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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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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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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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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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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군계(軍鶏).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포기하지 않고 꿈을 좇는 <로봇>의 주인공 로드니는 18년 전 3D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과감히 도전했고, 7년 만에 <로봇>을 완성한 사이러스 웨지의 모습과 어딘지 닮았다.


- 이 영화에서도 고전적인 자본가인 빅웰드가 슈퍼스타이자 영웅으로 그려지고 신흥 부자인 피니어스 라쳇이 악당으로 묘사된다.

"현실의 자본가는 보통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포함하지만...."


과거부터 할리우드는 옛날 자본가들이나 세습 부자들에게 관대한 면이 있다.

현실에서 재벌이나 자본가가 되면 미녀를 손에 얻고자 한다.

현실에서는 몇 억을 써서 영화배우 스폰서를 하네 마네 하는 스캔들이 되지만, 영화에서는 이게 또 멋지고 순수하게 처리된다.

할리우드가 자본가에게 관대한 것은 원래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런 분위기인 탓이겠지만, 초기 할리우드 스튜디오들과 자본가들이 나름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것에도 영향을 받았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로봇>에서의 빅웰드는 기본적으로 ‘일하는 사람’(발명가)이다. 그는 라챗으로 인해 잠시 자신의 추진력과 꿈을 상실하지만 ‘로드니’에 의해 다시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와 ‘로드니’와 함께 싸운다. 자기만의 꿈을 갖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가 ‘로드니’임을 생각할 때, 역시 자신의 이상을 가지고 노력하는 ‘빅웰드’는 주인공의 영웅이자 동료라고 할 수 있다.

- 혹시 오너인 미스터 류와 연관이 되어 있나? 영감을 받았다거나....


기자는 이걸 묻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진 않다. Jay 역시 스스로 창조적인 일에 열중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다만 그 역시 자신의 이상을 가지고 노력한다는 면에서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고 있다.

- <로봇>은 오언 맥그레거, 마리아 베리, 맥클로린 윌리엄스 등의 톱스타들에게서 목소리를 빌려왔다. 하지만 그들 스타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

“난 관객이 유명한 스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들이 출연했던 다른 영화들을 떠올리게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관객은 애니메이션을 보며 영화 속 캐릭터의 목소리나 움직임, 연기를 느껴야 하고, 성우의 목소리는 그것을 돕는 것뿐이다. 다만 영화를 보게 될 많은 관객을 위해서 좀 더 익숙한 목소리가 필요할 때가 있고, 그래서 유명한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그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유명배우의 캐스팅을 마케팅에 앞세울 수는 없다. 관객이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ixart Studios가 JHO 계열이 되었다. 이미 업계를 선도하는 DreamFactory도 있고 Pixart와도 경쟁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영화를 만들 뿐이다. 창조성과 상업성,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모회사는 우리에게 어떤 간섭도 참견도 하지 않는다. JHO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zureSky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하곤 한다. 우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당분간 작은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18개월마다 영화 한편씩 지속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튼튼한 제작 인력을 구축하는 것이 숙제다.”


회사를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이러스 웨지에게 경영 부분에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들의 집요함을 비교적 무난하게 비켜나갔다.

한 기자가 류지호에게 물었다.


- <슈렉>의 애덤슨 감독은 실사영화 <나니아 연대기>를 만들고 있다. 혹시 웨지 감독에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지게 되나?

“그의 의사에 달렸다. 그가 하고 싶다면 하면 된다.”

- 돕겠다는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생각은 있다.”

- 혹시 Timely 캐릭터를 맡길 수도 있는 것인가?

“그는 12살에 애니메이션을 시작했다. 그가 실사를 하게 된다면, 스토리텔링이 풍부한 휴먼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어쩌면 그가 실사 영화를 찍는다면 VFX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영화를 찍을지도 모르겠다.”

- 할리우드에는 언제 다시 돌아올 계획인가?

“난 할리우드를 떠난 적이 없다. 잠시 출장을 떠나 있을 뿐이다.”


