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연재수 :
899 회
조회수 :
3,828,072
추천수 :
118,685
글자수 :
9,955,036

작성
23.09.29 09:05
조회
2,232
추천
94
글자
25쪽

재밌어 질 것 같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이번 년도 오스카 주인을 얼추 기억하고 있는 류지호로서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몇 명의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고역이었다.


‘대놓고 수상을 못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어쨌든 올해 가장 주목 받는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마르틴 스콜체제다.

지금까지 네 차례나 감독상 후보에 지명되고도 매번 고배를 마셨다.

다섯 번째 시도 만에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 됐다.

헌데 마르틴 스콜체제는 싸구려 물건을 파는 가게에서 발견한 백만 달러의 값어치를 지닌 물건이란 뜻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에 트로피를 양보해야만 했다.

결과를 말하자면 올해 오스카 쇼의 주인공은 <밀리언달러 베이비>가 차지하게 된다.

1999년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안나 스왱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 클린턴 우드 감독 덕분에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됐다.

시상식 반 클린턴 우드가 제작·감독·주연을 겸한 이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등 주요 부문을 후반에 몰아서 가져감으로써 올해의 주인공임을 전 세계에게 알리게 된다.

<에비에이터>는 총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의상, 미술, 편집, 촬영 등 스태프들의 헌신적인 노력만을 크게 치하 받았다.


- 이 세상의 돈이란 돈은 모두 Jay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도대체가! Jay 없이 할리우드는 영화를 못 만드나요?


새롭게 사회자로 무대에 선 배우 겸 코미디언 토퍼 락은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와 감독들을 상대로 온갖 농담을 재잘거렸다.

류지호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 보세요. 이번 오스카 후보작들을. 저 친구가 참견하지 않는 영화가 없어요. 그나저나 Jay! 난 언제 써줄 겁니까? 혹시나 날 불러 줄까봐 나는 몇 년 째 휴양지로 떠나지 못하고 웨스트우드를 기웃거리고 있다고!


유력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회치듯 난도질 하는 것이야말로 오스카 사회자의 미덕.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안 다루는 소재가 없기에 토퍼 락의 농담은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길 때가 있다.

이전 삶에서는 몇 번의 인종차별 논란과 결정적으로 절친의 아내를 모욕했다가 생방송 중에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당했었다.


하하.

호호.


별로 우스운 이야기도 아닌데,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류지호는 별로 기분 나쁘진 않았다.


- 조디 워커는 미국경제가 흑자로 돌아선 다음에 대통령직을 맡아서 700억 달러의 적자를 냈죠. 남아도는 돈으로 전쟁을 시작했거든요. 만약에 갭(Gap)도 예산이 넘쳐났었다면 Banana Republic하고 전쟁을 벌이려고 했겠네요. 유독성 탱크탑을 팔았다면서. 근데 일단 바나나리퍼블릭은 탱크탑을 만들지 않았어요.


조디 워커를 풍자하면 열광적인 리액션이 터지는 것이 오스카의 전통이라도 된 걸까.

시상식 중에 가장 큰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토퍼 락은 거침이 없었다.

눈에 뜨이는 게스트마다 농담을 날려댔다.

일부 멘트가 거슬렸던 것인지,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선 저스틴 펜이 진지하게 한 마디 했다.


“내가 유머감각은 별로 없지만, 토퍼, 당신의 말에 대답을 좀 하자면, 당신이 조롱한 그 친구는 내가 알기로 최고의 배우 중 한명이에요.”


저스틴 펜의 말에 장내가 썰렁해졌다.

토퍼 락은 한 배우를 이류 배우로 격하시키면서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나름 풍자하려고 했다.

그런데 특정 배우를 언급한 것은 도를 넘는 행위였다.

할리우드에서 나름 발언권을 가진 저스틴 펜이 공식적으로 그 부분을 지적했다.


짝짝짝.


류지호와 미첼 요의 시상차례가 돌아왔다.

미첼 요가 먼저 시상 소감을 말하고, 다음으로 류지호가 마이크 앞에 섰다.


“어떤 지역, 어떤 대륙이든, 항상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문화의 다양성과 우수성, 중요성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 모였겠지요.”


외국어영화상에 걸맞은 시상소감과 함께 인사말을 통해 다양성을 강조했다.


“축하해요. 외국어영화상은 <씨 인사이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류지호와 미첼 요가 시상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왔다.

거슬리는 것 없이 무난한 시상이었다.

