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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루찌님의 서재입니다.

드림 캐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김루찌
작품등록일 :
2023.05.10 19:29
최근연재일 :
2023.10.21 20:00
연재수 :
1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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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3
추천수 :
573
글자수 :
798,492

작성
23.05.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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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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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8쪽

1화

DUMMY

"그래서? 놈을 잡은 건가?"



"아니, 생각보다 영리한 녀석인 모양이야."



"흐음... 하긴, 루크가 아직도 잡지 못한 걸 보면 보통은 아니겠군."



"그러니까 말이야. 네가 엘리나의 표정을 봐야 했어. 내가 다 안쓰럽더라니깐."



"... 세상이 좋아져도 살인마는 꼭 있는 것 같군..."



엘리시스 왕국에 속한 아주 작디작은 마을 하리인.



그 근처 숲에 위치한 작은 상점.



어떤 두 남자가 한 살인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후릅!



"앗 뜨거!!"



그중 건장한 체형에 검고 덥수룩한 머리의 남자가 차를 마시던 도중 그만 혀를 데고 만다.



허리춤에는 꽤나 낡아 보이는 검 한 자루가 달려 있다.



"한, 대체 몇 번을 이야기하는 거야. 뜨겁다니까?"



그의 이름은 한.



떠돌이 검객이다.



반면 그런 한을 보며 답답해하는 남자, 그의 이름은 케인 에슈테르.



하얗고 어깨까지 닿는 긴 머리가 인상적인 그는 이 작은 상점의 젊은 주인이자 떠돌이 검객 한과는 오랜 친구사이다.



"아아, 그래. 뜨겁다고 했지."



"내 말을 듣기는 하는 거냐?"



"그럼! 잘 듣고 있고 말고. 그 엘리나라는 여자의 표정이 안쓰러웠다고 했지. 그래서 그 범인의 이름이 뭐라고?"



한의 대답에 케인이 아무 말 없이 그를 빤히 쳐다본다.



"아... 에르보?"



한은 기억이 나질 않는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케인의 눈치를 살핀다.



"아직 말한 적 없어. 그리고 에르보는 마구간지기잖아 젠장할!"



그러나 기억이 날 리가 없었다.



애초에 케인은 범인의 이름을 말한 적이 없었으니.



"아하하! 미안하네!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군. 내가 자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그랬네."



자신의 말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한이지만, 케인은 그런 그가 밉지만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한은 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떠돌이 검사이기 때문이다.



"잭이야. 그 살인마 녀석 말이야. 아무튼 뭐, 오랜만에 만났는데 네 이야기를 좀 들어보자고."



"그래! 그럼 바로 시작하겠네. 내가 말일세, 그 거대한 트롤 녀석의 동굴에 들어갔는데..."



한은 자신이 모험을 떠나며 겪은 이야기들을 케인에게 해줄 생각에 잔뜩 들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왜일까, 케인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한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머리나 대."



뭘 하려는 걸까?



케인은 한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고 있고, 한은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냥 말로 하면 안 되는 거야...?"



"내가 너무 바빠서 말이야. 그리고 너는 말을 너무 못 해서 듣는 재미가 없다고 해야 하나."



"... 너무하군..."



한은 굉장히 아쉬운 표정을 짓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케인의 손에 머리를 가져다 댄다.



아무래도 케인은 한이 겪었던 실제 이야기 보다, 그가 모험을 떠나며 꾼 꿈에 더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라 플라티노 칼라샤르..."



케인이 엘프들의 언어로 주문을 외우자, 그의 손에서 하얀빛이 새어 나오며 그 빛이 한의 머리를 감싸기 시작한다.



"우웁..."



그러자 한은 어지러운지 좋지 않은 소리를 낸다.



하지만 마법을 멈추지 않은 케인.



그의 다른 한 손에는 유리로 된 작은 병이 하나 들려있다.



