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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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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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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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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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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사랑의 열매. (5)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허허벌판이었던 상암 DMC가 도시로서의 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C블럭에는 WaW 엔터테인먼트, CA미디어, e-스포츠 사업부, 가온누리여행사 본사, 가온 Agribusiness(농업사업) 본사 등이 단지를 이뤄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아직 준공되지 않은 누리꿈 스퀘어, MBS 상암 사옥보다 더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견줄 수 있는 것은 비슷한 시기 가동에 들어간 서초동 오성그룹 타운 정도.

류지호의 집무실이 입주해 있는 WaW 엔터테인먼트 본사동은 지하 5층 지상 38층, CA미디어 본사동은 지하 5층 지상 24층, 그 외 사업부문이 입주한 C동은 지하 4층 지상 26층이다.

3개의 고층 건물 외에 8층 높이의 가온 e-스포츠 센터와 공개홀이 있다.

류지호가 A동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왔다.

오너 전용 집무실로 이어진 통로의 벽면에는 온갖 상패와 트로피로 가득 차 있다.

트로피 전시장 같은 풍경이다.

국내외의 온갖 종류의 영화 관련 시상식 트로피는 물론이고 수출상, 기업이미지 대상, 윤리경영 부문 최우수상(능률협회컨설팅), 사회공헌도가 높은 기업 상위 5개사 선정(전경련) 트로피, 존경받는 기업 수상 등 기업이 수상할 수 있는 온갖 트로피와 상패가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그룹 총수인 류지호를 보좌하는 인력만 15개팀 220여 명이다.

인사·감사·기획·재무·경영관리·국제금융·홍보 등 업무 전반을 관장하는 집단이다.

파워 조직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계열사 사장들은 의장 비서실보다는 그룹 회장 직속 비서실 눈치를 보는 편이다.

의장실의 주요 임무가 그룹 업무 단속보다는 오너 보좌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위 빅 4 그룹 총수 비서실은 전무 혹은 부사장급이 지휘하는 팀으로 구성하고 있다.

가온그룹 이사회의장 비서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빅 4로 통하는 오성, 경일, 금성, 선경의 경우는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서 비서팀의 기능과 역할이 날로 비대해졌다.

오성그룹의 경우는 밤낮으로 총수의 대소사를 챙기는 비서팀장이 부사장급에 해당하는데, 1만 5천주의 스톡옵션을 받아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암튼 가온그룹 오너 비서실의 각 팀장들은 모두 실무형이다.

한국식 기업 직급으로 대입하면 대략 부장급이다.

그들을 지휘하는 김우영 비서실장이 부사장급이다.

다만 의장비서실장과 각 팀장들은 그룹의 전략기획위원회 회의에 참가할 수 있고,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도 옵저버로 참석할 수 있다.

류지호의 비서들은 그룹 회장과 사장단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끼어들지 않는다.

오로지 류지호의 의사만 전달하고 지시사항만 점검한다.

자신의 비서들이 월권을 하는 경우를 용납하지 않는 류지호다.

죽마고우 황재정을 한직으로 보냈던 전례가 있기에 의장 비서실 직원들은 그룹 관련해서 주어진 역할과 권한 이상을 행사하지 않았다.

가온그룹은 태생이 일종의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다.

웨딩비디오 촬영이 기원이었으니까.

따라서 고졸 출신 고위임원도 있고, 정년을 훌쩍 넘긴 나이의 평사원도 있다.

대기업이 되면서 승진 문턱이 꽤나 높아졌지만, 확실한 대우가 따르는 만큼 신입사원 때부터 ‘별 따기’에 비유되는 별(임원)을 향한 경쟁이 꽤나 치열한 편이다.

집무실에 들어와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둔 류지호가 김우영에게 물었다.


“숭례문 순찰은 시작했대요?”

“예. 1월 1일부터 야간에만 숭례문에 요원 2인을 4교대 배치했다고 합니다.”

“중부경찰서에서 뭐라고 안 해요?”

“정식 공문이 오간 협조가 아니라서 중부서에서는 모르는 것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나래안전 전직 경찰간부들을 통해 서울 중부경찰서와 중부소방서에 서울 지역의 문화재 방화사건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두 군데 모두 귓등으로 들었다.