할리우드에 도전했다가 실패해 자국으로 돌아가는 감독은 수없이 많다.

성공적으로 할리우드에 정착한 후로 자국영화를 찍는 경우는 영국출신 유명 감독 몇 명뿐이다.

류지호처럼 자국에서 영화를 찍고 언제든지 할리우드 영화로 복귀할 수 있는 감독은 한 손으로 꼽는다.

영어가 아닌 영화를 찍고 복귀하는 감독은 류지호가 유일했다.

괴짜다운 행보라고 한다.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버텨내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묻는다.

굳이 한국과 일본에서 영화를 찍어야 하냐고.

70mm, Eye-MAX, 입체영화.... 그런 걸 다 하고 나면 도대체 뭘 하게 될까.

류지호는 평생을 큰 영화든 작은 영화든 가리지 않고 찍길 바랐다.

<REMO> 프랜차이즈의 성공과 그 외 많은 블록버스터 프로듀서로 익숙해진 류지호는 관객들의 기대 때문이라도 작은 규모의 할리우드 영화를 쉽게 찍지 못한다.

최소 500만 달러의 연출료를 받는 A-List 감독에게 스튜디오가 적은 예산의 영화를 맡길 리도 없다.

그래서 할리우드의 A-List 감독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류지호는 친구 태런티노처럼 60세에 은퇴할 마음이 없다.

에드워드 놀란처럼 작품이 거듭될수록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싶지도 않고.

고예산 영화를 찍으면서 영화적 품위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시도를 하는 짓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감독처럼 5년 설렁설렁 준비하고 1년 바짝 찍고 쉴 것 다 쉬는 것도 별로다.


“Jay....."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연거푸 불러대자, 류지호가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예?”

“어떻게 봤냐니까?”

“나쁘지 않네요.”


로봇끼리 사는 세상, 사람살이랑 크게 다를 게 없다.

로봇도 맛있는 거 좋아하고, 서로 속이고 다투며, 아이를 낳고 키운다.

물론 배앓이해서 아이를 낳는 것은 아니다.

조립모델을 만든다.

계속 몸체와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며 성장한다.

애 키우기 힘들고 돈 드는 건 로봇사회나 사람사회나 마찬가지다.

악당의 음모와 그를 분쇄하는 주인공 로봇의 고군분투는 상투적이고 몇몇 군데서 개연성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볼 만한 애니메이션이다.

첫 주 말 흥행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아이스 에이지>의 오프닝 성적 4,600만 달러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3,870만 달러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다.

결과를 말하자면,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2.9억 달러를 기록하게 된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후속편 논의가 시작되지만....


❉ ❉ ❉


일본에서는 자국 제작영화를 ほうが(방화)라고 한다.

한때 한국에서 국산영화를 방화를 불렀다.

일본에서 쓰던 한자어 邦画를 들여와 사용했던 것이다.

일본에서 히트작의 기준은 박스오피스 수익 10억 엔 이상으로 분류한다.

물론 작품의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하다.

일본 영화 평균 제작비는 3억 엔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수준.

독립영화계만 보면 3천만 엔~1억 엔 사이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자국영화 점유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그런데 근래 들어 점유율로 외화를 앞선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일본 내에서 위기론이 대두되지 않는다.

아기자기한 아이디어와 캐릭터, 세밀한 심리 묘사가 일본영화의 강점이다.

언젠가부터 일본영화는 점차 할리우드에 대적할 만한 스펙터클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국산 영화가 망하는 루트가 어떻게 다 똑같을까....?’


한국영화도 어설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따라 하기로 몇 번 휘청거린 적이 있다.

일본의 방화가 외화에 밀리는 것과 상관없이 최근 일본영화 시장은 나쁘지 않다.

10대와 20대 여성관객들이 극장을 찾기 때문이다.

또한 중·장년층 영화관객도 꾸준히 극장을 찾고 있다.

멀티플렉스가 증가하는 것도 일본영화시장이 성장하는 요인 중에 하나다.

