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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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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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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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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5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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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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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글자
23쪽

이 정도인 줄 몰랐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 정의는 항상 한 발 늦게 우리에게 찾아옵니다. 하지만 늦더라도 반드시 온다고 믿습니다. 그런 희망은 절대 헛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삶이, 세상이 조금 덜 삭막할 테니까요.


베니스 영화제 주관방송와의 인터뷰에서 류지호가 한 말이었다.

한국의 복잡한 정치상황과 들끓고 있는 개혁요구와 맞물려 이탈리아의 각종 시사지에서도 <민중의 적 : EMBARGO>와 관련해 다양한 기사를 실었다.


- 한국의 저널리즘, 가학적이고 병적인.

- 집단적인 윤리의식의 상실 속, 최소한의 양심.

- 코리안필름 뉴에이지를 아우르는 류지호의 영화세계.


유럽 매스컴에서 영화 리뷰와 함께 한국의 정치와 사회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했다.

‘미스터 할리우드’라는 닉네임이 아니라 ‘Jay’라는 친숙한 애칭을 동원해 가며 호의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언론도 있다.


[류지호는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매우 겸손하고 상냥한 사람이지만, 간혹 기분을 상하게 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면 거친 면이 있다. 그저 손으로 머리를 뒤로 넘기는 정도였지만. 그는 난처하거나 복잡한 심사가 있을 때 검지로 볼을 긁는 버릇이 있다.]


[류지호는 영화제 공식초청 기간 삼일 전에 베네치아에 도착해 연인과 데이트를 즐긴 것으로 밝혀졌다.]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아름다운 연인과 함께 아름다운 청년의 꿈결 같은 데이트. 시내 곳곳에서 목격된 이들 미남미녀의 데이트 장면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가십성 기사들이 영화제를 찾아온 팬들에게 소소한 흥미를 선사했다.

베니스 영화제 일정을 거의 생중계하듯 방영하고 있는 한국의 DCN에서는 베니스에 거주하고 있는 영화제 사이트 운영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영화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알베르토라는 청년이었다.


“남미와 중동의 영화가 제외되긴 했지만, 뮐러가 말했듯이 그것은 올해 그 지역에서 별다른 영화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다양한 영화를 포함한 올해의 라인업은 상당히 흥미롭다. 특히 유럽에서 각광받는 몇몇 한국영화 감독의 작품이 초청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미스터 할리우드가 베네치아를 찾아와 준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한국에서 온 기자들은 베니스 영화제 곳곳을 취재하며, 한국영화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현지 분위기도 한국영화의 수상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

경쟁부문에 속한 영화라고 해서 언제나 우월한 작품성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고, 실험성을 중시하는 오리존티라고 무조건 난해한 것도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다니면, 경쟁부문 밖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들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영화제 날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비경쟁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영화들이 속속 공개되기 시작했다.

영화제 데일리 소식지의 별점 목록이 점차 길어지는 가운데, <민중의 적 : EMBARGO>와 <굿 나이트 앤 굿 럭>이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였다.

영화제 중반이 되자, 떠오르는 신예작가로 부상하고 있는 박진우 감독이 <친절한 금자씨>를 들고 베니스를 찾았다.

기자시사가 끝난 후 데일리 소식지 별점표 상위권에 단숨에 들어왔다.

영화제 데일리의 별점과 평점은 평론가들의 기호를 반영한 것일 뿐이다.

<민중의 적 : EMBARGO>의 경우 어떤 신문은 별 다섯 개 만점을 줬지만, 다른 곳에선 두 개만 주는 등 큰 편차를 보였다.

영화를 두고 순위를 매기고, 다시 이를 토대로 영화제의 결과를 점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단 뜻이다.

빈센트 부셰미가 류지호에게 짓궂게 인사를 걸어왔다.


“Hi, My Boss~"


기괴하면서 유쾌한 영화 <로맨스와 담배>를 연출한 존 터튜와도 인사를 나눴다.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지역의 JHO Company Group의 숙소를 ‘Tri-stellar Stable'이라고 부른다.

그곳에서 주요 국제영화제 파티 중 가장 성대한 파티가 열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베니스 영화제의 트라이-스텔라 파티에 많은 이들이 찾아왔다.

류지호 역시 당연히 참석했다.

세계 유명 영화인들과 교류했다.

류지호는 리도 섬에 머문 3일간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필름마켓은 칸과 토론토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민중의 적 : EMBARGO>에 대한 바이어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보스, 뮐러 위원장이 폐막식까지 함께 하길 원한대요.”