심지어 문화재청까지 예산이 없다면서 의견을 묵살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든 없든, 올 여름까지는 계속 감시활동을 하도록 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나래안전 보안요원이 상주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 주요 문화재가 소재한 관할에 순찰조와 출동조가 번갈아 가면서 순회하도록 동선을 짰다.

해가 진 후에 노숙자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는 조치 정도다.


“검토할 서류 있으면 가지고 와 봐요.”


책상에 자리를 잡은 류지호가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시급하게 챙겨야 할 사안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영화사업 부문부터 보시겠습니까?”

“봅시다.”


WaW 엔터테인먼트의 연간 라인업은 더는 류지호가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텐트폴 영화를 중심으로 이전 삶에서는 엎어졌던 프로젝트가 발굴되어 제작되고 있고, 자의 반 타의 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했던 중견감독 몇 명도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독립영화계에서 돌풍을 일으킨 재기발랄한 신인들이 상업영화계로 진입하는 통로 역할도 잘 수행하고 있다.

일부 주류 영화인들만의 일방적인 생태계가 아니라, 20대~60대까지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감독들이 내놓는 영화들로 한국영화 라인업이 훨씬 풍성해졌다.

이전 삶의 충무로와 비교해서 풍성해졌을 뿐이다.

아직 류지호의 성에 차는 것은 아니다.

BS E&M이 주도했던 한국영화계를 WaW으로 바뀐 것 뿐.

앞으로 WaW는 많은 것을 빨아들이고 다시 한국영화계에 토해내야 했다.


“개장하자마자 100달러....?”


1월 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국제유가(WTI)가 사상 처음으로 1배럴 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각국의 물가가 급등하는 신호탄이었다.

원유선물거래에 크게 베팅한 GARAM Invest가 얼마를 벌게 될지 류지호는 관심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음.”


해가 바뀌며 <Frank Castle>의 스크린 수가 많이 떨어져나갔다.

그럼에도 기대 이상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일본에서 <Frank Castle> 월드프로모션을 하지 않은 것에 볼멘소리가 나왔다.

세계 개봉보다 6개월 지연 개봉이 되기에 투어에서 빠졌던 것이다.

개봉도 멀었는데 굳이 투어 기간에 배우들과 우르르 몰려갈 이유가 없었으니까.


“아카데미 시상식 주간이 끝나고 배우들과 하루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오는 것으로 합시다.”

“예.”


대규모로 일본에 몰려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일본에서 흥행기대감이 그렇게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 ❉ ❉


레오나가 털옷을 껴입고 여주 주택을 나섰다.

시어머니 심영숙과 함께 외출에 나섰다.


“오랜만에 며느리랑 외출하니까 좋다.”

“아빠와 데이트 안 하세요?”

“일요일에 함께 산행하는 정도. 아들이나 아버지나... 하여튼 일 못해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 것 같다니까.”


레오나가 보기에 시아버지도 남편 못지않은 워커홀릭이다.

주중에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일찍 다울재단 사무실로 출근했다가 저녁 늦게 여주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주말에도 가만히 집에 있는 법이 없다.

인근 시골 사람들과 어울리며 장기도 두고 막걸리로 나눠 마신다.

시골마을 이장도 아닌데 농가들을 살피기도 하고.


“아가, 네 시아버지가 글쎄 강아지를 키우잔다.”


레오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아버지는 애완견을 키울 정도로 세심한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당이 넓으니까 큰 개를 키우자네. 옛날에야 도둑놈 쫒으려고 큰 거 키웠지만, 요새는 애완용으로 작은 강아지 키우지 않니?”

“호호. 아버님이나 Jay나 어쩜 그리 똑같아요?”

“지호도 개 키우자고 해?”

“벨 목장에서 대형견으로 네 마리나 키워요. 너무 많이 키우면 나중에 감당 못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했더니 뭐라는 줄 아세요?”

“뭐라는데?”

“개만 따로 관리하는 직원을 고용하면 된대요.”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쯧.”


레오나가 보기에 돈 자랑이나 허세가 아니다.

J&L Bell Ranch에 카우보이 생활을 하다가 부상을 당해 더 이상 말을 타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런 이들을 고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목장의 사설공항 순찰이나 별장 관리인으로 고용해 일을 시키고 있지만.


“아무렴, 자기 사람부터 챙겨야지.”


