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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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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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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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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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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코리안필름 뉴에이지.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영화팬들이 서둘러 다른 영화를 찾아 바쁘게 이동하는 가운데, 어디선가 “류지호!”를 외치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려왔다.

팔라조 델 시네마에서 들려오는 외침이다.

개막식 이후 뒤풀이 파티에 참석했던 류지호와 배우들이 다음 날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기자가 영화제 공식 초청 감독과 배우를 정식으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포토콜에 참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들은 행사장을 나서는 감독과 배우의 모습을 먼발치에서라도 찍기 위해 이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른다.

한번이라도 돌아봐 주길 기대하면서.

행사장에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거쳐야 하는 테러방지용 검문검색이 무척 삼엄했다.

각종 외신기자들도 매번 금속탐지기를 지나야했고, 모든 가방과 주머니를 요원들에게 열어 보여야 했다.

그 같은 영화제의 까다로운 경비가 주요 뉴스로 전해지기도 했다.


“....!”


류지호와 일행이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한쪽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사진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들고 행사장에 들어오려다, 이를 무기로 오해한 안전요원에게 적발되어 실랑이가 벌어진 것.

결국 프랑스 사진 기자는 경찰을 따라가야 했다.


- 미스터 류! 지금과 같은 검문검색이 정당하다고 보나?


몇몇 기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연관시켜 유도성 질문을 던졌다.

류지호의 정치적 입장을 듣기 위해서다.


“세계 곳곳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온다. 이처럼 규모가 큰 행사가 철저한 보안검색을 실시하는 건 지나친 것이 아니라고 본다.”

- 불편하지 않다는 말인가? 기분이 나쁘진 않나?

“개인적으로 나의 일거수일투족,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사회에 알려지고 연관을 맺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고 멋진 것은 사실이지만, 나의 정치적인 의견을 말하고 싶지 않다. 여기 있는 분들도 별로 듣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동문서답이었다.


- 너무 지나친 방식의 운영은 아닌가?

“내가 보기에 전반적인 행사의 운영과 조직과 관련해서 무난한 것 같다. 축제가 끝날 때까지 무난하게 유지되길 기대한다.”


류지호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서둘러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모든 영화 상영이 진행된 다음날에는, 감독과 주요 스태프, 배우가 참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아무리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영화제라지만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다양한 매체의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그 수준과 관심사가 천차만별이다.

이에 대처하는 영화인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고.


- 전편에서는 형사로서 존속살인범을 혼내주었다. 이번에는 똑같은 캐릭터를 가지고 기자라는 직업으로 베리에이션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현명한 사람들이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고 한다. 언론은 사회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할리우드에서 하는 영화와 조국으로 돌아가 하는 영화는 극명하게 다른 것 같다. 마치 할리우드에서 할 수 없는 영화를 조국에 가서 하는 느낌이랄까?

"나는 안티 할리우드가 아니다. 다만 할리우드 영화가 모든 나라에 침투해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영화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란 생각은 갖고 있다. 나는 할리우드에서 쌓은 경험과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고향에 남겨두고 싶을 뿐. 영화를 하는 태도나 마음 자세가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 베니스는 처음이다.

“고등학교를 그만 두기 전에 방송부라는 학생 서클 활동을 했다. 매년 가을 학교 축제에서 학생들을 초청해 페스티벌을 여는데, 그 당시 우리의 프로그램에 라디오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의 대본이 무엇이었는지 아는가?”

- ....?

“빅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이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탈리아와 이어져 있었다. 얼마 전 네오리얼리즘 시대에 누구보다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던 알베르토 라투아다 감독이 별세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짝짝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탈리아 기자들이 류지호에게 박수를 보냈다.

향년 91세의 알베르토 라투아다 감독은 이탈리아의 다른 거장들 보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다소 떨어진다.

그럼에도 네오리얼리즘 시대 감독 중 한 명이다.

외국인이 그걸 인정하고 기억해주는 것에 영화기자로써 감사를 표한 것이다.