올해 아카데미는 흑인 배우들의 기념비적인 해로 기억될 것 같았다.

남우조연상과 남우주연상 등 남자연기 부문상 모두 흑인에게 돌아갔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던 제74회와 달리 남자배우 부문의 트로피 두 개를 흑인이 차지한 첫 사례가 되었다.

게다가 에디 비숍은 <콜래트럴>로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 외에도 세 명의 남녀 흑인배우가 세 부문 후보 리스트에 오른 것도 그 간의 아카데미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심지어 사회자까지 흑인 코미디언을 내세우기까지 했다.

비록 외국어영화상 시상이지만 아시아계 두 배우가 함께 무대에 선 것도 이색적이었다.


[원래 아카데미는 보수적이잖아, 그게 뭐라고.]


밖에서 보면 겨우 두 명의 흑인 배우가 수상한 것이 뭐가 중요할까 싶겠지만.

할리우드는 유색인종에게 매우 가혹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할리우드 유력자 중 한 명인 류지호가 아카데미 시상자로 10여년 만에 처음 선정된 것부터 그 전에 아카데미 회원가입을 미루고 미루다 겨우 자격을 부여한 것까지.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가 지금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류지호로 인해 한국계 영화인들의 사정이 조금은 나아졌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다.

류지호는 그저 예외다.

여전히 아시아계는 노골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최소 50만에서 최대 200만 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의 TV·영화 산업에서 아시아계는 한줌도 안 된다.

일찍부터 할리우드 산업에서 활약해 온 흑인 중에서 메이저 스튜디오 최고임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미국현대영화사에서 의미 있게 기록된 흑인영화감독은 스팍스 리 정도다.

90년대 할리우드가 개편되면서 유대계의 힘이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천만에 말씀이다.

방송계를 장악한 유대계 자본이 영화산업과 완전히 결합했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유대계 인맥과 자본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더 커졌다.

백인잔치에 귀빈으로 초대되는 유일한 아시아계가 류지호다.

일부 개념 없는 래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업계 유색인종 사람들이 류지호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절대 깨질 수 없을 것 같은 미국 미디어산업의 유리천장을 깬 인물이었으니까.

류지호에게 영광을 한 스푼이라도 얹어주고 싶지 않은 백인 기득권은 다양한 꼼수를 쓰기도 한다.

본래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2005년 중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워너-타임이 갑자기 개봉을 12월로 앞당겼다.

아카데미 수상이 유력시 되는 트라이-스텔라의 <에비에이터>와의 맞대결을 감수하고.

결국 주요 수상 부문을 모두 차지해버렸다.

아카데미 프로모션에서 트라이-스텔라보다 두 배의 비용을 지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총력을 기울였다는 의미다.

트라이-스텔라의 오너 류지호를 견제하려고 했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 것이다.


‘작품이 좋으니까. 수상 가능성을 나름 높게 보고 개봉을 앞당긴 것이겠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류지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해도 설레지가 않았다.

익숙해진 모양이다.

미국의 영화사를 책으로만 배운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오해가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만든 미국의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가 사실은 영화노조를 제어하려는 속셈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학술단체가 연상되는 거창한 이름은 노동분쟁을 해결하고 영화 전반의 기술 향상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붙여졌다.

할리우드는 유대인 인맥이 지배하는 곳이다.

제아무리 류지호가 날고 기어도 그것을 바꿀 순 없다.

다만 아카데미가 매우 보수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제성과 흥행에 매우 민감하다.

아카데미가 흑인배우와 소수인종 중에서도 소수인 한국계 류지호에게 트로피를 안겨준다는 것은 그것이 화제를 낳고 흥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계의 천박한 속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나면 제2의 스팍스 리가 못 될 것은 없겠지.’


정치적 올바름(PC)조차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할리우드다.

영화를 예술이 아니라 철저히 대중문화상품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면 할리우드 공략이 아주 약간 쉬워질 수도 있다.

감독이나 배우로 즉 예술가로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써 자신을 파는 것이다.


❉ ❉ ❉


오클랜드 북쪽의 작은 도시 에머리빌.

최근 ParaMax Entertainmemt에 인수합병 된 Pixart Animation Studios의 소재다.

Pixart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상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Pixart는 작품 완성도에 유별나게 집착한다.

작업 데드라인을 생명처럼 여긴다.

완벽주의가 너무 심해서 다른 곳에서 이 정도면 됐다 싶은 것도 수정을 반복한다.

이 시기 대략 1,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실력을 떠나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어떤 작업에도 애니메이터로 캐스팅이 되지 못한다.

