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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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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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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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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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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필요한 초능력은 재력(財力).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영어로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 며칠 못 봤는데 지호 가족이 그립더구먼.


먼저 윌리엄이 입가에 따뜻한 미소를 그리며 인사를 받았다.


- 지호! 안녕!


레오나가 다가와 류지호의 다리를 껴안았다.


쓰담쓰담.


류지호가 레오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여기는 제 아내 캐서린입니다.


제임스가 아름다운 여성을 부모님께 소개했다.

캐서린이 손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했다.


- 레오나의 엄마 캐서린 파커에요.


조금 노출이 있는 붉은색 드레스 차림에 은은한 화장을 한 캐서린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차갑고 도도한 커리어우먼.

레오나가 아빠보다 엄마인 캐서린을 닮은 것 같았다.


“지호 아버지 류민상입니다. 이쪽은 제 아내, 두 녀석은 둘째와 셋째입니다.”

- 류지호입니다. 편하게 지호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캐서린은 악수를 나누며 류지호를 관찰했다.

나이답지 않은 깊은 눈, 총기가 있는 눈동자.


- 레오나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 감사 인사는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받았습니다.

- 발음은 어눌하지만 꽤 격식을 갖춘 영어를 구사하는 군요.

-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하다보니 많이 어설픕니다. 양해해 주세요.


류지호가 멋쩍어 뒷머리를 긁적였다.

신효정의 통역으로 두 가족이 서로의 근황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는 가운데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왔다.

류지호의 기억 그대로 최고급 정통 프렌치 정찬과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우리 가족은 프랑스 요리를 먹어 본 적이 없어요. 메뉴판을 봐도 뭐가 뭔지 모르니까, 그냥 디너 정찬으로 주문해 주세요.”


신효정이 묘한 시선으로 류지호를 쳐다보았다.


“왜요?”

“아니에요.”


여느 십대라면 낯선 프랑스 요리에 난감해 하거나 먹어보지 못한 것에 대해 일말의 부끄러움이 생길 텐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당당한 건지, 무신경 한 건지.’


이곳 레스토랑의 메뉴는 크게 런치 코스 두 가지와 디너 코스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코스별로 7~11개 요리가 나오는데 가격은 3만원에서 15만원까지 있다.

서민이 한 끼 식사 값으로 지불하기에는 꿈도 못 꿀 엄청난 가격이다.


- 한국이 이제야 군부통치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제임스의 말을 신효정이 통역해줬다.

류민상이 목이 타는지 물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 선거 결과를 봐야죠.

- 지호도 투표를 하게 되는 건가?

- 안타깝지만, 고등학생은 투표권이 없어요. 20살부터 가능해요. 한국식 나이로 계산하면 21살이 되어야 선거권을 갖게 되요.

- 흠, 사우스 코리아는 성년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지.

- 이 나라에는 고등학생이 투표를 하면 불리한 정치세력이 있거든요.

- 불리한 정치세력?


윌리엄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 올해 전국적으로 한국에서 민주항쟁이 있었다는 건 알고 계세요?


윌리엄이 고개를 끄덕였다.


- 비록 고등학생들이 그 시위에 많은 수가 참석하지 못했지만, 고등학생들도 알건 다 압니다. 누가 되는 것이 좋을지는 각자의 생각이니까 차치하고, 누가 되어서는 안 되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어요.

- 돼서는 안 되는 사람?


신효정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대화하려 애쓰는 류지호를 가만히 바라보던 캐서린이 궁금함에 입을 열었다.


- 현 대통령의 친구라는 군인 출신 정치가.....!


남의 나라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가져서 뭐할까 싶지만.

대한민국은 경제규모에서 세계 18~20위 권 규모를 자랑하는 신흥국가다.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주요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가의 정권교체 역시 관심을 가지고 주시해야 할 이슈 중 하나다.


- 제 생각에는 그가 대통령이 될 것 같아요.

-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뭐죠?