비서실장 제니퍼 허드슨이 집행위원회의 뜻을 전했다.


“일정이 빡빡해서 곤란하다고 전하세요.”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사인 아닌가요?”


류지호의 체면을 고려해 비공식상이라도 안겨줄 심산이 모양이다.

영화제마다 비공식상도 많았다.

그 중 한두 개를 류지호에게 안겨줄 모양이다.

비공식상은 보통 폐막식 전에 시상한다.

류지호가 베니스를 떠나버리면 수상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없다.

발걸음 붙잡아 두기 위해 미리부터 귀띔을 해준 것이다.


“스페인과 영국을 방문하고 다시 베니스를 경유해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뮐러 위원장에게만 알려주세요.”

“폐막식은 어쩌시겠어요?”

“곤란하지 싶네요.”


<민중의 적 : EMBARGO>와 작별인사를 나누려고 했는데, 다들 한국으로 떠나는 모습이 아니었다.

집행위원회에서 어떤 신호를 준 모양이다.

어쨌든 류지호는 레오나 파커와 함께 조용히 리도 섬을 떠났다.

알버트 마샬 ParaMax Entertainment 회장이 동행했다.


고오오오.


류지호 일행을 태운 전용기가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스페인으로 향했다.

참고로 JHO Company Group은 모두 3대의 비즈니스 제트기를 소유하고 있다.

미사일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방해하는 금속을 하늘에서 흩뿌리는 장치가 장착되어 있다.

중동을 비롯해 분쟁지역을 통과하다가 자칫 저격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다.

류지호의 전용기에는 달 수 없었다.

국내법을 들어 국방부가 허가를 하지 않았다.

당연히 의장비서실과 JHO Security에서 항의했다.


[공격용이 아닌 것은 맞지만, 무기는 무기다.]


한국에서는 민간 항공기에 어떤 특수장치도 부착이 불허되고 있다.


“우리가 국방부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것도 아니고 유사시 발생할지 모르는 테러로부터 기업인 스스로 방어하겠다는데, 무조건 무기라고 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탁상행정입니다.”


전용기를 보유한 대기업들과 함께 법률개정을 요구했다.

국내 단 열 대만 있는 민간 비즈니스 제트기를 위해 법을 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칫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단다.

따라서 미주 노선을 제외하고 장거리 비행시 류지호는 JHO Company Group 소유 전용기를 탄다.

각종 방어용 장비를 장착한 JHO 오너 및 회장단 전용기가 마드리드 공항에 착륙했다.

왕실 의전책임자와 외교부 장관의 영접을 받은 류지호 커플이 왕궁과 가까운 시내 호텔로 안내되어 여장을 풀었다.

스페인에 도착한 첫날에는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호텔에서 왕실 의전책임자로부터 훈장 수여식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다음날, 마드리드에 위치한 G.O.M International ESP 지사를 방문했다.

Lowes Cineplex는 아메리카 대륙 외에도 유럽 몇 개 나라에 멀티플렉스를 진출시킨 바 있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등 스페인 주요도시에 18개 극장 161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극장의 영업권이 고스란히 G.O.M International로 이어졌다.


“현재 유럽 대륙에는 스페인을 제외하고 헝가리, 터키에 각각 극장 1개씩 6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추후 체코를 중심으로 동유럽 멀티플렉스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류지호는 스페인 법인 사장으로부터 영업 상황을 브리핑 받았다.

스페인의 영화시장 성장성과 추후 발생할 금융위기 등을 고려해 현재 스크린 수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으로 Eye-MAX와 디지털 상영 시스템 확보에 속도를 내줄 것을 당부했다.

서유럽은 G.O.M이 진출할 여지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토종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시장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동유럽은 블루오션이다.

할리우드 자본으로는 워너-타임이 투자한 멀티플렉스가 몇 개국에 진출해 있을 뿐, 토종 극장사업자들의 멀티플렉스 전환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G.O.M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있다.

그룹의 동유럽 진출 거점인 독일을 중심으로 매년 동유럽으로 한 나라 한 개 멀티플렉스 진출을 모색 중이다.


“적당한 규모의 현지 사업자 인수합병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지 진출에 가장 좋은 방법은 브랜드 인수다.

따라서 동유럽 지역 대형 체인과 물밑에서 접촉 중이다.

스페인에서의 일정은 주로 비즈니스 행보였다.

세계 30대 건설사 순위표에 많은 기업을 올려놓고 있는 나라가 스페인이다.

