먹여살려.

└ 맨날 국내 뉴스만 보지 말고 외국 신문 좀 읽어. 북미 곰 극장체인 매출이 3위다. 전세계적으로 5위 정도 하고. 알고 좀 까.


- 내 사촌형이 영화 스탭인데 일년 내내 와우 영화만 작업하고 싶다고 자주 말했음.

└ 그래봐야 스탭 처우 개판. 쌍욕에 급여 수준이 거의 노예

└ 언제적 얘기하심?


- 영화 현장에서 일 안 해본 사람들은 아는척 말자. 류지호 감독님 10년 전부터 영화 노조 만들라고 주장했던 분이다. 빨리 만들지 않는다고 속터진다고 했고.

└ 어디서 포장질이야. 금방 뽀록 날 걸.

└ 내 지인 중에 영화 스탭 일하는 사람 있는데 류지호는 같이 일하는 스태프 막내까지 이름 다 기억하고 불러준다고 함 같이 맞담배도 피울 수 있는데 류지호는 담배 안 핀다고함 그냥 담배 피우는 사람보고 편하게 피라고 하심

└ 존나 귀여워

└ 팬클럽 등장


- 언제적 얘길 지금하지? 이제와서 ㅉㅉ 암튼 남 잘되는 꼴 못보는 인성하고는


- 아님 말고 이런식 진짜 세상이 참!!!


- 류지호가 인생 책임져줄 것 같냐는 말에 한마디 함. 연탄재 발로 차지 말라 홀랑 타서 사라지고 싶지 않으면

└ 고소 들어가나요?

└ 가온그룹 고소왕

└ 가온 댓글 감시단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조심해주세요 ^^


연예계 갑질.

어제오늘의 일도 아닐뿐더러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도 아니다.

블록버스터나 예산이 좀 센 영화는 해당 되지 않지만, 중저예산 영화에서 조연을 지원한 신인 여배우에게 옷을 벗거나 노출씬을 찍으면 주연급으로 올려주겠다는 제안이 심심찮게 들어간다.

아직까지 충무로에는 무(無) 계약서 관행이 존재했다.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배역을 따냈을지라도 계약서 작성은 없는 셈 친다.

즉, 출연료에 대한 공식적인 서류를 작성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출연료 미지급 문제 역시 고질적으로 남아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역 배우들은 근로 계약서 작성을 입에 올려 보지도 못한다. 

여배우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계약서 작성이 허술하다보니 자의적인 해석이 난무한다.

시나리오가 곧 계약서처럼 여겨지는 사안이 다반사다.

베드씬 계약을 하지 않았음에도 촬영 현장에서 은근슬쩍 강요당한다.

설득 과정을 거쳤다고 항변한다.

충무로 사람들은 다 안다.

사실상 협박이라는 것을.


"다시는 이 바닥에 발 못 붙이게 하겠다, 너 하나쯤 매장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다.“


문화계의 생태 구조는 ‘갑-을‘ 관계가 명확하다.

이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것은 ‘을’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설령 존재하더라도 법적 효용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갑‘이 휘두르는 행위는 어떤 ‘을’에게 밥줄이자 또 다른 ‘을’에게는 꿈이다.

‘을‘의 약점을 악용해 열정 페이를 동원하는 방식을 끊어내는 실질적인 장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당하는 사람 외에는 관심이 없다.

류지호는 WaW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나름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쉽지 않은 문제다.

피해 당사자가 영화계에서 불이익 받을 가능성 때문에 고소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서, 감독, 선배 배우에게 당한 부당한 일을 섣불리 알렸다가 연기 경력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심할 경우 생계가 곤란해질 수 있다.

WaW 엔터테인먼트가 관여하는 영화를 통해 생계를 유지시켜 줄 순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충무로에서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정신력으로는 버티지 못한다.

어떤 업계나 생태계를 좀먹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몇 가지 사례로 업계 전체를 일반화할 수도 없고.

근원을 단번에 제거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일이기도 하다.

90년대부터 연예계 성상납 수사와 처벌이 있었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다.

암튼 ‘미투운동’이 촉발되기 전에 류지호가 선제적으로 영화계 성(性) 비위를 던졌다.

누군가 처벌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배우와 스태프의 기본적인 건강과 생명에 대한 안전보장을 비롯해 인격침해 및 생계를 볼모로 잡는 감독이나 제작사의 ‘갑질‘에 대한 문제와 '리얼리티'와 '예술'의 본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논란으로 발전했다.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임시방편으로 봉합만 하다보면 결국 큰 병으로 도져 손을 대기 힘들어질 테니까.