어설프긴 해도 할리우드 영화에 열광했던 젊은 남성들이 일본 영화의 스펙터클에도 환호성을 질렀다.

어정쩡하긴 해도 점차 오락영화의 틀을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올해 <로렐라이>, <망국의 이지스>, <전국자위대>와 지난해의 <리미트 오브 해원>, <일본침몰>, <남자들의 야마토> 등 영화에서 전에 비해 다듬어진 스펙터클과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일본관객들에게 일종의 ‘국뽕’이 작용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일본 블록버스터는 WaW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영화보다 못하다.

도쿄다카라가 WaW와 합작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시아에서만큼은 작품마다 고른 영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 유일한 스튜디오였으니까.


“최근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단카이 세대가 영화계의 주요한 관객이 되고 있습니다.”


보고서를 읽고 있는 류지호 옆에서 이봉호 사장이 설명했다.

전후세대이면서 1970년대에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 문화적 세례를 한껏 받고 자란 단카이 세대(베이비붐 세대)는 과거의 추억을 재현한 영화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일본 내부적으로 5대 메이저를 중심으로 TV방송국 주도의 제작 시스템을 성토하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안정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감독 혹은 영화인으로 볼 때 일본 영화계는 구조적으로 매우 불공정하고 편향되었지만, 자본가 입장에서 볼 때는 좀처럼 산업 자체가 흔들리지 않는 안정화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직배 영향력을 넓히려는 할리우드 Big7 입장에서는 그런 폐쇄적인 일본 영화 시장에 불만이 많았지만.

메이저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최근 일본영화의 부활에서 주목할 점은, 대작 몇 편에 치우친 성공이 아니라 수억 엔을 기록한 중간 규모 히트작이 많다는 겁니다. 마이너 영화들이 단관 소극장 위주로 개봉되어 전국에서 20억 엔의 수익을 올리는 대성공을 거두기도 하는 등 일본영화의 부활은 단지 몇몇 히트작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침체기에도 꾸준히 250편 이상의 영화를 만들어왔던 일본영화의 안정적인 시스템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굳건한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호황의 조짐이 보이자 바로 대작들이 줄지어 등장하고 다양한 기획영화들이 쏟아진다는 분석이다.


“.....음.”


과연 그럴까.

그 같은 분석에 류지호는 동의하지 못했다.


“한국영화계가 자만하는 동안, 일본영화계는 이미 아시아 시장 확대까지 준비를 마치고 있었습니다. 한류붐에 편승해 일본 수출에 목을 매고 있는 충무로가 긴장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한국영화는 소수 마니아층을 형성한 비주류 영화였다.

한류붐을 타고 많은 영화가 일시에 수입되고 대중화됐다.

마니아 사이에서 희소성이 희박해졌다.

이 과정에서 검증받지 않은 다수의 영화가 무분별적으로 일본에 수입되면서 한국영화를 식상하게 만들고 이미지 약화를 초래했다.


“일본 영화수입·배급업체가 침체된 일본문화계의 활성화를 한류붐을 통해 활용하려고 했는데, 한국의 대형 스타와 관련한 상품을 남발한 점도 문제였습니다. 평균 380만 달러에 한국영화가 수입되었는데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슬슬 일본의 수입업자들이 한국영화 수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붐은 꺼지게 마련이다.

유행이니까.

안정적인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본시장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바탕이 되어 긴 안목을 가지고 시장접근을 했어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배급 시스템과 DVD, 비디오 등의 부가가치 재생산 시스템에 대해 이해가 필요합니다. 일본 내 한국 콘텐츠 소비층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해 이를 참고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WaW 엔터테인먼트는 90년대부터 해외 시장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내 영화산업의 추이를 분석하고, 한국 영화의 시장성 등을 정밀하게 조사한 연구보고서를 영화진흥위원회에 보냈다.

WaW 엔터테인먼트가 괜히 일본이나 홍콩 메이저와 합작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일본 관객을 이해하고 영화의 현지화를 위한 기초다지기의 일환이다.