남미 건설시장을 꽉 잡고 있는 건설사 대부분이 스페인에 있다.

류지호는 스페인의 주요 건설사 회장들과 안면을 텄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건축디자이너와 설계사들도 만났다.

한국의 건설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이 꽤나 있는 줄 알았다.

실상은 글로벌 30대 건설사들과 격차가 컸다.

글로벌 시장도 중동과 아시아로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었고.

외국인 유럽 지사장들이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한국 건설시장에선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 코리안 스탠더드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빅 파이브라고 하는 오성, 경일건설, 대유건설, 금성건설은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국내적으로는 업체 간 담합 내지 덤핑이 예사다.

대기업과 중소건설업체간 불공정 거래 및 계약 관행은 절대 깨지지 않는 법칙이 되어버렸다.

국내 탑3 건설사와 30대 글로벌 건설사의 해외 수주와 매출을 비교하면 최소 10배 차이가 난다.

세계 상위 225개 건설업체의 해외시장 매출액(자국시장 제외)에서 한국 건설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하단다.


"경기가 좋을 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했지만 주택사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전통적인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중동과 아시아 지역을 제외하곤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가 맞긴 합니다.“


대유가온건설을 통해 국내 건설업 현황을 파악한 류지호는 무척 실망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설계, 엔지니어링은 필수다.

국내 업체들은 시공에만 치중하고 있다.


“건축 설계·시공 겸업 금지 등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합니다. 누차 강조했지만 대유가온은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도록 하세요.”


류지호는 빅3 건설사의 R&D 지출을 듣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연구개발에 대해 너무나 등한시 하고 있었다.


“대유가온건설이 단숨에 글로벌 30대 건설사로 부상할 순 없겠죠. 방법은 하나에요. 50위 권 건설사 중에서 중남미 실적이 높은 스페인 건설사를 찾아보세요.”


포트폴리오 다양화의 방법으로 사업영역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건설사를 인수합병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


스페인을 떠나기 전 오전에 류지호와 레오나 파커가 스페인 왕실에 들어갔다.

스페인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로부터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명예인 '이사벨 여왕 십자문화대훈장 (The Cross of Official of the Order Isabel La Catolica)'을 받았다.

이 훈장은 스페인의 국익을 위해 헌신한 자국 공무원, 경제협력 증진에 기여한 외국인에게 수여되는 훈장이다.


“미스터 류는 스페인에 지속적인 투자를 함으로써 경제에 이바지하고 영화교류를 통해 민간외교를 실현해왔습니다. 비즈니스맨으로서, 예술가로서 또 한국을 대표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양국 유대감 강화 및 관계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큰 만큼 훈장을 수여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스페인에 투자함으로써 앞으로 더 멋진 일들이 많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시간의 경험을 빌어 굳게 믿고 있습니다. 특별한 훈장을 받게 되어 큰 보람을 느끼고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스페인과 한국의 경제와 문화교류에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류지호는 국왕과 관료들에게 리조트 투자를 비롯해 가온과 JHO 두 기업들의 스페인 합작 사업에 대한 확대와 함께 민간외교의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사전에 입을 맞춘 사안들이다.


“바르셀로나, 산세바스티안도 둘러봤으면 좋았을 텐데.....”


레오나가 창밖으로 멀어지는 지상의 스페인 풍경을 보며 아쉬워했다.


“다음에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돌아보자. 한 달 정도 시간을 두고.”

“정말?”

“영화 한 편 끝내고, 1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그 동안 못해본 데이트 실컷 하자.”

“굿!”


영국에서 일정 또한 스페인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먼저 유니벌스뮤직그룹 UK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다음 날은 맨체스터 유나이트를 방문했다.

매튜 그레이엄은 맨유 인수에 꽤나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류지호는 그 모습을 나쁘게 보지 않았다.

의형인 매튜 그레이엄은 수시로 애인이 바뀌고 있다.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단다.

류지호와 레오나에게 어서 빨리 아이를 낳으라고 성화다.

자신의 의형이 파티나 쫓아다니고 무절제한 생활을 하느니 차라리 스포츠팀에 몰두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성취감을 얻길 바랐다.

성적이 안 좋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지만.

‘구단주 놀이‘가 과거 망나니로 돌아갈 여지를 없애는 역할을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맨유의 훈련장인 캐링턴 구장에서 만난 선수단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맨유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는 것은 할리우드 무비스타 못지않은 인기와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전 삶에서 노쇼로 한국 축구팬 전체를 안티로 만들어버린 풋풋한 시기의 호널드와 악수를 나누면서 류지호는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이 녀석을 마드리드로 이적을 보내야 할지.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할지.‘


딱히 류지호가 고민할 사안을 아니다.