추가적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또 대중문화계의 건전한 사회적 관계 조성을 위해서라도 ‘갑질’에 대해 명확하게 해 둘 필요가 있다.

류지호가 던진 화두가 급기야 경찰 내사로까지 이어졌다.

영화계 내에서 폭언, 폭력뿐만 아니라 성추행 및 성폭행, 갑질 행태에 대해서 대규모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3개월간의 실태조사 후 정식 수사로 전환할 것인지 검토할 계획이고 합니다.”


정보를 담당하는 조준열 실장이 류지호에게 보고했다.


“다른 대중문화계는 반응이 어때요?”

“방송계는 물론이고 연극계, 공연계, 심지어 문학계까지 덩달아 긴장하고 있습니다.”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충무로가 반으로 갈렸습니다. 의장님의 공개발언을 지지하는 쪽과.....”

“욕하는 쪽으로?”

“예. 왜 분란을 만들어 한창 분위기 좋은 영화계에 찬물을 끼얹느냐는 것이 주된 논리입니다.”

“따뜻할 때 찬물을 끼얹어줘야 빨리 햇빛에 젖은 몸을 말리지. 젖은 몸에 찬 물 부어서 얼어 죽일 일 있나.... 쯧.”


2007년부터 또 한 차례 위기가 찾아온다.

그때 이후 몇 년을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영화계 내부의 동업자 의식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고름이 깊어요. 짜내는 것이 좋습니다. 당장은 아프고 고통스럽겠지만.”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로 대형사건을 경찰 단독으로 수사하는 첫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경찰도 안 가본 길이라서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나래안전의 고위급 경찰출신들에게 변호사 자격증이 있거나 법률 지식을 갖춘 이들을 경찰에서 대거 채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내 의견을 전달해 줘요”

“예.”


적폐를 청산함에 있어서 언제나 구조와 시스템을 향해야 한다.

사람을 향하면 실패한다.

충무로에서 못 된 짓을 일삼은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도 뜯어 고쳐야 한다.

본인들로부터 나온 문제를 본인들 보고 해결하라고 하면 그냥 어영부영 덮어버리거나 흐지부지 될 뿐이다.

주로 행정이 그런 식이다.

구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영화판이 잘되고 돈도 많이 벌고 그러면 문제가 있더라도 모든 게 ‘문제없음’이 되어버린다.

충무로 사람들 특성이 그렇다.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영화산업이 활황을 구가하면 덮고 넘어갈 것이 뻔했다.


“그간 쌓여있던 것들이 곪아터진 질 때가 되기도 했어요.”

“맞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영화계는 외형을 키우는 데만 집착했습니다. 내부의 기형적 구조와 부조리를 외면했습니다.”


때가 되면 저절로 해결되겠거니.


“우리는 이미 IMF를 경험했어요. 성장과 발전만 바라보고 달려가다가 크게 걸려 넘어져서 큰 대가와 비용을 치러야 했죠.”


작품에서 약자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감독이 스태프에게 당연히 돌아가야 할 최소한의 급여를 후려친다.

언론 인터뷰에서 인권을 떠드는 제작자가 배우와 스태프의 인격을 짓밟는다.

정의를 부르짖는 대중예술가가 문화권력을 휘두르며 약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자신의 예술적 성취를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까지 무시한다.


“사실 지금도 늦었지만 이제라도 좋은 방향으로 나간다면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 훗날 좋은 열매를 맺게 할 토대가 될 겁니다.”

“예.”

“장문식 이사는 거칠었어요.”

“......”

“스마트하게 업무를 처리할 거라 믿어요.”

“신중하게 처신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조준열 실장이 한남동 집을 떠나갔다.

서재에서 각종 보고서를 검토하던 류지호가 늦은 저녁을 먹고 가족들과 집을 나섰다.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보신각으로 향했다.


“맷 머독하고 윌슨 피스크 중에 누가 좋아?”


식전행사를 지켜보던 류지호가 여동생의 물음에 대답했다.


“맷 머독이 좋지. 캐릭터 백스토리는 킹핀도 재미있고.”


윌슨 피스크(Wilson Grant Fisk).

킹핀(Kingpin)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Timely 세계관 속 빌런이다.

처음에는 <스파이더맨>의 빌런으로 등장했지만, 1970년대에 <데어데블> 시리즈로 스카우트 되어 이후로 데어데블의 최대숙적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빈민가에서 살아오며 헬스키친의 작은 갱단으로 시작해 도시를 점령한 입지전적 캐릭터다.

