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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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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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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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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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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Begin again.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학교에 있을 시간에 편집실에 앉아있으려니 류지호의 기분이 이상했다.

학생 딱지를 떼버리고 사회인이 되면 뭔가가 엄청 바뀔 줄 알았다.

알을 깨고 나온 새.

혹은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

그렇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가 펼쳐질 줄 알았지만.

딱히 그렇진 않았다.

단지 학교와 학생신분이라는 안전장치가 사라졌다는 것.

모든 일을 스스로 알아서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야 했다.

그에 따른 책임 역시 온전히 본인이 져야 하고.

태권도 수련.

국내신문과 영문 잡지 읽기.

검정고시 학원과 영어회화 학원.

공부 또 공부.

자퇴를 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건 없다.

틈틈이 류지호는 박상우를 따라다녔다.

주안 부근의 예식장에 명함을 돌리며 영업을 시작했다.

예식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비디오데크가 비싼데, 누가 그걸 찍겠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일이라는 게 그렇다.

흥하든 망하든 한 번 구르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굴러간다.

시작하는 것이나 굴러가기 전에 지루하고 힘들어서 그렇지.


‘안달복달하는 마음은 잘 넣어두고, 일단 현재에 집중하자, 현재에...!’


류지호는 연습장에 써놓은 글들을 편지지에 옮겨 적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부터 한 달에 한번 제임스와 국제우편으로 편지를 주고받고 있었다.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웨딩비디오를 시작한 일과 가족들의 근황도 빼놓을 수 없었다.


“자퇴했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네.”


파커 가족이 자신을 신뢰하고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지만, 다른 문화권에서 완전 다른 사고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인지라 관점이 다를 거라 생각했다.

연민을 품을지 응원을 보낼지 다음 편지를 받아봐야 알 것 같았다.

파커 패밀리에게 자신의 상황들이 속속들이 전해지는 걸 알지 못하기에 하는 생각이다.

편지를 마무리해 봉투에 넣는데, 사무실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릉.


류지호는 사무실로 들어가 수화기를 들어 귀에 가져갔다.


“여보세요.”

- 지호?

“응.”

- 아빠가 웨딩비디오 찍고 싶다는 사람 소개시켜 준대.


수화기 너머에서 흥분한 김준우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언제 결혼하는데?”

- 다음 달에. 일단 사진관으로 찾아간다고 했어.

“아버님께 여기 전화번호 알려드려.”


통화를 끝낸 류지호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예스!”


❉ ❉ ❉


판 사진관이 소란스러웠다.

사인방이 온 스튜디오를 뒤집어엎다시피 대청소를 하고 있었다.

먼지떨이로 털고, 걸레로 가구들을 닦고.

고우찬이 화장실과 사진관을 바쁘게 오가며 밀대를 빨아왔다.


“아니, 그 사람들이 예약을 해줄지 안 해줄지도 모르는데 왜 이리 난리야!”


바닥에 밀대를 밀며 고우찬이 투덜거렸다.

열심히 먼지떨이를 털어대던 김준우가 콜록콜록 잔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 굳이 청소까지 해야 돼?”

“간판 달기 전에 싹 청소하려고 했어. 조금 늦은 거야. 잔말 말고 청소나 해.“


류지호의 말을 황재정이 받았다.


“첫 손님인데 우리 사무실 보고 거지소굴 같다고 하면 어쩔래? 그게 아니더라도 손님한테는 첫인상이 중요한 거야. 명색이 스튜디오인데 꼬락서니가 이러면 믿음을 주겠냐? 우찬이 은근슬쩍 농땡이 피우지 말고 마대 열심히 밀어.”

“틱틱거리기만 하던 놈이 지호처럼 잔소리만 늘었어.”


고우찬이 구시렁거리자, 근엄한 자세로 앉아있던 박상우가 혀를 찼다.


“니들이 그러니까 내가 악덕 고용주 같잖아. 적당히들 해.”


류지호가 웃으며 대꾸했다.


“어차피 나중에 부모님들 한 번 모시고 구경시켜드려야 돼서 날 잡아서 청소 할 예정이었어요. 선배님은 저희가 하는 거 신경 쓰지 마세요.”