잠시 후 한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하얀빛이 점차 노랗게 변해간다.



그리고 그 빛이 병에 서서히 액체로 담기기 시작한다.



"악몽은 안 꿨나 보네."



"... 덕분에 잠은 잘 자서."



"오호라... 아까 말한 트롤이 이 녀석인가 보군. 엄청 큰데?"



"실제로는 더 컸었지. 그놈이 내게 주먹을 휘두르려던 순간...!"



"제대로 맞았는데? 네가 엄청나게 피를 흘리고 있군."



"무슨 소린가! 나는 놈의 다리 사이로 굴러 넘어가 등을 베어 죽였다고."



"아, 뭐 꿈이야 현실과 똑같진 않으니까."



"그래서 내 입으로 직접 말하고 싶어 하는 걸세."



"아까도 말했듯이 네 이야기보따리는 너무 낡아서 말이야. 영 흥미가 안 가. 꿈으로 확인하는 편이 더 재밌다고. 가끔씩 네가 당하는 것도 괜찮거든."



"... 섭섭한 소리만 하는군."



쾅쾅쾅!!



"케인!! 나일세!!"



두 남자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누군가 케인의 상점을 찾아왔다.



"마키르?"



반짝거리는 대머리, 양쪽으로 귀엽게 난 콧수염.



그리고 웬만한 진상 손님 정도는 손쉽게 제압해 바깥으로 쫓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육중한 체격.



마키르라고 불리는 그는 조금 전 케인과 한의 대화에서 오고 간 엘리나가 일하는 여관의 주인이다.



그와 동시에 마키르는 케인의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꼭두새벽이라고!"



"기가 막힌 꿈을 꿔서 말일세! 그보다 자네는 지금 이 시간에 뭐 하는가? 누군가 손님이라도..."



어둠이 가득한 새벽, 등불 하나만 들고 마을 여관에서부터 이곳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마키르는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그런 마키르가 이해되지 않는 케인.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마키르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늦은 새벽에 불이 켜져 있는 상점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의아함을 느낀 마키르는 문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며 가게 안을 두리번 거린다.



"... 맙소사... 한!? 정말 자네란 말인가!!!"



그리고 케인의 마법에 아직 속이 좋지 않은지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한과 눈을 마주친 마키르는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케인을 번쩍 들어 그에게로 다가갔다.



"아하하... 마키르... 오랜만이군..."



"어째서 이곳에 왔는데 인사 한 번 하지 않았단 말인가!!! 너무 섭섭한걸!!!"



이곳에 숲이 아닌 마을이었다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잠에서 깼을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의 마키르다.



그런데 자신을 이렇게나 반기는 마키르에 비해 한은 그의 방문이 썩 달갑지는 않은 모양이다.



"젠장 마키르. 목소리는 여전하군... 자네와 함께라면 바다에 나가도 걱정이 없겠어. 세이렌들이 노래를 불러도 자네 고함 한 번이면 전부 나가떨어질 테니까 말이야..."



아무래도 한은 다소 시끄러운 마키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 그게 무슨..."



한이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버린 것일까?



마키르의 표정이 좋지 않다.



'이런, 사과해야겠군.'



"이보게 마키르, 내가 미안..."



"우하하하하하하!!! 이제야 이해했네!!! 자네가 나와 함께 바다로 나가고 싶은 모양이군!!!"



상처를 받은 줄 알았던 마키르는 갑자기 호탕하게 웃으며 한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뭣...! 무슨...!"



"하지만 자네도 알지 않은가!! 나는 더 이상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일세. 가족이 있는 몸이라서 말이야!! 우하하하하!!!"



뭔가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 같지만, 그래도 마키르가 상처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이었다.



"이봐 마키르... 한은 조금 전에 도착했어... 그리고 무슨 일로 왔는지 말이나 하라고...! 나 좀 내려놓고...!!!"