Pixart 작품에 캐스팅을 받지 못하는 것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퇴사하게 된다.

캐스팅이 되었다고 해도 데드라인을 두 번 어기면 해고 위기에 직면한다.

업무 강도도 센 편이다.

한창 바쁠 때는 분 단위로 업무를 쪼개서 할 정도다.


"Be wrong as fast as we can."


가장 빨리 실패하라는 말은 Pixart에서 근무하면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격언이다.

Pixart에서는 신입 애니메이터들도 자기 작품을 동료들에게 많이 보여주고, 수백 번의 수정을 거친다.

입사 초기에 동료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럽더라도 반드시 공개한다.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수백 번, 수천 번 수정을 거쳐야 비로소 명작이 나온다는 믿음이 스튜디오 안에서 팽배하기 때문이다.

미국식 개인주의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모두가 동참한다.

커뮤니케이션과 콜라보레이션은 Pixart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다.

업무량과 작업 스트레스는 실리콘밸리답게 매우 강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자유로운 편이다.

야행성 직원은 정오에 느긋하게 출근해 늦게 퇴근한다.

데드라인에서 자유로운 엔지니어 중엔 오후 3시쯤 서핑을 하겠다며 보드를 들고 퇴근하는 직원도 있다.

사내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아무렇지 않게 활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직원 중에 파티광도 많다.

스튜디오에 마련된 야외 바베큐장에서 일주일에 파티 최소 두 번을 기본으로 여는 직원도 있다.


“뭔가 무질서 하면서 또 질서가 잡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본 건물 로비로 들어서며 류지호가 중얼거렸다.

나란히 걷고 있는 스테판 잡스가 물었다.


“내가 Pixart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뭔 줄 아나?”

“창의력과 기술력이겠지요 아마도?”

“재미있는 공부를 하면서 창의력을 키우게 한다는 점이야.”


Pixart는 대학처럼 봄 학기, 가을 학기로 나눠 직원을 위한 점심·저녁 수업을 열고 있다.

학기마다 50개가 넘는 강좌가 열린다.

영화와 예술 수업이 중심이지만, 그 밖에도 다양한 수업이 열린다.

심지어 동물처럼 행동하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연기 수업도 있다.


‘JHO와 가온도 벤치마킹해야겠어.’


JHO Company Group 산하 기업들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강연과 콘퍼런스, 세미나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다만 Pixart 같은 전문 강좌 프로그램은 없다.

단발성 특별강연도 좋지만, 학기제 강좌를 개설해도 좋을 것 같았다.


웅성웅성.


중앙 로비에 Pixart 직원 모두가 모여 있다.

사실 그들은 스테픈 잡스에게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PiXart Studios를 다른 기업에 팔아먹은 것 때문이다.

게다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메이저 스튜디오와 합병하는 건 루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 사이에 말이 바뀐 것이다.

스테븐 잡스는 그런 이들을 향해 차분하게 말했다.


"여러분도 잘 알 겁니다. 오늘 함께 온 여기 미스터 할리우드를요. 내가 사적으로 만나보니 좋은 사람이에요. 여러분은 LOG에 많은 걸 빼앗겨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의 성취를 배급사가 빼앗아가지 않을 거란 말입니다. 물론 ParaMax는 LOG보다 배급력이 약합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나에게 약속했습니다. 트라이-스텔라도 Pixart 작품이 잘되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나는 그를 믿기로 했습니다. 내가 알기로 그는 지금까지 창작자들의 목을 움켜쥐려고 단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었어요. 사실 난 췌장암 수술 이후 건강이 예전과 같진 않습니다. 다만 그 일로 인해 내 생각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Pixart의 문화가 변할 것이란 염려가 있을 겁니다. 걱정 마세요. 나와 Pixart는 ParaMax의 2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이사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강하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나와 미스터 할리우드의 약속으로 인해 Pixart의 문화는 안 바뀝니다.“


짝짝짝!


열렬한 박수가 터졌다.

자신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스테픈 잡스에게 감동한 것이다.

물론 류지호는 내심 ‘빌어먹을 광신도들...’이라고 욕했지만.

류지호에게 마이크가 넘어왔다.


“JHO는 여러분에게 몇 월 며칠까지 애니메이션을 만들라고 지시하지 않습니다. 몇 월 며칠 개봉해야 한다고 통보하지도 않습니다. 지금까지 방식대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됩니다. 나는 다양성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Pixart의 사내 문화가 JHO와 똑같아 질 필요는 없습니다.”