“신경이 쓰이니까 그러지.”

“정 그러시면, 음료수라도 돌리시던가요.”

“알았다.”


박상우가 지갑을 챙겨 사진관을 빠져나갔다.

불을 켜놓는 사무실을 제외하고 실내가 항상 어두침침했다.

그래서 몰랐다.

막상 사진관 곳곳을 쓸고 닦고 하니 먼지와 숨겨진 쓰레기가 상당했다.

대청소를 마친 사인방은 물 먹은 솜처럼 늘어진 채 박상우가 돌린 음료수를 꿀꺽꿀꺽 들이켰다.


덜컹.


남녀 한 쌍이 판사진관으로 들어왔다.

예비부부는 깔끔한 정장 차림에 화이트칼라 직업군이라는 인상이 바로 들었다.

김철민의 말에 의하면 신랑이 증권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실례합니다.”


김준우가 쏜살같이 달려가 반갑게 맞이했다.


“혹시 김철민 사장님 소개로 오셨나요?”

“네. 결혼식 비디오 촬영 때문에 왔어요.”


축 늘어져 있던 황재정과 고우찬이 얼른 자세를 고쳤다.

류지호가 예비부부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가온웨딩 류지호 실장입니다.”

“아, 예.”


예비신랑이 명함을 받아 들고 눈으로는 사진관을 둘러봤다.


“사무실로 가시죠.”


사무실로 안내된 예비부부는 사장으로 보이는 박상우가 밖에 남고 어려보이는 청년이 나서자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실 것 좀 드릴까요? 뭐로 드실래요? 커피, 콜라, 사이다, 박카스 있어요.”


류지호가 예비부부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자기는 뭐 마실래?‘


신랑이 신부에게 물었다.


“커피.”


류지호와 예비부부는 잠시 커피를 마시며 결혼을 축하한다느니 신혼여행으로 어디로 가냐느니 하는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류지호는 결혼식 비디오에 대한 개념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저희가 어려 보여서 믿음이 잘 안 가시죠?”


예비부부는 서로에게 얼굴을 돌려 시선을 교환했다.


“그럼, 저희가 제작한 영상을 샘플 삼아 한 번 보실래요? 웨딩비디오는 아닌데 보시면 저희 가온웨딩의 역량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류지호는 예비부부를 데리고 편집실로 들어갔다.


“......!”


예비부부는 편집실에 세팅되어있는 편집장비를 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류지호는 시종 여유로운 얼굴로 데크에 걸어놓은 영상을 재생시켰다.


톡.

위이잉~


죠그셔틀을 손가락을 두드리기도 하고, 돌리기도 하는 등 픽쳐 서치를 해보였다.

일부러 전문가인 척 연기를 했다.


탁.


화면이 ‘담배가게 아가씨’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에서 멈췄다.


“신포고 방송제 때 작업한 영상을 재편집한 겁니다.”


류지호는 뮤직비디오를 재생시키고, 예비부부가 볼 수 있도록 뒤로 물러났다.

웨딩 샘플영상이 없어 고민하던 류지호는 작년 방송제 때 찍어두었던 뮤직비디오 소스들을 가지고 장비도 손에 익힐 겸 재편집을 했다.

클래식 음악으로 교체하고, 장면의 템포도 차분하고 잔잔하게 바꿨다.

소스가 부족해 완전히 다른 영상물로 재탄생시키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로맨틱 코미디 흉내는 낼 수 있었다.

류지호는 예비부부가 뮤직비디오를 보며 충분히 상의할 수 있도록 편집실을 빠져나왔다.

잠시 후.

다시 류지호와 예비부부가 사무실에 마주앉았다.


“저희가 제공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해 설명 드릴까요?”