마키르의 한쪽 팔짱에 들려 있는 케인이 곧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아! 내 정신 좀 보게. 그래, 그 이유를 설명해 주지. 이미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말이야."



"... 또 꿈 때문이야? 저번에도 말했잖아. 아무리 좋은 꿈을 꿔도 제발 낮에 오라고!!"



"하하하하!! 하지만 자네가 그러지 않았나? 꿈에 대한 기억이 생생할수록 농도가 더 짙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긴 한데..."



"오늘은 한도 이곳에 왔으니 특별히 공짜로 주겠네!!"



"그 정도라고...?"



이 세계에는 수많은 마법 중에 꿈을 다루는 꿈 마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꿈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너무나도 적었고, 그 때문에 많은 마법사들이 꿈 마법에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케인은 달랐다.



밝혀진 것이 적다는 건 그만큼 밝혀낼 것이 많다는 의미.



그리고 꿈이라는 매력적인 세계에 반한 많은 마법사들은 그것을 더욱 연구하고 싶어졌다.



그 결과로 꿈 마법사들은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무형의 꿈을 추출해 내 실체화시켜 특수 제작된 병에 담는 데에 성공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꿈 포션을 마시면 마법사가 아닌 누구라도 포션에 담긴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꿈 마법사들의 이 연구는 세상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악몽으로 인해 잠을 설치고 고통받는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의 행복한 꿈을 꾸어 밤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또, 범죄자들을 잡는 데에 용이하게 쓰이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사건 당시의 상황을 거의 생생하게 악몽으로 꾸었고, 그것을 추출해 수사관들이 마시면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이렇듯 이외에도 꿈 마법을 통해 생기는 장점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꿈 마법에 대해 세계가 견제하기 시작한 것.



세상에는 좋은 것이 있다면 나쁜 것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꿈 마법으로 악몽을 추출해 내 타인을 고문하거나, 또 다른 악의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해하는 데에 목적을 둘 수도 있다는 게 세상의 입장이었다.



그로 인해 엘리시스 왕국은 꿈 마법사들에게 몇 가지 제약을 걸었다.



첫째, 허가 없이는 꿈 마법에 대해 연구하지 말 것.



그들이 꿈 마법을 악의적인 목적으로 연구해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둘째, 꿈 마법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경우 일반 범죄가 아닌 특수 범죄로 보고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터무니없는 조항이었다.



꿈 마법 이외에도 화염 마법, 냉기 마법 등 전투 목적으로 사용되는 마법들이 굉장히 많았다.



심지어 그것들로 인해 일어나는 범죄들도 만만치 않았는데, 단순히 가능성이 엄청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제약이 걸린 것이었다.



그 외에도 어이없는 조항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때문에 대부분의 꿈 마법사들이 꿈 마법을 포기했고, 애초에 그리 많지도 않던 꿈 마법사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케인은 이러한 모든 조건들을 수락했고 외로운 꿈 마법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 매력적인 꿈 마법을 차마 포기할 수 없었던 것.



끊임없이 연구를 하다 보면 언젠가 다른 마법들처럼 대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케인조차도 지킬 수 없는 조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첫 번째 조항, 허가 없이는 꿈 마법에 대해 연구하지 말 것.



허가만 잘해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터무니없는 제약들만큼이나 까다로운 그들의 기준은 번번이 케인의 연구를 방해했다.



때문에 그는 도시에서, 심지어 마을에서도 멀리 떨어진 숲에서 작은 꿈 상점을 열어 홀로 감시관들의 눈을 피해 연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던 것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케인의 꿈 상점은 인기가 상당했다.



꿈 마법은 여전히 매력적이었고, 케인을 얼마 남지 않은 꿈 마법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케인의 상점에 매일 같이 들리는 마키르는 케인의 꿈 연구에 그렇다 할 도움이 될 만한 꿈을 가져오지는 못 했지만,



비밀리에 진행되는 케인의 꿈 연구를 알고 있는 몇 없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흥분을 하며, 심지어 엄청난 꿈을 케인에게 공짜로 넘기겠다고까지 말하니 평소 냉정한 케인까지도 혹할 정도였다.