밑바닥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올라와 강대한 권력을 쥔 인물이다.

원작 코믹스 속에서는 자신의 본명조차 잘 언급되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조직을 통제하여 막후에서 자신의 뜻을 펼친다.

신사적이고 감성적인 모습을 보이며 연인에게 순애를 바치며 수줍어하는 일면을 지니고 있지만, 폭발하면 사람을 짓이길 정도로 야수성도 가지고 있다.

작중 내내 지략과 무력으로 데어데블을 여러 번 궁지에 몰 정도 매력적인 캐릭터다.

류지호가 기획한 ‘킹핀 유니버스‘의 <데어데블>, <아이언 피스크>, <퍼니셔> 세계관의 최종 빌런으로 등장하게 된다.


“큰오빠가 맷 머독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나름 노력하고 있어.”

“오빠는 한국영화판을 쑥대밭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려?”

“.....?”

“오빠가 쓴 <헬스키친>의 킹핀처럼?”


춘사영화상에서 촉발되어 영화계를 뒤덮고 있는 논란을 지적하는 모양이다.


“사랑과 미움은 종이 한 장 차이야.”

“집착하는 건 아니고?”


류지호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여동생을 쳐다봤다.


“연애할 때 상대방의 집착이 지나치면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막 사랑하는 사람을 망치려고 그러잖아. 해코지도 하고.”

“.....”

“오빠가 한국영화 구세주가 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 근데 요즘처럼 사람들에게 욕먹는 건 싫어. 비록 옳은 일이라고 할지라도.”

“인마, 댓글 좀 그만 봐.”

“어떻게 안 봐? 사람들하고 대화가 안 되는데.”

“포털의 댓글을 싹 없애던지 해야지 원...”

“안 돼. 이 악당아! 그것만큼은....”


이전 삶에서 악성댓글 때문에 포털사이트가 댓글 기능을 폐쇄하는 강수까지 두었다.

인터넷 댓글을 공론의 장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실제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이용자는 극소수다.

인터넷상에서 드러나는 댓글의 가장 큰 문제는 소수가 다수인 양 의견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포털뉴스 댓글이 공론이라고 한다고 하더라도 대의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한 표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인데, 댓글이나 커뮤니티 등의 문화는 이런 취지를 쉽게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류지호는 양대 포털사이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다.


“내가 없애고 싶다고 없어질까?”

“으으... 왠지 오빠는 가능할 것 같아.”


하하.

류지호가 웃으며 동생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언젠가부터 머리를 허락하지 않는 여동생.


“하지마!”

“아휴,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엄마가 키웠지 뭘 오빠가 키워!”

“내가 다 잘 됐는데, 단 하나 동생 농사만큼은 실패한 것 같다.”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펼쳐 보이는 류지호를 보며 가족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호호.


동생 농사 실패하지 않았다.

류순호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영화음악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응석받이 같았던 막내는 다울재단에서 사회활동가와 자선가로 열심이다.

두 동생 모두 제 앞가림을 넘어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빠가 워낙에 유명인사다 보니 동생들의 학교생활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던 시절도 있었다.

걱정이 무색하게 두 동생은 큰 탈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도 별 무리 없이 다녔고.

류순호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기 때문에 일탈 문제 빼고는 걱정거리가 없었다.

류지호의 여동생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닌 류아라가 문제였다.

헌데 그녀와 함께 대학생활을 한 이들은 유전자의 힘을 실감했다.

오죽하면 여자 류지호란 별명으로 불렸을까.

제 오빠를 꼭 빼다 박은 것 같은 외모와 성격의 류아라다.

엄마의 가름한 얼굴을 닮아 오빠들처럼 각진 얼굴은 아니지만, 집안 내력 특유의 부리부리한 눈매가 한 성격할 것 같은 인상을 풍겼다.

강의시간에 엉뚱한 질문도 자주 하고, 재벌가문 출신이라고 여길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하고, 수수한 옷차림이나 꽤나 발랄한 성격으로 두루두루 잘 지냈다.


“인사 제대로 안 하면 나중에 아빠한테 혼나.”


사람 가려가며 차별하지 않고, 예의도 바르고 경우도 있었다.

대학생 주제에 인맥은 또 얼마나 넓은지.

친구가 어떤 문제로 고민상담하면 곧바로 전화기 꺼내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그러면 바로 답이 튀어 나왔다.

실제 곤란한 처지의 친구들을 많이 도왔다.