신랑이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


“가온웨딩에서는 D, R, C, S 타입 총 네 개의 상품을 제공해요. D는 다큐멘터리로 카메라 한 대만 나가서 본예식을 다큐처럼 촬영해 특별한 기교 없이 담백하게 담아드려요. 가장 저렴한 제품이에요. R은 로맨스라는 상품으로 역시 카메라 한 대가 나가는데, 신랑과 신부가 메이크업 하는 모습부터 폐백 하는 것까지 담아서 드려요. C는 씨네마라는 상품으로 카메라가 두 대 나가요. 로맨스 상품과 마찬가지로 결혼식 전 과정을 담고, 아까 보셨던 뮤직비디오를 4분에서 5분짜리로 편집해서 넣어요. 마지막 S는 스페셜 상품이에요. 이건 패키지 상품인데 본식 끝나고 찍는 기념사진촬영을 함께 묶어서 계약하는 상품이에요.”


류지호가 분류한 상품은 2000년대부터 대중화되는 상품들이다.

90년대까지는 D타입 즉 다큐 형식으로 본식을 끊지 않고 촬영해 샷만 부드럽게 연결한 비디오가 주류다.

자막도 영상 첫머리에 잠깐 들어가는 게 전부다.

가장 저렴한 D타입은 일반인들에게, R타입은 중산층 소득계층에게, C타입은 부유한 계층에게, 판매하기로 했다.

이 분류 안에도 다양한 트렌드들이 생겨나게 되지만, 그것들은 시장이 어떻게 활성화 되는가를 지켜보며 하나씩 꺼낼 생각이다.


“각각 가격은 어떻게 되죠?"


중요한 순간이다.

현재는 웨딩비디오를 찍어도 그만 안 찍어도 그만인 시기.

VCR의 보급률은 불과 24%다.

서울 부유층 일부를 제외하고는 웨딩비디오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기다.

2010년대 후반에 R타입 상품이 평균 50만 원 선이고, 고급 상품이 80~100원 선에서 형성된다.

웨딩촬영의 거품이 가장 심했던 90년대 중후반에는 200만 원 대의 상품도 판매된다.

청담동에서는 300만원이 넘는 웨딩촬영도 하게 되는데, 기사가 신혼여행지까지 따라가서 찍어 오기도 한다.

2010년대 중반의 청담동의 스튜디오 앨범촬영의 기본가격은 200만원, 여기에 일명 스드메라고 하는 드레스와 메이크업이 포함되면 34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웨딩비디오는 20만 원대부터 1백만 원까지 천차만별로 다양해진다.

그 시기가 되면 각종 끼워 팔기에 업체들끼리의 담합 등 웨딩산업이 매우 혼탁해진다.

어쨌든 류지호는 거품이 가장 심했던 시기를 기준으로 절반에서 삼분의 일의 가격을 다운시켜 가격을 결정했다.


“패키지 상품은 100만원이고, 씨네마 타입은 80만원, 로맨스 타입은 50만원, 다큐 타입은 30만원입니다. 다큐 타입은 편집된 비디오테잎 2개를 드리고, R타입부터는 부모님 댁에 드릴 수 있게 테이프 하나를 더 드려요.”


류지호는 일부러 고급 상품부터 언급했다.

당신들은 고급 상품에 어울리는 사람이다라는 의미를 내포했다.


“......!”


예비부부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비싸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아, 그리고 스페셜 상품은 패키지라 계약하시면 10% 할인해 드리고 있어요.”

“......”

“가격이 부담이 되시나요? 그래도 혼수로 비디오 데크를 준비하실 정도면...”


류지호는 슬쩍 자존심을 건드려 봤다.

그러자 곧바로 신부가 물었다.


“아까 보여준 뮤직비디오 들어가는 건 무슨 상품인가요?”

“씨네마 타입의 상품이에요.”

“그러면 80만원?”

“예. 요즘 증권회사 보너스 팍팍 나오죠? 저도 작년에 부모님하고 증권회사에 계좌 개설했어요.”


신랑이 즉각 반응했다.


“어디 증권회사에 계좌를 개설했어요?”

“태산증권이요.”

“아, 그러셨구나. 전 대유증권에 다닙니다.”

“부평에 있는 거요?”

“예.”

“와~ 신부님은 좋으시겠어요. 요즘 일등 신랑감이 증권맨이잖아요.”


류지호가 살짝 설레발을 쳤다.

신랑의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신부가 신랑과 눈을 마주치며 곱게 눈웃음을 지었다.

류지호는 흐뭇한 표정으로 깨가 쏟아지는 예비부부를 바라봤다.