고부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이천의 의료원으로 향했다.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갈 수도 있지만, 번거롭기도 하고 이천 의료원 산부인과 의사가 여자라고 해서 가까운 이천으로 향했다.


“레오나님,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평일 낮이라 그런지 조금은 한산했다.

그럼에도 지역의 유일한 종합병원이라서 그런지 다른 과에는 외래환자가 제법 많았다.


“헬로?”

“안녕하세요. 선생님?”


금발 서양인의 입에서 유창한 한국어가 흘러나오자, 의사가 내심 안도했다.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어요?”

“생리를 꽤 오랫동안 안 하고 있어서요.”


레오나는 ‘혹시 임신 아닐까요’라고 물으려다 도로 삼켰다.

간단한 문진을 한 후 의사가 검사를 제안했다.

임신테스트기로 확인해도 되지만, 류지호가 알게 되는 것을 염려해 시어머니와 몰래 산부인과를 방문한 레오나다.

혹시나 임신이 아니라면 류지호가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축하합니다. 임신 맞네요.”

“....!”


기대를 하긴 했지만, 의사로부터 확인을 받으니 어안이 벙벙했다.

사실 계획에 없었던 임신이다.

아무 준비도 못했다.

놀랐던 것도 잠시.


임신!


이내 기쁨이란 감정이 회오리바람으로 휘몰아쳤다.


“컨디션이 요 며칠 떨어져서 감기인가 싶었어요. 설마 했는데... 했는데... 오~ 하느님....!”

“임신 4주차에요. 불안정한 시기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닥터! Thank you very much!”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시험 준비로 꽤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금방 피곤해진다든가 평소보다 식사량이 조금 늘었다던가 하는 소소한 변화들.

레오나는 스트레스 때문인 줄로만 생각했다.

시어머니가 혹시 모르니까 연습 삼아 한 번 가보자고 하지 않았다면.


“입덧을 하기에도 이른 시기이고, 아직 태아가 손가락보다 더 작은 크기에요. 임신 사실을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죠.”


의사는 매주 병원에 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어머니는 예약을 마다하고 레오나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

류지호에게 말하면 어차피 서울의 병원 주치의와 상의할 테니까.

레오나는 너무나 놀라고 행복한 마음에 머릿속 한쪽이 붕 뜬 것처럼 현실 감각이 없었다.

본능적으로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만지작만지작.


여주 저택으로 돌아오는 내내 레오나는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얼른 안 알려주고 뭘 망설여?”

“아니에요. 퇴근하고 돌아오면 말해 줄래요.”

“호호.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릴까?”


시어머니의 말에 레오나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 ❉ ❉


류지호가 퇴근해서 여주 부모님 집으로 왔다.

레오나가 자꾸만 자신의 눈을 피하는 것만 같았다.

아내가 사고를 쳤다면 실토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남편의 도리.


“.....?”


식사 내내 레오나가 류지호의 눈치를 보며 깨작거리는 것이 이상했다.

부모님의 태도도 어딘지 수상했고.

두 분 다 어떤 표정을 감추려고 억지로 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밥상머리에서 뭐라고 할 수 없고, 일단은 식사부터 마쳤다.

소화도 시킬 겸해서 텔레비전을 보며 부모님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보일러 온도가 너무 높은가?”

“왜 더워? 보일러 끌까?”


류지호의 말에 심영숙이 보일러 온도조절기로 향했다.


“레오나가 더워보여서요.”

“안 더워!”


발그레해진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하는 레오나를 보면서, 부모님들이 ‘하하호호’ 웃었다.


“어머니와 병원에 다녀왔다며? 뭐래?”


이럴 때 보면 어지간히 눈치가 없다.

안 좋은 생각은 원래 제멋대로 상상을 불려나가기 마련.

류지호는 설마 무슨 병이라도 걸렸나 싶었다.


“나 임신이래.”

“아산병원 가족 주치의에게.... 뭐?”


류지호는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래서 영어로 다시 말해보라고 하려고 했다.


“앞으로 2인분을 먹어야 할 것 같아.”

“....!”

“My doctor says I'm 4 weeks pregnant....."


류지호는 잠시 두뇌 회로가 뒤죽박죽 엉킨 것 같았다.

레오나가 임신했다.

임신?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고?


두근두근.


갑자기 류지호의 심장이 터질 것같이 무섭게 뛰었다.