- 올해 처음 베니스를 방문한 미스터 류는 마치 프로듀서의 입장을 취하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재능 넘치는 감독을 수집하러 온 것인가?

“유럽의 영화제들은 당대 영화 미학의 최전선에 선 작품들이 모이는 자리다. 세상에서 영화를 가장 끝내주게 만드는 고수들이 관객들과 함께 영화의 오늘과 내일을 고민하는 축제다. 그런 행사에 초청을 받은 것은 영광이다. 앞으로 베니스를 자주 방문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름다운 도시, 친절한 사람들. 좋은 인상을 가지고 돌아갈 것 같다.”

- 별장을 소유할 생각은 없나?

“따로 별장을 소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호텔과 리조트가 마음에 든다. 단 하나, 새벽에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을 먹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누구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조금 난감하다.”


기자회견장에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영화제 초반의 분위기를 장악한 것은 류지호의 <민중의 적 : EMBARGO>과 티머시 클루니의 <굿 나이트 앤 굿 럭>이었다.

일부 기자가 류지호와 티모시 클루니의 설전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영화 두 편이 언론에 대해 너무나 극명하게 다른 시선을 담고 있었으니까.

티머시 클루니는 1953년 매카시 광풍에 맞서 미국의 진정한 가치인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발언했던 다큐멘터리쇼의 진행자 에드워드 R. 머로와 프로듀서의 활약을 그린 영화를 들고 베니스를 찾았다.

이번 베니스 영화의 화제작이자 기대작이다.


- <굿 나이트 앤 굿 럭>을 볼 생각이 있나?

“팀은 그의 목소리와 인격만큼이나 아주 훌륭한 영화를 만든다. 난 여전히 투덜쟁이다. 또 불만쟁이다. 나의 투덜거림을 이해해주는 관객들이 있다는 것이 고마운 한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난 매번 영화에서 사람을 죽이기만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소중한 생명 하나를 살렸다. 여러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농담인데 기자 누구도 웃지 않았다.


- 전설적인 언론인 머로에 강철중(발음이 어색했다)이란 주인공이 상대가 가능하다고 보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과 충성하지 않는 것을 헛갈려선 안 된다.”


국제영화제에 왔다고 해서 모두가 기자인 것은 아니다.

파파라치(기레기)도 많다.


“고발 그 자체가 증거는 아니다. 미국의 역사는, 소심한 이들의 것이 아니다.... 에드워드 머로가 자신의 생방송 정치쇼에서 민주주의와 언론의 의무, 시민의 정치적 권리에 대해 천명했던 발언 중 일부다. 수많은 언론연구가와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성전처럼 여기는 명문이라고 알고 있다. 오늘날의 미국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팀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 고향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머로씨의 다큐멘터리쇼는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솔직히 그가 말한 것들이 현재 어떻게 승화되었는지 모르겠다. 미국 안에서 금기시되어왔던 소재를 정직한 방식으로 다룬 팀과 그랜트에게 감사를 표하고, 꼬장꼬장한 언론인 머로를 충실하게 재현해낸 스트라테언씨에게 경의를 보낸다.”


<굿 나이트 앤 굿 럭>은 기자를 상대로 한 시사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방송을 진행하던 머로가, 공포를 조장하는 당시의 정치 상황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연설을 감행할 때는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올 정도였다.

9·11 이후 미국의 현재를 직접적으로 상기시키는 장면이랄까.

우아한 재즈 선율을 타고 부드러운 흑백화면에 펼쳐지는 영화는 흠잡을 구석이 없지만, 한편으로 머로가 매카시 시대를 종결시키는 과정을 그린 부분은 영화적으로 다소 평범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이 시대, 즉 조디 워커 정부가 행하는 일련의 전쟁과 관련된 정치상황이 지니는 민감함을 고려했을 때 미국사회에서 일종의 금기로 남아 있던 소재를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영·미권 언론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성공한 할리우드 톱스타가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기까지 했으니, 베니스 영화제는 티모시 클루니를 영화제에 초청해 융숭한 대접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언론이 소재이지만 부정적으로 그린 <민중의 적 : EMBARGO>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이 없지 않았다.