예비부부가 낮은 목소리로 쑥덕거렸다.


“지금 당장 결정하시기 어려우시면 돌아가셔서 충분히 의논해 보세요. 그런데 서울에서도 저희처럼 웨딩비디오 찍는 곳이 없다는 건 장담할 수 있어요. 강남에서도 아직까지 D타입 상품 밖에 없어요. 한 번 알아보세요. 제 말이 맞나 틀리나요.”

“혹시 김철민 사장님하고 어떤 관계인지...?”

“아까 들어오실 때 인사한 친구 있죠? 그 친구 아버님이세요. 지금은 가온웨딩의 포토그래퍼로 있어요. 저하고 동업하는 죽마고우이기도 하고요.”

“아!”

“혹시 로맨스 타입으로 하면 안 깎아줘요?”


신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김준우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렇게 할게요. 결혼의 계절인 5월, 그것도 5월의 신부가 되실 텐데 당연히 할인해 드려야죠.”

“김철민 사장님 아드님이 할인해 주라고 하네요.”


류지호가 농담조로 말을 이었다.


“자기야, 가격이 좀 부담스럽다 그치?”


신부가 신랑을 향해 물었다.

신랑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고민하는 얼굴이다.

류지호는 섣불리 부추기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계약하면 진행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계약서 쓰시고, 계약금으로 10% 선납해 주시면 결혼식 당일 1시간 전에 예식장으로 기사가 가서 촬영을 하게 되요. 예식이 끝나고 일주일 안에 편집을 마친 테이프를 받아보실 수 있어요.”


김준우가 슬그머니 계약서와 펜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웨딩비디오 한 번 찍어보죠. 이게 계약서에요?”

“찬찬히 읽어보시고, 날짜, 시간, 예식장 그리고 간단한 인적사항 적어주시면 됩니다.”


예비신랑이 필요한 내용을 쓰고 도장을 꾹 찍었다.

도장까지 준비해 온 걸 보니 이미 웨딩비디오를 찍을 생각을 가지고 온 걸 알 수 있었다.

즉시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계약금까지 지불한 신랑이 사무실을 나섰다.


“잘 부탁드려요.”

“걱정 마세요. 평생에 한 번 뿐인 중요한 행사인데, 저희가 소홀히 할 수가 없죠. 결혼 축하드리고요. 결혼식에서 뵙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류지호와 친구들은 사진관 밖까지 예비부부를 배웅했다.

이것으로 가온웨딩의 첫 번째 고객이 탄생되었다.

류지호는 사무실 안쪽에 놓여있는 컴퓨터에 계약서의 내용을 입력했다.

일종의 고객관리 리스트다.

연령, 소득수준, 취향, 만족도 등 여러 사항을 기입했다.

초반에는 별 쓸모가 없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가 쌓이다보면 추후 마케팅전략을 세우는데 자료가 된다.

컴퓨터는 김준우의 집에 있던 것을 어른들께 양해를 구해 싼 값에 인수했다.

386 컴퓨터를 구입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은 운영체계가 도스인 관계로 고사양(?)은 의미가 없었다.

윈도우 2.1이 출시되고,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그때 가서 컴퓨터를 바꿀 예정이다.

컴퓨터 작업하는 류지호의 옆에 앉아있던 황재정이 입을 뗐다.


“다음부터는 쿠키도 좀 준비하자.”

“쿠키?“

“응. 고객들에게 음료만 내놓지 말고 간단한 다과를 내놓자는 거지.”

“그런 거 있어도 어색해서 안 먹을 텐데. 우찬이 같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래도 커피나 음료수만 내놓는 것보다 왠지 대접 받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까지 섬세한 황재정이다.

류지호는 친구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오고 나서 몰랐던 걸 여럿 알게 됐다.


“재정이가 이런 놈이었냐?”

“뭐?”

“그렇게 자상한 놈 아니지 않았냐?”

“자상한 것과 무슨 상관인데? 사업이잖아 사업.”

“우리 총무, 아주 잘하고 있어.”

“지랄... 컴퓨터 다 치고, 가서 과자 좀 사와.”

“내가 니 시다바리가~”

“뭐래 이 븅신이...?”