전신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전신에는 힘이 꽉 들어갔다.

당장에 환호성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을 간신히 억눌렀다.


“달링! 괜찮아?”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그렇게 좋아?”

“그럼! 좋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


이전 삶에서, 어찌 결혼까지는 했다.

그런데 순탄한 결혼생활은 아니었다.

이혼과정도 썩 유쾌하지 않았고.

중년을 넘어서며 홀로 살아남기에도 벅차 재혼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못난 돌싱, 삼류감독에게 선뜻 인생을 맡길 여자가 있을 턱이 없기도 했고.


“진짜?”


류지호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진짜 임신이야?”

“응. 진짜. 엄마랑 같이 가서 들었어.”


심영숙이 말을 보탰다.


“이제 4주차라 며늘아기는 각별히 조심해야 해.”

“하하하.”


류지호가 레오나를 안아 올릴 것처럼 손을 벌렸다가 임신부라는 것을 깨달았다.


쪽쪽쪽!


류지호는 볼에 뽀뽀를 퍼붓는 것으로 축하와 고마움을 동시에 표했다.


“어디 불편한데는 없어? 괜찮아?”

“별 느낌은 없긴 한데.... 닥터 말로는 아직 태아가 작아서 잘 못 느낄 거래.”


레오나가 임신은커녕 배가 부를 기미도 없는 납작한 배를 손으로 쓸었다.

이 안에 아이가 자라고 있다니.

레오나 본인도 임신한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축하한다. 큰아들.”

“감사합니다. 아버지.”

“아들, 너무 호들갑 떨지 마. 이제 4주차야.”


류지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난리를 펴댔다.


“우아아아. 내가 아빠가 된다! 하하하!”

“그렇게 좋아?”

“그럼요. 어머니! 아가가 생겼다는데! 어머니 손주가 생겼어요!”


부모님은 너무나 좋아하는 아들을 보며 입가에 푸근한 미소를 그렸다.

언제나 점잖고 침착한 장남이다.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모습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부모님이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주었다.

큰아들이 마음껏 이 기쁨을 즐길 수 있도록.


“....아.”


류지호는 회귀자다.

그런데 결혼과 이혼 경험만 있을 뿐, 자녀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혹시나 불임이면 어쩌나 무척 신경이 쓰였던 것도 사실이다.

등가교환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라서.

그런데 아무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자신에게도 자식이 생길 예정이다.

두 번의 삶을 통틀어 처음으로 자녀를 갖게 됐다.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주르륵.


저도 모르게 류지호의 뺨을 눈물이 적셨다.

기쁨의 눈물이다.

주책이라고 누군가 놀린다면.

류지호는 백번이고 천 번이고 울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두 번의 삶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기에.


❉ ❉ ❉


요즘 상암 DMC의 WaW 타운은 전보다 활력이 넘치는 것처럼 보였다.

평소에도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라서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었지만, 며칠 전부터 분위기가 한층 더 밝고 활기찼다.


“사모님의 임신 축하드립니다. 의장님.”

“고마워요.”


류지호는 만나는 직원마다 건네는 인사가 싫지 않았다.

아니, 너무 좋았다.


“김 실장, UMG 코리아에 <Frank Castle> OST 앨범 재고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세요.”


잠시 후, 5만 장의 물량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류지호는 유니벌스뮤직그룹 코리아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가온그룹 전 직원에게 <Frank Castle> OST 앨범이 한 장씩 돌아갈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해주세요. 결제는 내 사비로 합니다.”


레오나 임신을 자축하는 의미로 가온그룹 전 계열사 직원에게 <Frank Castle> OST 앨범과 PISA 민소매 티셔츠를 돌렸다.

예금 계좌에 남아있던 수십 억 원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었다.

일각에서 <Frank Castle> OST 앨범 재고 처리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Frank Castle> OST 앨범은 북미를 중심으로 꽤 히트했다.

미국에서만 363만장 판매고를 올렸다.

<매트릭스> OST 180만장보다 많고, <8마일> OST 400만장에 조금 못 미친 판매량이다.

아직 극장에서 영화가 내려오지 않았기에 판매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한국에서도 7만장이 팔렸다.

온라인 스트리밍과 음원 다운로드로 음반시장이 옮겨가는 시점에서 오랜만에 유의미한 실물 앨범 판매량 기록이다.