“이 보고서만 놓고 보면, 한국영화는 일본에서 망했네요?”


류지호가 보고서를 덮으며 이봉호 사장에게 물었다.

말과 달리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입가에 거품이 너무 많이 끼었습니다. 특히 동북아시아 영화 관객에 대해 이해도가 높지 않은 UPI의 경우 한국에서 통했다면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이상한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배급한 몇 편의 영화 성적이 신통치 않습니다.”

“영화 흥행의 기본 패턴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국의 무비 스타들은 아직 일본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습니다. 스타 마케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홍콩의 그 대단했던 무비스타들은 이제 전설이란 이름으로 사진첩에 봉인되었다.

한국의 스타라고 해서 다를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수년 전부터 류지호는 한국 영화계에 경고를 보냈다.

특히 WaW 엔터테인먼트에는 일본에서 통하지 않을 영화는 아예 팔 생각도 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려두었다.

또한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일본에서 통할지를 면밀히 분석해 합리적인 수출가를 책정하라고 당부했다.


“WaW가 일본 수입업체와 배급업자에게 돈을 벌어줄 순 없어요. 다만 그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 줄 수는 있을 겁니다.”


그것이 WaW의 수출전략이다.

또한 신뢰의 징표다.


“한국 영화 업계도 감독님처럼 생각해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그런 것이 양측 영화계의 파트너십이 아닐까 합니다.”

“WaW가 일본 관객 구미에 맞는 영화를 만들 수는 없어요. 우리에게 제일 첫 번째 시장은 한국이니까. 때문에 스타마케팅 보다 감독과 영화 자체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홍콩과 일본 영화가 스타를 앞 세웠다가 얼마 안 가서 반응이 차갑게 식었어요. 일본 지사와 한국 본사는 당장의 수익보다 장기적으로 WaW 브랜드가 일본에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세요.”

“예. 감독님!”


<군계> 제작위원회 내부적으로 우려가 많았다.

과연 류지호가 생각하는 영화가 일본에서 통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그들은 일본에서 통한 한국식 멜로가 가미된 액션영화를 바랐다.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현 사회에 대한 쓴소리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국제영화제 수상도 큰 관심이 없었다.


“올해와 내년 개봉될 극우성향의 일본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차별되는 점에 있어서 긍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긴 합니다. 게다가 감독님은 일본 팬이 많으시죠. 주로 20~30대 젊은 여성들이죠. 현재의 일본 주 관객층과 일치합니다. 제작위원회에서 주목하는 점입니다.”


아시아인 치고는 훤칠한(?) 신장, 파파라치 컷으로 노출된 조각 같은(?) 근육질 몸매, 자상한 성격, 게다가 수년 간 수련하고 있는 격투기(?)가로써 야성적인 면까지.

결코 일본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꽃미남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에 스마트한 이미지가 있다.

따라서 일본의 젊은 여성들이 류지호를 선망한다.

심지어 한류스타 대열에 끼어 넣고 있다.

무슨 개소리인가 싶겠지만.

영화감독이 아닌 류지호라는 셀러브리티를 좋아하는 팬이 의외로 많다.

팬클럽 숫자도 한국보다 많고.


“감독님은 일본 여성들의 이상형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현실 속 남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자라서요?”

“일본에서 쓰리 고(高)라고 합니다. 키 크고, 연봉 높고, 고학력 남성이 일본에서는 이상향의 기본조건입니다. 그 다음으로 상냥하다거나 손이 예쁘다거나 얼굴이 작다거나 하는 조건들이 설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지요.”


허리와 목을 활짝 펴고 신장을 쟀을 때 180Cm다.

UCLA 졸업했다고 학력이 높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고.

결정적으로 류지호는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다.

미혼 남자 스타를 좋아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본 여성들이 좋아할 구석은 별로 없어 보였다.


“약혼 사실을 일본에서 다 알고 있지 않던가요?”

“감독님의 이미지는 뭐랄까... 판타지 속의 왕자님 같다고 할까.”