류지호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스테픈 잡스의 약속보다 류지호의 말이 더욱 신뢰가 간다고 할까.


휘이익!

짝짝짝!


류지호의 말이 끝나자,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누군가 ‘파티다!‘ 외치자,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순식간에 로비가 텅텅 비었다.


“상장폐지는 후회 안 해요?”

“MacIntosh에서 받은 제한부 주식 1,000만주가 있네.”

“양도제한주식(RS)의 가치를 올리려면 더 분발하세요.”

“매 분 매 초...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네.”

“어련하겠어요.....”


스테픈 잡스가 보유한 MacIntosh 지분은 현재 555만주(약 6억 달러)다.

전체 지분의 8.3%에 달한다.

MacIntosh에서 복귀한 후 받은 스톡옵션 중 일부다.

1997년 MacIntosh에 복귀하면서 연봉을 1달러만 받는 대신 5,500만주의 스톡옵션을 제공받았다.

이후 MacIntosh 주가가 폭락하자, 스톡옵션을 포기했다.

대신 양도제한주식(RS)을 받았다.

ParaMax와 합병으로 받은 지분을 일부 처분해서 MacIntosh의 양도제한주식 절반에 대한 세금을 처리해 일반주로 전환했다.

MacIntosh의 IPO 당시 그가 가지고 있던 지분 26%만 유지했다면 헨리 게이츠 못지않은 주식부자가 되었겠지만, 감정적으로 행동하다가 슈퍼리치의 기회를 한 번 놓쳤다.

심지어 MacIntosh를 떠날 때도 당시 가지고 있던 나머지 지분 11%까지 모두 팔아치웠다.

단 1주 만 남겨두었는데, MacIntosh 이사회에 참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MacIntosh 주식은 더 이상 사들이지 않을 생각이에요?”

“주가가 폭락하지 않는다면.....”

“MacIntosh 주식은 앞으로 한 주도 매각하지 마세요. 다른 대주주가 생겨서 내 지분율의 변동이 생기는 게 싫어요.”

“한 주도 매각하지 않을 걸세.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어.”


호언장담과 달리 스테픈 잡스의 지분율은 계속해서 떨어진다.

세계적인 투자은행과 벤처캐피탈이 대주주 자리를 차지하면, 배당금 달라고 징징댈 것이 뻔했다.

이전 삶에서 MacIntosh는 현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제대로 굴리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류지호가 나서서 사내 유보금 굴리는 것을 도와줄 생각까지는 없었다.


‘10년 존버 하면 1200%였던가?’


류지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MacIntosh 주가는 500달러에 육박했다.

올해 주식 분할이 예정되어 있다.

지분율에 크게 변동은 없을 테지만,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 직전에 일부 지분을 처분해 투자금부터 회수할 계획이다.

80달러 미만에서 재매입에 나선 후, 20% 안팎의 지분율을 계속해서 유지할 생각이다.


❉ ❉ ❉


일본에 진출해 있는 류지호 소유 기업들이 대략 10여 개에 이른다.

일본 법인도 있고 지사도 있고 사무소 형태로도 진출해 있다.

다른 사업과 달리 금융부문은 일본에서 꽤나 고전하고 있다.

일본이 외국 금융회사가 영업하기 힘든 폐쇄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연기금, 보험사 같은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을 공략해보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화 사업 부문에서도 직배는커녕 동시개봉 시도도 애를 먹고 있다.

워낙에 3대 메이저가 일본 내 배급을 꽉 잡고 있어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Snowstorm의 경우 소프트인프라와 합작으로 야심차게 <WoW>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콘솔 게임이 강세이다 보니 전망이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류지호가 소유한 기업들 중에 그나마 유의미한 실적을 내는 곳은 멀티플렉스와 음반 부문이다.

한류붐에 편승해 웨딩사업 부문에서도 가능성이 조금 엿보이긴 하지만, 소소한 부분이다.

성장 잠재력이 큰 부문은 JHO Security Service의 보안솔루션이다.

종합경비보안 분야에서는 이미 일본에 세계적인 보안회사가 있어서 쉽진 않지만, IT분야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일본은 온라인 보안 솔루션 부분에서 아직도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상황이다.

몸집은 건장한 성인이다.

그런데 머리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양새라고 할까.

아직은 중소기업 수준의 보안업체만 있다.

보안 솔루션을 해외 업체에 의존하는데, 주로 미국 제품을 애용한다.