특히 데프 잼(Def Jam) 소속의 R&B 싱어송라이터 Se-Yo의 ‘Take Me Away(Feat Kane-Ye)’가 빌보드 차트 1위를 2주간 차지하는 큰 인기를 끌었다.

Se-Yo는 <Because of You> 앨범으로 플래티넘에 등극한 바가 있는 슈퍼스타다.

이 앨범으로 제50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컨템포러리 R&B 앨범상을 수상하게 된다.

<Frank Castle> OST 앨범의 타이틀 ‘Take Me Away’에서 랩으로 참여한 Roc-A-Fella Records 소속의 Kane-Ye는 그래미 어워즈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베스트 랩 앨범' '베스트 솔로 퍼포먼스' '베스트 랩 송' '베스트 랩 퍼포먼스' 등 총 4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다.

아카데미에서 JHO Company Group은 큰 재미를 보진 못한다.

그런데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최근 몇 년 그래미는 유니벌스뮤직그룹 잔치였다.

이번에는 OST까지 숟가락을 얹었다.

특히나 유니벌스뮤직그룹 산하 레이블 가수들이 총출동한 점이 뜻 깊었다.

인터스코프의 애프터매쓰(Aftermath Entertainmen) 레이블 닥터 영과 데프잼(Def Jam)의 Jay-J가 앨범 프로듀싱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두 레코드 레이블의 신경전이 앨범의 완성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Frank Castle> OST의 수익은 대부분 앨범에 참여한 가수들이 가져간다.

애초 계약이 그랬다.

그렇다고 류지호가 챙긴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힙합계 슈퍼스타 켄디 라마(Kendy Lamar)를 MJJ Music Record에 합류시켰다.

류순호가 OST 앨범 중에 더 게임의 곡에서 피처링을 하던 파릇파릇한 켄디 라마를 형에게 추천했던 것.

동생이 하도 강력하게 추천하기에 MJJ Music Record에서 영입했다.

처음에는 레이블 이적을 망설였던 켄디 라마였다.

천하의 마이키 잭슨의 레이블임에도.

그가 속한 레이블을 떠나는 것이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류지호는 아예 켄디 라마가 소속된 TD(Top Dawg Record)를 사버렸다.

그리고 MJJ Music Record에 인수합병 시켜버렸다.

재능이 있는 힙합 꿈나무에 관심이 많던 마이키 잭슨도 흔쾌히 동의했다.

켄디 라마가 합류하면서 MJJ Music Record에는 2010년대를 책임져줄 R&B와 힙합 아티스트 10명으로 알찬 구성을 마쳤다.

여담으로 인터스코프 레코드, 캐쉬 머니 레코드 같은 거대 힙합 레이블과 비교도 되지 않는 적은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켄디 라마, 블랙 히피 같은 아티스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게 되는 4~5년 후부터 미국 힙합씬의 중요한 레이블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마이키 잭슨이 활동을 접고 은둔에 들어간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유망주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줄 테니까.


- 천석꾼에게는 천 가지 걱정, 만석꾼에게는 만 가지 걱정.


류지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남들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데, 류지호는 입안으로 떡이 떨어진다.

부(富)가 상식적인 범주를 벗어나면 스노우볼 효과에 따라서 저절로 규모를 키우기에.


❉ ❉ ❉


임신 중 여행은 괜찮을까?

비행기를 타도 이상은 없을까?

임신부의 장시간 이동은 몇 시간 정도가 좋을까?

1월 말에 미국으로 돌아가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려고 했던 레오나다.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인해 그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임신 중 여행은 컨디션이 좋으면 별 문제는 없어요.”


주치의가 소개해준 산부인과 의사의 말에 레오나가 반색했다.

그러나 이어진 말에 미국행을 단념해야 했다.


“다만 유산의 위험이 있고 입덧이 남아있는 임신 3개월까지(~11주)와 배가 당기기 쉬운 36주 이후는 추천할 수 없어요.”


류지호가 레오나를 대신해서 물었다.


“12주부터는 비행기를 타도 괜찮다는 겁니까?”

“미리 계획한다면 임신 5~8개월(16주~31주)이 적당합니다. 비행이 뱃속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는 없지만. 장시간 탑승, 즉 6시간 이상은 피하는 것이 좋아요.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없지만 엄마가 탈수나 혈전증에 걸릴 위험이 약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의료진과 함께 타고 가면 어떻습니까?”