한편 중국 기자들이 영화제 곳곳에서 종횡무진 활약상을 보였는데, 비경쟁 무문 세편, 경쟁부문 한편, 또 중국영화 회고전까지.

중국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중국 기자들이 자부심이 지나쳤을까.

때론 무례하고 선을 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하는 돌출행동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민중의 적 : EMBARGO> 기자회견에는 중국어 통역자가 배석하지 않았다.

한 중국 기자는 거침없는 중국어로 질문을 던졌다.


“미안하지만, 난 한국어, 영어 그리고 스페인어를 조금 할 줄 안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인사밖에 할 줄 모른다. 인사말을 듣고 싶다면 해줄 수 있지만, 가능하면 영어로 질문 해주면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한국말로 인터뷰하고 통역을 통해 기자들에게 전달되었던 것과 달리.

중국기자를 향해 영어로 말했다.

중국 기자에게 면박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함께 회견에 참석한 배우들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어쨌든 중국 기자가 영어로 질문했다.


- 중국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난 최근 중국영화를 몇 편 보지 못했기 때문에 특별히 들려줄 말은 없을 것 같다. 최근 찬예모 감독 영화들이 인상 깊었다.”

- 홍콩영화에 투자하고 있지 않나?

“ParaMax의 알버트 마샬이 아시아 영화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다.”

- 왜 메이저인 트라이-스텔라가 아닌 ParaMax인가?

“그 부분은 나도 궁금하다. 마침 메타보이씨가 이곳에 방문했으니 한 번 물어보겠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중국영화를 찬양한다는 식의 기사를 쓰고 싶었던 모양이다.

추궁하는 듯한 뉘앙스에 기분이 나빴지만, 류지호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일본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 부모가 어떤 비법을 썼기에 다방면에 재능이 있는 것인가?

“사실은 어머니가 우리 남매에게 주는 특별한 알약이 있다. 하하. 그게 빨간색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우리 남매가 한 알씩 먹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빨간 약 파란 약을 비유한 농담이다.


- 기자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아, 물론 영화에서. 할리우드에서 파파라치의 스토킹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내 친구들에 비하면 스토킹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얼마 전 메일을 받았다. 매우 황당하고 충격적이었다. 그 내용은 이랬다.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다. 당신은 너무 바쁘다. 언제 내 집에 올 것이냐.”


유명인에게 흔한 스토킹 중에 하나다.

헌데.


“알고 보니 내 피앙세가 보낸 것이더라.“


하하하.

폭소가 터졌다.


- 최근의 코리안 뉴에이지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비주얼이 훌륭했다.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참조한다는 인터뷰를 한 걸로 알고 있다.

“나는 언제나 내 스스로가 찾아낸 또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보여주는 그림에 매혹된다. 그 훌륭한 예술작품 속에서 영감을 받는다. 시대를 풍미했던 화가들의 이미지를 훔친다. 그들도 내 도둑질을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배우들에게도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정해진 기자회견 시간이 흘렀다.

기자회견 막바지에 대만에서 온 기자가 물었다.


- 중국영화를 누르고 영화제에서 수상할 것이라 자신하나?

“영화제는 올림픽 게임이 아니며, 금·은·동 메달 색깔이 또렷이 가려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혹은 동료들이 황금사자상을 받는다고 해서 다른 영화들의 가치가 이등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영화제는 시합이 아니라 축제다. 그럼 난 축제를 즐기러 이만 가보겠다. 여러분에게도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다는 것은 심사위원들의 성향과 주관에 따라 상의 색깔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영화가 황금사자상을 받는다고 해서 다른 경쟁작들을 압도하는 걸작인 것도, 상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결점이 많은 범작도 아니다.

각각의 영화제들이 추구하는 바에 따라 정치적 결정이 내려진다.