류지호는 웨딩비디오 사업에 투자를 받기 위해서 평범하지 않은 고등학생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천재로 알려지는 것까지는 사양이다.

남다른 아이.

나중에 뭘 해도 잘 할 것 같은 아이.

그 정도가 좋다.


- 현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오면 그에게 핍박 받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그를 가만 놔두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선택할 수 있는 건 자신을 보호해 줄 측근을 최고의 자리에 앉히는 거죠. 자신을 향한 어떤 위협도 막아줄 수 있는 최고 권력자에 자신과 한 통속인 사람을 두는 것만큼 안전장치는 없잖아요.


갑자기 스마트폰 같은 당시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꺼내면 분명 의심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의심하는 한 사람보다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고 말하는 여러 사람의 증언이 더욱 설득력을 가질 것이기 때문에 선을 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누구나 생각해 봄직하지만 나름의 식견과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근거들을 깔아놓아야 했다.


- 야권 거물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압승. 분열해서 따로 출마하면 대통령의 친구가 40%에 미치지 못하는 최다 득표율로 당선될 거라고 예상해보았어요. 대체적인 여론조사 추이나 전문가들 예측도 그런 편이고.....


류지호는 시종일관 예의와 공손을 잃지 않았다.

당당함이 표정과 어투에 묻어나왔다.

허리를 똑바로 하고 의자에서 등을 떼 의자 중간에 엉덩이를 걸친 자세는 평소의 행실을 엿볼 수 있다.

사실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충분히 생각할 법한 말들이다.

실제 유사민주주의 또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권력을 승계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가만히 류지호를 관찰하던 캐서린이 물었다.


- 지호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가 봐요?

- 한국의 메이저 신문도 다양하게 읽고, 타임이나 월스트리트 저널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캐서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국 정치에 대해대화를 나누는데, 종업원이 코스 요리를 하나씩 서빙하기 시작했다.

신효정이 주문한 디너 코스는 어뮤즈 부쉬(식사 전 식욕을 돋우는 요리), 해산물, 가리비 마리네, 연어 앙크루트와 메인 요리를 비롯해 사과 타르트, 차 등 후식으로 구성되었다.

메인 요리는 바닷가재와 안심 숯불구이, 드라이 에이지드 한우 등심 숯불구이 가운데 선택할 수 있었는데, 류지호는 안심 숯불구이를 주문했다.

미식에 문외한인 류지호도 모든 요리에 신선한 재료와 정성이 담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고 아름다운 요리였다.


“어머니, 프렌치 요리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음식은 편하게 즐기는 것이 최고 아니겠어요? 천천히 어떤 맛인가 음미하면서 드셔 보세요. 어차피 정찬은 두 시간 정도 먹어요.”


류민상과 심영숙은 서로 마주 바라봤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아들이 언제 이런 고급요리를 맛보았을까.


“아들, 이런 음식 먹어봤어? 준우 어머니가 해줬을 리는 없고.....”

“책에서 봤어요. 프랑스 작가가 쓴 소설인데 뭐더라... 암튼 소설의 묘사가 하도 디테일해서 제가 간접 경험을 한 것 같더라고요.”


거짓말도 하면 할수록 느는 모양이다.

류지호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하얀 거짓말을 남발했다.


- 지호, 우리가 너무 우리 취향만 고려한 건가?


제임스가 미안함을 목소리에 담아 물었다.


- 아니에요. 이런 음식을 또 언제 먹어보겠어요.


류지호가 웃으며 농담조로 응수했다.

말이 나온 김에 하고 궁금한 것을 물었다.


- 실례가 안 된다면 궁금한 것 물어봐도 될까요?

- 뭐든.

- 혹시 아시아에도 투자를 하세요?

- 일본, 홍콩, 싱가포르 정도.

- 우리나라도 몇 년 만 지나면 외국인에게 주식 시장이 열릴 거래요.

- 사우스 코리아는 매력적인 투자처지. 월가의 투자기대는 높아. 올해 코리아의 GDP를 1400억 달러로 보더군.

