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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루찌님의 서재입니다.

드림 캐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김루찌
작품등록일 :
2023.05.10 19:29
최근연재일 :
2023.10.21 20:00
연재수 :
167 회
조회수 :
3,707
추천수 :
573
글자수 :
798,492

작성
23.10.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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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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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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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48화

DUMMY

"크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이름도 모를 변방의 작은 항구 마을.




그곳에서 대지를 흔들리게 할 정도로 큰 어떤 존재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덕분에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던 마을의 술집은 더더욱 혼잡해지기 시작했다.




케인 일행 또한 당황하긴 마찬가지.




지금껏 살아오며 들어본 적 없는 어떤 괴수의 울음소리에 몸이 경직되고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이건 단순한 괴수가 아니었다.




털썩!




쿵!!




덜컹!!




이미 평범한 사람들은 그 울음소리가 가까워지자 전부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간신히 버티는 이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몸을 벌벌 떨 뿐이었다.




"이건..."




굳이 지금까지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아도 케인은 그 존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고, 그것은 수인들 일행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불멸의 존재가 다가오고 있군..."




"크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그것은 바로, 케인과 스레나딘 가문이 동시에 찾고 있던 드래곤이었다.




덜컹!!




귀를 찢는 듯한 울음소리에 밖으로 다급히 뛰쳐나온 케인과 일행은 한순간에 어두워져 있는 바깥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세상을 비추던 해가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마을을 비추던 햇빛이, 그 드래곤이라는 존재의 거대한 날개에 의해 완전히 가려져 있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세상에는 어둠이 드리웠고, 공포로 차오르기 시작했으며, 모든 생명체들이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다.




케인의 머리 위에는 검붉은 용의 몸통 아랫면이 보였는데 그것을 메우고 있는 비늘이 그 어떤 공격도 막을 것처럼 단단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의 모든 빛을 가릴 정도로 넓고 커다란 날개는 드래곤이라는 존재의 위용을 보여주는 부위였으며 겁에 떨고 있는 자들조차 그 모습에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하지만 이 드래곤이 불러온 파장은 감탄과 공포, 두려움이나 체념 따위뿐만이 아니었다.




후우우우우우웅-!!!




드래곤이 날개를 펼치고 마을 위를 지나가자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후르르르르르륵-!!!




콰콰콰콰콰콰콰콰쾅!!!!!




브레스를 뿜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 위를 날아갔을 뿐인데도 마을 전체는 순식간에 불이 붙으며 건물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케인은 재빨리 보호막 마법을 펼치며 주변을 감쌌지만 그의 마법이 마을 전체에 닿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케인 본인과 일행만을 보호하기도 벅찰 정도로 이 불꽃의 열기는 대단했고 자칫하다간 보호막 안에 있는 채로 온몸이 타들어갈 것만 같았다.




"자리를 피해야 해!!"




케인 덕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크라이드가 소리쳤고 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인들과 함께 마을을 벗어나기로 했다.




'너무 쉽게 생각했어... 드래곤은 나 혼자 회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냐...'




케인은 이 압도적인 힘 차이에 드래곤은 지금껏 자신이 회수해 왔던 악몽들과 차원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실감했다.




하스와 셀리나가 없는 지금, 아니 그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감히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에드워드?




아니다, 그 이상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지금 이것들이 케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드래곤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사, 살려줘!!!"




케인이 마을 바깥으로 벗어나려는 와중에도 주변에서는 몸에 불이 붙은 마을 사람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케인이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악몽을 더 철저히 관리하지 못해 이 상황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자책할 뿐이었다.




퍼엉!!!




쿠구구구궁!!




"조심해!!"




그때, 아슬아슬하게 불길 사이를 지나던 케인 일행 위로 불타던 건물이 무너졌고 그 잔해가 그들을 향해 쓰러지기 시작했다.




크라이드가 다급하게 소리쳤으나 대응하기에는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쿠웅!!!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옆에 있던 불그니아가 갑자기 보호막 바깥으로 뛰쳐나가더니 맨몸으로 그 건물을 막아서는 것이었다.




"불그니아!?"




케인이 놀라 그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쳤으나 돌아오는 그의 대답은 더욱 놀라웠다.




"가라!! 어차피 이곳을 전부 빠져나가지는 못 해!! 내가 버틸 수 있을 때... 나가...!!!"




여관에서 참지 못 하고 소란을 일으켰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걸까, 그는 뜨겁고 무거운 건물을 힘겹게 막아서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 케인, 불그니아의 말을 들어라."




크라이드도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케인의 등을 살며시 밀며 말했다.




케인도 여기서 시간을 더 끌고 있다간 모든 것이 파멸로 이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불그니아가 보호막 밖으로 나갔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한 것이었고,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것도 확실한 상황이었다.




