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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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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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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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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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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는 겨울방학 내내 무척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웨딩비디오 사업을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윌리엄으로부터 현물 지원을 받는가 하면, 판 사진관에 편집실을 꾸리는 것까지 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였다.


“봄방학에는 좀 쉬자.”

“그래. 네가 용가리 통뼈도 아니고.... 그러다 탈나겠어.”


친구들이 걱정할 정도로 류지호는 공부와 사업 모두에서 최선을 다했다.


“난 봄방학 동안 방송실에 못 나올 것 같다.”


류지호가 방송부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특별히 할 일도 없어. 부담 갖지 마.”

“주안에 올 일 있으며 판사진관으로 찾아 와. 다들 개학하고 보자!”


방송실을 나온 류지호가 찾아간 곳은 인현동의 한 당구장이었다.

판사진관을 들락거리며 박상우로부터 당구를 배우기 시작한 사인방이다.

류지호도 틈틈이 친구들에게 당구를 가르쳤다.


딱!


사인방 친구들은 어렵지 않은 기술에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제 하다하다 당구까지 잘 치냐!”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는 사인방 가운데 황재정이 당구를 가장 잘 쳤다.

이번에서도 류지호와 박상우가 가르쳐주는 것을 물먹는 솜처럼 잘 빨아먹고 있다.

류지호는 친구들이 당구에 빠져 있는 걸로 잔소리하진 않았다.

신포동 유흥가를 배회하거나 연하대 후문에서 술 마시는 것보단 당구를 치는 것이 그나마 건전하니까.

공부에 방해가 될 정도로 당구에 빠진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딸랑!


당구장 문이 열리고 껄렁한 녀석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박광렬 패거리다.


“그지 새끼들, 당구 칠 돈은 있냐?”


고우찬이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겐세이 놓지 말고 그냥 가세요.”

“어쭈? 이 존만한 핏덩이 새끼가 뭐래?”

“.......!”

“형들 라면 사먹게 돈 좀 빌려주라.”


류지호가 점잖게 되물었다.


“맡겨놨습니까?”

“이것들이 대가리에 총이라도 맞았나....?”

“어쭈... 개겨?”


머리에 총 맞은 적도 없고, 반항도 아니다.

1학년 때야 멋모르고 돈을 빼앗겼지만, 이젠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싸움박질이 아니다.

자신들은 이제 2학년이 되었고, 박광렬 패거리는 3학년이다.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또 잘못을 따지기 전에 선배들 입장에서 하극상이라 여길 수도 있다.

다른 일진들까지 휘말리는 골치 아픈 일들이 연이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자칫 패싸움이라도 벌였다가는 문제가 커진다.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때론 져주는 것이 이기는 경우도 있다.


‘젠장맞을 나이빨, 빌어먹을 위계질서!’


류지호는 내심 이를 박박 갈았다.


“좋은 말 할 때 내놓지? 거기 사진부는 집이 좀 살지 않나? 뒤져서 나오면 개인면담이다.”


위협하는 박광렬보다 깐죽거리는 똘마니들이 더 밉살맞았다.

김준우가 겁을 집어 먹어 얼굴이 시커멓게 죽었다.

게다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박광렬의 손이 마치 뱀처럼 서늘하게 느껴졌다.

황재정이 나섰다.


“여기 지호하고 우찬이 태권도 합니다. 적당히 하세요.”


킥킥킥.


박광렬패가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태권도래... X발! 존나 무서워 태권도.... 킥킥.”

“난 맞짱 십단이다, 존만아! 어디서 태권도를 들이대. 죽을라고.”

“태권도 하는 선배들 많습니다. 주로 주안에서 노시는데 저희 건드리면 주안에서 못 노실 겁니다.”

“난 맞짱 잘 죽이는 선배 존나 많어. 어쩔래.”


류지호가 치미는 분을 힘겹게 억누르고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를 모두 꺼내 내밀었다.

이거나 먹고 꺼지라는 듯.

김준우도 주섬주섬 만원을 꺼냈다.


“오우 배춧잎! 니들 선생한테 꼰지르면 뒈진다.”


두 눈을 뱀처럼 번들거리는 박광렬이 비릿하게 웃으며 돌아섰다.