류지호는 이 양반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비행기를 태우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일본 영화 극장가의 점유율을 많이 차지하는 20~30대 여성 관객들은 너무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감독님이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REMO>의 츤데레 스타일의 치운이나 엉뚱하지만 잘생긴 레모 윌리엄스 같은 캐릭터를 좋아하지요. 감독님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복수의 꽃>이 여성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주관객은 20~30대 액션영화 남성 팬들이었습니다.”


욘사마 주연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일본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일본에서 엄청난 팬덤을 가지고 있는 욘사마도 도리가 없었다.

팬들은 <연가> 시리즈의 현대적이고 달달한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을 기대했다.

헌데 엉뚱하게 한복을 입고 수염까지 붙인 사극을 연기하자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극장에서의 참패는 DVD와 기타 부가 상품의 판매고로 이어졌다.

영화 흥행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는 입소문이다.

아무리 영화 홍보에 열을 올려도, 형편없는 작품이면 관객이 철저히 외면하게 되어 있다.


“쓴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으면 영화의 미래는 잿빛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뢰를 쌓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봉호 사장은 나름 직언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류지호는 <군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20대 남성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하면 되죠.”

“감독님 커리어에 스크라치라고 날까봐 그렇지요.”


5억 엔이라는 제작비는 일본 평균제작비보다 분명 고예산 축에 낀다.

광역개봉 시 최대 200개 스크린을 확보한 상황이다.

G.O.M JNP 영업점에서만 23개 스크린을 이미 확보해 두었다.

당연히 제작위원회에 속한 푸지TV가 홍보는 빵빵하게 해줄 터.

제작위원회에 속해 있는 도쿄다카라와 푸지TV 계열 미디어 회사에서 개봉 6개월 전부터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로 했다.


“원작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는 보통 개봉 한 달 전부터 제작위원회에 속한 TV방송국이 원작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재방송 하고, 각종 쇼오락 프로그램에 자사가 투자한 영화의 주요 배우들을 집중적으로 출연시킨다면서요?”

“일반적인 프로모션 행태입니다.”


음반회사는 OST를 라디오방송국에서 하루 종일 선곡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획사는 각종 팬미팅 행사를 열고, 출판사는 특별판을 발매하거나 화보집을 발매하는 등 제작위원회가 보유한 인프라를 전방위적으로 동원한다.

외화가 일본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 중에 하나가 그 같은 제작위원회의 방화 프로모션 물량전 때문이기도 하다.

류지호는 일본 박스오피스 수익을 포기하기로 계약했다.

WaW가 제작비의 50%를 투자했다.

대신 글로벌 수익에서 80%를 가져가는 것이 주 계약이다.

일본 박스오피스 손익분기점은 90만 명 내외.

제작위원회는 일본 내에서 본전을 충분히 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들은 해외 시장에는 기본적으로 관심이 별로 없다.

일본에서 10억 엔 이상 박스오피스 수익을 얻을 수만 있다면, 추후 일본 내에서 TV드라마, OVA 등으로 수익구조가 충분히 확장될 여지가 있을 테니까.

해외 배급은 ParaMax International이 담당할 예정이다.

제3세계 영화의 북미 배급에서 강점이 있고, 일본, 홍콩, 한국 영화의 세계 배급을 수차례 했던 경험도 있다.

류지호의 이름값과 ParaMax의 배급력으로 최소 34개국에는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이봉호 사장도 이런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만 류지호가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크랭크인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베를린과 부산 영화제 측에서 연락을 해오네요. 아무리 못해도 그 두 영화제 감독주간이나 비평가주간에는 초청받을 수 있으니까... 그걸 잘 이용해 보자고요.”


필름 마켓에서만 입도선매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제 경우에도 전 세계 주요 관심 대상 감독들의 영화는 서로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친다.

칸과 토론토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지만, 그 외 베니스와 베를린, 모스크바, 부산, 도쿄 등 국제영화제는 나름 명성 있는 감독 작품이 절박하다.

감독주간이니 비평가주간이니 영화가 초청 상영되었다고 홍보한다.