퍼거슨 감독에게 선수단 운영을 일임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맨유 단장과 감독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류지호가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나와 매튜는 지원을, 여러분은 축구만 열심히 하면 될 뿐.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축구는 축구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자본력을 토대로 온 세계 슈퍼스타를 쓸어온다고 해서 팀이 갑자기 슈퍼울트라로 탈바꿈할 것 같지 않았다.

온갖 프로팀에서 돈질만 하고 실패한 사례는 차고 넘쳤다.

류지호는 구단주로써 팀 전력이 꾸준히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퍼커슨 감독은 시종일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젊은 구단주에게 어떠한 약속도 내놓지 않았다.

그저 구단주와 단장의 대화를 묵묵히 들으며 식사를 즐길 뿐.


✻ ✻ ✻


“후아!”


레오나 파커가 질렸다는 듯 괴성을 질렀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던 거야?”


류지호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빠도 이 정도는 아니야. 요 며칠 사이에 도대체 몇 개 도시 몇 개 기업을 돌아다니는 건지....”

“유럽을 방문한지 오래 되기도 했고... 최근 JHO가 유럽 진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서 그래.”

“Jay는 경영에 참여하지도 않잖아.”


류지호가 썩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는 잘 이끌고 있다.

그럼에도 오너가 직접 나서야 할 경우도 있는 법이다.

최소한 얼굴마담 정도는 주기적으로 해줘야 한다.


‘찾는 곳이 오죽 많아야지.’


류지호는 ‘미스터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살아있는 영화 산업의 신화다.

임원들은 눈도장을 찍기 위해, 직원들은 유명인사와 대화라도 나눠보고 싶어서.

모두가 류지호를 열렬히 환영했다.

나름 조용한 행보를 한다고 했지만, 유럽의 언론이 가만 놔두질 않았다.

한국만 벗어나면 류지호의 위상은 그 어떤 유명인사보다 더 높다.

국가급 환대를 받아도 그리 이상하지 않다.

중동의 왕가보다 조금 모자랄지 몰라도 류지호가 소유한 투자회사가 운용하는 자금이 웬만한 국가 한 해 예산과 맞먹을 정도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움직이는 곳에 대규모 투자가 있다.]


미국의 월가에서 정설로 굳어진 말이다.

특히 영화 한편 끝내놓고는 빅 비즈니스가 반드시 일어났다.

사실 <군계> 촬영 중에 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잠시 유럽을 방문한 것뿐.

빅비즈니스는 없었다.

유럽의 언론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때론 오지랖을 부릴 필요도 있어.”

“오지러프?”

“별로 좋은 뜻은 아니야.”

“Be Nosy....?”


간섭할 필요도 없는 일에 주제넘게 나서는 걸 비꼬는 표현이다.


“아름다운 한국말 많거든. 나쁜 말 배우지 마.”


두 사람은 옥신각신하며 런던 북부에 위치한 Leavesden Studios로 향했다.

공군기지이자 항공기 제작 공장이었던 흔적은 온데간데없다.

광활한 대지에 잔디까지 깔끔하게 깔려있고 완연한 종합촬영소 면모로 탈바꿈했다.

야외에는 대부분 <해리포터> 시리즈 세트가 지어져 있다.

대지면적 자체만 놓고 보면 Playa Vista의 트라이-스텔라 스튜디오보다 넓다.

그에 반해 시설은 소박한 편이다.

간혹 할리우드 영화도 촬영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JHO/Working Title 제작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007> 새로운 시리즈 등이 촬영되고 있다.

영국에서 세 번째 규모의 영화 종합촬영소다.

이곳에서 WaW 픽처스 영화 <우리는 별을 쏘았다>가 촬영되기도 했다.

사장의 안내를 받고 있는데, 레오나 파커가 류지호의 귀에 속삭였다.


“말투가 이상해...”

“영국식 억양이니까.”

“하지 마. 이상해.”

“킥킥. 올리버?”


전형적인 영국인 올리버 미어스(Oliver Mears)는 Leavesden Studios의 운영총책임자다.


“내 억양이 그렇게 이상합니까?”

“가능하면 원래 하던 대로 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웃기라고 해본 것인데...”

“영국 날씨가 우울하다고 해서 영국인들의 기분까지 우울하지는 않습니다. 보스.”