패거리들이 용무가 끝났다는 다른 당구대로 몰려갔다.


“우찬아, 잘 참았어.”

“X발!”


고우찬의 입에서 기어코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한 학기만 참자.”


황재정이 침착하게 친구들을 다독였다.


“빌어먹을! 젠장!‘


씩씩거리던 고우찬이 당구장을 박차고 나갔다.

일단 너무 열불이 나서 박광렬과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어디가!”


류지호가 당구비를 계산하고 얼른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고우찬이 보이지 않았다.

류지호와 친구들이 고우찬이 갈만 한 업소들을 돌아봤다.

한참을 신포동을 배회했지만, 고우찬을 만나지 못했다.


❉ ❉ ❉


다음 날.


고우찬이 학생부실로 불려가 살이 터질 정도로 학생주임에게 매를 맞았다.

신포동에서 술을 마시다가 선도부에게 걸린 것이다.

학생부실에는 고우찬 외에 박광렬과 날라리 몇이 더 있었다.

녀석들도 신포동 유흥가에서 얼쩡거리다가 교외지도를 나온 교사에게 적발돼 불려왔다.

학생주임이 눈을 부라리며 목청을 높였다.


“네가 순진한 애들 꼬드겨서 술 마시러 간 거지?”

“아닙니다.”

“우리는 잘못 한 거 없는 데요.”


어떻게 이런 골통들이 신포고에 들어왔는지.

학생주임은 천하태평인 박광렬과 똘마니들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이 새끼들이 진짜!”

“술 좀 마실 수도 있잖아요. 우리만 마셨나?”


박광렬과 똘마니들은 막 나간다 해도 도가 지나쳤다.

믿는 구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반항이다.

학생주임이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학교 다니기 싫으냐?”

“선생님 마음대로 퇴학을 시켜요?”

“내일 당장 부모님 모셔와!”

“부모님 없어요.”

“저도요.”

“이 새끼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부모님 바쁘신데요.”


학생주임은 박광렬의 대꾸에 말문이 막혔다


“무슨 일 하시는데 바빠?”

“사업이요.”

“무슨 사업?“

“무도장 사업이요.”


순간 학생주임은 잘 못 들었나 싶어 재차 물었다.


“무슨 사업?”

“슈슈노바 나이트 사장이에요. 주안에 있는 거요.”

“그런다고 선생님이 겁먹을 줄 알아?“

“오해하지 마세요. 조폭 아니에요. 우리 아버지 반달입니다.”

“뭐?”

“반만 건달. 사업가에요 사업가. 킥킥.”


학생주임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망할 놈의 새끼!’


주먹을 쥔 학생주임의 손등에 푸른 힘줄이 꿈틀거렸다

그때 고우찬이 끼어들었다.


“선생님, 때리실 거면 빨리 치시고, 반성문 써야하면 빨리 쓰죠?“

“이 새끼가!!”


짝!


학생주임이 고우찬의 뺨을 후려쳤다.

험상궂게 생긴 고우찬이 박광렬처럼 불량학생이라 생각해 모질게 대하는 학생주임이다.


짝짝!


학생주임은 이어 박광렬과 패거리들의 뺨도 쳤다.


“한번만 더 적발되면 그때는 퇴학 시킬 줄 알아. 알았어?”

“눼에~”


박광렬이 건성으로 대꾸했다.


“반성문 10장 씩 써서 제출해!”


학생주임이 학생부실 문을 신경질적으로 열어젖혔다.

학생부실에 문제아들만 남았다.,

고우찬이 빈 종이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왔다.

펜을 들어 막 반성문을 쓰려는데.


빡!


박광렬이 고우찬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아, X발... 거.”

“뭐... X발? 이 새끼가!”

“그만 좀 합시다. 빨리 반성문 쓰고 학생부 뜨는 게 좋을 거 아뇨?”


박광렬이 어이가 없어 헛바람을 내뱉었다.


“너 좀만 있다 보자!”


반성문 10장을 겨우 써서 제출한 고우찬을 박광렬 패거리들이 납치하듯 별관 뒤편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다짜고짜 고우찬을 패기 시작했다.