- 저도 신문에서 봤어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GDP로 18번째, 34위 홍콩이 GDP 500억 달러, 45위 필리핀 GDP가 330억 달러, 59위 싱가포르 GDP 200억 달러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일본 GDP 2조 4천억 달러에는 한 참 못 미치지만요.


작년은 대한민국 무역흑자의 원년(元年)으로 기록되었다.

5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마무리 짓던 해였고, 1인당 GDP는 2643달러로 수출이 수입을 처음으로 넘어 49억940만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 오성전자에 관심이 많아.

-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D램을 개발한 회사에요.


오성전자 메모리반도체 부분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이 날개를 달게 되면서 이후 전자산업과 IT산업이 한국경제를 이끌게 된다.


- G&P는 지호 때문에 이 나라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지. 지금 사우스 코리아의 주식시장은 건설, 무역, 금융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 분위기야. 한국인의 주식 투자는 좀 우려스러운 면이 있기는 해.

- 외국인이 보기에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일 거예요. 내년에 올림픽이 열리면 더 할지도 몰라요.


류지호와 눈이 마주친 윌리엄은 인자한 미소를 베어 물고 말했다.


- 코리아는 저력이 있는 나라야.

- 감사합니다.

-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이 정도로 발전한 사례는 세계역사에도 찾아보기 힘들어. 나는 한국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분발하길 바란단다. 거기에 지호 같은 미래 세대들이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 세계로 나아가야 해.

- 열심히 할게요.

- 지호라면 믿어도 되겠지.


도대체 뭘 보고 신뢰를 보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류지호 본인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평가보다 파커 가족은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파커 가족에게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류지호가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부모보다 파커 가족이 더 잘 알 정도다.

후식이 나왔다.

가볍게 샴페인으로 입가심을 하던 캐서린이 류민상을 향해 입을 열었다.


- 사례를 거절했다고 들었어요. 꼭 보답하고 싶어요.

- 아들의 장학금을 주시기로 한 것으로 압니다.

- 우리 가족의 체면하고 관련되어 있어요. 양보할 수 없답니다.


캐서린은 단호했다.

류민상도 물러서지 않았다.


- 정말 괜찮습니다.

- 우리 가족의 마음을 가볍게 하려고 이러는 게 아니란 걸 알아주세요. 지호 가족 모두에게 보답을 하고 싶은 건 진심이에요.


류민상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캐서린은 류지호를 향해 제안했다.


- 그럼 지호가 뭐든지 하나 만 말해 봐요.


신효정의 포커페이스에 균열이 갔다.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는 표정으로 통역을 해줬다.


- 그렇게 해. 캐서린의 아버지가 우리 가족보다 돈 많으니까 막 던져봐.


윌리엄이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 딱히 보상을 바라고 한 일도 아니었고, 장학금을 받기로 했으니 그거로 정말 만족할 수 있긴 한데.... 염치불구하고 한 가지 부탁을 말해 볼게요.

“지호야.”


류민상이 엄한 목소리로 불렀다.


- 민상, 놔둬 봐.

- 그래요. 어리지만 지호도 가족의 일원이잖습니까. 발언권을 주시는 게 옳습니다.


윌리엄과 제임스가 류지호에게 힘을 실어주는 말을 했다.

캐서린이 류지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 지호, 말해보세요.


류지호는 잠시 할 말을 정리하다가 입을 열었다.


“신변호사님 제가 좀 횡설수설 할지도 몰라요.”

“쫄지 말고 당당하게 말해요.”


신효정이 드물게 농담을 던지며 류지호를 격려했다.


-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지 결정하지 못했어요.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건 있지만. 그 길이 맞는지도 모르겠고요.

- 그 길이 뭔가요?


캐서린이 물었다.


- 너무 많아서 다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류지호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하하하.


윌리엄과 제임스가 껄껄 웃었다.