“우찬아, 가서 과자 좀 사와. 과일도 있으면 좀 사오고.”


류지호가 사무실 밖을 향해 소리쳤다.


“야! 내가 니 시다바리가? 니가 가라 하와이!”


쓸데없는 건 즉각 배우는 고우찬이다.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일이 잘 풀리려는지 아니면 어른들이 발 벗고 나선 덕분인지.

매일 두 커플의 상담을 진행했다.

가격 때문에 성을 내고 사진관을 빠져나가는 커플도 있었고, 며칠을 고민하다가 제일 저렴한 상품을 계약하는 커플도 있었다.

고등학생들이라는 이야기에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예의 없이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면 고우찬은 이를 박박 갈며 복수를 다짐했다.

도대체 누구에게 복수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 ❉ ❉


류지호는 하재근과 한수호 두 사람을 사진관으로 불렀다.

이제 본격적으로 웨딩촬영을 나가야 했다.

사전점검이 필요했다.

사인방과 방송부 선배들이 편집실에 처박혀 회포를 풀고 있는데, 고우찬이 팔꿈치로 류지호를 슬쩍 건드렸다.


“응?”


고우찬이 편집실 밖을 고개 짓으로 가리켰다.

예비부부가 박상우와 상담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고우찬이 계속해서 나가보라고 손짓했다.

영업을 해보라는 의미다.

류지호가 막 나서려는데, 황재정이 류지호의 팔을 붙잡았다.


“내가 한 번 해볼게.”

“넌 안 돼!”


고우찬이 단박에 반대하고 나섰다.


“왜?”

“넌 딱 봐도 사회에 불만이 많은 얼굴처럼 보이잖아.”


고우찬이 정곡을 찔렀다.


“내가, 내가 해볼게.”


김준우가 나섰다.


“그러는 게 좋겠다. 준우도 선배님 따라다니면서 예식장 많이 돌아다닐 텐데, 그때 문의해오는 고객들에게 설명하려면 미리부터 경험을 해보는 게 좋아.”


김준우는 예비부부에게 웨딩비디오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했다.

류지호가 설명이 부족할 때 끼어들어 부연설명을 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며 신뢰를 주기 위해 애썼다.

결혼식을 촬영한 샘플영상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직접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훨씬 고객을 설득하기가 쉬웠을 것을.

어쨌든 이 예비부부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김준우가 한껏 들뜬 얼굴로 예비부부에게 물었다.


“기념사진은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예식장에서 소개한 곳에서 할지 이곳에서 할지 아직 결정 못했어요.”

“아, 그러시구나. 다음에는 꼭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다음?

그렇다면 이혼하고 다시 결혼식을 올리라는 말.

예비부부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김준우를 쳐다봤다.

류지호가 재빨리 나섰다.


“아기를 낳으시면 백일잔치나 돌잔치 하시잖아요. 가온웨딩은 그런 것도 찍어요. 그리고 환갑잔치도 찍고요. 백년해로 하셔서 꼭 다음에 저희에게 그걸 맡겨달라는 뜻이에요.”


예비부부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신랑이 뜬금없이 류지호를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 이 분이 더 높은 사람이에요? 직함이 뭐예요?”

“류지호 실장입니다. 제가 가온웨딩의 대표에요.”

“진짜 고등학생 맞아요?”

“고등학생 맞습니다. 혹시 나이가 어린 것 때문에 걱정되시나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사촌 동생이 연일여고 다니는데, 신포고 방송부가 비디오로 뮤직비디오도 찍고 영화도 찍어서 보여줬다고 해서. 혹시 그 학교 학생인가 싶어 물어보는 거예요.”

“저기 편집실에 있는 대학생들이 찍었어요. 저희 가온웨딩의 촬영기사들이에요.”


신랑이 고개를 돌려 편집실에 앉아있는 하재근과 한수호를 바라봤다.


“처음에 그랜저 나왔을 때 그걸 타고 다니는 사람의 기분이 어땠을까요? 또 핸드폰 아시죠? 무선 전화기 말고. 팔뚝만한 전화기 들고 다니면서 전화하는 사람 보셨을 거예요. 웨딩 비디오도 그런 거예요. 지금 비디오데크 있는 집이 몇 집이나 되겠어요. 고객님은 나중에 많은 사람들한테 자랑할 만한 걸 일생에 단 한번 밖에 없는 결혼식으로 하시게 되는 거예요.”