그의 희생과 각오를 헛되게 만들 수는 없었다.




"고맙다...!"




결국 그들은 불그니아가 건물 잔해를 온몸으로 막고 있는 사이 빠르게 그곳을 지나가야만 했다.




"허억...!!"




가까스로 마을 밖으로 빠져나온 케인 일행.




뒤를 돌아본 그들은 처참하게 불타 무너져 이제는 지도상에서도 볼 수 없게 되어버린 한 마을의 광경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드래곤의 움직임이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불그니아까지 희생시킨 그 녀석이 어디로 갔는지, 무엇을 하려는지 파악해야만 했다.




아무리 압도적인 존재라 하더라도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상대가 어떤 존재든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후우우우웅-!!




케인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처럼 드래곤의 목적은 이 마을이 아니었다.




다만, 드래곤은 마을을 지나 그들이 있는 숲 근처로 다가오고 있었고 불꽃처럼 타오르듯 이글거리는 용의 눈동자는 케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이 섬칫한 기운.




케인은 드래곤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지금껏 케인과 그의 동료들이 마주쳐 온 악몽들은 자신이 이 세상에 왜, 또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고 오직 살아생전에 하던 일들.




즉 본능에 의해 움직이기만 했다.




그러나 이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남달랐다.




인간을 아득히 넘어서는 지혜와 힘,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강한 정체성.




드래곤은 자신이 왜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 계속 남아있을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펄럭-!




온 세상을 뒤덮는 것만 같았던 드래곤이 하늘을 날며 케인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그를 향해 내려앉기 시작했다.




쿠우웅-!!




드래곤이 땅에 착지하자 대지가 또 한 번 요동쳤고 그 울림에 하마터면 케인 일행은 넘어져버릴 뻔했다.




후우우우욱-!!




지상에 앉은 드래곤은 한 발짝씩 케인을 향해 다가왔고 그럴 때마다 땅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엄청난 바람이 일어 돌풍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대체 무슨 이유에 이 파괴적인 행동을 한 이후에 그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케인은 당연했고 주변에 있던, 그동안 여유만만하던 수인들까지도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긴장한 상태.




드래곤의 모든 행동이 선의로 빚어진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녀석을 자극했다가는 더 큰 파멸을 불러올 것만 같았다.




그렇게 긴장이 지속되는 그 순간 속에서, 드래곤이 케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케인 에슈테르..."




"...!!"




놀랍게도 녀석은 인간의 말을 할 줄 알았으며 더 나아가서 케인의 이름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가 놀란 표정을 짓자 드래곤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나를 이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준 꿈 마법사여."




주변에 울려 퍼지는 굵직한 드래곤의 목소리.




의외로 녀석은 포악한 성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조금은 신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나를... 어떻게 알고 있지...?"




두려움 속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케인.




드래곤은 그런 케인에게 무언가 할 이야기가 있는 듯했다.




"우리 드래곤은 모르는 게 없지. 너의 정체와, 스레나딘 가문이 너를 이용해 나를 세상에 불러낸 이유까지도 말이야."




단순히 자신의 존재에 대한 허세가 아니었다.




드래곤은 케인이 알게 된 것,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걸 이미 한참 전부터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를 찾아온 건가? 목적이 뭐지?"




"과연 지켜봐 왔던 대로 현명한 인간이로구나."




케인은 드래곤이 이 타이밍에 등장해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물었고, 드래곤은 그런 케인의 질문이 마음에 드는 듯해 보였다.




"나는 이 세상, 그러니까 현실로 돌아온 이후에 지금껏 너를 지켜봐 왔다. 하리인 마을의 하찮은 트롤부터, 새끼 거미와 오만한 인간, 삐뚤어진 욕망을 가진 흑마법사, 심해의 거대한 문어, 그리고 플리샤보르까지 말이다."




드래곤은 지금까지 케인과 그의 동료들이 무찌르고 회수해 온 악몽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고 이는 케인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남은 것 또한 바로 나라는 것도 알고 있지."




"... 그래서...?"




"그런데 나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드래곤은 그렇게 대답하고서는 점차 케인을 향해 더욱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의 가슴에는 이전에 케인이 소환했던 다른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었을 때처럼, 붉은빛이 맴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말은..."




"물론 네가 감히 나를 다시 그곳에 가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나는 드래곤들 중에서도 아주 신중한 성격이라서 말이야."



드래곤이 말을 빙빙 돌려하는 것 같긴 했지만 케인에게 한 말의 뜻은 이해하기 어려운 게 아니었다.




케인은 악몽을 회수하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그 악몽들 중 하나인 드래곤.




하지만 녀석은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어떻게 해야 이 세상에 남을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케인만 없앤다면 다시 이곳에 남아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었다.




작가 김루찌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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