부식불식간에 당한 일이라 고우찬이 대처할 수가 없었다.


“말려! 광렬이 눈깔 돌아갔다!”


똘마니들은 고우찬의 팔을 비틀어 부러트리려는 광기에 찬 박광렬을 간신히 뜯어말려야 했다.


퍼벅!


박광렬의 주먹이 고우찬의 복부를 강타했다.

복부를 얻어맞은 고우찬이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재수 없는 새끼. 캬악, 퉤!”


고우찬의 머리맡으로 걸쭉한 가래침이 떨어졌다.

충격이 컸는지 고우찬은 반응조차 없었다.


“이제 좀 개운하네. 가자.”


박광렬이 손짓하자,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똘마니들이 우르르 몰러갔다.

구타를 당하면서도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던 고우찬이다.

박광렬 패가 사라지자, 그제야 고통에 젖은 신음을 흘렸다.


“...끙!”


집중적으로 복부를 얻어맞은 탓에 내장이 뒤틀리고 갈비뼈가 어긋난 느낌이 들었다.


“하아.”


엎드려 있던 고우찬이 돌아누웠다.

하늘이 노랬다.

어느새 해질녘이다.

학생부실에서 곧장 끌려와 박광렬 패거리에게 무려 1시간 이상 붙잡혀 있었다.

고우찬이 끙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개새끼들!“


잔뜩 묻은 먼지를 털어 내며 욕을 내뱉었다.

고우찬은 인생을 똥통으로 밀어 넣기 위해 고등학교에 온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한 것뿐.

아버지는 명문 신포고를 졸업하면 어디 가서 고졸이라도 무시당하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사실 공부를 할 의지도 없고, 그럴 머리도 없다.

자신도 잘 안다.

스스로 주제파악을 잘하고 있는 편이라고 자부했다.

전교 꼴찌를 하든 말든 졸업만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이다.

게다가 태권도에 재미가 들렸다.

고등부 선수로 뛸 예정이다.

고우찬은 이제 막 시작한 태권도 인생에서 종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때문에 나름 마음잡고 학교에 다니는 중이다.

졸업하는 그날까지 문제 일으킬 마음이 없는 것이 솔직한 고우찬의 심정이다.

사실 고우찬은 새벽에 신문을 돌리고, 태권도를 배우면서 넘쳐흐르는 기운을 많이 소모하고 등교했다.

단전호흡이라는 걸 배운 후로는 욱하는 성질머리도 조금 유순해진 것도 같고.


“아.... 씨바. 조용히 학교 다닐라는데 왜 자꾸 태클을 걸어 걸긴.....”


고우찬은 몸으로 부딪치며 나아가는 타입이다.

복잡하게 이리저리 재고 행동하는 것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남자의 길이 아니야.”


니체가 말하길 자신을 파괴시키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 자신을 강하게 만들 뿐이라고 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들이 실제로 자신을 파괴하고 죽이지 못한다면, 그 경험은 오히려 그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란 의미일 것이다.

만약 질풍노도의 고우찬이 집 나간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불우한 환경을 극복한다면 그것으로 이미 그는 몸과 마음이 강해져 있을 것이다.

고난에 빠지게 하는 것들.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들.

자신의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것들.

이 모든 것들은 고우찬을 강하게 만들어 줄 도구들일 뿐이다.

고우찬이 극복해 넘어선다면, 정신적으로 단단해 져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진 않겠지만.


“독한 새끼.”


박광렬이 혀를 내둘렀다.

이름이 고우찬이라 했던가.

면상만 보면 한 수 아니 두 수 먹어줄 험악한 인상이다.

그럼에도 폭력서클 멤버에 들지도 않은 놈이다.

기억에도 없는 잔챙이가 이 정도로 기어오를 줄은 몰랐다.

당당하게 자신들을 따라 나선 고우찬을 적당히 패주고 돌려보려고 했다.

말로는 도무지 알아먹지 못하기에 결국 자신이 나서 주먹을 써야만 했다.

그런데도 놈은 악에 받친 눈빛을 지우지 않았다.

얻어맞고 뻗어 버린 놈이 마지막에 쏘아보던 눈빛.