IT보안솔루션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백신이다.

일본의 사이버 백신 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로 매각되면서 기초기술을 쌓아야 하는 초기에 기술을 확보 하지 못했다.

뒤늦게 뭔가 해보려 하지만, 이미 시장은 해외제품으로 잠식된 상황이다.

나래안전의 자회사 나래정보통신의 보안 솔루션도 일본 진출을 타진 중이다.

일본으로 날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일본 사업에 대해 대략적인 브리핑을 받았다.

류지호가 조언하거나 도울 일이 크게 없었다.

따라서 자신의 영화만 챙기기로 했다.

체류기간 묵게 된 곳은 2003년 개장한 롯폰기 힐즈 레지던스다.

최고급 레지던스는 모두 4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동마다 평수가 나르고 가격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

류지호는 60평 대 쓰리 룸을 6개월 간 쓰기로 했다.

바로 옆에 한 채를 더 계약해 한국과 미국에서 파견한 수행원과 경호팀이 묵을 예정이다.

의전팀에서 펜트하우스를 써야한다고 건의했다.

월 3,000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내면서까지 지낼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로케이션 촬영으로 도쿄를 비워야 할 일이 많았기에 1,000만 원 대 레지던스에서 소박하게(?) 지내기로 했다.

류지호가 거실의 대형 TV 전원을 켰다.


삑.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니, 일본어로 더빙된 한국 드라마가 꽤 눈에 띠었다.

이 시기 일본 지상파 방송에서 모두 64개 한국 드라마를 방영했거나 하고 있다.

한류의 피크 타임이었다.

내년부터 일본에서 드라마 한류가 위기를 맞게 된다.

TBS를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 고정편성을 없앤다.

편성도 대폭 줄여버리게 된다.

대만에서 시작된 반한류가 일본, 중국, 홍콩 등으로 확산된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에는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바로 <대장금>이다.

식어갈 조짐이 보이던 아시아에서의 한류를 다시금 뜨겁게 데워줄 드라마다.

문제는 중국이다

<대장금>의 핵폭탄급 인기에 놀란 중국 정부가 한국 드라마를 줄여가던 기조에서 완전 수입금지로 전환하게 된다.


‘대략 이 시기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일본 인터넷에서 시작한 넷우익들이 한류 드라마에 반감을 퍼트리며, 인터넷을 넘어 장외에서 집단시위를 벌이는 등 한국에 대한 혐오조장에 나서는 시기가 올해 연말부터다.

그들의 목소리는 결코 <대장금>을 넘어설 수 없다.

넷우익들이 혐한을 아무리 부르짖어도 채널8과 푸지TV는 계속해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심지어 편성을 늘리기까지 한다.


‘우익 꼴통들을 날려버릴 수단이 있다면 좋을 텐데....’


폭력적이거나 불법적인 방법 즉 골수 주동자들을 암살한다거나, 주요 활동 게시판인 2CH을 폐쇄시킨다거나, 그들에게 흘러가는 자금줄을 해킹해 돈이 돌지 못하게 한다거나....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망상이다.

남의 나라에서 안 들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CIA도 쉽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합법적으로 뭔가 해야 한다는 것인데.

가령 혐오 발언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을 가능토록 하는 법률 제정을 지원한다든가, 혐한 세력에 맞서는 일본 내 시민사회단체를 은밀히 후원한다든가, 한류와 함께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끌어올려줄 이미지 마케팅을 꾸준히 벌인다던가, 사사키재단이 하는 것처럼 일본의 자민당 내에 친한파 의원을 비밀리에 양성한다던가....


‘일본 극우 애들이 JHO 가지고 지랄할 것 같진 않고, 가온그룹의 영화나 드라마 가지고 난리를 피울 거란 말이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일본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해서도 안 된다.

단일 시장으로 세계 3대 시장이자, 문화적인 감수성이 한국인과 비슷한 일본 시장은 국내 내수시장의 연장선으로 활용해야 한다.

어차피 사드사태가 아니더라도 중국 시장은 무조건 막히게 되어 있다.

영화만 놓고 봐도, WaW가 배급한 영화가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 수출한 금액 전부를 합친 것보다 일본에 판매한 금액이 훨씬 더 크다.

TV드라마의 경우도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 판매한 금액을 모두 합쳐야 겨우 일본 판매금액과 맞먹을 정도다.

그러니 일본시장에 한류 뿌리를 내리는 것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에게 필수과제다.


[현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이전 삶에서 그 기세가 대단했던 StreamFlicks도 일본 진출 초반 고생했다.