❉ ❉ ❉


[언론을 다룬 두 편의 영화. <민중의 적 : 엠바고>와 <굿 나이트 앤 굿 럭>. 시선은 정 반대다. 머로는 특별한 사람이지만, 강철중은 세계 어떤 언론사에서 근무할지도 모르는 누군가라고 할 수 있다.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 The SUN(영국).


[우아한 풍자는 없다. 직설적이다. 쉬운 언어가 좀 더 관객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다.]

- Le Monde(프랑스).


[여전하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때 발동되는 비관주의적인 세계관.]

- Le Figaro(프랑스)


[그들만의 세계에서 권력과 유착하는 언론이 진정으로 대중과 만날 때 비로소 저널리즘이 되살아난다는 사실을 스릴러 장르를 통해 우회적으로 지적한다.]

- La Repubblica(이탈리아).


[언론의 역할과 정의에 대한 주제의식보다 휴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조금은 못마땅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 했다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La Stampa(이탈리아).


[미스터 할리우드는 칼과 총을 동시에 품고 사는 무법자 같다. 나는 그가 총 대신 날카로운 칼을 할리우드에서도 들었으면 좋겠다. 그의 영화에서 기관총을 난사하고 물위를 뛰어다니는 치운을 보는 것보다 사람 냄새나고 날카로운 사회비판이 더 와 닿기 때문이다. 메이저 스튜디오 오너라는 부담과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모르진 않지만.]

- Cahiers du Cinéma(프랑스).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만나는 언론인 모습인 것 같다. 마치 부패한 관료 같지 않은가. 그가 휴머니즘에 천착하는 것이 매우 매우 불만이지만, 언론이 권력과 유착할 때 벌어지는 폐해를 떠올릴 수 있어 기분이 더 좋지 못하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현실인 것은. 우리 모두가 눈치를 채고 있지만 지적하지 못하는 이 시대 저널리즘의 일면이다.]

- Europa(이탈리아).


[제작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스터리다. 어딘지 실화 같다. 류지호 감독은 거짓말을 진짜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이상한 재주가 있다.]

- 베니스 영화제 데일리 뉴스.


[가능하면 해피엔딩이 좋지 않을까? 꼭 절반의 승리여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던 걸까. 물론 현실에서는 그 절반의 승리조차 거둘 것 같진 않지만.]

- El País(스페인).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지 않고, 모호성을 유지시킨다.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혼내준다는 것은 뻔하디 뻔하지만, 부패한 사회에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는 선언이다.]

- The Guardian(영국)


[양심선언 같은 영화일까.]

- LA TIMES(미국).


[류지호는 지금까지 연출한 영화에서 비평적으로나 흥행 모두에서 비교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심지어 UCLA 졸업작품마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젊은 거장이다. 하지만 두 번의 오스카 수상과 수십 억 달러 박스오피스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제작자임이 더욱 부각되는 면이 없지 않다. 그가 자신의 커리어를 할리우드와 코리아로 분리시키는 것이 현명한 처사임이 이번 베니스에서 판가름 날 것 같다.]

- Premiere(미국).


[섬세하진 않지만, 특유의 뚝심이 돋보인다.]

-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독일).


[류지호는 날 것의 거칠고 광기어린, 그리고 생생한 영화를 만드는 데 두려움이 없다.]

- Daily Express(영국).


[1억 5천만 달러짜리 좀비영화를 만드는 미친 짓을 벌인 후, 연출한 영화라서 그럴까. 힘이 다소 빠졌다. 뉴욕에 좀비떼를 풀어놓고 관객보고 즐기라고 했던 그 패기는 어디로 갔을까? 참고로 그 미친 좀비영화는 지금까지 6억 달러 이상의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수익을 거뒀다.]

- New York Post(미국).


[영웅 놀이에 진저리가 났을까. 부패한 기자를 통해 현대 사회 언론의 경언유착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호기롭게 도전했던 것과 달리 후반부에 가서 다소 맥 빠지는 것도 사실.]

- Chicago Tribune(미국).


[기묘한 영화감독 류지호는 영화 예술을 탐구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진 않다. 다만 사회와 세상을 탐구하려는 몸부림이 느껴진다.]