박광렬은 오랜만에 진짜 독종을 만났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상대는 결국 범생이와 어울리는 애송이일 뿐.


“후회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어. 당하는 새끼가 병신인 거지.”


일을 너무 키우면 선도부 귀에 들어가게 되고, 교사들의 간섭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박광렬은 일부러 교사들이 신경을 덜 쓰는 공부 못하는 떨거지들을 타깃으로 삼아 폭력을 행사하고 돈을 뜯었다.

고우찬은 딱 봐도 선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학생이 아니다.

학생부에 찾아가 하소연 해봐도 알았다며 주의를 주겠다는 말로 돌려보낼 것이다.

그리고 불려가 매 몇 대 맞으면 끝날 일이다.

그런데 어딘지 찜찜했다.


‘확실하게 밟아 줬어야 했나?’


원래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팔 다리 중 하나를 부러뜨리는 것이 깔끔하기는 하다.

하지만 일 년만 버티면 졸업이다.

박광렬은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다.

조용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

괜히 나댔다가 아버지 귀에라도 들어가면 그날로 망하는 거다.

나이트클럽을 물려받아야 할 박광렬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조폭들과 관련될 수밖에 없는 사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적당히 싸움판을 벌여 만만치 않은 인상을 보여주고, 똘마니들을 거느리며 리더십을 증명해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 목표다.

다른 양아치와 다르게 야망이 있는 남자라고.

박광렬은 그런 자부심이 있었다.

그 야망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지만.


❉ ❉ ❉


신포고에 신입생들이 들어왔다.

각 서클들이 1학년 교실을 돌며 신입생 모집 경쟁에 들어갔다.

방송부 역시 국장인 박상은이 중심이 되어 열심히 홍보활동을 펼쳤다.

일주일 간 방송부에 지원한 신입생은 무려 198명.

신포고 방송부 역대 최고 경쟁률 기록이다.


“후아~ 경쟁률이 거의 40대 1이네.”

“작년에 우리가 한 방송제가 좋게 소문이 나서 지원을 많이 한 것 같아.”

“에휴. 이 많은 얘들을 언제 다 면접을 보냐....”

“서류에서 일단 좀 떨어뜨려야겠지.”

“뭘 보고 떨어뜨려?”


방송부 선발에 있어서 공식적으로 성적 커트라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알려졌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염연히 존재했다.


“성적으로 탈락시키지 말자.”


류지호가 친구들에게 제안했다.


“17년 간 이어온 전통이야. 우리 기수 마음대로 바꿔도 돼?”

“방송부가 엘리트 서클일 필요는 없잖아.”

“접수는 이제 그만 받자. 지호 말대로 일단 성적은 따지지 말자. 다음 주에 우리가 1차로 면접을 봐서 30명으로 압축하는 걸로 하면 어떨까?”


박상은이 신입생 선발과 관련한 일정을 정리했다.

모두가 찬성했다.

3월 안에 신입생을 뽑아야 방송부 업무를 가르칠 여유가 생긴다.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하루 40명씩 면접을 보면 일주일면 30명으로 후보를 압축할 수가 있다.

그 후 3학년들과 함께 면접을 실시해 최종 선발하는 일정을 확정했다.


딱!


하얀 당구공이 당구 테이블을 한 바퀴 돌아 붉은 공에 부딪쳤다.

쿠션볼을 성공시킨 박광렬이 의기양양해 똘마니들을 슥 둘러봤다.

똘마니들이 그의 비위를 맞춰주느라 박수를 쳤다.

박광렬의 오른팔 오강두가 신포고 신입생 둘에게 말을 걸었다.


“너희들, 우리 서클 들어와라.”


폭력서클도 서클이라고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신고식이 장난 아니라던데....요?”

“저기 광렬이 보이지? 쟤가 대장이고 내가 오른팔이야. 살살하라고 말해 줄게.”

“서클 군기가 세다고 소문났어요.”

“새끼, 우린 공고 애들처럼 사람 잡을 정도로 안 패.”


오강두가 중학교 후배에게 자신들의 폭력서클 가입을 적극 권했다.

주로 같은 동네 출신이거나 중학교 후배들을 우선적으로 영입 했다.