"대체 뭐길래 그래?"



"그 녀석이 등장했네... 그 녀석 말이야!!"



호들갑을 떨어대는 마키르.



그런데 그의 말을 들은 케인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마키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챈 것일까.



"... 크라켄...?"



케인의 입에서 나온 세 글자에 마키르를 그다지 반기지 않던 한 조차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크라켄.



남부 대륙과 북부 대륙을 잇는 북해에 등장하는 거대 괴수.



북부 대륙의 콜드빈 왕국과 무역을 하던 수많은 선박들을 침몰시킨 바다의 재앙과도 같은 괴수였다.



때문에 과거 여러 왕국들에서 크라켄을 잡기 위한 전투 선단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쥴 선장이 이끄는 엘리시스의 가장 강력한 선단에 마키르가 선원으로 있었다.



하지만 그 강력한 선단도 크라켄의 공격에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말았다.



열 척의 선단.



그러나 엘리시스 왕국으로 복귀한 것은 돛이 찢어지고, 살아 있는 선원이라고는 마키르를 포함해 단 여섯 명뿐인 반파된 선박 한 척이었다.



그들의 희생으로 북해는 안전한 해역이 되었고 살아남은 선원들 또한 그 보상으로 상당한 금화를 받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갔다.



하나 마키르는 매일 같이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 꿈에서나마 다시 녀석을 공략해 모두가 살아 돌아오는 행복한 기억을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오랜 시간 동안 그의 꿈에서 크라켄이 등장하는 일이 없었고 거의 그 존재가 잊힐 때쯤 나타난 것이었다.



케인 또한 마키르의 꿈에서 크라켄이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었다.



엘리시스 왕국에서 벗어난 적 없이 줄곧 꿈 마법에 대해 연구만 하던 케인은 종종 바깥세상을 궁금해했다.



그 때문에 떠돌이 검사인 한이 이따금씩 케인의 상점에 들려 자신이 겪은 모험 이야기들을 꿈을 통해 보여주곤 했다.



그런데 크라켄은 한이 보여준 트롤이나 고블린, 와이번 같은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 이제야 볼 수 있는 거냐...? 그 크라켄이라는 녀석을..."



케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악질의 괴수지만, 그것을 꿈으로라도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경험일 것이었다.



"그래! 바로 시작하세나!"



"마키르, 넌 저 마법이 어지럽지도 않은 거냐... 난 아직도 속이... 우욱...!"



아직 속이 메스꺼운 한과는 달리 마키르는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케인에게 자신의 반짝거리는 머리를 가져다 댔다.



케인은 조금 전 한에게 외웠던 주문을 똑같이 외우며 마법을 시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하얀빛이 새어 나오며 마키르의 머리를 감쌌다.



그런데 조금 전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한의 꿈을 추출할 때는 분명 노란빛으로 변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란빛이 아닌 보랏빛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역시... 악몽인가..."



꿈을 추출할 때 노란빛으로 변하면 긍정적인 꿈, 즉 길몽.



반대로 보랏빛으로 변하면 부정적인 꿈, 즉 악몽을 뜻했다.



마키르에게서 추출해 낸 크라켄이 나타나는 꿈은 보랏빛이었다.



"하하하!! 이거 좀 민망한 걸!! 녀석이 나오는 게 악몽이라니 말이야!! 우하하하!!"



마키르는 애써 괜찮은 척 웃어 보였지만 케인과 한은 그가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크라켄이 나타난 마키르의 보랏빛 꿈은 케인의 손에 들린 유리병에 조금씩 담기기 시작했다.



"허억!!! 이게... 크라... 켄...!?"