- 신문이나 잡지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 이를지도 모르지만 실물경제도 미리 접해보고 싶고, 직접 경제 주체가 되어 비즈니스 세계에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공대에 진학해 네트워크와 컴퓨터 공학도의 길을 가야할지.... 대중문화 예술계에 종사해야 할지.... 재테크의 꽃인 주식투자도 해보고 싶고. 미국의 코믹북 회사를 소유해서 단순히 출판업을 뛰어넘어 그 콘텐츠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확장시켜서 전 세계팬들에게 판타지를 선사하고 싶기도 하고....

- 지호 정말 16살이 맞아요? 사우스 코리아에서는 17살인가요?


미국에서는 한창 이성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스포츠와 자동차에 정신이 팔릴 나이다.

그런데 눈앞의 소년은 미국에서도 대중적이지 않은 네트워크니 컴퓨터를 언급하고, 주식투자를 재테크의 꽃이라고 표현했다.

모르고 주절대는 것 같지 않다.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하다보면 빈틈이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까.


‘재밌는 소년이네.’


캐서린이 흥미가 동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능력과 배경을 놓고 봤을 때 류지호 가족이 복권에 당첨된 기분을 느낄 정도의 돈을 안겨줄 수 있다.

아니 그 이상을 줄 수 있다.

그녀는 내심 이 나라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얕보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코리아가 미국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국가방위도 못한다고 알고 있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는 분명 그랬다.

소년의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이며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런 가정에서 자란 소년이 뛰어나 봐야 얼마나 뛰어날까.

아니다.

꽤나 영특한 소년이다.

실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알 수 있다.

저 나이 때에는 아무리 성숙했다고 해도 어린 태가 날 수밖에 없다.

경험이라고는 학교가 전부인 말 그대로 청소년이니까.

그런데 이 소년은 그런 한계를 각종 서적과 외국 잡지 등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단어 하나하나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 아니다.


‘미스 신이 일부러 소년을 돋보이게 하려고 통역하는 것 같지도 않고.'


단순히 정보를 암기해 줄줄이 늘어놓은 것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그녀가 보기에 나름대로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합당하고, 논리적인 것을 떠나 16살의 시야가 어지간한 대학생 저리 가라할 정도다.

윌리엄의 말처럼 시대를 앞서 나아갈 리더의 재목인지 알 순 없지만.

싹수가 보이는 소년이다.


- 십대의 치기에요. 꿈은 크고 높게 잡아야죠.

- 호호호. 제임스, 이 상황이 재밌지 않나요? 우리 가족은 지호를 높이 평가하기 위해 안달이고, 지호는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기에 안달이네요. 어째 역할이 바뀐 것 같지 않아요?

- 스스로를 높이지 않더군. 그걸 겸손의 미덕이라고 하던가.

- 지호, 당당하게 굴어요. 미국에서는 겸손이 지나치면 바보 취급받는 답니다.


류지호의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뗐다.


- 그럼 제가 한 말씀 더 드려볼게요.

- 우리 가족은 언제든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단다.


윌리엄이 푸근한 얼굴로 힘을 실어주는 말을 했다.


- 저희 아버지는 보상금으로 거액을 일시불로 주면 절대 받지 않으실 거예요. 그런 돈이 가족과 어린 저를 망칠 거라고 믿으시니까요.

- 민상은 의외의 구석에서 완고하지.

- 투자회사를 운영 중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생각해 봤어요. 한 십년 장기로 묶어놓을 수 있는 채권이나 주식을 사례금 대신 받으면 어떨까. 보험 상품도 괜찮을 것 같고. 20년 후에 수령할 수 있는 신탁을 들어놔도 좋은 것 같고.... 우리 가족이 한 동안 큰돈이 있다는 걸 모르고 살 수 있게 장기투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영숙이 아들의 말을 자르려고 했다.


꾸욱.


류민상이 좀 더 두고 보자는 듯 아내의 손을 붙잡았다.