- The Wall Street Journal(미국).


[대중적인 유머 감각과 깊이 있는 통찰이 가능하다는, 젊은 감독다운 자신감이 아닐 수 없다.]

- 겨레 신문(한국).


[극도로 절제된 미장센, 발작적 인물에 대한 기호, 성찰과 혼란에 대한 미묘함 등은 영화를 회화적이고도 영화적인 흐름 안에 위치시킨다. 이것은 환멸의 미학에서부터 오는 것이다. 한국에서 류지호가 찍는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감정적, 사회적 실패의 망령에 사로잡힌 신경쇠약 환자들이다. 대부분의 인물들에게 있어서 유일한 문젯거리는 자살이다. 우울하거나 무감각한 이런 존재들에 대해서 감독은 조금도 동정을 보이지 않으며, 한 단계 높이 초월하여 곤충학자의 시선을 유지한다. 한강 대교 위에서 자살소동을 벌인 시민을 먼저 내려 보내고, 저 아래 시커먼 강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강철중의 메마른 시선은 매우 섬뜩하다. 아무런 맥락 없이 영화 도입부부터 치고나오는 감독의 도발은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교묘하게 숨어버린다. 에필로그를 보고 나서야 그 숨어있던 냉소가 선명해진다. 류지호의 영화를 낱낱이 해부하다보면 모더니즘 영화 시대 감독들의 영화 자취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들판을 잡는 카메라든, 마천루의 대도시를 잡은 카메라든. 그 광활한 화면에서 주인공 감정의 불모성을 읽을 수가 있다. <엠바고(실제 제목은 더 길고, 더 직설적이다)>에서 한 프레임 안에 잡힌 인물들이 각기 다른 포즈와 표정을 짓고 시선도 맞추지 않는 것을 보며, 관찰자로서 불협화음, 소통 부재의 의미를 떠올린다. 마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들처럼. 영상 시인이자 비유적 테크닉의 명수인 그 안토니오니가 불현 듯 류지호와 겹쳐 보이는 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참고로 류지호는 많은 미국의 고전영화 감독들을 사랑하고 공공연하게 존경을 드러내지만, 정작 그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은 하길종과 프랑소와 트뤼포다.]

- Segnocinema(이탈리아).


[현 시점에서 롱 쇼트를 가장 잘 사용하는 감독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가 탐닉하는 텅 빈 공간은 때로는 가능성이고, 때로는 폐쇄적이며 소통 부족에서 오는 허무함에 대한 은유다. <엠바고>는 후자처럼 보인다. 이제는 류지호만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도입부 원 씬 원 쇼트 롱 테이크 시퀀스는 여전했다. 이번에는 딥 포커스까지 포함되었다. 비록 할리우드 장르영화처럼 정해진 플롯에 따른 이야기를 암시하거나 설명함으로써 이전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복잡한 비유적 표현 미학이 감소했다고 해도. 때때로 묘사되는 텅 빈 시골 길, 황량한 휴일의 대도시의 도로, 넓고 긴 회랑과 복도 등 빠른 템포에 집중하다보면 놓칠 수 있는 교묘하고 복잡한 의미들이 숨겨져 있다. 언뜻 그의 영화들은 삶의 투쟁을 그리면서 너무나 할리우드 장르적이다. 우리를 구경꾼으로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집중하도록 만들어 우리로 하여금 참여자가 되기를 유도하고 있다. 비록 한 시대를 매듭짓고 새 시대를 여는 작품은 아니지만, 과거와 미래의 영화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사유하는 젊은 거장의 고민은 여전하다.]

- Screen(미국).


일부 매체의 리뷰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

과대해석 되는 면이 없지 않았다.