“다들 경직되어 있는 것 같아서 재밌으라고 한 번 해봤어요.”

“첫 방문이시니 다들 몸가짐을 조심하는 것입니다.”

“설마요?”

“하하. 혹시 보스께서 영국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가시면, 이곳 스튜디오에서 영원히 영화를 안 찍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최대한 좋은 인상을 보여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서로 너무 딱딱하게 대하지 말자고요.”

“알겠습니다.”


영국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될 <해리포터> 투어 프로그램은 2007년 오픈이 예정되어 있다.

<불사조 기사단>이 개봉될 해이다.

이전 삶에서, 워너-타임이 시행했던 투어보다 3~4년 앞 당겨 시작되는 것이다.

반응을 보고 한국 새만금에 들어설 테마파크에도 시설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이라 불리는 문화적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를 통해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프랜차이즈 영화의 성공적인 모범 답안을 보여준다며 업계에서도 극찬하고 있다.

글로벌 복합미디어 그룹들이 JHO에 부러워하는 것이 두 개 있다.

Timely 프랜차이즈와 <해리포터> 시리즈다.

지금의 기세도 무섭지만, 앞으로 미디어믹스 최고 매출에서 <포켓몬>, <스타워즈>에 이어 당당히 3위를 차지하게 될 IP가 <해리포터>다.

LOG Company의 생쥐를 의인화한 캐릭터보다 누적 액수는 적을지 몰라도 10년 간 기록하는 매출은 월등히 앞선다.

<해리포터> IP로 지금까지 거둔 원소스멀티유즈 비즈니스 총매출이 100억 달러가 넘는다.

한화로 12조 원이다.

2020년에 가면 총매출이 무려 300억 달러를 넘게 된다.

경쟁 복합미디어그룹들이 부러워 미칠 만도 했다.

곧 TIMELY와 Snowstorm이 그 대열에 합류할 수도 있다.


“....!”


레오나 파커는 내심 경악했다.

JHO Company가 세계적인 복합미디어그룹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유럽에서까지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깊숙이 뻗어나가 있을 줄은 몰랐다.

세계 최대 레코드 회사, 극장 브랜드, 위성방송, 프로축구, 물리 및 IT 보안, 영화스튜디오, 디지털 영화, E-스포츠, 마지막으로 금융투자까지.


“나도 직접 와 보기 전에는 이 정도인 줄 몰랐어.”


매번 숫자로만 확인했기에.

막상 현지에서 보고 듣고 확인한 것들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OMDb였다.

런던 변두리의 작은 사무실 하나 얻어서 직원 몇 명이 소박하게 일할 줄 알았다.

웬걸.

꽤 임대료가 비싼 건물에서 직원 360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월 5,000만 명의 방문객 수를 자랑하는 사이트 운영 회사답다고 해야 할까.

영어권 국가를 넘어 불어, 스페인어, 독일어 서비스까지 일부 제공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확장일로에 있다.

중요한 것은 광고와 부분 유료서비스를 통해 지주회사의 지원 없이 독자적인 사업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제이크도 잘하고 있는 것 같네.’


멜란가문의 망나니 제이크 멜라도 E-스포츠 분야에서 나름 유럽진출을 타진 중이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던 서유럽의 PC 및 콘솔 게임 대회와 전혀 다른 모델의 E-스포츠 대회를 유럽에서 시작했다.

게임 분야에서 재밌는 점은 <스타크래프트>보다 <워크래프트Ⅲ>가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었다.

북미보다 늦게 서비스를 시작한 <WoW> 인기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가온그룹 산하 게임 스튜디오의 <타임리 아레나>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까지 큰 반응은 없었다.


“건강 잘 챙기고. 한 눈 팔지 말고. 전화 자주 하고. 한국에 계신 아빠엄마에게 안부 전해주고. 아라 언니한테 보고 싶다고 전해주고.....”

“알겠어. 얼른 가 봐. 겨울에 보자.”


헤어지기 싫다.

영국에서 함께 더 머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못 내 아쉽다.

류지호는 진한 작별키스로 약혼녀를 배웅했다.

자신은 수행원들과 함께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리도 섬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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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0.19 21:12
    No. 1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0.20 09:56
    No. 2

    지금 시기는 스페인 건설사 들
    불황기로 들어가는 시기라 스페인 투자는 위험합니다.
    지금 중국 처럼 스페인 인구의 3배가 넘는 아파트와
    건물 필요없는 도로등 과잉 투자하던 시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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