대중들은 뭔가 대단한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다.

그것들은 본영화제 전야 행사 혹은 사이드 이벤트일 뿐이다.

그리 의미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행사에 초청된 것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차라리 영화제 기간 상영하는 비경쟁부문이 가치가 더 있었다.

비경쟁부문을 채우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경쟁부문에서 아깝게 탈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구권에서는 감독주간이나 비평가주간 초청 사실을 크게 자랑하지 않는다.


“좋은 소식이군요?”

“이번 칸 필름마켓에 내놓았어도 적어도 유럽 몇 개 나라에서는 선판매 되었을 걸요?”

“그렇습니까?”

“내가 나름 유럽에서는 작가 대접을 받는 편이거든요.”


류지호는 별 거 아니라고 말했지만, 북미와 아시아, 유럽에서 감독으로서 류지호의 평가가 다 제각각이다.

북미에서는 디지털 영화 신봉자이며 괴짜 감독 이미지가 강하다.

유럽에서는 저예산 영화에서 오히려 재능을 보여주는 영화마다 편차가 큰 감독으로 마니아가 있다.

아시아에서는 그냥 영화도 잘 찍고 돈까지 잘 버는 엄청 유명한 감독이다.

따라서 각 지역별 대륙별로 류지호 영화의 홍보마케팅이 다 달랐다.

그런 마케팅을 ParaMax가 기가 막히게 잘한다.


“이번 영화는 유럽에서 열심히 홍보활동을 해보려고요.”

“적어도 한 달 이상 시간을 빼셔야 할 텐데....”

“약혼녀와 함께 다닐 생각이에요.”


류지호가 씨익 웃었다.

영화 홍보를 진행하며 연인과 데이트까지 함께 하는 세계 여행.. 아니 프로모션 투어.


‘레오나가 싫어하려나....?’


지금까지 류지호는 주로 북미와 아시아 위주로 홍보행사를 돌아다녔다.

유럽 프리미어와 프로모션에는 배우만 주로 보냈다.

이제부터는 좀 더 성실하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영화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

감독으로써 전 세계 영화팬들과의 직접적인 스킨십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다.


“<복수의 꽃>이 포함된 DVD 패키지 제안이 있었습니다.”

“일본에서요?”

“본사에 알아보니까 영국의 타이탄 익스트림, 홍콩의 셀레스티알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고 하더군요.”


세 개의 각기 다른 국가 DVD 배급사가 대만의 <협녀>(71년), 일본영화 <수라설희>(73년), 한국의 <복수의 꽃>(2002), 미국의 킬빌(2003~4년) 4편의 영화를 패키지로 묶어서 DVD로 발매하고 싶다고 문의를 해 왔단다.

일종의 스페셜 에디션 DVD 패키지다.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와 영국의 엠파이어지에 특집기사로 ‘복수극 여성영화 명작 계보’가 실린 적이 있다.

그 기사를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한다.


“킬빌Vol2는 아직 전 세계 배급이 끝나지 않아서 힘들 걸요?”

“우선 감독님 생각은 어떠신지 일본 업체에서 알고 싶은 모양입니다.”

“<협녀>의 유럽 DVD 판권은 프랑스 배급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일본 업체가 <수라설희>를 보유하고 있는 모양이죠? <복수의 꽃>이 슬슬 DVD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서 상관없지만, <킬빌>을 패키지에 끼워 판매하는 건 이르지 않나 싶네요.”


권리를 가지고 있는 ParaMax가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런 편집 패키지는 DVD 판매 단물이 다 빠진 후에야 고민할 부분이니까.


“저비용으로 4K 리마스터링이 가능해진다면 논의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는 정도. 일본 쪽 회사에는 그 정도 여지만 남겨두세요.”

“알겠습니다.”


여성 복수극은 찾아보면 꽤 많았다.

심지어 미국 영화 가운데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전설적인 B무비도 있고.


‘근데, 저 세 영화에 내 영화가 끼는 것이 좋은 것인가....?’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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