그 과정에서 케인은 마키르의 꿈속에 있는 크라켄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난생처음 보는 크라켄의 위압감은 책에 그려진 그림과는 차원이 달랐다.



단순히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바다에 폭풍우를 일으키는 크라켄.



마키르의 꿈속에서는 수많은 선박들이 크라켄을 향해 대포를 쏘고 있었고, 마법사들이 온갖 속성의 마법을 퍼붓고 있었다.



모든 것이 아수라장이었다.



크라켄이 일으킨 소용돌이에 전복되는 선박들, 내려치는 거대한 촉수에 반으로 갈라지는 선박들.



케인은 그저 이런 상황들을 꿈으로만 보고 있는데도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헉... 헉..."



"케인!!"



보다 못한 한이 케인의 이름을 불렀고, 그제야 현실감을 되찾은 케인이었다.



"이거... 미안하네 케인... 꿈을 추출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자네가 그 꿈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냐... 그냥 잠깐 놀랐을 뿐이야... 그보다 마키르, 괜찮겠어? 꿈은 얼마든지 추출해 낼 수 있지만..."



케인은 꿈속에서나마 과거를 바꾸고 싶어 하는 마키르가 걱정이 되는 듯했다.



아무리 늘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는 마키르라지만 이런 꿈을 매일 같이 꾼다면 몸도 금방 지칠 것이었다.



게다가 마키르는 꿈에서나마 과거의 기억을 바꾸고 싶어 했다.



하지만 꿈에서 의식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



그러니까 자각몽은 소문으로만 들리는 말이지, 직접 해봤다는 사람을 본 적 없는 케인은 그가 괜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 그건 해봐야 아는 것 아니겠나!"



그럼에도 여전히 씩씩한 모습으로 대답하는 마키르였고, 케인은 어쩔 수 없이 그에게 크라켄 악몽이 담긴 포션을 건네주어야 했다.



"부족해지면 찾아와. 방금 전에 추출하면서 몇 개 더 담아놨으니까."



"고맙네 케인!! 하지만 부족해질 일은 없을 걸세. 그전에 내가 반드시 모두를 구하고 놈을 죽일 테니까."



"그래... 힘내보라고."



...



그렇게 마키르의 크라켄 소동이 끝나고 며칠 뒤,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눈 케인과 한.



어느새 다시 모험을 떠날 채비를 하는 한이었다.



"벌써 가는 건가."



"또 세상 밖의 이야기를 자네에게 들려줘야 하지 않겠나!"



"그래, 이것저것 많이 보고 오라고. 근데 왜 항상 밤에 움직이는 거야?"



한은 피식 웃으며 대답을 대신했고, 뒤를 돌아 어디가 끝일지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자식이 대답도 안 하고. 뭐, 시끄러운 마키르를 만날까봐겠지."



다시 홀로 남은 케인은 가게 안으로 들어와 한과 마키르에게서 모은 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크라켄이 담긴 꿈, 거대한 트롤과의 싸움이 담긴 꿈, 한이 수많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술을 마시는 꿈.



'흠, 역시 이건 따로 보관해 두는 게 좋겠어."



잡다한 꿈들을 정리하던 케인은 문득 크라켄이 담긴 꿈에서 멈칫한다.



크라켄이라면 꽤나 막강한 몬스터.



혹시라도 뭔가 잘못된다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었고, 케인은 그러한 꿈들을 고위험군으로 따로 분류해 두었다.



마을의 여성들만 골라 살해한 살인마 잭, 고대의 타락한 얼음 정령, 마키르의 크라켄.



그리고 과거 왕국 하나를 불태웠던 드래곤.



이 위험한 악몽들은 함부로 다뤄져선 안 됐고, 행여나 실수로라도 악몽이 담긴 병이 깨진다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침실에 고위험군 악몽들을 보관한 케인은, 다음날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



쩌적- 쩍-!



... 챙강!!




작가 김루찌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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