“하하하. 실장님이 말을 참 기분 좋게 하시네.”

“신부님이 일생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에 하나가 결혼할 땝니다. 그 아름다운 순간이 겨우 사진 몇 장에 남겨진다면 억울하지 않을까요? 나중에 연세가 들어 두 분이 손을 꼭 잡고 소파에 앉아서 비디오를 보시면서 그 날을 추억한다면 더 생생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예비부부는 마치 먼 미래를 상상해보듯이 말이 없었다.


“와, 지호 저 새끼 구라 푸는 거 봐.”

“북극에 선풍기도 팔아먹겠는데?”


사무실 문가에서 황재정과 고우찬이 속닥거렸다.

건물 밖까지 고객을 배웅하고 돌아온 류지호의 눈에 김준우를 성토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다음에는 우리한테 맡겨? 이혼하라는 거냐?

“말이 헛 나왔어.”


친구들을 이 사업에 끌어들이는 것이 옳은 일일까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는 그들이 선택할 삶을 지켜보는 것이 친구로서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버려두고 지켜보든 함께 하든, 친구들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는 건 나쁜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재근과 한수호에게도 마찬가지다.

함께 사업을 하면서 그 속에서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이기에 그들로서는 도움이 되면 되었지 손해 볼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덤으로 류지호는 그들에게 받았던 우정을 보답할 수 있다.

류지호에게 가족이 제일 중요한 것은 맞지만, 다른 사람들 특히 나름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도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 첫 시작이 가온웨딩이다.

한편으로 파커 가족으로부터 받은 보상금은 류지호 가족이 IMF 같은 외부 충격에도 가계가 흔들리지 않게 해줄 안전장치가 되어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안정된 삶을 바탕으로 류지호는 좀 더 이상을 높게 잡고 도전을 할 수 있게 된다.


작가의말

스토리 아레나 이벤트가 끝나면 하루 2회 연재를 조절할 생각입니다. 자주 연참을 하겠지만 비정기적이란 말씀 미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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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이런 날도 오는구나... (3) +3 22.01.20 9,625 206 21쪽
58 이런 날도 오는구나... (2) +4 22.01.19 9,732 201 26쪽
57 이런 날도 오는구나... (1) +4 22.01.19 10,039 203 21쪽
56 Begin again. (4) +5 22.01.18 9,714 214 20쪽
55 Begin again. (3) +7 22.01.18 9,593 216 24쪽
» Begin again. (2) +8 22.01.17 9,756 211 21쪽
53 Begin again. (1) +11 22.01.17 10,297 200 24쪽
52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6) +14 22.01.16 9,822 211 19쪽
51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5) +8 22.01.15 9,528 194 19쪽
50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4) +15 22.01.15 9,557 186 20쪽
49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3) +16 22.01.14 9,619 192 22쪽
48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2) +12 22.01.14 9,586 196 21쪽
47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1) +6 22.01.13 9,858 194 21쪽
46 사업으로 성공할 자신 있어요! (3) +7 22.01.13 9,986 204 22쪽
45 사업으로 성공할 자신 있어요! (2) +20 22.01.12 10,192 204 24쪽
44 사업으로 성공할 자신 있어요! (1) +14 22.01.12 10,842 211 24쪽
43 Carpe diem... (4) +12 22.01.11 10,462 215 19쪽
42 Carpe diem... (3) +14 22.01.11 10,407 228 18쪽
41 Carpe diem... (2) +12 22.01.10 10,547 236 20쪽
40 Carpe diem... (1) +12 22.01.10 10,926 224 20쪽
39 얘는 혼자 어디 딴 세상이라도 살다 왔나? +8 22.01.09 10,990 239 20쪽
38 연풍(戀風). +12 22.01.08 11,018 231 17쪽
37 영화밥 먹고 살 팔자... (6) +7 22.01.08 10,817 224 22쪽
36 영화밥 먹고 살 팔자... (5) +9 22.01.07 10,559 234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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