그것은 한국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사회분위기와 영화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영화를 읽는다는 것은 그 시대를 함께 놓고 들여다보는 행위이기에.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시기 대한민국은 각종 개혁입법으로 날마다 국회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고, 언론은 편을 나눠 정치편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일부 언론사는 사주와 광고주를 보호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가 하면, 기자들이 반부패법과 언론사 세무조사를 막기 위해 언론인임을 포기하고 투쟁가가 되어 머리에 띠를 두르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만 놓고 보면 <민중의 적 : EMBARGO>은 꽤 잘 만든 스릴러영화다.

헌데 한국의 현실과 함께 놓고 보면 사회참여적인 영화가 된다.


✻ ✻ ✻


“류지호 만세!”


뜬금없이 한국의 EPL 팬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또한 유럽 축구계가 발칵 뒤집어 졌다.

JHO Sports LLC가 영국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전격 인수했다는 뉴스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기존 확보한 지분과 대주주들의 지분 상당부분을 매입해 71%의 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추후 말콤 어빙가문이 소유한 6%만 확보하면 류지호와 매튜 그레이엄이 맨유를 완전히 지배할 수가 있다.

전체 지분의 20% 가량이 맨유팬들로 이루어진 소액주주들이다.

단 1주만 가진 주주부터 1,000주 이상 보유한 주주까지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당분간 소액주주들의 주식은 그대로 놔둘 생각이다.

충성스러운 팬들의 지분까지 거둬들일 필요는 없다.

맨유의 주인으로써 올드 트래퍼드 경기장을 매번 찾아와 줄 테니까.

한국인이 전 세계 최대 프로스포츠 종목 중에서 MLB팀에 이어 EPL 명문팀을 소유하게 된 대사건이다.

한국의 축구팬들이 열광할 수밖에.

일반 국민들에게도 즐거운 일이다.

숙명의 라이벌(?) 경제대국 일본도 하지 못한 것을 한국인이 해냈기에.

무려 세계적인 프로 스포츠팀을 무려 두 개나 한국인이 보유하게 되는 초유의 사건이다.

영국 현지에서는 맨유팬들이 연일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영국 언론들 역시 ‘영국의 수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향후 10년 동안 맨유를 위해 12억 달러 상당의 투자를 감행할 것이다. 선수단의 기량향상 지원과 우수선수 영입, 팬들을 위한 더 쾌적한 관람환경 조성, 아시아를 포함한 국가들에 EPL을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팬들께는 걱정과 우려를 거둬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나와 미스터 할리우드는 맨유가 위대한 축구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매튜 그레이엄이 팬들을 위해 한 약속이었다.

10년간 꾸준히 투자하겠다는 것은 팀을 비싼 값에 다시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화 1.5조원 상당을 투자한다는 것은 슈퍼스타의 이탈을 방지하는 한편 또 다른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할 것이란 말과 다르지 않았다.

매튜 그레이엄의 공식발표가 나간 이후 팬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었다.

외국인이 영국의 명문팀을 인수한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런데 앞으로 실제 약속이 행하는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는 식으로 한 발 물러섰다.

언론의 공격은 수그러들 줄 몰랐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퍼거슨 감독을 중심으로 별다른 동요 없이 시즌을 준비했다.

또 하나의 한국 축구 역사가 새롭게 쓰였다.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서 뛰던 한국인 선수가 맨유에 입단했다.

 입단 이후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MLB에서는 또 한 명의 한국인 메이저리거 탄생을 예감케 했다.

LA다저스 산하 트리플A의 외야 자원 한 명이 후반기 픽업됐다.

사고뭉치 외야수 브래들리를 트레이드시키면서 그 빈자리에 새로운 주전급 선수를 투입시켰다.

경기력이 신통치 않아 구단과 팬 모두에게 실망만 안겨줬다.

그 자리에 시애틀에서 데리고 온 유망주가 콜업됐다.

바로 이전 삶에서 ‘추추트레인‘이라고 불렸던 한국인 선수 외야수다.

한국팬들은 한국인 메이저리거 탄생을 한국인 구단주가만들어 줄 것이라 철썩 같이 믿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류지호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지만.


작가의말

영화 정리 에피소드를 좋아하지 않는 분도 계셔서 한 편 더 올립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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