“저로서는 시차가 큰 곳으로의 여행을 굳이 권할 수 없군요. 임신부는 가능하면 이동이 적고 한 장소에서 한가롭게 머무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운동은 조금씩 해줘야 하지만. 온천은 수질이 태아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사우나나 42도 이상의 고온의 물에 몸을 오래 담그는 것 역시 피하는 게 좋아요.”


산부인과 의사는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강력하게 말하진 않았다.

추천하지 않는다.

그 정도다.

매우 쾌적하고 편한 전용기를 타고 간다.

필요하면 의료진도 태울 수 있다.

레오나의 컨디션만 좋다면 문제될 것이 없을 것 같긴 한데.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다.

다른 임신부들이 여행을 해도 괜찮았다고 해서 레오나까지 안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특히 태아와 관련된 사안이다.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

레오나 입장에서는 그간 열심히 준비했던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겠지만.

류지호가 레오나를 위로했다.


“한국에서 명절까지 지내고 천천히 벨에어로 돌아가자. 뉴욕에서 장모님과 함께 지내도 좋고.”

“LA로 날아갔다가 명절 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거야?”

“응. 미국의 일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을 것 같아.”

“달링이라고 별 수 있을까?”

“할리우드가 미스터 할리우드가 필요하대.”

“핏. 그 별명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아이언 맨보단 백배 나아.”


레오나를 여주 부모님 댁에 남겨두고 류지호 홀로 미국행에 올랐다.


“빨리 갑시다!”


재촉한다고 해서 비행시간이 대폭 단축될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급해지는 류지호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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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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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6 빅딜 해볼 생각 없어? (3) +8 24.03.02 1,710 83 22쪽
785 빅딜 해볼 생각 없어? (2) +6 24.03.01 1,677 77 22쪽
784 빅딜 해볼 생각 없어? (1) +4 24.02.29 1,669 78 22쪽
783 고집쟁이는 아니지만, 지나친 완벽주의자... +9 24.02.28 1,621 79 30쪽
782 돈을 번다는 건 분명 좋다! (2) +2 24.02.27 1,596 82 23쪽
781 돈을 번다는 건 분명 좋다! (1) +3 24.02.26 1,627 83 25쪽
780 이 사업은 무조건 된다! +11 24.02.24 1,707 80 27쪽
779 고마워요. 내게 다시 일할 기회를 줘서. +7 24.02.23 1,689 83 23쪽
778 놀면 뭐해... 일할 수 있을 때 바짝 해야지 (2) +4 24.02.22 1,635 79 23쪽
777 놀면 뭐해... 일할 수 있을 때 바짝 해야지 (1) +2 24.02.21 1,677 74 20쪽
776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6 24.02.20 1,694 74 23쪽
775 내가 오너인 걸 고마워해라... +5 24.02.19 1,677 83 23쪽
774 오빠, 화이팅! (3) +5 24.02.17 1,698 83 23쪽
773 오빠, 화이팅! (2) +6 24.02.16 1,612 84 22쪽
772 오빠, 화이팅! (1) +5 24.02.15 1,685 77 27쪽
771 복댕이! +9 24.02.14 1,692 90 25쪽
770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3) +7 24.02.13 1,612 88 25쪽
769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2) +3 24.02.12 1,676 84 27쪽
768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1) +8 24.02.10 1,693 89 22쪽
767 진작 이런 시나리오 가져오지 그랬어....! +4 24.02.09 1,679 80 26쪽
766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7) +7 24.02.08 1,674 84 29쪽
765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6) +4 24.02.07 1,659 81 25쪽
764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5) +8 24.02.06 1,664 78 26쪽
763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4) +6 24.02.05 1,657 78 25쪽
762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3) +3 24.02.03 1,702 82 24쪽
761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 +2 24.02.02 1,739 78 25쪽
760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1) +5 24.02.01 1,753 77 24쪽
759 슈퍼스타 납셨어, 아주~ +6 24.01.31 1,779 78 27쪽
758 어차피 돈 벌자고 하는 짓인데. +6 24.01.30 1,812 80 23쪽
757 아무나 대기업 총수로 살아갈 순 없는 법이지. +8 24.01.29 1,744 88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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