현지 문화와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세계적인 성공에 오만했다.

Snowstorm 역시 일본을 버린 자식 취급할 뻔했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가 기대만큼 일본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류지호로 인해 일본의 대형 연예기획사 소속 인기 성우들을 대거 기용해 현지화에 공을 많이 들였고, 소프트인프라의 영업망을 적극 활용해 썩 괜찮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WoW> 역시 철저한 일본 현지화 작업을 거쳐 서비스 될 예정이다.

가온그룹도 현지화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아시아 각 나라들을 뭉뚱그려 접근해선 안 된다.

한류 초기에는 특정 배우에 대한 팬덤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한때 홍콩영화, 일본영화도 그랬다.

심지어 한류 팬덤보다 더 크고 단단했다.

결국 살아남은 건 한류뿐이다.

특정 연예인의 팬덤을 뛰어넘어 콘텐츠 자체가 가지는 힘이 한류를 이끌어야 한다.

적어도 아시아에서만큼은 한국 콘텐츠가 대체 불가한 것이 되어야 한다.

한국 콘텐츠만이 가진 기발한 발상과 한발 앞선 기획력, 뛰어난 실력까지.

다른 아시아 국가가 하지 못하는, 할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어려운 과제처럼 여겨지지만.

이전 삶에서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이번에는 더 거대하고 더 강하며 더 부유하고 더 스마트한 가온그룹이란 변수가 있다.


‘재밌어 질 것 같네....!’


2010년 전후로 일본 시장을 놓고 벌어지게 될 글로벌 OTT 업체들 간의 경쟁들.

과연 그 틈새를 가온그룹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런지.


작가의말

보름달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풍요롭고 웃음꽃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행복이 댁내 가득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62 터무니없는 목표! (1) +4 23.11.03 2,088 97 24쪽
661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3 23.11.02 2,069 95 26쪽
660 한국영화의 복덩인지 골칫거리인지.... (2) +7 23.11.01 2,020 102 26쪽
659 한국영화의 복덩인지 골칫거리인지.... (1) +3 23.10.31 2,000 101 25쪽
658 모두 분발하세요. +4 23.10.30 2,008 104 22쪽
657 하고 싶은 영화 다 합시다! (2) +8 23.10.28 2,085 100 25쪽
656 하고 싶은 영화 다 합시다! (1) +6 23.10.27 2,049 97 25쪽
655 기업가의 애국이 별 건가? (2) +5 23.10.26 2,114 95 26쪽
654 기업가의 애국이 별 건가? (1) +4 23.10.25 2,102 105 24쪽
653 세계적인 명사(名士)잖아요! (3) +7 23.10.24 2,177 112 25쪽
652 세계적인 명사(名士)잖아요! (2) +5 23.10.23 2,075 107 23쪽
651 세계적인 명사(名士)잖아요! (1) +6 23.10.21 2,180 112 26쪽
650 La fenice. +5 23.10.20 2,126 100 27쪽
649 이 정도인 줄 몰랐어. +2 23.10.19 2,146 100 23쪽
648 코리안필름 뉴에이지. (4) +8 23.10.18 2,046 103 25쪽
647 코리안필름 뉴에이지. (3) +7 23.10.18 1,902 90 23쪽
646 코리안필름 뉴에이지. (2) +5 23.10.17 2,041 91 26쪽
645 코리안필름 뉴에이지. (1) +4 23.10.16 2,172 94 23쪽
644 도대체 얼마나 갑부인 거냐? +4 23.10.14 2,268 104 25쪽
643 군계(軍鶏). (11) +4 23.10.13 1,960 102 26쪽
642 군계(軍鶏). (10) +3 23.10.12 1,938 93 24쪽
641 군계(軍鶏). (9) +6 23.10.11 1,911 101 25쪽
640 군계(軍鶏). (8) +5 23.10.10 1,925 96 26쪽
639 군계(軍鶏). (7) +5 23.10.09 1,909 92 24쪽
638 군계(軍鶏). (6) +6 23.10.07 2,037 92 25쪽
637 군계(軍鶏). (5) +4 23.10.06 2,047 92 25쪽
636 군계(軍鶏). (4) +6 23.10.05 2,040 91 25쪽
635 군계(軍鶏). (3) +7 23.10.04 2,074 89 24쪽
634 군계(軍鶏). (2) +5 23.10.03 2,087 87 27쪽
633 군계(軍鶏). (1) +4 23.10.02 2,373 100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