- 제가 배달하는 신문에 전날 한국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의 주가가 나와요. 오성전자, 경성자동차, 뉴월드, 라타칠성 뭐 이런 회사 주식을 아버지 명의로 사주시면 그걸 팔지 않고 보관만 하는 거죠. 일종의 보험 같은 거예요. 제가 성인이 되면 그 중 몇 퍼센트를 제 명의로 바꿔주시면 되고. 만약 주가가 올라 수익이 발생한다면 투자 수수료를 떼 가셔도 좋고.


파커 가족은 류지호의 말을 흥미진진한 얼굴로 경청했다.


- 저는 우리나라에서 외국 주식을 살 수 있는지는 몰라요. 만약 가능하다면 미국의 파인소프트, 매킨토시, 샌시스코, 퀄테크, USA 온라인(UOL)의 주식을 사주셔도 되요. 아직 이 기업들이 초창기라 지금 투자할수록 자금이 적게 들 거라고 생각해요.

- 허허, 지호가 월스트리트 저널과 이코노미스트를 정말 열심히 보고 있구나.

- 예를 든 거예요. 제게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줄 필요는 없어요. 투자는 전문가가 해야죠. 그냥 찍어만 주세요. 사는 건 아버지랑 제가 증권회사 가서 하면 되니까요.

- 주식을 장기로 보유하고 싶다는 거죠?


캐서린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 우리 가족은 그냥 없는 돈 셈 치고 살고 싶으니까요. 나중에 순호랑 아라가 결혼하게 되면 돈이 많이 들 텐데 그때를 대비한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되지 않을까요?


류지호가 순진한 눈망울(?)로 파커 가족을 쳐다봤다.

그러다 시선을 부모님께 돌렸다.


“여보, 지호가 하는 말이 다 뭐래요?”

“흠...”


류민상도 모른다.

중간에 영어도 섞고, 주식이니 투자니 보험이니 하는 소리에 머리가 복잡했다.


- 장기투자라...

-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민상의 성품상 주식을 꺼릴 수가 있지. 그렇다면 트러스트 펀드 형태로 신탁을 해둘 수도 있겠어.

- 미국에 지호 명의로 작은 법인을 세워 줄 수도 있어. 허니.

- 영주권 취득을 위해서?

- 한국의 증여와 해외투자 관련 법률이 어떻게 되는지 검토를 해봐야 알겠지만, 지호가 영주권을 취득하게 되고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게 된다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수도 있겠지.

- 뉴욕에서 대학을 다닌다면, 우리가족이 돌봐줄 수도 있고.


제임스, 캐서린 부부의 대화가 고스란히 류지호 가족에게 전해졌다.

류민상의 귀가 활짝 열렸다.

미국 대학이란 단어 때문이다.

여느 부모들과 다르지 않다.

당연히 자식 교육에 고민이 많았다.

현재 월급으로 자식들의 해외유학은 꿈도 못 꾸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큰아들이 미국에서 공부를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자식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윌리엄은 류민상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 조금 전에 지호가 대통령의 친구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남편 제임스의 말에 캐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 만약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의 환심을 사야 할 거야. 그런 방식 중에 우량한 공기업의 주식을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방법을 쓸 수도 있어.

- 국민에게 주식을?

- 포항제철, 한국전력. 한국이동통신 뭐 그런 회사들이 우선순위가 되겠지.

- 공기업의 민영화는 경제가 어려울 때 꺼내드는 카드가 아니었어?

- 금융시장 개방과 함께 진행되지 않을까 해. 통상부가 줄기차게 한국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신효정은 류지호를 위해 부부의 대화를 계속해서 통역해 주었다.

대한민국은 주식 광풍이 불고 있다.

한 동안 이런 추세는 계속된다.

한국신문의 주식시세표에 따르면 오성전자 주식은 현재 2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류지호가 그걸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너무 주가가 낮았다.

참고로 오성전자 주가는 매년 꾸준히 오르다가 IMF가 오기 전인 96년도에 뚝 떨어진다.

1995년도에 14만 1천원이었다가 그 다음 해에 3만 8천4백 원까지 떨어진다.