남들이 꺼려하는 일도 척척.

봉사활동도 열심히 다녔다.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투지와 의지 또 전투력이 강해서 온실 속 화초인 줄 알고 까불던 학생 여럿이 꼬리를 말게 만든 당찬 면도 있었다.

일반화가 무서운 것 중에 하나가 재벌가 자녀들이 인성 파탄자라는 선입견이다.

재벌가 자녀들이 사고를 치는 뉴스가 크게 다뤄져서 그렇지 안 그런 이들이 더 많다.

한국의 재벌가 족보 따져보면 3~4세 후손들이 수백 명이다.

나름 가정교육을 철저히 시킨다.

비록 가식적일지라도 외부에 노출되는 모습에 무척 신경을 쓴다.

대부분의 재벌가 후손들은 후계자를 제외하고는 남들 눈에 안 띠고 살다가 때가 되면 집안의 회사를 물려받거나 해외로 이주해 풍요로운 삶을 산다.

끼리끼리 만나고 살아가지만, 세상과 담 쌓고 살진 않는다.

평범한 가정의 자녀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류아라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타종행사 다녀올게요.”

“다녀오거라.”

“아들, 실수하지 말고. 잘하고 와.”

“오빠 오바하지 말고. 그냥 남들 하는 거 눈치껏 잘 따라해.”


류지호가 가족들의 격려를 받으며 서울시 공무원의 안내를 받았다.


“.....”


자정을 앞두고 시민들의 소망을 담아 타종을 대신할 ‘시민대표’ 17명이 보신각 계단을 올랐다.

그 무리에 류지호도 끼어있다.

해외에서 주로 체류하고 있는 류지호가 서울시민인지 아리송한 면이 없진 않았지만.

소모적인 갈등과 반목의 감정을 씻어내고 화합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일반시민은 물론이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물들이 선정됐다고 하니 그러려니 할 뿐.


뎅!데엥!뎅!데엥!뎅!....

보신각에서 퍼져 나오는 장중한 종소리가 33번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새해를 맞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같이 온 가족이나 연인을 껴안고 환호했다.

종로의 하늘은 폭죽으로 인해 대낮같이 환해졌다.

시민들은 행여나 불꽃놀이 장관을 놓칠까 일제히 휴대전화 카메라를 높이 들고 하늘에 화려하게 펼쳐지는 불꽃들을 사진에 담기 바빴다.

류지호의 가족들끼리도 서로 안아주며 새해에도 무탈하기를 빌어주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빠엄마,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그래. 순호는 슬슬 며느릿감 데려와야지.”

“아라는 철 좀 들고.”


을유년 한 해는 다사다난했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검찰, 재벌, 언론, 사학재벌 등의 비리가 연이어 터졌다.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각종 개혁법안이 국민들의 촛불집회와 집권여당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그렇게 잠시 사회가 한 발 진보하는가 싶을 때.

‘줄기세포 논문조작‘이 터졌다.

대한민국 사회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영화계 최고권력자가 충무로의 성비위를 암시하는 언급을 함으로써 수사기관이 내사를 시작했고, 다른 대중문화계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병술년에는 제발 좋은 일만 있기를.....!’


그렇게 보신각 주변에 운집한 십만 인파가 간절히 기원했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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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1.02 16:14
    No. 1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1.03 10:27
    No. 2

    다시 혼돈의 시대가 다가 오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nu******..
    작성일
    24.03.11 00:18
    No. 3

    오빠 때문에 힘들것 같았다는 류아라 라고??? 회귀전 처럼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하고 대학교 갈돈도 없어 그냥 여기저기 알바하며 간신히 사는거항 비교해보면 막내동생이 하는건 그냥 배부른 투정이지.. 자기 능력으로 돈버는것도 아니고, 힘들면 오빠한테 아니면 오빠회사 직원들한테 오빠 핑계대고 도와달라고 찡찡거리고, 경제적 독립은 못했으면서 돈을 편하게 받아쓰면서 독립적인 존재인양 으스대는 뭐 그런 코스프레?? 작가님이 묘사한 내용으론 망나니는 아니지만 제멋에 겨워 사는 부자집 막내딸 딱 그 포지션 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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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4 도대체 얼마나 갑부인 거냐? +4 23.10.14 2,269 104 25쪽
643 군계(軍鶏). (11) +4 23.10.13 1,961 102 26쪽
642 군계(軍鶏). (10) +3 23.10.12 1,938 93 24쪽
641 군계(軍鶏). (9) +6 23.10.11 1,912 10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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