안면 있는 후배들을 영입하면 심복으로 써먹기 좋다.


“니들 학교 편하게 다니려면, 형 말 들어.”

“신포고 대장은 짱가형 아녜요?.”

“그 놈이 완타치 잘 죽이는 독고다이고. 서클 파워로는 우리가 젤 잘 나가.”


머릿수가 가장 많고 서클 덩치가 제일 크다는 말이다.


“형이 니들 중학교 선배라 특별히 권하는 거야.”


태권도나 합기도, 권투 같은 격투기를 배운 녀석들이 최우선 영입 대상이지만, 겁이 없고 깡이 있는 녀석들도 우선 영입 대상이다.

또 다른 영입 대상은 옷 잘 입는 애들이다.

돈줄이야 대장인 박광렬이 부자이기도 했고, 만만한 학생들 협박해 뜯으면 되니 주요 영입 대상은 싸움 좀 하거나 얼굴 마담격인 애들이 주 대상이 된다.


“저는 아버지에게 들키면 혼납니다. 사고 치면 호적에서 파버린다고 해서...”


한 녀석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얼른 당구장에서 떠나 버렸다.


“쯧, 자식이 복을 차버리네.”


오강두는 혼자 남은 후배를 너는 어찌할 거냐고 묻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전 가입하겠습니다.”

“좋았어.”


오강두는 심복으로 써먹을 후배가 생겨 기분이 좋아졌다.


“광렬아, 후배 한 명 가입시켰다.”


박광렬이 쳐다보자, 바짝 기합이 든 후배는 반사적으로 넙죽 인사를 했다.


“신입도 들어왔는데 어디 가서 술이나 빨자. 환영식 해야지.”


새로 가입한 신입이 선배들의 눈치를 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님들, 연하대에 물 좋은 술집이 있습니다!”

“막걸리 집은 냄새 나서 안 가.”

“연하공전 항운과 대학생 누나들이 자주 오고, 여학생들이 아주 바글바글 합니다.”

“한 번 가 볼까?”


박광렬과 폭력 서클 멤버들 여덟 명이 우르르 연하대 후문으로 몰려갔다.


❉ ❉ ❉


사인방이 오랜만에 연하대 후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름방학 이후로는 이런저런 이유로 바빠서 연하대 후문까지 올 일이 없었다.

실내 인테리어는 그대로였지만, 어딘지 밝아진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 오랜만에 찾은 아네모네는 여학생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홀 서빙도 새로 고용한 모양이다.

여대생 한 명이 테이블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날랐다.


“지호학생, 어서와!”


주방에서 채연지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갑게 류지호를 맞이했다.


“오랜만이에요 아줌마.”

“그 동안 왜 한 번도 안 왔어?”

“저희는 고삐리라 원래 술집에 오면 안 됩니다만.”


사인방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채연지와 인사를 나눴다.


“장사 잘되나 봐요.”

“서비스 팍팍 주세요.”

“못 보던 누나가 있네요?”


류지호가 실내를 눈으로 훑으며 물었다.


“가게 조명 바꿨어요?”

“여학생들이 많이 와서 밝은 분위기로 싹 바꿨어.”

“잘 하셨어요. 예전에는 우중충한 룸방 같았는데 지금이 훨씬 좋네요.”

“아참, 잠깐만....”


채연지가 메뉴판을 가져와 류지호에게 내밀었다.

칭찬을 바라는 어린이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한번 봐봐.”


메뉴판에는 새로운 안주가 몇 가지 추가되어 있었다.


“치킨도 해요?”

“직접 하는 건 아냐. 찾는 손님이 많아서 큰길에 있는 페리카나에서 사다 줘.”

“레몬소주하고는 궁합이 좋아요?”

“맥주 마시는 손님들이 주로 찾지 뭐.”

“과일칵테일 소주에는 차라리 치킨샐러드가 더 궁합이 맞을 거예요. 기름으로 튀긴 후라이드보다 구운 치킨에 야채를 곁들인 담백한 치킨을 여자 손님들이 더 좋아할지도 몰라요.”

“사라다하고 치킨을 버무리는 거야?”