그랬다가 1998년에 8만 원대로 1999년도에 26만 원대로 폭증하기 시작해서 2000년을 넘어가며 나중에는 백만 원이 넘는다.

류지호는 오성전자 주가의 변동가는 모른다.

하지만 IMF 전에 다른 주식들처럼 뚝 떨어졌다가 2000년대에 폭등한다는 건 기억하고 있다.

류지호가 계획한 ‘돈을 왕창 벌자‘의 계획은 이랬다.

고등학교 시절에 종자돈을 만든다.

현재로는 웨딩촬영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 수익의 일부로 오성전자 같은 우량주식을 사둔다.

군대 다녀오고 하다보면 팔 때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때 모두 처분해서 금이나 달러로 바꾼다.

금이나 달러를 외환위기 때 팔아서 목돈을 마련한다.

그걸 시드머니로 사업을 벌인다.

꼭 사업이 아니라도 좋다.

건물주가 되면, 임대료만으로 온 가족이 여유로운 여생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런 가족의 여유를 바탕으로 류지호는 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한 계획이다.

문제는 고등학교 시절에 종자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계획에 차질이 빗어진다는 점이다.

류지호가 힐끔 부모님들을 의식하고는 영어로 말했다.


- 신변호사님, 지금부터는 우리말로 통역을 하지 말아주세요.


작가의말

하루에 두 편씩 올리다 보니 왠지 전개가 빨라졌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빠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 잘 마무리 하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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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2

  • 작성자
    Lv.99 용갈장군
    작성일
    22.01.03 18:38
    No. 1

    하루에 두 작품을 하기에 힘이 많이 드실텐데..
    더우기 암만 리메이크 작품이라도 하루에 두 편 까지 올려주시니 감사드릭니다.
    두 작품 다 잘 읽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에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요리선생
    작성일
    22.01.03 20:30
    No. 2

    파커가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원작이상으로 굉장히 치밀히 설계하시네요.
    고민 좋아하시는 작가님의 특장이지만.
    리메가 창작보다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이기온
    작성일
    22.01.04 03:21
    No. 3

    잘 읽고 갑니당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2.01.06 21:33
    No. 4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한땅꼬마
    작성일
    22.02.14 19:49
    No. 5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형산운송
    작성일
    22.05.17 05:55
    No. 6

    잘 읽고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뢰명
    작성일
    22.07.12 06:42
    No. 7

    외국인이 보에는 -> 외국인이 보기에는 오타 수정 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트뤼포
    작성일
    22.07.15 17:14
    No. 8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옳은말
    작성일
    22.09.18 11:21
    No. 9

    이렇게 횡설수설하느니 그냥 직접 돈 받는게 더 깔끔하겠다. 답답하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7 용두산대감
    작성일
    24.02.01 12:30
    No. 10

    너무 재밌어 미치겠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yyyre
    작성일
    24.06.21 22:59
    No. 11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은 그냥 실명으로 쓰는게 좋지 않을까요? 여기서 자기들 언급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안다해도 그들 문화 상 표현의 자유때문에 창작물 고소가 금기시 되니 전혀 문제 없을텐데. 그리고 한국기업도 유추할 수 있게 비슷하게 써주세요. 경성자동차라고 하면 무슨 회사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삼성을 오성으로 했듯 대현자동차로 한다던지 비슷하게 작명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7 Dsound
    작성일
    24.07.17 07:50
    No. 12

    무슨 사대주의도 아니고 유력가문과 연결된다는 설정에 뭐 이리 무리수와 장황한 비틀림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이것도 일종의 사대주의인가요? 감히 한국인이 서구권의 유력자본과 연결되다니 ㄷㄷ 이건 상상할수도 없는일이야 그러니 황송한 자세로 수없이 고뇌하고 감사해하면서 늘어지는 모습을 보여야 그나마 개연성이 있을거다 라고 생각하시는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50대 60대 이상을 위한 글같네요..

    찬성: 0 | 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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