“사라다처럼 치킨하고 마요네즈 범벅하면 내 맛도 네 맛도 아닐걸요. 굽거나 훈제한 닭살을 발라서 샐러드하고 함께 내오는 거예요. 상추나 양배추 같은 야채하고 귤이나 토마토 사과 같은 계절 과일들을 닭살하고 함께 먹도록 하는 거죠. 요기도 되고, 레몬소주나 맥주 안주도 되고요.”

“가기 전에 글로 적어줘.”

“먹어만 봤지 저도 정확한 레시피는 몰라요. 여기 메뉴에 카나페가 뭐예요?”


사진도 없고, 글자와 가격표만 붙어있는 메뉴판이다.

메뉴명만 보고는 어떤 음식인지 알 수 없었다.


“크래커에 버터 바르고 치즈 한 장 올려놓고, 달걀이나 과일 올려놓는 건데, 양식 코스 요리 먹을 때 수프 먹고 나서 나오는 간식 같은 거야.”

“아, 전채요리 같은 건가 보네요. 애피타이저.”

“원래 빵으로 하는 건데, 그건 비싸니까 크래커로 하고 있어. 만들기도 쉽고 과일이 올라가면 보기에도 예뻐서 여학생들이 좋아해.”


탁!


고우찬이 채연지의 주의를 끌기 위해 메뉴판으로 테이블을 쳤다.


“아줌마 우린 그냥 두꺼비로 주세요. 레몬소주는 싱거워서 못 마시겠어요. 골뱅이 무침하고 알탕도 주시고요. 골뱅이 좀 많이 넣어주세요. 소면만 산처럼 쌓아주지 마시고요.”

“연하대 후문에서 우리 가게만큼 건더기 많이 주는 집이 어디 있다고 그래?”


채연지가 고우찬에게 한소리하고 주방으로 돌아갔다.


‘대학가에서 술집하는 아줌마가 애피타이저도 알고 칵테일도 마셔봤고... 패가망신한 부잣집 딸이라 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방 쪽에서 채연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호학생, 잠깐 이리로 와볼래?”


류지호가 주방 입구로 오자, 채연지가 대뜸 두툼한 봉투를 내밀었다.


“이거 받아.”


류지호가 두툼한 봉투를 받아 열어봤다.

만 원짜리 지폐 수십 장이 들어있었다.


“이 돈은 뭐에요?”


작가의말

행복한 밤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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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이런 날도 오는구나... (1) +4 22.01.19 10,026 203 21쪽
56 Begin again. (4) +5 22.01.18 9,702 214 20쪽
55 Begin again. (3) +7 22.01.18 9,582 216 24쪽
54 Begin again. (2) +8 22.01.17 9,742 211 21쪽
53 Begin again. (1) +11 22.01.17 10,285 200 24쪽
52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6) +14 22.01.16 9,808 211 19쪽
51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5) +8 22.01.15 9,516 194 19쪽
50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4) +15 22.01.15 9,544 186 20쪽
49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3) +16 22.01.14 9,605 192 22쪽
48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2) +12 22.01.14 9,568 196 21쪽
»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1) +6 22.01.13 9,839 194 21쪽
46 사업으로 성공할 자신 있어요! (3) +7 22.01.13 9,970 204 22쪽
45 사업으로 성공할 자신 있어요! (2) +20 22.01.12 10,178 204 24쪽
44 사업으로 성공할 자신 있어요! (1) +14 22.01.12 10,827 211 24쪽
43 Carpe diem... (4) +12 22.01.11 10,447 215 19쪽
42 Carpe diem... (3) +14 22.01.11 10,389 228 18쪽
41 Carpe diem... (2) +12 22.01.10 10,534 236 20쪽
40 Carpe diem... (1) +12 22.01.10 10,907 224 20쪽
39 얘는 혼자 어디 딴 세상이라도 살다 왔나? +8 22.01.09 10,975 239 20쪽
38 연풍(戀風). +12 22.01.08 11,004 231 17쪽
37 영화밥 먹고 살 팔자... (6) +7 22.01.08 10,804 224 22쪽
36 영화밥 먹고 살 팔자... (5) +9 22.01.07 10,530 234 22쪽
35 영화밥 먹고 살 팔자... (4) +7 22.01.07 10,593 213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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